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9화
48. 세간의 평가(2)
희철의 연인은 팔짝 뛰며 물었다.
“그러면 좋은 거잖아?”
그렇게나 괜찮아 보이는 인재를 찾았다는 건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나 희철의 표정은 시종일관 좋지 못했다.
「내년에 할 것 같아」
내년에 우승할 것 같다는 말이 희철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녀의 시선이 희철의 복부로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내년을 바라보지도 못하는 걸까?
오해가 더 커지기 전에 희철이 답했다.
“그 사람이 내년에도 계속해 줄지 모르니까.”
“아…… 그렇구나.”
연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람도 건강이 좋지 못하다고 했던 것 같아. 맞지?”
“그래.”
그녀도 아몬드의 컨디션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그 일에 대해 희철과 함께 고민했었으니까.
아몬드는 여러모로 희철과 닮은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다만, 시빌 엠파이어에 대한 애정은 다를 것이다.
그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이다.
내년까지 이걸 해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들 어떤가?
‘우승은 애초에 목표가 아니었잖아.’
희철의 연인은 본래의 목표를 상기한다.
“자기야. 아쉬워 말아. 우승은 원래 말도 안 되는 거였고…… 본선 진출해서 8강까지만 올라가 보는 게 목표였잖아?”
희철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마저도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하는 목표이니까.
달성한다면 나름 위대한 업적이 되리라.
혹은 위대한 업적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우승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하나 희철은 아쉬움을 떨칠 수 없는 모양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 같으니 더 아쉬워.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도…… 1년까진 아니더라도 6개월 정도만…….”
물론 희철도 들어서 알고 있다.
저 사람이 스트리머를 시작한 지가 6개월이 채 안 됐다는 걸.
그전엔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라, 이쪽 세계와는 연관이 없었다는 걸.
지금 그냥 불가능한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아쉬우니.
“차라리 몰랐다면 나았을걸…… 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연인의 물음에 희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는 배시시 웃는다.
“그럴 순 없지. 그렇게까지 바보가 될 순 없지.”
연인이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래.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인 거야. 우승은 아니더라도. 난 본선만 넘어가더라도 정말 좋아서 울지도 몰라.”
“……그래. 그렇지.”
희철은 미소 지었지만, 입가에 미약하게 남은 쓴맛은 미처 지우지 못했다.
“일단은 그냥 지금 할 일에만 집중해보자. 저 사람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어떻게 가르칠 건지 정해야지. 이러고 있다간 본선도 못 가.”
“……그래.”
* * *
A+ 승급 이후.
본투비와 헤어진 상현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게 됐다.
[김치워리어: 스크림은 좀 있다 오후 7시에 시작합니다. 잠시 쉬시고 뵐게요.]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상현의 눈이 상단의 시계로 향한다.
‘7시면…….’
지금 5시다.
저녁 식사 정도를 해결하고 오면 딱 맞을 것 같다.
[로그아웃]쉬이이익…….
그의 맞춤형 캡슐이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열린다.
상현은 상체를 일으켜 두리번거렸다.
캡슐이 열리면 항상 그를 맞이해 주던 사람이 없었다.
“아직 안 왔구나.”
주혁이는 시상식 준비로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지아랑 옷을 사러 간다고도 했으니 저녁 식사까지는 하고 올 수도 있다.
“음.”
상현은 머리를 긁적인다.
어딘가 곤란한 눈빛이다.
‘뭐 먹지.’
저녁 식사는 항상 주혁이 준비해 줬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는 매니저 일 외에도 여러모로 상현의 삶 일부를 도맡아주었던 것 같다.
잠시 후.
오드득. 오드득.
아니나 다를까, 상현은 언제 꺼냈는지 찬장에서 아몬드를 꺼내 먹고 있다.
아마 본인도 본인이 언제 꺼냈는지 모를 것이다.
오드드득. 오드득.
고소한 내음이 입안에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한 손으로는 아몬드를 입에 털어 넣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려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다.
“?”
어딘가 자세가 불편하다.
“아.”
그는 자신의 머리를 한 번 툭, 치더니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왜 굳이 식탁에 앉아서 아몬드를 먹어야 하는가?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먹고 커뮤니티는 컴퓨터로 보면 될 텐데.
그간 주혁과 계속 식탁에 앉아서 먹던 게 버릇이 된 모양이다.
탁.
컴퓨터 책상 위에 아몬드를 쌓아둔 그릇을 올려둔 채.
[엠불]커뮤니티로 들어간다.
‘본투비 반응 괜찮으려나.’
아몬드는 본투비가 신경 쓰인다.
그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서? 아니면 그간 플레이해왔던 정 때문에?
글쎄…… 알 수는 없지만 여튼 간에 신경이 쓰인다. 아, 물론 그렇다고 계속 본투비랑 게임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욕을 먹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
그런데, 상현은 의외의 반응들에 깜짝 놀라버렸다.
본투비의 빠른 패궁러를 칭찬하는 글은 물론이오, 본투비를 심지어는 찬양하는 글들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엠불의 이슈글이 이거다.
7위) 본투비 갑자기 호감이라 생각하면 개같이 추천 ㅋㅋㅋ
밑도 끝도 없이 본투비가 호감이면 추천을 달라는 요구에 이슈글 7위까지 도달할 추천 수를 얻은 것이다.
뒤이어서 본투비로 검색을 해보니 이런 글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본투비는 어쩌면 이날을 위해 B로 살아온 게 아닐까?] [본투비는 아아몬드를 기다리던 것일 뿐. 사실 S+급 실력임]이런 말로 시작해서…….
[본투비는 사실 영국 왕실 딸임. 아몬드랑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와서 시빌엠 개못해버린 거임.] [본투비는 사실 미국 대통령임. 핵전쟁을 막기 위해 핵유저인 아몬드랑 게임하는 거임.]등등.
말도 안 되는 근거와 가설을 들이밀며 본투비를 띄워주고 있었다.
‘뭐지…….’
이쯤 되니 상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처음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 보이는 글들은 장난 같았다.
왤까? 왜 갑자기 본투비를 부자연스러울 만치 띄워주는 걸까?
커뮤니티에서 갑자기 언더독을 띄워준다면 다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첫째로는 단순히 재미 요소이다.
한동안 빌런인 것처럼 그려지던 인물을 재평가랍시고 억지로 추켜세우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요소는 사실 별로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조크니까. 그냥 웃고 떠들면 끝날 일이니.
다만 두 번째 요소가 쟁점인데.
‘뭔가 다른 목적이…….’
이제 커뮤니티 경험치가 좀 쌓인 상현은 몇 분 이내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거구나.’
바로 ‘끌어내리기’이다.
[이로써 B는 A와 동급임이 증명 됐누ㅋㅋㅋ] [A새끼들 이제 숨죽이고 살겠네 ㅋㅋ] [날빌 쓰면 개나 소나 가는 게 A였네~~]본투비를 추켜세워 주는 게 아니라, 사실 B랭크 자체를 추켜세우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A랭크들을 깎아내린다. 즉, 끌어내린다.
커뮤니티 유저들 대부분은 A보다 낮은 랭크를 갖고 있으니 A랭크의 명예를 최대한 더럽혀서 B와 별 차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본투비는 이런 일에 이용당할 뿐이었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슈글도 생겼다.
10위) B >>>> A, A+ 이제 인정?
15위) 갓투비 님 등장 후. ABC = 브실골
‘참…….’
상현은 헷갈렸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본투비가 일단 욕은 안 먹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는 있지만.
가슴 한구석이 어딘가 불편했다.
‘오늘 잘했는데.’
본투비의 진짜 노력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았을 뻔했다.
하지만 어디 커뮤니티라는 게 언제는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던가?
상현은 이만 커뮤니티 창을 닫는다.
아몬드를 하도 먹었더니, 배가 차오르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의 시선이 거실의 소파로 향했다.
“으음…… 잠이나 한숨 자자.”
본투비만큼이나 속 편한 인간 중 하나인 상현은 아까의 걱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잠이 들어버렸다.
* * *
한편, 본투비에 대한 장난 섞인 칭찬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곳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저격러들이 모인 단톡방이다.
[날빌심판자: ……이게 뭔지?] [날빌심판자: 수단 방법 안 가리느니 뭐니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튀어 나가서 그냥 지고 온다구요?] [모래숟가락: ㅋㅋㅋㅋㅋㅋㅋㄹㅇ 뭔 수단 방법을 안 가린 거야 대체??ㅋㅋㅋㅋ] [외성고: ……하.] [모래숟가락: 말 좀 해보셈. 제대로 한 거 맞음?] [외성고: 니가 좀 해보던가 새끼야.] [무지무지성: 어허. 말조심하세요.]외성고는 이성을 잃었는지 말이 점점 거칠어졌다.
[외성고: 아니, 저 새끼는 여기 왜 들어왔음? 그냥 시비 털려고 왔나본데. 랭크는 어디냐?] [무지무지성: 이러시면 강퇴할 수밖에 없습니다.]이어 사람들은 설명을 요구했다.
[호날(빌)두: 외성고님. 어떤 시도를 했는데 뭐가 안됐다. 이런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님?] [날빌심판자: 맞다고 봅니다. 소명 의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래숟가락: 방플 한 거 아님? 패궁러만 쓰는 놈 상대로?ㅋㅋㅋㅋ] [호날(빌)두: 설마 ㅋㅋ]멤버들의 독촉에 외성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별수 없이 메시지를 썼다.
[외성고: ……예. 방플했는데.]모두가 잠시 메시지를 멈췄다.
모래숟가락을 제외하고.
[모래숟가락: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래숟가락: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 이왜진] [모래숟가락: 아니 패궁러만 하는 놈한테 웬 방플ㅋㅋㅋㅋ]이에 외성고가 억울하다는 듯 덧붙인다.
무지무지성이 말려보려 했으나, 잘되지 않는다.
[호날(빌)두: 아니 날빌심판자님 말해보셈. 방플심판자는 안함?ㅋㅋㅋㅋㅋ 대체 논리구조가 어케 된거?] [날빌심판자: 일단 진정하시죠. 악을 벌하기 위해 더 큰 악을 행하는 것은 늘 있던 일……] [날빌심판자: 하나 그 악이 악인에게만 행해질 때에는 후에 깊이 반성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래숟가락: 와 컨셉 지리넼ㅋㅋㅋㅋㅋㅋ] [호날(빌)두: ㅈㄹ을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빌심판자: 말씀들이 심하네요.]이때, 날빌심판자는 뭔가 낯선 닉네임의 유저에게 묻는다.
[날빌심판자: 근데 호날두님? 언제부터 있었죠? 예전엔 말 안 하신 것 같은데.] [날빌심판자: 첨부터있었나요? 엠불에서도 못 본 거 같은데]호날두가 처음부터 톡방에 있던 멤버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처음엔 닉네임을 바꾼 건가 긴가민가했으나, 확인해 보니 아예 새로 들어온 사람이다.
[무지무지성: 저 사람 우리 한동안 톡 안 할 때 들어온 사람입니다.]호날두는 AK47의 모욕적인 패배 이후, 톡방이 비활성화됐을 때 들어왔다고 한다.
[날빌심판자: 그래요? 여기 비번 안 걸렸던가요?] [무지무지성: 비번이 아니라 방제를 알아야 들어옵니다. 비번 걸어놓으면 너무 안 들어와서……]이 방은 기본적으로 극단주의자 성향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번 사건에서야 아몬드 저격을 도맡아 했을 뿐.
본래는 누군가가 계속 들어와 주길 기다리는 흔한 오픈 단톡방일 뿐이다. 그러니 비밀번호까지 걸어놓진 않았다.
방제를 알아내는 게 조금 어려울 뿐이다.
[날빌심판자: 호날두님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방제 찾는 것도 쉽진 않을 텐데.]날빌심판자가 호날두에게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호날(빌)두: 저 방제 검색해서 왔죠.] [날빌심판자: 뭔지 알아야 검색을 하죠?] [호날(빌)두: 저도 관계자거든요. 당연히 알죠.] [날빌심판자: 관계자? 무슨 관계자요?]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무지무지성:??] [외성고: 뭔데?] [무지무지성: 기다려 보셈. 메시지 안 읽은 걸 수도]잠시 후.
드디어 호날두가 메시지를 읽었다.
그 후 이어진 말에 단톡방 멤버들은 모두 할 말을 잃는다.
[호날(빌)두: 아몬드 매니저다. 이 새끼들아.]아몬드 매니저?
이 말이 바로 이해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무지무지성: ???] [외성고: ……?] [샤르르: ?]채팅으로 반응한 건 단 두 명뿐.
[날빌심판자: 아 씨발] [모래숟가락: ㅁㅊ……]찰칵.
주혁은 마지막 캡처를 찍으며 메시지를 입력했다.
[호날(빌)두: 자, 알았으면 다들 개같이 해산!]정적은 한순간이었고,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날빌심판자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샤르르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외성고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모래숟가락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무지무지성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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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건 주혁 혼자였으나.
상관없었다.
이미 다 캡처해 뒀으니까.
[아몬드 본투비 승급전 마지막 판 방플이었음 (증거 있음)]이런 글이 엠불에 올라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