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2화
45. 돌아온 사천왕(3)
“어…….”
처음 성벽 속에 갇힌 걸 깨달았을 때.
아몬드는 그래도 틈을 찾아보려 했었다.
“갇혔다.”
이런 전략도 있다는 걸 난생처음 깨달은 터라, 당황했다.
-어, 갇혔다 커엽ㅋㅋ
-가두리 양식 아몬드
-갇힌 아몬드? 오히려 좋아
애초에 이렇게 벽으로 병사들을 가두는 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일은 아니었다.
사실 매우 드문 일이며, 거의 우연한 사고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병사가 언제 어디로 올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전략이니 말이다.
아몬드는 성벽 앞에서 대놓고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었으니, 언제 어디로 들어올지가 매우 명확했다.
그랬기에 이런 함정이 가능했던 것일 뿐.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즉, 파훼법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연이어 이렇게 묻기도 했다.
“이거 진짜 못 나가요?”
어이가 없는 것이다.
겨우 이런 방식으로 병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믿기 힘든 표정ㅋㅋㅋ
-그러게
-ㅔ
채팅을 쭉 보던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못 나가나 보네.”
그는 어떤 병과든 비상용으로 갖고 있는 단검을 들고 벽으로 뛰어봤다.
푹!
나무 성벽임에도 불구하고 박히지 않는다.
애초에 무기로는 벽을 깰 수 없다는 코딩이 명확하게 박혀서 박히는 것조차 성립이 안 되는 모양이다.
텅! 텅!
아몬드는 혹시나 어디 박히는 곳 없나 한참을 다른 데를 찔러봤는데. 그러던 중─
빠밤!
[가지볶음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동생 생일이래요~!]-???
-동생 생일인데 왜 니가 10만 원을ㅋㅋㅋ
-동생 용돈이냐?ㅋㅋㅋ
-무친 컨셉ㅋㅋㅋ
-와 10만 원을???
항상 1만 원 아래로 후원하던 가지볶음. 그가 뜬금없이 10만 원을 그냥 내놓았다.
동생의 생일이라는 말과 함께.
“아. 동생 생일 축하드립니다. 가지 님.”
항상 돈이 부족하다는 듯이 말했던 가지볶음을 기억하고 있던 아몬드.
그런 사람이 10만 원이나 쐈는데, 뭔가 더 특별한 리액션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잠깐.’
그는 자신의 활을 내려다보며 우뚝 멈춰 섰다.
‘리액션?’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친다.
“여기 혼자 죽는 것도 되던가요.”
-??
-자살 기능은 없음
-킹론상 가능
-적 마을회관으로 뛰어가는 게 자살임.
-칼로 때려선 안 됨.
기본적으로 자살 기능이 없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 그러던 중 어떤 채팅 하나가 눈에 띈다.
-공성 병기로는 됨. 직접 후려치는 것만 안 될걸?
공성 병기가 쏜 돌덩이 같은 건 아군도 맞으면 죽는다. 그리고 쏜 본인도 예외는 아닐 터다.
그렇다면 활은?
‘활도 되겠네.’
화살도 아군이 맞으면 죽는다. 그래서 적군과 아군이 뒤엉키기 시작하면 궁병들은 조금 쓸모가 떨어진다.
기리릭.
아몬드는 머리 위로 활시위를 당겼다.
“가지볶음 님. 후원 감사합니다.”
겸사겸사 리액션도 해준다.
-??10만 원에 방종 리액션??
-뭐야 ㅋㅋㅋ 개혜자네
-이게 된다고?
팡!
쏘아진 화살은 여지없이 그의 정수리로 다시 내려와 꽂혔다.
푹!
순간 화면이 흑백으로 암전했다.
* * *
“응~~ 또 가둬봐!! 자살하면 그만이야~~~!!”
프로펠러가 핑핑 돌아가는 모자를 쓰고 자살하면 그만이야를 외치는 킹귤의 모습.
-레전드짤ㅋㅋㅋ
-엌ㅋㅋㅋ
-캡처 완료
-도랏ㅋㅋㅋㅋ
-프로펠러 ㄹㅇ 광기
이 장면은 gif, jpg 등으로 저장되어 인터넷 세상을 한동안 망령처럼 떠돌아다니게 된다.
“아니, 근데 김치 님. 이게 어떻게 되는 거죠? 원래 되나요?”
“잘 일어나진 않는 일인데. 아마 원리상 될 거예요.”
“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까?”
“우선 성벽에 사람이 갇히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니까요.”
-ㄹㅇㅋㅋㅋ
-그렇넼ㅋㅋㅋ
-하긴ㅋ
시빌 엠파이어에선 자살을 선택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럴 바엔 적군 하나라도 더 쏘고 죽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그리고 자기 정수리를 저렇게 정확하게 맞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가요?”
-아아몬드 시청자들은 모를듯
-견과류 쉑 저거 킹덤 때부터 하던건뎈ㅋㅋ
-저거 어려운 거였어?
평소 아몬드를 봐왔던 시청자들은 의아해한다. 그들에겐 정수리에 화살을 꽂는 모습이 너무 익숙했으니 말이다.
“그렇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타깃을 한 200미터 거리에서 맞히는 거랑 비슷하죠. 화살을 최대한 높이 쏴 올려야 하고, 자기 정수리를 보고 쏠 순 없으니까요.”
시청자들도 김치워리어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어려운 게 맞다고 느낀다.
-듣고 보니 그렇네
-맞네 심지어 돌아오는 화살로 맞혀야함
-ㄴㅇㄱ 상상도 못한 난이도!
“아아! 말씀드리는 중에! 본투비의 본진! 본진 앞에서 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몬드가 아웃된 사이, 샤르르의 기마대는 본투비의 본진에 거의 다 도달했었고.
본투비는 급하게 뽑은 창병 몇과 모아놓은 궁병으로 대응했다.
“와 그래도 창병을 뽑았어요! 창병을!”
킹귤은 본투비의 결단에 감탄하며 외쳤다. 사실 기마병만으로 구성된 병력이 온다면 창병을 뽑는 건 너무나 당연한 대응이었으나.
본투비가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듯했다.
“창병이 있으면 기마병들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거 의외로 할 만한데요? 진형이 너무 좋습니다.”
푹! 푹!
창병들이 앞에서 창을 마구 찌르면서 막고, 뒤에서 궁병들이 화살을 퍼부으니.
2시대 기마병들로 이뤄진 병력은 금세 주춤했다.
“아! 지금 마구간 업그레이드가 안 돼서! 말에서 떨어지면 그냥 보병이에요!?”
기마병들은 금세 보병으로 전락해 버렸고.
“위치가! 위치가 너무 좋습니다아!”
무엇보다 본투비의 병력이 싸우는 위치가 너무 유리했다.
궁병들은 언덕 위 바위 뒤에 자리 잡고, 창병들은 성벽과 집 등의 건물로 비좁아진 길목을 막아선 채였다.
“본투비?! 다시 보입니다? 이거 건물 배치가 상당히 전략적입니다!”
RTS 장르에서는 건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전략 요소다.
건물 위치를 교묘하게 잘 지으면 큰 노력 없이도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이런 노하우는 고인물들이나 습득하는 것인데. 우연인지 뭔지 본투비가 그걸 활용하고 있다.
원래는 넓은 평야여서 기마병들이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곳을 집이나 성벽 등으로 좁게 만들어놓고.
그 사이를 창병으로 막은 뒤 뒤에 많은 궁병을 배치한 것.
이러면 최소 병력으로 최대 효율을 뽑을 수 있었다.
“샤르르! 눈치채고 뒤로 빠져야죠! 잠시 방심한 건가요!?”
샤르르는 그 좁은 길목으로 기마병을 다 돌진시켰으니. 아주 불공평한 전투가 이어졌다.
“어?”
그러나, 내정 운영에서는 그가 훨씬 앞섰다.
두둥!
[3시대 – 성주 시대]샤르르가 3시대로 진입했다.
“아…… 이걸 준비하느라! 전투를 미처 못 봤던 거군요!”
본투비가 그의 공격을 막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그의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약 5분 뒤.
[기사 학교]기사 학교가 순식간에 지어진다.
“기사 학교 나왔어요!”
뒤이어 기병 훈련소도 너덧 개가 생겨났다.
기다렸다는 듯 3시대 업그레이드를 전부 마친 기마병들이 튀어나오고.
[베테랑 기사]3시대의 꽃 베테랑 기사 역시 생성됐다.
베테랑 기사가 이끄는 기마대가 순식간에 완성된다.
“아, 대규모 병력이 한 번에 몰려옵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휘날리며 3시대의 추가 병력들이 본투비의 본진으로 향한다.
건물 배치 등의 꼼수로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나오자마자 곧바로 본투비의 본진으로 향합니다!”
“본투비 선수 이제 3시대입니다. 빨리 대처해 줘야죠.”
적의 침입에 이리저리 계속 휘둘리느라 3시대가 늦은 본투비.
그는 베테랑 기사 대신 훨씬 저렴한 베테랑 창병을 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숫자가 모자랐다.
이럴 때면 늘 찾게 되는 존재가 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아몬드 왜 안 오죠!? 아몬드 생성됐나요!”
아몬드.
아몬드가 있으면 전투가 수월할 텐데.
그의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죽은 지가 5분이 넘었는데…….”
5분은 이 게임에서 굉장히 긴 시간이다.
게임 평균 소요 시간이 30분이니, 사실상 경기 시간의 1/6을 비워둔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상했다.
“두 병력 부딪칩니다아!”
그러는 사이 본투비와 샤르르의 군대가 또 부딪쳤다.
이번에도 창병들이 자리를 잡고 잘 지켜내는가 싶었지만.
“베테랑 기사! 뛰어올라요!?”
하얀 말을 탄 기사가 그들의 위로 뛰어올랐다.
이히잉……!
거대한 말의 그림자가 창병들 위를 덮었다.
쿠웅──
말의 육중한 무게가 창병들을 짓누른다.
[으아악!] [미친!]말은 죽고, 창병 너덧은 그에 깔려쓰러진다. 그리고 이미 뛰어내린 기사는─
쿵!
─창병들의 뒤로 착지한다.
[뒤다!] [뒤에 기사다!]창병들이 미처 돌아보기 전. 기사는 자신의 검을 꺼내 들고 하단을 쭉 그었다.
──촤아악!
[으어억!]창병들이 우르르 무너진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진다.
“이걸 뛰어넘어서 방패벽을 무너뜨립니다아! 역시 베테랑 기사아!!”
기사가 외쳤다.
[지금이다아! 뛰어어어!]이히이잉!
말들이 투레질과 하며 쓰러진 창병들 위를 뛰어넘는다.
[궁병들이 무방비다!] [돌겨어어어억!]기마병들은 그대로 본투비의 궁병들에게 뛰어가 학살을 시작했다.
[쏴! 쏴!] [죽을 때까지 쏴라!]피융! 피융!
활을 쏴대며 열심히 분전해 보지만, 이미 달려오기 시작한 기마병을 상대로 궁병이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다.
말의 검은 그림자가 덮치고, 시퍼런 칼날이 사방을 헤집었다.
촤아악!
촤악!
[으억!] [아씨…….]곳곳에서 피가 솟구쳤다.
상성상 속수무책이었다.
“으아아아아악! 처참합니다아! 이거 진짜 볼 수가 없을 정도예요!!”
킹귤의 비명과 함께 수많은 병력이 무참히 쓰러진다. 지켜주는 창병들이 없으니 궁병들은 손 쓸 방도가 없다.
기마병들이 지나가는 족족 궁병들의 목이 날았다.
그런데─
어떤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후였다.
──촤아아악!
처음으로 기마병의 목이 날았다.
말을 탄 남자의 인영이었다.
“어어! 본투비도 기마병을 뽑았어요!?”
그는 파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즉, 본투비의 기마병이었다.
“창병이 낫지 않았을까요!?”
킹귤의 의아해한다.
언제나 기병 상대로는 창병이 좋다. 특히나 방어 시엔 창병의 효율이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기마병이 굳이 나왔다.
왤까?
해설들은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촤아악──
[억!]그가 말을 몰아 검을 휘두르는 족족 빨간색 기마병들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또 죽입니다! 이거 베테랑 기사 아닌데요!? 그냥 기마병인데! 왜 이렇게─”
어딘가 어설픈 기마 자세.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파란 기마병은 멈추지 않았다.
다그닥! 다그닥!
속도는 점점 높아졌고, 검을 휘두르는 그 순간에도 느려지지 않았다.
휘이익──
그의 말이 지나가면 언제나 적 기마병의 목이 떨어졌다.
──사악!
모든 동작이 적보다 한 발, 아니, 두 발은 더 빨랐다.
베어서 머리를 날리고.
푸욱──
찔러서 심장의 피를 뿜게 했다.
“또! 벌써 네 명째!?”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마치 그는 말을 달릴 뿐인데, 알아서 적들이 쓰러지는 듯했다.
[기마병 – 아아몬드]그는 아몬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