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1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7화
47. 무적의 지휘관(2)
방플도 안 먹히고, 심리전도 안 먹히는 무적의 지휘관 본투비.
그는 심지어 이제 패궁러에 통달하여 극한의 속도로 2시대를 갈 수 있게 됐다.
무려 7초나 빠르게!
“아니, 이게 가능한 건가요!?”
킹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이에 김치워리어가 답한다.
“가능합니다! S+ 고수들은 이거보다 10초 더 빠른 사람도 제가 본 적이 있어요.”
“예!? 아니, 대체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겁니까!?”
그저 자원을 수급하고 건물을 짓는 일에 왜 이런 시간 차가 벌어질까?
고수가 아닌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일이다.
“일꾼 동선을 잡는다거나, 맵의 모양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어떤 건물에 일꾼 몇 마리를 투자해서 빨리 올릴지, 아니면 그냥 한 마리만 넣고 천천히 올리면서 자원을 얻을지. 얻는다면 어떤 자원을 얻을지. 금? 나무? 식량? 이런 모든 변수가…….”
치승의 설명이 너무 길어진다.
“한 줄로 요약하세요!”
“…….”
킹귤이 단호하게 요약을 요구했다.
“맵의 랜덤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선을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짜야 되죠.”
“그럼 맵 운빨이네요!?”
“……뭐, 그럴 수도 있죠.”
-또 운이야?ㅋㅋㅋ
-운빨ㅈ망겜ㅋ
-뭔놈의 전략 게임이 유닛도 운빨이여 맵도 운빨이냐곸ㅋㅋ
채팅에서 운빨 논란이 일자, 치승은 이렇게 일축했다.
“여러분. 어차피 안 하실 거면서 왜 그래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빌엠 고인물 다운 통찰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웃프네 ㅋㅋ
이러는 사이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으니. 적의 창병과 일꾼들이 슬슬 본투비 진영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외성고의 창병들이 뛰어옵니다! 본투비 진영으로요! 아직은 아몬드가 없거든요!?”
“창병이 꽤 되네요?”
“예! 총 넷이 본투비에게 옵니다!”
창병 넷이다.
이전에 AK47이 했던 창병 러쉬에선 창병이 셋이었으니, 그보다 하나 더 많은 것이다.
다만 시간이 다르다.
저번보다 적의 러쉬가 훨씬 느리다.
“그런데 이미 궁병 훈련소 거의 다 지어졌어요!?”
본투비는 이미 궁병 훈련소를 거의 다 지은 상태로 적을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아아! 본투비! 이런 거 이제 익숙해서 별로 놀라지도 않은 것 같죠!?”
본투비의 대처가 너무 빨랐다.
전 같았으면 어떡해야 좋을지 몰라 시간이 지체됐을 텐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본투비! 마을 회관에 일꾼 적절히 넣어주면서! 최소한의 자원 방어하고! 나머지는 쿨하게 포기합니다!?”
창병들이 비교적 멀리 떨어진 나무 자원 쪽을 공격하는데, 본투비는 그냥 나무 자원을 포기하고 일꾼을 보호한다.
“사람이 먼저다! 본투비!?”
-ㅁㅊㅋㅋ
-엌ㅋㅋ이제와서 인권 정책?!
-크으~
“일꾼을 살리고 나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합니다! 창병들은 나무 자원을 방해하긴 했는데! 뭔가 지금 기분이 나빠요!”
“그렇죠. 본투비는 이미 궁병 넷 정도는 뽑을 나무를 확보한 상태거든요. 조금 멀더라도 다른 나무로 일꾼들 보내면 어떻게든 보급이 되구요. 일꾼을 잃는 게 훨씬 뼈 아프죠. 아주 판단 좋습니다.”
“말씀드리는 중에!”
두둥.
첫 번째 궁병이 벌써 나타나 버린다.
[04:40]평소보다 무려 13초가량 단축된 시간에 아몬드가 나왔다.
“아아몬드! 개같이 부화아!”
-개같이 부화는 뭔뎈ㅋㅋ
-부활이 아니라 부화였엌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지금 창병이 다섯이고 아몬드는 혼자예요! 근데!”
아몬드가 나온 시점에 창병은 다섯이었다.
여기서 상대 지휘관의 실수가 밝혀지는데.
“창병들 거리 너무 먼 것 아닌가요!? 아몬드 이미 나왔는데……!”
킹귤도 상대의 실수를 눈치챈다.
“그러고 보니 왜 궁병 훈련소 앞에 대기 안 시켰죠!?”
궁병과 창병의 가장 큰 격차는 ‘사거리’이다.
창병 러쉬를 온다면 가장 먼저 점거해야 하는 건물이 궁병 훈련소이다.
“궁병 훈련소 봤다면! 그 앞에 대기 시켰으면 아몬드가 나오자마자 죽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 앞에 창병을 대기시켜놓으면 궁병들은 나오자마자 죽는다.
이때는 사실 일꾼을 잡는 거보다도 이 행위가 더 중요했다.
일꾼은 창병을 죽일 수 없지만, 궁병은 창병을 죽일 수 있으니까.
창병들은 궁병이 나오는 족족 계속 잡고, 참다못해 일꾼을 보내면 일꾼도 잡고.
일꾼이 안 오면 다시 일꾼을 견제하러 갔다가, 또 궁병을 뽑는 거 같으면 다시 훈련소 앞에 돌아온다.
창병의 숫자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이걸 반복해 준다. 이 프로세스가 기본적인 초반 창병 러쉬이다.
상대 궁병 훈련소를 발견했다면 반드시 밟아야 하는 과정이었는데, 스킵해 버렸다.
치승이 보기에 이건 해당 랭크 플레이어가 할 만한 실수가 아니었다.
‘이거 설마…… 방플하느라?’
방플. 즉, 방송을 보면서 플레이하면, 전략적으로는 매우 우위에 설 수 있지만. 피지컬은 본래 실력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자기 화면만 봐도 정신이 없는 게 RTS인데, 거기에 상대 화면까지 보면서 체크해야 하니까.
평소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고기도 먹던 놈이 먹는다고, 방플도 꽤 해본 놈들이 익숙하게 잘한다.
보아하니 외성고는 그런 게 익숙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원래 캡슐 유저인데 방플 하려고 데스크톱을 썼을 수도…….’
만약 원래 외성고가 캡슐을 사용하던 유저였다면, 방송 플레이를 위해 익숙지 않은 데스크톱을 사용해야만 했을 거다.
아마 본투비 정도는 그래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지만…….
성장한 본투비는 그리 녹록지 않은 상대였다.
이때 킹귤이 외친다.
“아몬드! 창병 사냥 나섭니다!”
아몬드가 창병을 사냥한다.
딱 맞는 표현이다.
거리가 충분히 벌어져 있는 상태라면, 아몬드 정도 되는 궁병은 창병이 한 소대가 달려와도 무섭지 않다.
──푸욱!
가장 선두로 달려오던 창병의 머리에 화살이 박힌다.
“쏘자마자 하나 죽습니다! 키야아! 언제봐도 진짜 통쾌합니다아!”
파앙!
팡!
화살 두 개가 더 날아가더니, 창병 둘이 더 쓰러진다.
“순식간에 셋이 쓰러집니다아!?”
뛰어가던 창병들은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듯 멈춰 버렸다.
“아아! 이거 기세에서 밀려요! 멈추면 안 됩니다! 계속 뛰어야죠!”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그냥 죽을 게 뻔한 곳으로 뛰어가라 명령하면 아무도 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몬드는 망설일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푸욱!
그사이 날아간 화살이 머뭇대던 창병의 이마를 뚫어버린다.
“하나 더 죽고! 이제 하나뿐! 지금 저 멀리서 셋 정도 더 오는데! 궁병도 하나 더 나왔습니다!?”
“혼자서도 순식간에 넷 때려잡았는데! 이제 궁병이 둘입니다!”
추가 병력이 도착한다고 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급소의 정중앙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쏘아대는 통에 창병의 숫자는 계속 줄었고, 궁병의 숫자는 계속 늘었다. 그리고 어느새…….
“아. 이제 창병이랑 궁병 숫자가 같습니다!?”
창병과 궁병의 숫자가 맞춰진다.
킹귤이 조심스레 묻는다.
“……이거 끝난 거 아닌가요?”
초반 러쉬를 감행했는데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 지휘관이 항복했습니다!]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래고래 외쳤다.
“쥐이이이이이쥐이이이!!!”
이 경기는 그리 긴박감이 있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지나치게 기뻐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와…….”
-ㅁㅊ
-ㄹㅇ 실화냐
-와 진짜 가네
“아아몬드! 드디어 A+로 승급합니다아아!!!”
-아아몬드 개같이 승급ㅋㅋㅋ
-아아몬드 아이디 진짜 웃음벨이네
-엌ㅋㅋㅋ와
-ㅊㅊㅊㅊㅊ
-축하!
승급.
아몬드와 본투비가 동시에 A+등급으로 승급하는 데 성공했다.
“와! 축하드립니다! 아몬드 님! 드디어 해방되셨군요!”
-아니 왜 본투비한텐 축하 안하냐곸ㅋㅋ
-너무하넼ㅋㅋ
-해방ㅋㅋㅋ
-속보) 견과류단 일동은 본투비 강점기에서 개같이 해방됐음을 알립니다!
* * *
털썩.
아몬드는 간만에 마음 편하게 필드 위로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잘 보지도 않을 하늘을 뭐 이리 잘 구현해 놨는지, 맑고 화창한 날씨다.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두 글자.
[승리]파란 하늘 위에 구름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저 글자를 보며, 아몬드는 나지막이 감탄했다.
“……와.”
계산을 심각하게 착각한 게 아니라면, 이제 A+로 올라간 것이다.
-ㅊㅊㅊㅊㅊ
-축하해요 ㅠㅠㅠ
-와 ㅠㅠ
-진짜 하네
-전승 A+ 실화냐!?
채팅창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마구 올라가고 있었고.
[현재 시청자 3.1만]시청자도 엄청난 숫자를 계속 유지 중이었다.
난트전 우승 후에나 유치할 수 있었던 3만이라는 숫자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아무래도 아몬드가 본투비라는 짐을 짊어지고 S+로 등반한다는 컨셉이 꽤나 잘 먹힌 것 같다.
이 3만이 앞으로도 계속 고정 시청자로 남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다음 컨텐츠에서나 알 수 있을 테지만.
아몬드는 일단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아. 1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라그 님. 5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가지 님. 루비 님 30만 원 감사합니다.”
빠바밤!
빠바바바밤!
수많은 후원 세례가 이어졌다.
-입꼬리 승천ㅋㅋㅋ
-키야 본투비랑 듀오 할 만하네 ㅋㅋㅋ
-본투비: 호오? 버티는가? 시급 “100배”
-와 다 만단위야 ㄷㄷ
-돈 좀 쓰는 분들이 아몬드 취향인가;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사회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많아서, 후원금이 꽤 세게 들어오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양궁 유망주에서 좌절을 딛고 일어났다는 스토리 같은 게 연령대 높은 매스컴을 타고 소개됐었기 때문이고.
양궁 선수라고 하면 어른들은 대체로 좋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일 터다.
한마디로 스타트가 좋은 스트리머다.
이 스타트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상현과 주혁, 지아, 그리고 여러 조력자들 덕이겠지만 말이다.
슝.
매치가 종료되고, 아몬드는 다시 로비로 소환됐다.
로비라고 하면 중세의 술집 컨셉을 하고 있는 그 공간이다.
“와아아! 아아몬드 님!? 어느새 이렇게나 강해지셨어요!!”
요정 따앙코옹이 빙그르르 돌며 깜짝 놀란다. 처음 신입 용병 아아몬드를 무시하던 선술집의 용병들도 그를 멍하니 쳐다본다.
A+라는 랭크는 더 이상 그가 단순한 용병이 아님을 말해준다.
“……출세했구만. 출세했어.”
“이봐. 눈 꼬라지 조심해. 이젠 귀족이야.”
“이야…… 초고속 승진이네.”
독한 에일을 들이마시며 용병들이 부러움 섞인 눈빛을 보낸다.
“아아몬드 님! 이젠 기사로서의 칭호를 받게 됐어요! 저 버러지 술주정뱅이들에게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 다니라고 명령해도 된다구요!!”
-ㅁㅊㅋㅋㅋㅋ
-요정쉑ㅋㅋㅋ 왜 지가 신났냨ㅋㅋ
-따앙코옹 매콤하네
아몬드의 요정 따앙코옹은 용병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진짜 교육’을 요구했으나.
아몬드는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저들은 그냥 연출을 위한 NPC들일 뿐이다.
“어. 따앙코옹. 그건 네가 좀 해줘.”
“예!?”
놀라는 척하지만 따앙코옹의 입꼬리는 씰룩대고 있었다.
“저, 저한테 귀족의 권한을…….”
“응.”
“으허어으…… 너, 너무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난 잠시 어디 갔다 올게.”
“옙!”
아몬드는 마지막으로 본투비를 만나려고 한다.
그는 포탈로 발을 들이민다.
너머에선 ‘자, 내 앞에 1열로 집합!’이라고 외치는 따앙코옹의 목소리가 옅게 들려오고.
세상이 잠시 암전했다.
* * *
킹귤과 김치워리어, 그리고 본투비까지 이미 디스월드에 와 있었다.
“와! 아몬드 님! 진짜 축하드립니다아!”
킹귤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의 손을 부여잡으며 축하를 건넸다.
-누가보면 우승한줄 ㅋㅋㅋ
-본투비랑 손절할 수 있어서 축하드립니다!
-아니 저 프로펠러 언제 빼냐고 ㅋㅋㅋ
“아, 예.”
아몬드는 웃으며 그에게 화답한 후. 본투비에게 시선을 돌린다.
킹귤과의 인사도 인사지만, 킹귤은 앞으로 계속 볼 것 아닌가?
반면 본투비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게 신경 쓰였다.
그래도 그간 게임을 같이 하면서 꽤 정이 들어버렸는데 말이다.
아몬드는 그쪽으로 가서 먼저 말을 걸었다.
“본투비 님. 수고하셨어요. 오늘 첫 번째 게임 때 진짜…….”
아몬드는 첫 번째 게임 때 정확하게 호우두우를 짚어줘서 정말 신기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 일에 관해서 뭐라도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었다.
그간 게임을 계속 같이 해왔다만, 그때야말로 뭔가 이 사람과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팀워크가 완벽하게 맞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을 느꼈었다.
항상 홀로 싸워야 하는 스포츠를 해왔고, 회사에서도 외딴섬에 놓여 있던 아몬드.
그에겐 이런 경험이 인상이 깊게 남았다.
“……본투비 님?”
그런데 그게 아몬드만 그랬던 건 아닌 모양이다.
“아, 아 죄송해요. 이제 못 본다고 하니까…….”
본투비, 그는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흘러나온 눈물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