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4화
46. 베테랑 vs 뉴비(2)
‘뭐야. 아몬드야?’
처음 샤르르는 저 기마병이 아몬드인 걸 발견하고는 오히려 좋아라 했다.
‘좋아. 여깄었구나.’
성벽 안에서 한 번 죽고 어떻게 된 건지 보이지 않았는데.
아몬드가 전장에 말을 타고 나타난 것 아닌가?
‘넌 죽었다.’
그는 베테랑 기사로 시선을 돌렸다.
[베테랑 기사 – salamanka]그 기사는 살라만카. 스페인 국적의 랭킹 200위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물론 샤르르의 눈에 아이디가 보이진 않는다. 샤르르는 그냥 운이 좋았던 셈이다.
그는 그런 실력자에게 특별한 명령을 하달했으니까.
[저 검은 머리 녀석을 죽여] [30G]핑!
정확히 아몬드를 찍어서 그를 죽이라고 한 것이다.
기마병 하나 죽이는 거에 무려 30골드를 걸었다.
아마 살라만카는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크다 여겼는지 바로 움직였다.
“아…… 아니. 뭐야.”
바로 움직인 것도 부족했을까?
살라만카가 아몬드에게 다가가는 그 시간 안에 이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촤아아악!
촤악!
일직선으로 내달리며 아군 기마병을 척살하는 아몬드.
“씨…… 대, 대체 몇 명을…….”
한 열댓 명쯤 죽었을 시점.
──카앙!
살라만카가 도착해 아몬드의 검을 날려 버렸다.
“됐어……!”
샤르르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아몬드는 검이 없다.
이제 죽을 일만 남았다.
“죽여어어!!!”
* * *
베테랑 기사와 검을 맞댄 순간, 아몬드는 느꼈다.
‘불리하다.’
아니나 다를까.
키이잉!
칼날이 마찰하며 폭죽 같은 불꽃이 튀더니…….
‘어?’
뭔가 불길한 감각이 전해졌다.
[내구도 소진]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검이 날아가 버렸다. 쓸 수 없는 검이 된 것이다.
‘이런 거도 있나.’
아몬드는 졸지에 맨손이 되었고, 적은 이 기회를 틈타 검을 유려하게 휘둘렀다.
후웅!
후우웅!
검을 피해내면서도 아몬드는 생각했다. 불리하다고.
‘무기도 없고. 편법도 안 통하고.’
속도전의 편법으로 이길 수 있는 건 딱 A랭크 정도의 실력자들까지였다.
검의 경로를 읽고 미리 대처하는 경지에 이른 플레이어들에겐 속도전에서 집중력이 월등하다는 건 별다른 이점이 되지 못했다.
릴과는 다르게, 실제 아몬드가 움직일 수 있는 속도가 빠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몬드가 아무리 빨리 눈치채고 휘두르며 경로를 바꿔봐야 인간의 속도 안에서 이뤄진다.
그렇기에 여기선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텅……!
결국 그의 투구가 멀리 날아가 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 저거 3실버는 할 텐데.’
-ㄷㄷ
-와 죽을뻔
-ㅁㅊ 안되나?
결국 아몬드는 판단한다.
‘일단 도망가자.’
일단 검 대 검으로는 안 될 것 같다. 무기 차이도 많이 나고 그마저도 지금 없다.
이히잉!
그는 상체를 최대한 우로 기울여 말 머리를 급하게 돌렸다.
휘이익!
마지막 검격을 한 번 더 피해낸 후, 아몬드는 쏜살같이 말을 달려 다시 아군 진영 쪽으로 돌아갔다.
다그닥! 다그닥!
‘어떻게 해야…….’
아몬드는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기지?
분명 상점에서 쇼핑할 때만 해도 베테랑 기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격퇴당했다.
애초에 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아몬드는 잠시 의식 너머로 사라졌던 기억을, 채팅창을 보고 되살릴 수 있었다.
-기마 궁수였으면 어떻게 비비는데 쩝
-ㅈ투비쉑 기궁 업글 안 한 거 실화?ㅋㅋㅋ
-와 이번에도 못이기나 ㅠ
그렇다. 기마궁수.
그는 애초에 기마궁수 병과로 들어오려는 생각이었다.
‘맞아. 그런 계획이었지. 원랜…….’
말을 타고 움직이면서 활을 쏴대면 제아무리 베테랑 기사라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기마궁수는 선택할 수 없어서 기마병을 골라야 했다.
게임에 너무 몰입하느라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본투비 님. 기마궁수 아직 안 됐어요?〕
일단 처음 생각난 방안은 죽어서 다시 기마궁수로 전환하는 것이다.
돈이야 좀 잃겠지만, 지금 아몬드에게 중요한 건 이 연승을 이어가서 최대한 빨리 S+랭크를 다는 것이니까.
해볼 만한 선택지다.
그래서 본투비가 지금 기마 궁수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면 다시 태어나려 했는데.
〔그거…… 해요?〕
대답이 이런 식이다.
〔아뇨. 하지 마세요.〕
첫 번째 방안을 바로 기각한다.
-ㅁㅊㅋㅋㅋ
-저 새끼 뭐라냨ㅋㅋ
-아오 ㅋㅋㅋ
-퉁퉁이 마렵누
‘어쩌지.’
아몬드는 다른 방안을 생각해 내야 했다.
지금 바로 기마 궁수가 될 수 있는 방안.
다그닥! 다그닥!
말을 달리는 아몬드의 눈에 아군 궁수 진영이 들어왔다.
그때 아몬드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저거다.’
처음 창병으로 소환됐을 적에 활을 주워서 쓰던 경험이 있다.
그 덕에 아몬드는 곧바로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활을 줍는다면?’
궁병들이 죽은 자리에 활이 떨어져 있다면 좋지만, 늘 그런 게 아니다. 게다가 아몬드는 지금 말에 올라타고 있지 않던가? 내려서 활을 주울 수도 없었다.
‘안 돼. 말에서 내렸다간…….’
왜인지 모르겠는데 아까부터 베테랑 기사가 죽어라 쫓아오고 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눈을 부라리며 이렇게 외친다.
“어이 겁쟁이! 도망만 갈 거면 다리 사이 물건은 떼놓고 가라! 필요 없어 보이니까! 내가 가져가주마!”
어설픈 번역투의 도발까지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샤르르에게 어떤 명령을 받은 모양이다.
-ㅁㅊ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날것의 도발;
-서양식 조크 ㅋㅋㅋ
“…….”
아몬드는 무시하고 다시 전방을 주시했으나.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한 번 갸웃하더니 다시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외친다.
“넌 무거워서 못 들걸!”
-???엌ㅋㅋ
-도발은 절대 못참는 아몬드
-치키챠ㄷㄷㄷ
-엌ㅋㅋㅋㅋ
-치키챠 못참지 ㅋㅋㅋㅋ
“……!?”
아몬드의 말을 알아들은 상대의 표정이 꽤 볼만해졌다.
아몬드는 그제야 마음 편하게 전방을 보면서 계속 말을 달렸다.
‘활이 보이긴 하는데.’
지금 말에서 내려서 활을 줍겠다는 건 자살행위다. 이 기세라면, 말에서 내리자마자 어깨 위가 허전해져 버릴 거다. 지금 저 기사는 개인적 원한 때문에라도 아몬드를 놓치지 않을 테니.
결국 아몬드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아야 되겠다.’
주울 시간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활을 던져주는 게 베스트였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아군 궁수들을 쭉 주시했다.
과연 누가 자신의 활을 선뜻 넘겨줄까?
본인도 게임을 하러 왔을 텐데. 무기를 넘겨줬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거다.
그런 걸 누가 해줄까?
지휘관의 명령 없인 불가능할 것이다.
〔본투비 님!〕
〔네!?〕
〔궁병 중 하나한테 명령하세요.〕
〔뭐, 뭐라구요!〕
〔저한테 활이랑 화살 넘기라구요.〕
〔예? 그런 걸 누가 들어요!? 그런 거 했다간 나중에 청문 받아요!〕
너무 이율배반적인 명령은 후에 지휘관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내 활을 남에게 넘기라는 명령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황당한 명령이긴 했다.
이러는 중에도 점점 궁병들은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들을 지나친다면 아몬드는 활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따라잡히겠어.’
베테랑 기사의 말이 내뿜는 콧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목을 쳐서 내 말 꼬리 장식으로 달아주마!”
기사는 아몬드를 겁주려는 건지 더 고함을 내질러댔다.
그가 기세등등해진 이유가 있다.
말의 속도 차이로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때, 궁병들 몇이 일어나며 활을 쏴댔다.
파바바방!
뒤쪽의 베테랑 기사를 노린 것이다.
척.
베테랑 기사는 방패로 상체를 완벽하게 가리면서 한 번의 지체 없이 내달렸다.
‘어?’
그 순간. 아몬드의 눈에 들어온 한 궁병의 아이디.
[궁병 – 호우두우]이상한 네이밍 센스를 가진 한국인 궁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연치곤 지나치다.
‘저격인가?’
그렇다. 저격이다.
적군으로 저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군으로 저격되는 경우도 있다.
아군인 채로 트롤을 해서 관심을 끈다거나, 스트리머를 괴롭히는 것이다.
혹은, 정말 스트리머를 좋아해서, 도와주기 위해 저격하는 충신인 경우도 있었다.
저 사람은 충신일까?
트롤일까?
아니면 저격조차 아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셋 중의 단 한 가지 선택지만이 지금의 아몬드를 살릴 수 있었다.
‘해야지.’
3분의 1 확률.
아몬드는 해볼 만하다고 여겼다.
여기선 이게 최선의 선택지였다.
척!
그는 정확히 손가락으로 ‘호우두우’를 가리켰다.
지휘관은 안타깝게도 아이디를 볼 수가 없으니. 이런 신호에 의지해야 했다.
이 또한 변수였다.
본투비가 이 손가락 방향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헛짚을까?
이 애매한 손가락질로는 저 뒤에 있는 궁수와 헷갈린다 해도 본투비를 탓할 수는 없으리라.
‘믿어보자.’
하지만 그간 게임을 수십 판 같이 한 그 경험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몬드는 더 분명하게 ‘호우두우’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사람!〕
〔예?!〕
〔저 사람! 검은 머리!〕
아몬드는 최소한의 인상착의를 설명했으나,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활─〕
──후웅!
쫓아오던 베테랑 기사가 자신의 투창을 내던진 탓이다.
쉭!
다행히 아몬드는 상체를 숙여 피했다.
그러나 본투비에게 말을 다 하지 못한 게 더 컸다.
‘이런.’
끝났다.
본투비에게 설명하다가 궁수들 옆을 지나쳐 버릴 거다, 라고 생각한 순간.
〔이해했어요!〕
피잉……!
본투비가 곧바로 클릭한다.
[궁병 – 호우두우]그는 정확히 호우두우를 찍었다.
그리고 정확한 명령을 전했다.
[아아몬드에게 활과 화살을 넘겨라.] [50G]이때, 아몬드는 호우두우를 지나치기 직전이었다.
거리가 10미터도 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아몬드는 손을 쭉 내밀며 호우두우에게 외쳤다.
“여기!!!”
둘의 눈이 마주쳤다.
찰나이지만, 긴장감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
-설마.
-ㅅㅂ 트롤이면 어쩌냐
-에반듯
-허
본투비는 제대로 명령을 전했으나, 저 사람이 트롤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니면 그냥 아몬드를 모른다 해도 소용이 없다.
오로지 한 가지 경우의 수만이 절실했다.
‘누구야. 대체. 왜 반응이…….’
그런데 호우두우의 반응이 늦다.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걸까?
아몬드가 입술을 잘근 씹는 순간.
타다닥!
호우두우가 갑자기 자기 앞의 바위로 뛰어 올라가더니 외친다.
“엄마아아!”
활과 화살통을 잡아 던진다.
“나 커서!!”
정확히 아몬드가 지나치는 길목으로 활과 화살통이 날았다.
“아몬드가 될래호우우우!!”
턱!
그것은 이내 빨려 들어가듯 아몬드의 손에 쥐여진다.
그는 충신이었다.
단지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렸을 뿐.
-!
-와!
-ㄷㄷㄷ
-!!!
-이게 된다고!?
해설진은 벌떡 일어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아몬드는 곧바로 상체를 틀어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이제…….’
화살촉 끝이 조준하는 곳은 죽어라 쫓아오고 있는 베테랑 기사의 목.
‘끝을 보자.’
파아앙──!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