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2화
15. 나 홀로 1등(4)
[30초 후 블루존이 줄어듭니다.]아몬드는 미니맵을 확인한다.
파란 원이 쳐져 있는 곳이 앞으로 안전한 곳이다.
“운이 없군.”
블루존은 한 번도 아몬드에게 유리하게 와주질 않았다. 아몬드는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블루존을 피해서 움직여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아몬드야 한탄스러워했으나, 시청자들에겐 재밌는 상황이었다.
-운이 없군ㅋㅋㅋ
-아몬드 : 운이 없군. 시청자 : 운이 좋군.
-ㅋㅋㅋㅋ꼬시네 그-언방진 아몬드 쉑.
-??? : 실력이 좋으니 운이라도 없어야지
블루존이 계속 먼 곳으로 이동하면 짜증 날 법도 한데, 재밌어하는 시청자들이 상당수였다.
아몬드가 계속 움직여줘야, 화려한 액션 플레이를 구경할 수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1등 상금에 돈을 얹어놓은 사람들은 더 간절하게 운이 안 좋길 빌었다.
-제발…… 블루존의 신이시여…….
-지져스, 붓다, 알라님! 제 5만 원을 지켜주세요!
-아, 저격수님 제발 아몬드의 머리를 날려주세요.
아예 노골적으로 아몬드가 죽으라고 굿을 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저격수…….’
적 중에 저격수가 하나 있다.
확실히 신경 쓰인다.
이 게임을 잘 모르는 아몬드가 보기에도, 저격수의 존재는 위협적이었다.
블루존이 점점 줄어들면 그나마 낫겠지만. 아직까진 허락된 공간이 꽤 넓다.
아마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쏴 죽일 수 있을 거다.
‘셋이 같은 팀일까?’
만약 남은 세 명이 전부 같은 스쿼드라면, 솔직히 아몬드에게 승산은 없어 보였다.
저격수가 엄호한 채로, 나머지 둘이 달려들면 어쩔 텐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야, 이제 한 명 남았다.”
“먼저 둘이 나가서 정찰하고, 내가 엄호 볼게!”
대놓고 크게 떠들면서 다가오는 적들의 목소리.
“하…….”
말을 대강 들어봐도 셋이 같은 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남은 4명 중 3명이 한 팀이고 아몬드만 고독한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망했다.
-와, 신이시여
-3 대 1이야?
-4명 남았을 때 3 대 1이라니 진짜 개헬이다.
-지옥이다 ㅋㅋㅋㅋ
지옥.
이보다 현재 아몬드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 같았다.
‘운이 없군.’
운이 없다는 표현은 사실 맞지 않았다.
이 타이밍에 스쿼드 셋이 살아남아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서 살아남은 아몬드가 이상한 케이스다.
그가 운이 없음을 탓하려면, 시작부터 스쿼드 매칭을 돌린 부분을 탓해야 한다.
터벅? 터벅?
적들이 조금씩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이제 수색할 장소가 몇 개 남지도 않았으니, 슬슬 아몬드가 어디 있는지 눈치챌 것이다.
터벅──
계속해서 근처로 오던 적들은 갑자기 멈춰 선다.
“여기까지.”
그중 하나가 딱 부러지게 그리 말하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블루존이 우리 편이다. 어차피 이 길목을 지날 수밖에 없어.”
“그래. 여기서 나오면 걍 쏘면 되겠네.”
불운이 겹치고 겹쳤다.
블루존은 아몬드에게 불리하게 좁혀질 예정이었고, 적들은 그걸 이용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
[블루존이 줄어듭니다.]쿠웅──
블루존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함께 아몬드의 심장도 격하게 뛰었다.
‘1등이 코앞인데…….’
이번 움직임에 따라, 1등이 되느냐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4등으로 마무리 짓느냐.
결판이 날 것이다.
‘첫판에 솔쿼드 우승’
이 타이틀로 끝맺을지.
‘첫판인데 꽤 잘하네.’
정도로 끝날지.
이는 천지 차이다.
슈퍼스타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잘하는 선수 정도로 기억되느냐는, 보통 이런 길목에서 결정난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활약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콰득.
상현이 이를 갈았다.
그의 안에 잠자고 있던 승부사의 기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활로 1위를 차지하는 거야.’
그는 옆에 걸린 미션금을 슬쩍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킹덤에서 활을 쏘던 것과는 마음가짐이 완전 다르다.
이건 경쟁이니까.
타인에게 증명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활 실력을.
‘일단 앞에 놈들부터.’
지금 저 앞에서 블루존에 쫓겨 올 아몬드를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
저들부터 치워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저들은 아몬드의 위치를 아직 보지 못했다.
‘방심하고 있어. 내가 블루존에 쫓길 거고, 자기들은 셋이니까.’
상대는 셋, 그리고 등 뒤에는 블루존이 치고 들어온다. 상대가 방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아몬드에겐 그들의 방심이 유일한 기회라는 것.
꿀꺽.
그는 벨트에서 조용히 진통제를 꺼내 섭취했다.
“여기 아닌가? 블루존 거의 다 왔는데.”
“여기 밖에 없어. 기다려 봐.”
그들의 말대로 블루존이 상당히 근접한 상태다. 이제 슬슬 등의 솜털이 블루존의 영향을 받아 곤두설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몬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블루존에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동하세요!]치지지직──
체력이 빠른 속도로 깎이기 시작했다.
진통제를 먹었기에 고통은 거의 없었고, 체력이 덜 깎여나갔다.
‘조금만 더.’
아몬드는 이를 악물며 조금 더 버티기로 한다.
“뭐야…… 설마 오면서 놓친 건가?”
“그럴 리가.”
오래 버틸 생각은 없다.
적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 딱 그 정도로 버티면 될 것이다.
“하…… 제길. 뒤쪽인가 봐.”
그 둘이 잠시 뒤쪽으로 신경을 주는 그 순간.
“뒤쪽? 그럴 리──”
──피잉!
바람이 가르는 소리와 함께 뒤로 돌아선 자의 목덜미에 화살이 꽂혔다.
푹!
목젖 앞으로 튀어나와 버린 날 선 화살촉.
“커거걱!”
그는 피를 뿜어내며,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미친, 어디…….”
그사이, 한 번 더 화살이 날아와 심장을 관통해 버린다.
“……켁!”
[아몬드 → lmfao07] [기절하였습니다!]아몬드의 모든 판단과 결단은, 그 둘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더 정확했다.
“어, 어디야!?”
투두두두둥?
당황한 동료는 대충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찾아, 총을 난사했다.
아무렇게나 도탄이라도 맞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요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조준한 방향엔 이미 아몬드가 없었다.
푸욱!
요행을 바란 대가는 컸다.
머리에 화살이 꽂혔다.
이전 전투에서 이미 망가졌던 방탄 헬멧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고.
[아몬드 → 덕현쓰] [처치하였습니다!] [3/100]그는 허무하리만치 간단하게 쓰러졌다.
그제야 블루존을 벗어나 뛰어 들어온 아몬드.
‘겨우 살았다……!’
체력은 10% 남짓 남은 상태였다.
그는 시체 근처로 다가가 파밍을 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고, 다른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한 명이 보고 있어.’
다른 한 명이 분명 더 있는데. 동료 둘이 당하는 와중에도 아직 총소리도 내지 않았다. 침착한 놈이다. 아마 킬 로그에서 자주 보이던 저격수일 거다.
‘내가 안 보이는 각도에 있다는 거겠지?’
아몬드가 보였는데도 쏘지 않았을 리는 없다.
현재 각이 안 나오고 있다.
‘어디가 사각지대일지 대충 알겠다.’
아몬드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떠올리며, 저격수의 사각지대를 그려봤다.
그 안으로만 돌아다니면, 일단 저격당하진 않을 것이다.
[블루존이 줄어듭니다.]맵을 보니, 역시나 아몬드가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블루존의 맨 끝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니 당연했다.
그는 마지막 의약품을 사용하고, 체력을 100%로 채운 뒤 슬그머니 앞으로 나아갔다.
‘어디 있으려나…….’
저격수가 위치를 옮겼을까? 아니면 기다리고 있을까?
알 수 없다.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
그런데 그때.
그는 뭔가를 깨달았다.
‘움직이고 있어?’
기절해 있었던 적이 마구 기어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왜지? 치료받으려고?’
저격수가 직접 움직일 수는 없으니, 본인이 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저자는 자연스럽게 동료의 위치를 알려주게 될 것이다.
아몬드도 자세를 숙여 납작 엎드린 뒤.
멀찍이서 몰래 포복하며 다가갔다.
‘잠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격수가 저놈을 치료해 줄 시간이 없을 텐데?’
1 대 1 대치 상황에서 동료를 치료해 준다?
배틀 라지에서 동료를 다시 일으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
그건 자살행위다.
아무리 낮은 레이팅이어도 그걸 서로 모를 리가 없다.
‘나한테 위치가 들킬 걸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움직일 이유가 없잖아.’
팀전은 어차피 동료 중 하나가 우승하면 그만이다.
1 대 1이지만, 여전히 저격수가 훨씬 유리하다. 블루존의 방향 때문이다.
굳이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움직이고 있을까?
결론은 하나다.
‘속임수!’
아몬드가 속아서 자신을 따라오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
천천히 따라가는 아몬드를 그저 조준해서 쏘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 아몬드는 그의 속임수를 역이용하고자 했다.
‘경로가 보이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
따라가는 걸 멈추고, 되려 기어가는 상대의 경로를 조준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성과는 블루존이 다시 등을 살살 간지럽힐 때쯤 나타났다.
“!”
아주 미세하게 상대가 보였다.
기다란 수풀들 사이, 방탄 헬멧이 빛에 살짝 반사된 것이 보였다.
‘저쪽은 모르나?’
상대는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모른다.
빨리 행동해야 했다.
엎드린 채로 활시위를 당겨야 했다.
‘어쩌지?’
그건 불가능했다. 사람의 팔 구조상 엎드려서 활을 당길 수는 없다.
‘별수 없다.’
그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아예 드러눕기로 한 것이다.
-엥? 왜 갑자기 배 보이면서 누움?
-고양이들이 하는 거자너, 이거
-아몬드는 아가야…… 배를 만져줘야 해
-뭐지? 걍 포기?ㅋㅋㅋ
당연한 말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동작 전까진.
아몬드는 발로 활대를 밀고, 양손으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기리릭──
손으로 당길 때보다 훨씬 더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
-헉ㅋㅋㅋㅋ
-나 이거 중국영화에서 본 적 있음ㅋㅋㅋ
-아니, 미친 서커스냐고
-??? : 너 같은 건 발로 해도 이겨!
-ㄹㅇ 발로 쏴도 이기낰ㅋㅋ
어떻게 보면 다소 도발적인 행위이나, 아몬드의 입장에선 너무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적이 자신을 보지 못하게 자세를 낮춰서 쏘는 방법은 이거뿐이니까.
다만…….
‘이게…… 될까?’
이게 과연 제대로 맞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어차피 하나.
‘무조건 맞힌다.’
맞춰서 상대를 죽이는 것.
그가 복근에 힘을 잔뜩 주며, 홀딩 자세로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흐읍!”
──릴리즈(Release) 한다.
파아앙!
할시위의 튕김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
적도 눈치를 채고, 얼른 아몬드 쪽의 방향으로 총구를 옮겼으나.
퍽!
화살이 먼저였다.
화살은 그의 방탄을 뚫고 들어가 명중해 버렸다.
“……컥!”
대체 어디서 쏜 건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적은 얼른 엄폐물 뒤로 숨어버렸는데.
그게 실수였다.
피유웅??
그가 안심하고 치료하는 동안 쏘아진 추가 사격.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화살은 엄폐물을 가볍게 넘어 또다시 정수리에 안착했다.
푸욱!
“컥!”
직선상의 각만 주지 않으면 살 것이라 여겼던 게 패착이었다.
상대는 총이 아니라 활이라는 것을 망각한 거다.
[아몬드 → 토린도루] [처치하였습니다!] [1/100]털썩…….
무참히 쓰러진 적의 시체.
두둥……!
우렁찬 북소리가 울리면서, 그토록 기다리던 문장이 떠올랐다.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