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3화
50. 궁수라며(2)
아몬드는 국가대항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채로 참가했다.
사실 여기 있는 플레이어 전부가 엄청난 프로급 레벨의 실력자들인 걸 감안하면, 그가 여기서 활약할 방법 같은 건 없어 보였다.
‘몽둥이…….’
그의 손에 쥐어진 건 몽둥이라는 무기 같지도 무기 하나뿐.
물론 이건 모든 병력이 동일했다. 이제부터 무기 제작소를 만들고 창이나 도끼 등을 만들어내기 전까진 전부 몽둥이를 들고 싸운다.
‘그리고 이건 천갑옷인가.’
무기는 몽둥이고 방어구는 천을 몇 겹씩 덧대어 만든 천 갑옷이다.
방어력이 거의 없겠으나, 그냥 맞는 거보단 나은 수준이겠지.
‘빨리 무기랑 갑옷을 받아야 하는데…….’
누구부터 아이템을 공급해 줄지는 몰라도, 아몬드는 자신의 순번이 그리 빠를 것 같진 않다고 느꼈다.
일단 여기서만큼은 신참이니까.
뭔가 활약을 보여줘야 무기를 먼저 받을 텐데. 무기가 없으니 활약하기 힘들다.
[정찰]피잉!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정찰.
공을 세우긴 힘든 임무였다.
‘이런.’
사실 모든 병사들에게도 비슷한 명령이 떨어졌다만 아몬드가 그걸 알 리는 없었다. 누군가는 싸우러 갔겠지 생각할 뿐이다.
자신은 어찌 됐든 국가대항전 초보니까, 이런 처사에 불만은 없었다.
‘첫판부터 욕심낼 순 없지. 일단 배워보자.’
이어서 부대 지정이 이뤄졌다.
[5인 부대 지정]혼자 정찰을 가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또 다른 4명의 동료들과 그룹으로 지정됐다. 다들 눈인사 정도는 나눴으나, 별다른 말이 없다.
아, 하나가 이런 말을 꺼내기는 했다.
“아. 이분이 그 새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끊어버렸지만 말이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작전 관련된 것 외에.”
그의 머리 위에 ‘리더’를 나타내는 표식이 떠 있다. 아이디는 [팡어]였다.
“아, 예…….”
-와 살벌하네
-하기야 쓸데없이 친해져서 뭐하누
-이런건 예상 못했네;
-아이디는 팡어인 주제에 무게 잡누
잡담은 기본적으로 금지된 모양이다. 그래서 그간 아무도 아몬드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일까?
하기야 축구 국가대표전에서 선수들끼리 잡담을 하며 나란히 필드에서 뛰는 걸 상상하긴 힘들었다.
오고 가는 말은 반드시 이 게임 내 작전과 관련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출발.”
리더의 명령에 따라 정찰을 나섰다.
그들 외에도 모든 병사들이 5명씩 짝을 지어 흩어지고 있었다.
앞서가던 리더, 팡어가 정찰 작전을 설명해 준다.
“적도 정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몇 명으로 묶어서 다닐지는 모른다. 우리보다 숫자가 많다면, 우린 도망친다.”
“예!”
정찰대는 그의 판단에 토를 달지 않았다.
아몬드 역시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머리에 박아둔다.
“숫자가 많으면 도망친다…….”
까먹지 않게 스스로 소리내어 중얼거리는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째 불안하다 ㅋㅋ
-얘 왜 갑자기 남의 말 듣기 시작함? 불길한데
-견^2이 팀플레이라는 게 됩니까?
사실 지금껏 아몬드가 팀 플레이를 통해서 뭔가 보여준 적이 없으니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난트전 우승했는데 뭘
-릴에선 나름 합이 잘 맞았는데??
-피자빵이랑 매점누나랑도 합 잘맞았음^^
이럴 때마다 릴 난트전을 예시로 드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실 난트전에서 요구하는 팀플레이와 이런 조직력 싸움에서 요구하는 팀플레이는 많이 느낌이 달랐다.
릴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임이고, 여긴 판단을 지휘관에게 일부 위임하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나한테 더 최적이지.’
사실 릴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판단을 아몬드가 잘했던 건 아니다.
아몬드 본인은 이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만.
시청자들은 그 속내를 알 수도 없고, 아몬드도 현재 채팅을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 관련 주제가 불타올랐다.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미필 새끼들 싹 다 쳐내!
-어휴 미필 쉑들……ㅋㅋㅋ
시빌엠이 아무래도 좀 군대 같은 느낌을 주다 보니 결국 미필 군필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채팅방에서 군대, 대학 서열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피곤해지게 마련인데.
-방장도 미필인뎈ㅋㅋㅋ
-여기 여자들도 많은데 미필 다 쳐내면 ㅅㅂ 니가 타노스냐?
-아몬드 방종 하라는거?ㅋㅋㅋ
-방종 리액션 하라는 거잖아~~
스트리머 본인이 미필인 아몬드의 방 특성상 미필 비하는 전혀 먹히지 않는 곳이므로, 이 논란은 다행히 금세 사그라들었다.
‘어.’
사부작──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팀원들의 것이 아니었다.
턱.
가장 앞서가던 리더, 팡어가 멈춰섰다. 그리고 아몬드도 거의 동시에 멈춰 섰다. 근소한 차이였다.
‘뭐야.’
팡어는 뒤로 곁눈질을 하며 아몬드를 관찰했다.
‘……이걸 들었나?’
신참은 궁병 전투 쪽으로 특화된 자라고 들었는데. 보통 전투에 특화된 자들이 감각 수치까지 좋진 않았다.
그런데 감각에 특화된 자신 못지않게 반응이 빨랐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냥 반응 속도가 빨라서 날 보고 멈춘 건가.’
팡어는 아마 자신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한 것이리라 여겼다.
아몬드가 반응 속도가 좋다는 건, 플레이 영상 몇 개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그의 시선은 다시 앞을 향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빠르게 오고 있군.’
팡어는 주먹을 치켜 올리며 자세를 낮춘다. 수풀 사이로 상체까지 스며들게 하여 은신한다.
“근처에 적이다.”
-오. 뭐야 사플 지리네
-역시 국가대항전이라 다른가
-캬 간지
시청자들은 그제야 적이 근처에 도달했음을 깨닫고 한마디씩 나눈다. 일반인들 기준에선 아직도 적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팡어는 정확한 루트까지 예상한다.
“나무를 돌아서 나올 거다.”
피잉.
그는 리더 권한으로 어떤 나무에 핑을 찍으며 말해준다.
-아니 저렇게 정확하게 안다고?
-감각 무엇……
-진짠가?
그의 감각은 진짜였다.
터벅. 터벅.
적은 나무를 끼고 돌면서 하나씩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진짜 영국인들
-진짜 국가 대결 같누
-오
잉글랜드 팀은 마치 정말 중세인들처럼 수염을 붙이고 최대한 사나워 보이는 분장을 하고 있었다.
“넷이다.”
나무를 끼고 돌아 나오는 자들의 숫자는 넷이었다.
팡어도 넷이라는 걸 확인했고, 아몬드도 확인했다.
‘넷?’
이때 아몬드는 머릿속에서 아까 들은 명령을 되새겼다.
‘우리 숫자가 더 적으면…… 도망친다.’
아군의 숫자가 더 적으면 도망친다 했다.
‘그럼 적의 숫자가 더 적으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상황이 반대이니 이쪽에서 뛰어들어야 한다.
릴에서도 그렇듯이 대부분의 게임에선 공격 타이밍을 놓치면 큰 손해로 이어진다.
타악──
그걸 알기에 아몬드는 곧장 발을 박차며 뛰어나갔다.
휘이잉……!
바람과 수풀 소리로 귀가 먹먹해지고, 주변이 흐릿해질 정도로 미친듯이 뛰었다.
“!”
잉글랜드인들이 놀라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언뜻 들린다만.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아몬드가 몽둥이를 들어 올린다.
‘됐다.
이때 아몬드는 생각했다. 한 놈을 여기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그렇게 되면 저쪽은 순식간에 셋이 되고, 우린 다섯이니 완전히 승기를 잡는다.
──뻐어억!
* * *
“지금 마주쳤습니다! 잉글랜드는 10명씩 짝을 지은 반면에 조선은 5명씩 짝을 지었거든요!?”
킹귤의 목소리에 긴박감이 베어 있다.
첫째로는 아몬드가 적 정찰대를 마주쳤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들의 낚시 전략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10명인데요! 마치 자기들이 4명씩 짝지은 거처럼 앞에만 먼저 보여줍니다!? 이거 낚이면 안 돼요!”
심해 아귀 같은 교활한 전략이다.
정찰대치고는 상당히 많은 인원인 10명을 배분했으나.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시간 차를 두고 4명을 앞으로 보낸 것이다.
이는 적들이 보통은 5명씩 정찰을 시킨다는 것을 고려한 전략이며.
“이건 잉글랜드 쪽의 길잡이가 감각이 더 예민해서 먼저 파악했네요.”
적 정찰대 중에 감각이 상당히 예민한 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적이 근처라는 걸 알고 이렇게 미끼를 드리울 수 있다.
“아아아악! 아몬드!?”
이내, 킹귤이 비명을 지른다.
아몬드가 달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ㅋㅋㅋ
-상남자 특) 일단 달려감
-ㅁㅊㅋㅋㅋㅋ 개쩌넼ㅋㅋ
시청자들은 신이 났으나, 킹귤은 걱정이 앞섰다.
“이, 이거 아몬드! 갑자기 먼저 튀어 나가서 달렸어요!”
“…….”
김치워리어는 할 말을 잃는다.
그는 여기에 아몬드를 데려온 책임으로 치면 지분이 거의 대주주급이다.
아몬드가 실수하면 그가 실수하는 것과 같았다.
‘이, 이건…….’
빠른 판단과 저돌성.
이건 아몬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좋다 나쁘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김치워리어도 이런 점을 높게 사서 데려오긴 했다.
‘분명 원래 이런 사람이지…….’
그러니 중요한 건 결과다.
결과가 좋으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 나쁘면 급발진 사고.
이게 냉혹한 승부의 세계였다.
‘제발…….’
이런 세계가 익숙지 않은 자들은 얼어붙어 동사하기도 하지만, 아몬드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겐 동네 마실 나가듯 익숙한 세계다.
뻐어억!
그의 몽둥이가 선두에 있던 잉글랜드 병사 머리를 정확히 후려친다.
‘됐다!’
“쳤어요!!!”
김치워리어가 벌떡 일어난다.
일단 기습적으로 적 하나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주, 죽인 걸까요!?”
“아뇨! 몽둥이라 한 번에는 못 죽이죠! 그래도 잠시 기절 판정 정도는 받은 것 같습니다!”
날붙이로 급소를 찌르면 보너스 대미지가 극대화돼서 상대를 한 방에도 죽일 수 있지만 몽둥이는 그래 봐야 몽둥이다.
기절 판정 정도가 최선인데, 아몬드가 그걸 받아냈다.
어찌 됐든 전투를 못한다는 건 똑같으니, 공격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다.
스스슥!
뒤에 숨었던 잉글랜드 병사 여섯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 * *
아몬드가 가장 먼저 반응하는 바람에, 그와 함께 있던 정찰대 넷은 당황했다.
“뭐, 뭐야! 쫓아가!”
팡어는 나머지 부하들에게 급하게 명령을 내리며 쫓았다.
‘처음 맞아?’
그는 가장 앞서가는 아몬드의 등을 보며 의아해했다.
아무리 솔로 랭크에서 날고 기는 자들이 오더라도, 처음이란 게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두려운 것이다. 국가대항전이라는 무게감에 눌려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
본인이 마음대로 나섰다가 패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두 부류다.
‘……미쳤거나, 천재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뻐어억!
앞서나간 아몬드가 잉글랜드 병사 하나를 때려눕히는 장면을 보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머리가 훤히 노출되는 저런 각도로 들어가서 상대 머리만 쏙 쳐버린다는 건.
국가대항전 첫 스크림 첫 전투 판단이 저런 식이라는 건.
미친 사람인데 천재인 사람만 할 수 있다.
“적이 기절했다!”
어쨌든 넷 중 하나가 기절했다.
이 유리한 상황을 그냥 넘길 팡어가 아니다.
타다다닥!
그는 죽어라 달려 옆에서 아몬드를 노리려는 병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타앙!
몽둥이와 몽둥이가 몇 번 부딪히고, 뻐억!
결국 팡어가 급소를 먼저 치는 데 성공한다.
“둘 눕혔…….”
넷 중 둘을 눕혔으니 끝이다 생각한 순간. 감각이 예민한 팡어는 곧바로 느꼈다.
‘아.’
이거 함정이다.
스스슥.
수풀 다수가 바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는 곧바로 고함을 내질렀다.
“함정이다아!”
그러나 이미 늦었다.
퍼버벅!
사방에서 몽둥이찜질 소리가 들려왔다.
아몬드와 팡어가 얻어맞는 소리다.
“그냥 들어갑니다!”
“걍 싸워!”
“우리 으으악! 우리가 둘 치웠으니까! 5 대 8이야! 할 만해!”
먼저 깔끔하게 둘을 눕히고 시작해서 그나마 전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진 않았다.
그냥 싸워야 했다. 여기서 멈추는 게 훨씬 큰 손해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퍼버버버벅……!
몽둥이가 일으키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아 젠장!”
“아! 씨……!”
어디선가 단말마의 비명도 들려온다.
야만 시대의 몽둥이 싸움은 날붙이를 들고 하는 싸움과는 다르게 싸움이 꽤 길어진다.
그러다가 기절하는 자가 한둘씩 나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끝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지금 싸움은 규모 차이에 비해서 그리 빨리 끝날 것 같진 않았다.
퍼어억!
퍼억!
숫자가 작은 쪽이 의외로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몬드가 벌써 연이어 셋을 기절시켜 버렸다.
“?”
그는 몽둥이 따위로 신들린 듯 전투를 펼치는 아몬드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궁수라며?’
-미친 이걸 다잡아??ㅋㅋㅋ
-물리(물리)
-뭔 몽둥이로 저리 잘 싸우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