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2화
50. 궁수라며(1)
희철은 마른 몸을 최대한 책상으로 끌어당겨,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아몬드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스슥. 슥.
동시에 손은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구나. 어디에 쓰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임무가 어울리겠구나. 등등…….
수많은 상상을 곁들인 그림과 글자들.
텅 비었던 종이가 빼곡해질 무렵. 어느새 밤이 왔다.
희철은 캡슐로 들어갔다.
[시빌 엠파이어]늘 켜는 익숙한 게임을 켠 뒤.
자신의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크림 시작 30분 전]무려 220명의 인원들에게 뿌려진 메시지.
잠시 기다리자, 순식간에 200명의 병사들과 3명의 지휘관이 다 모여들었다.
[김치워리어: 관전 준비 끝났습니다.]싱크탱크 팀 역시 관전 준비를 끝냈다.
희철은 오늘 스크림에 처음 참여하는 신참 하나를 눈여겨 찾아본다.
‘왔군.’
[아아몬드]아몬드 역시 제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희철은 단상 위로 올라가서 말했다.
“곧 잉글랜드 팀과 스크림이 시작된다. 평소 하던 대로 잘하도록.”
* * *
킹귤이 질문을 던졌다.
이제 곧 국가대항전 첫 번째 스크림이니까,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아. 김치워리어 님. 저흰 국가대항전 스크림이 처음이잖아요?. 각각 문명 특성을 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잉글랜드랑 조선이요.”
“아. 예. 일단 잉글랜드 문명부터 보겠습니다. 앵글로 색슨족의 통합된 나라로서…….”
“아니, 그건 됐고!”
킹귤이 역사 얘기에 진절머리를 내며 바로 잘라낸다.
이 역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실시간 편집ㅋㅋㅋ
-가차없네 ㄷㄷ
-이게…… 프로?
탕!
그가 책상을 내려치며 묻는다.
“조선에 거북선 나와요 안 나와요!?”
“나, 나옵니다.”
“척호갑사 나와요 안 나와요!”
“나…… 나오죠.”
딱!
킹귤이 손가락을 튕기며 승낙한다.
“오케이!”
-일제식 질문 ㅋㅋㅋㅋ
-국뽕 치사량 대기 중
-질문이 아니라 심문인데?
-해석: 국뽕 나와요 안 나와요?
-뭐가 오케인데 ㅋㅋㅋ
“좋습니다. 이런 것만 말해달라구요.”
“아…….”
김치워리어는 시빌엠에 대한 애정을 다 드러낼 수 없음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필요한 말만 하기로 협의를 봤다.
“좋습니다. 김치 님. 조선 문명의 팩션……?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요?”
“예. 팩션이라합니다. 팩션은 대충 특징이나 그 문명 특유의 능력, 이런 거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예. 조선의 팩션이 별로 좋지 않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거 그냥 국대팀의 남 탓입니까? 아님 진짜인가요?”
킹귤의 날카로운 질문에 김치워리어는 당혹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너무 철학적인 질문인데요.”
“남 탓인 걸로 하겠─”
“아아 잠시만요.
“뭐죠?”
“저, 저희가 백날 말해봐야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까…….”
그는 뭔가를 창에 띄워본다.
일본어로 된 SNS 창이었다.
“이건 일본 팀의 멤버의 게시물인데요. 한번 보세요.”
그가 통역 어플을 돌리자,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서 떴다.
[조선 문명은 이 호타루 님도 가끔 해보지만 다루기가 너무 까다롭다랄까? 제작사는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잠재력이라는 녀석은 잠만 쿨쿨 자고 있는 게 명확합니다wwwww 조선의 고증을 너무 잘해버렸달까?wwww 아 조크입니다. 조크.]“……저 w는 뭔가요?”
“일본의 ㅋㅋㅋ입니다.”
“아.”
-“이 호타루 님도……” ㅁㅊㅋㅋㅋㅋ
-번역 무엇 ㅋㅋㅋㅋ
-말투 ㅅㅂ 거북선 마렵네
찬찬히 읽어보던 킹귤이 요약한다.
“요약하자면…… 일본이 경악하고! 세계가 놀란 조선 팩션의 성능!? 이란 거네요.”
“그렇죠. 워딩에 비해 좀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요.”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그게 또 그렇게 되누ㅋㅋㅋㅋㅋㅋ
-아몬드: 합격! 너 내 편집자가 돼라!
일본이 인정할 정도면 조선 문명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일본인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히 좋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럼 장점부터 말씀해 주시는 게 빠르겠습니다.”
“예. 잘 풀렸을 경우엔 3시대 후반부부터 상당하긴 해요. 화력 조선이라는 말 있잖습니까? 활 만들기 기술과 화약 문명이 합쳐지는 3시대 후반기는 그야말로 전성기입니다.”
“근데 가기가 힘들군요?”
“예. 자원 채취 능률이 떨어지는 문명 중 하나라서요.”
“예? 그건 너무 치명적인데. 왜죠?”
“그건 설명하려면 너무 긴데요…… 게임 내에서 기회가 되면 설명 보태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단점을 대표적인 걸로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자원 능률 떨어지는 것 외에요.”
“아 딱 한 가지 예를 들어드리자면, 조선 문명의 초반 팩션 중에 ‘죽창’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 예.”
“국가대항전에선 무기를 떨어뜨리거나 파괴돼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무기 제작도 비싸구요. 특히 조선은 자원이 귀중하니까 더 비싸죠.”
“예. 그래서요?”
“그때 조선 문명은 ‘죽창’을 업그레이드해 놓으면 무기가 없을 때 한해서 죽창을 1회 쓸 수 있습니다. 1회라는 건 죽창이 파괴될 때까지요. 물론 죽창이니 파괴 잘 됩니다.”
“아……! 그러니까 무기가 현장에서 파괴되거나 떨어져도 죽창을 바로 꺼낼 수 있다?”
“예.”
“죽창 대미지가 뭐 한 3만쯤 되나요?”
“아니죠.”
“그럼 개구려 보이는데요?”
-엌ㅋㅋㅋ
-ㄹㅇ……
-이것이 프로의 분석?!
-ㅋㅋㅋㅋㅋㅋ
“예, 맞아요. 매우 구린 팩션이라 돈이 아까워 업그레이드를 안 합니다.”
“허…… 그런데 말입니다?”
킹귤은 아직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혹시 다른 문명도 다 이런데 징징대는 거 아닐까요? 다른 문명은 동시대에 어떤 팩션을 쓸까요? 우리는 그것을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말투 뭔데 킹귤아 ㅋㅋ
-그것이 알고 싶어지는 말투 ㅋㅋㅋ
-진지한 목소리로 징징대는 거 아닐까요? ㅇㅈㄹㅋㅋ
김치워리어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설명을 해줬다.
“아, 예. 오늘 상대하는 잉글랜드 같은 경우엔 동시대 팩션 중에 ‘데인의 방패’라고 불리는 게 있습니다. 1시대부터 방패를 생산할 수 있죠.”
“예?!”
이 게임을 꽤 해본 킹귤은 방패의 효용성을 잘 안다.
1시대부터 그런 걸 들고 싸운다면 너무 유리해진다.
심지어 값도 싸다.
“예. 이게 엄청 싸서 거의 대부분의 병사가 방패를 들고 싸울 수 있습니다.”
“말 안 되는데…….”
“예. 심지어 1시대 때 생산한 방패를 3시대까지 쓸 때도 많습니다. 효율이 너무 좋아서요.”
-ㄷㄷㄷ
-와 ㅋㅋㅋ
-너무하네
-근데 솔직히 대영제국이었는데 ㅋㅋ 이 정도 예우는 해줘야지 ㅋㅋ
-주모! 오늘은 들어가!
그 뒤로도 둘은 오늘 잉글랜드와의 전투에서 알아야 할 관전 포인트들 이야기했고.
게임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 * *
한편, 낯선 무리 틈에 끼어 서 있던 아몬드.
오늘 국가대항전 포맷은 난생처음인데.
‘별 설명이 없네.’
저번에 쿠키가 직접 와서 알려준 기본적인 것들 제외하고는 별 설명이 없었다.
아몬드는 옆에 선 동료들을 바라봤다. 가지각색으로 생긴 사람들이 서로 떠들고 있다.
“잉글랜드면 제이드릴인가 걔가 있던가?”
“어. 거기서 걔가 좀 치지.”
“장궁병이 존나 스트레스야. 솔직히 너프 시급.”
아몬드는 저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데 끼고 싶어 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끼지 않는 거랑 끼지 못하는 거는 다르다.
-새학기 같누 ㅋㅋㅋ
-곧 학년이 바뀐 후 나의 모습……
-개강 5분 후. 아싸의 모습……ㅋㅋㅋ
시청자들이 약간 뻘줌해하는 아몬드를 보며 ‘새학기’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히 딱 그 느낌이긴 했다. 나이대도 얼추 비슷해 보이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지만. 막상 아는 사람은 없고 저들끼리 떠들고 있는 모습.
쿠키마저도 아몬드에 눈길을 주지 않으니, 별걱정을 다 하게 된다.
‘이래서는 말 타고 싸울 수나 있나. 아니…… 활도 못 받을지도 몰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니 뭔가 허전한 기분.
‘쩝.’
난트전 때 멤버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간다.
아몬드는 본래 남들의 관심이니 뭐니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지만. 난트전 때 받았던 관심과 스트리머로서 살아가며 받아온 관심들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변하는 걸까.’
서른을 앞에 둔 상황이라 이런 생각도 든다.
유망주 소년 유상현을 아성이 한 번 변하게 했듯이, 스트리머 아몬드 역시 아성의 유 대리를 변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0초 후 시작]10초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아몬드는 최대한 머릿속을 비워냈다.
‘정신 잡아야지.’
지금 중요한 건 오로지 하나.
이 스크림에서 조금이나마 국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국대로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10]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어서 어느새 드넓은 초원이다.
뒤에는 마을회관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9] [8].
.
.
[1]마침내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띠이이이이!
귀청 떨어지는 듯한 버저가 울리면서.
게임이 시작됐다.
* * *
“자, 게임 시작했습니다!”
킹귤이 시작과 동시에 외쳤다.
“자,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국가대항전 포맷입니다!”
“예. 지금까지 봐오셨던 기본전과 많이 다릅니다. 문명별 특색이 있고, 200명의 플레이어가 한 번에 소환되어서 진행됩니다.”
국가대항전에 대한 설명을 보지 않고 지금부터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걸 다시 짚어주는 것이다.
“예! 그렇죠! 200명이 처음부터 소환되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인데. 이게 사실 옛날 역사 전투를 생각하면 더 현실적이죠?”
“그렇죠. 그때그때 사람을 뽑는다는 게 더 이상한 거긴 합니다.”
“근데 이 200명이 처음부터 뭐 하나요? 그냥 본진만 지키고 어슬렁거리진 않을 거 아니에요?”
“예. 물론입니다. 처음부터 200명의 병력을 공격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보통 무리를 지어서 정찰을 시킵니다.”
여기까지 설명한 시점에 맵상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청자들과 아몬드야 이 국가대항전이 처음이라지만, 여기 플레이어들은 아니다.
이들은 시작과 동시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킹귤이 다급하게 해설로 따라잡는다.
“아, 이걸 말씀 안 드렸네요! 12시가 조선! 6시가 잉글랜드입니다! 양쪽 다 200명의 병사들이 흩어지면서 정찰을 시작합니다!”
각각 200의 병사들이 분주히 흩어지며 정찰을 시작했다.
“와. 그리고 맵이 진짜 넓어요? 장난 아닌데요?”
맵이 상당히 넓어 이 인원으로도 아마 조금 시간이 걸릴 터다.
치승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래서 빠른 정찰이 중요합니다. 자원은 어디에 있는지, 사냥할 만한 동물들은 어디에 있는지 지리부터 익혀야 전투에도 유리하거든요.”
“이야. 이거 진짜 전쟁 같습니다?”
-ㄹㅇ
-존잼이다 ㅋㅋㅋ
-와 나도 해보고싶다
실제 전쟁의 요소를 담은 구성에 중세 전쟁에 로망이 있는 시청자들이 좋아라 했다.
와중에 킹귤은 옵저버가 비춰주는 화면을 따라 눈을 휙휙 굴렸는데.
“스케일이 커서 좋긴 한데, 아아몬드가 어딨는지 알기 어렵네요.”
아몬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김치워리어는 괜찮다며 고개를 젓는다.
“예. 어렵죠. 지금 알아봐야 딱히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활약할 만한 게 없거든요.”
여기서 아아몬드는 200명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활약에 따라 그 비중이 올라갈 수도 있으나. 이제 정찰을 나서는 현재로선 힘들다.
“일단 조선은 맵의 3분의 1을 밝혔군요. 잉글랜드는 좀 느려요. 조선 병사들이 잉글랜드 영역까지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거 왜죠?”
“정찰 전략 차이입니다. 잉글랜드는 10명씩 정찰조를 짰고, 조선은 5명씩 짰어요. 그러니까 효율이 차이납니다. 하지만 전투에서도 효율 차이가 나겠죠.”
“아~ 그렇군요? 정찰은 조선이 훨씬 빠르겠지만, 정찰 병력끼리 마주치면 잉글랜드가 유리하…….”
이때 킹귤의 말이 급해진다.
“그런데 이거 병력들끼리 마주치겠어요!?”
흩어졌던 정찰 병력들 중, 가장 먼저 적과 만날 것 같은 자들이 있다.
슈우욱.
옵저버가 그쪽으로 줌인한다.
저들끼리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방향을 봐서는 무조건 만나게 될 터다.
“어?”
그런데, 방송의 신이 돕는 걸까?
킹귤이 누군가를 발견한다.
“여기 아아몬드가 있습니다!”
곧 싸우게 될 무리 중에 아몬드가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