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1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9화
44. 쿠키(3)
국가대항전에선 200명의 병사들이 전부 소환된 상태로 시작한다.
처음 시작한 말부터 기존의 게임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처음 보는 시청자들은 당황했다.
-???
-뽑는 게 아니야??
-뭐야 그럼 RTS맞음?
여러 의문이 생긴다.
기본전에선 자원을 캐서 병사를 뽑으면 플레이어들이 나와서 싸워주는 식이었는데.
여기선 200명의 플레이어가 이미 다 필드에 나온 채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그러나 이런 의문은 뒤이은 설명으로 금세 해소되었다.
“처음 소환된 병력은 기본 무장만 하고 있다.”
슝!
갑자기 주변 병사들의 무기가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아주 작은 단검이나 몽둥이 하나만 들게 됐다.
-???
-맨주먹임??
-뭐여
“이에 지휘관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된다. 지휘관들은…….”
쿠키가 누군가를 가리키자, 그가 말을 타고 달려나온다.
아마 보조 지휘관인 모양이다.
“병사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자원은 이 무기를 생산하는 데에 쓰인다.”
-아
-오
-신박하네
그렇다.
자원을 캐서 병사를 뽑는 게 아니라, 무기를 생산해서 그들에게 공급해 주는 식이다.
“병사들은 받는 무기에 따라 호칭이 나뉘고 특수한 보직의 경우 따로 임명한다.”
지휘관이 누군가에게 창을 하사하자 그는 ‘기초 창병’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하자, 그는 ‘착호갑사’라는 호칭을 얻게 됐다.
쿠웅!
거대한 빛과 함께 도깨비가 그려진 큰 방패와 전신을 감싼 동양풍의 갑옷이 씌워졌다.
“예로 보여준 이 유닛은 ‘착호갑사’라 불리는 조선의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름 뜻 그대로 호랑이를 잡는 전문 특수부대라 불렸지만, 사실 실제 전쟁에서 가장 활약하는 부대였다.”
-오오오오
-벌써부터 국뽕이 ㅋㅋㅋㅋ
-와 ㅅㅂ
특수 부대의 화려한 복장에 시청자들이 감탄한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왕실 기사, 잉글랜드의 장궁병, 덴마크의 바이킹 등…….
특수 유닛의 복장을 보여줬다.
“오…….”
아몬드도 저도 모르게 넋 놓고 구경했다.
이에 쿠키가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국가대항전은 문명마다 보직이 다양해서, 유닛 이름으로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상대의 무기 만듦새와 갑옷의 재질 등으로 위계 및 성질을 파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어서 그는 지휘관 나머지 둘을 다 불러모아 아몬드 앞으로 보여줬다.
“보다시피 국가대항전에선 총 3명의 지휘관이 참가한다.”
아몬드는 세 명의 아이디를 익혀둔다.
[커피] [식빵] [쿠키]-ㅁㅊ 아이디보소 ㅋㅋㅋㅋ
-맞춘건가?
-카페 알바 재질ㅋㅋㅋㅋ
쿠키가 지휘관치고 나이가 어린 것처럼, 커피와 식빵도 쿠키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그들은 간단한 눈인사만 건넬 뿐, 특별히 장황하게 소개하진 않았다.
-김치워리어는 어딨어???
-김치 지휘관 안해?
-식빵 커피 ㅋㅋㅋㅋ
김치워리어를 찾는 채팅을 알아챈 것인지, 식빵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지휘관이 대답한다.
“김치워리어나 물만두 같은 분들은 싱크탱크 소속이고, 직접 플레이를 하진 않습니다. 인재 영입, 전략 구상, 팀 관리 같은 걸 하죠.”
-아……
-싱크탱크가 뭔지 모르는 잼민이들 많네
-ㄹㅇ? ㅠㅠ 김치님 못보네 ㅠㅠ
-헐 뒤에서 서포트였구나
아무래도 김치워리어가 얼굴이 더 많이 알려졌다 보니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국가대항전과 기본전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쿠키가 설명을 이어갔다.
“국가대항전엔 지휘관이 실제로 필드에 소환된다.”
-ㄹㅇ??
-엥?
-그럼 겜 어케함
지휘관이 실제로 필드에 나와 있다니. 아몬드도 이 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들은 상황을 다 내려보면서 명령을 내리지 않던가?
“지휘관 셋 중 하나는 총지휘관이다.”
쿠키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즉, 우리의 경우엔 나다.”
그러고는 어느샌가 생겨난 마을 회관 하나를 가리킨다.
“총지휘관은 건물 안에 들어가서 총지휘를 담당한다. 역할은 기본전에서의 지휘관과 같다. 나머지 지휘관은 직접 현장에 나가 싸우며 나와 소통한다.”
우리가 아는 그 지휘관의 역할은 총지휘관이 하는 것이고, 현장 지휘관은 보조 지휘관 둘이 한다는 말이었다.
여기선 식빵과 커피였다. 쿠키가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두 현장 지휘관은 죽으면 다시 부활할 수 없다.”
“……?”
놀라운 말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죽으면 그 경기에서 완전 아웃이라고 한다.
‘완전 다르잖아.’
아몬드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 게임의 꽃이 왜 국가대항전이라 불리는지.
기본전은 말 그대로 기본전. 그냥 기본만 익히는 가장 단순한 모드일 뿐이었다.
진짜 싸움은 이 국가대항전 모드이다.
“지휘관이 죽는다면 다른 병사가 그의 깃발을 들고 지휘관이 될 수 있다. 다만!”
쿠키가 자신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희미한 빛으로 왕관이 떠 있었다.
“총지휘관의 죽음은 곧장 게임의 패배로 이어진다.”
총지휘관은 죽으면 곧바로 패배.
시청자들은 충격 먹은 듯했다.
-???
-ㄹㅇ??
-헐
-와
-ㄷㄷ
“물론 총지휘관은 본진이 다 점령당하는 상황이 아니면 죽을 일이 거의 없다. 총지휘관은 건물 내부에서 기본전에서의 지휘관처럼 일꾼들을 컨트롤하고, 내정을 다스린다.”
쿠키가 손짓하자 아몬드는 순식간에 건물 내부로 이동됐다.
[마을 회관 내부]일꾼들이 생성되는 마을 회관의 내부였다.
인테리어는 중세풍이지만, 사방에 거대한 화면과 맵들을 보면 SF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곳에서 총지휘관이 모든 내정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난 내정을 관리하고, 큰 결정만 내린다. 실질적으로 전투를 지휘하는 건 나머지 지휘관 둘이다.”
그가 화면 하나를 가리키며 보여준다.
그곳에서 지휘관 ‘커피’가 병사들을 이끌고 적군과 싸우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설명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실전에서 알아가는 걸로.”
팡……!
이윽고 모든 게 다 사라졌다.
병사, 초원, 건물 전부 다.
지휘관 셋과 아몬드만 남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두 지휘관은 뒤로 물러나고, 쿠키만 앞으로 걸어 나온다.
그가 턱을 살짝 치켜 올리며 물었다.
“질문?”
아몬드는 검술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 지금 질문은 룰이 이해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룰은 이해됐습니다.”
“다행이군.”
-??
-삐빅! 거짓말입니다!
-???:이해됐어요. 호두가.
-팩트) 호두가 집에서 설명해줄 예정ㅋㅋ
아몬드의 대답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쿠키는 믿었는지 끄덕인다.
그리고 추가로 묻는다.
“이외에 따로 질문이 있나?”
아몬드의 표정을 보고 뭔가 묻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몬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그는 원래 머리에 한 번 떠오른 말은 뱉어야 직성이 풀리니.
“검술을 가르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검술?”
쿠키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린다.
뒤의 두 지휘관도 잠시 서로를 쳐다본다.
그야, 아몬드는 궁병으로 영입하려는 것인데, 검술을 가르쳐 달라 하니 의아한 것이다.
“왜인지. 물어봐도 되나?”
쿠키는 대번에 거절하진 않고 이유를 물어왔다.
“검을 잘 다루는 사람들과는 검을 맞대는 순간 불리해져서요. 몇 번 경험해 보고 안 건데. 제 생각에 그들은 어떤 교본을 참고한 검술을 구사하는 것 같은데. 배울 곳이 없습니다.”
“…….”
쿠키는 잠시 뒤의 다른 두 지휘관과 시선을 교환한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몬드를 바라본다.
“이 게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지?”
“……한 달 조금 안 된 것 같은데요.”
쿠키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금세 돌아갔다.
“벌써 그런 걸 느낄 정도면. 역시 게임 감각이 예민하군.”
이렇게 말하는 터에 가르쳐 주는 줄로 알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러했다.
“미안하지만 가르쳐 줄 수 없다.”
“…….”
“일단 아몬드, 자네는 궁병으로 뽑힌 거야. 그 일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맞는 말이었다.
국가대항전에선 쓸모가 없을 거다.
그런데 S+를 다는 데에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쿠키는 이마저 예상하고 있었다.
“─S+ 랭크를 쉽게 달고 싶어서 물어본 것 같은데. 맞나?”
“예.”
“궁병으로 지원 온 자가 S+를 검술로 달아서 오면 무슨 소용이지?”
“……그렇군요.”
납득은 빠른 편인 아몬드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큰 기대를 걸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쿠키는 위계를 확실히 해둔다.
“결정적으로, 자네는 아직 국대 팀이 아니야. 룰을 직접 알려주러 우리 셋이 온 것도 호의를 베푼 셈이지.”
“예. 알고 있습니다.”
“후에 팀에 들어와 신뢰 관계가 더 쌓이면 그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만나서 반가웠네.”
“예.”
-거 참 좀 알려주지
-프로 맞말러네 ㄷㄷㅋㅋㅋ
-구구절절 맞말러 ㅋㅋㅋ
-단호하누;
-나중에 얘네 둘이 퓨전하면 아몬드 쿠키됨?
섭섭해하는 시청자들도 있고, 쿠키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들도 있었다.
적어도 아몬드는 후자였다.
그래서 별 기대도 없이 가볍게 물어봤던 것인데.
‘검술이 중요한 건가?’
뭔가 쉽게 알려주는 정보가 아닌 모양이다. 안 알려주니까 오히려 더 궁금했다.
‘그때 그 기사는 그냥 알려주려 했는데.’
예전에 만났던 한 서양인 기사는 그냥 알려주려 했었다. 그래서 아몬드도 가벼이 생각했던 것이다.
반응을 보아하니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슝. 슝.
지휘관 둘이 먼저 사라지고 쿠키도 뒤로 돌아섰다.
그런데, 쿠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뒤돌아선 채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오늘 밤에 국가대항전 스크림(*실제 대회 참가팀과 치르는 연습 경기)이 잡혀 있다.”
“?”
“참가하고 싶다면 참가해도 좋아. 이해하는 데에 도움도 되겠지.”
-오오
-츤츤거리더니ㅋㅋㅋ 연습 참가해줄래?
-ㅋㅋㅋㅋ아깐 국대팀 아니라며!
“제 자리가 있습니까?”
“만들면 그만이지.”
슝.
쿠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 * *
취이익……!
유압기 소리와 함께 쿠키의 캡슐이 열렸다.
그 안에선 조금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청년이 몸을 일으켰다.
“어떤 것 같아?”
캡슐 옆에 있던 한 여인이 묻는다.
“누구.”
“아몬드라는 사람.”
쿠키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한다.
“……판단하긴 이르지.”
여인은 끄덕이며 쿠키의 옆에 다가와 앉으며 재차 묻는다.
“자기는?”
“?”
“자기 몸 상태는 어떠냐고.”
“난…….”
쿠키는 잠시 자신의 복부 부근을 만지작거리더니.
“똑같지.”
“…….”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거 꼭 해야겠냐는 말은 굳이 뱉지 않았다. 이미 수천 번도 넘게 물어본 것이니.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이것과 상관없다.
어차피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걸 해보겠다.
이런 말에 누가 하지 말라 막아설 수 있을까?
그녀는 빤히 자신의 연인을 응시했다.
눈에 비친 쿠키가 고개를 든다.
“가게는?”
“별문제 없어. 저번에 바꾼 원두도 반응이 좋은 거 같고. 새로 오픈한 7호점만 내가 가서 마감 타임 하면 될 거 같아.”
“내가 갈게.”
쿠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켰으나. 그녀는 그의 어깨를 누르며 만류했다.
“아니. 자기는 일단 이거에 집중해. 밤에 스크림은 어쩌려고?”
“마감하고 가면 돼.”
“안 돼.”
그녀는 단호하게 한 번 더 말한 후.
옷을 챙겨 입었다.
“내가 갈게. 빨래 돌려놨으니까 그거나 건조기에 넣어놔.”
“……그래. 고마워.”
연인이 집을 나선 후.
쿠키는 책상 앞으로 가서 약 한 통을 꺼내어 입에 털어넣었다.
자주 먹던 약인지 물 한 컵도 없이 삼켜 먹는다.
컴퓨터 화면엔 오늘 아몬드에 관해서 찾아보던 자료들이 떠 있다.
그것들을 다시 한번 흘겨본 그는 쓴웃음을 머금는다.
아몬드라는 사람도 별의별 일을 다 겪은 사람이다.
마치 국희철, 자신처럼.
‘합을 맞추기 전에 한번 볼까.’
본래 치승이에게 일임했던 일이지만, 그는 오늘만큼은 아몬드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서 관전해 보려 한다.
이게 A+ 승급전 첫판이라 했었는데. 마침 매칭이 잡히고 있었다.
[상대를 찾았습니다!] [샤르르]희철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한국이라.’
시작하자마자 상대 국적이 곧바로 한국인 게 의심스럽긴 했으나.
‘어차피 연습이니.’
실전에선 이보다 더한 편법도 튀어나온다.
그냥 감내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