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4화
51. 집중(1)
잉글랜드 병사들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이쪽이 낚시를 했고, 적은 미끼를 물었다.
특히 한 놈이 아주 침을 질질 흘리며 뛰어와 줬다.
“뭔데 저거!”
“때려죽여!”
그런데, 그 미끼를 문 물고기가 너무 세다. 낚싯줄 채로 끌려가게 생겼다.
심지어 어찌나 날쌘지 아무리 때리려 해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안 맞는다.
“아, 안 돼! 안 맞아!”
“뭐!?”
“왜 안 맞아!”
뜻대로 되질 않았다.
아몬드는 특유의 상체를 꺾는 모션만으로 가까이 서서 휘두르는 몽둥이쯤은 다 피해버렸으니까.
‘검보다 쉽네.’
아몬드가 몽둥이 싸움에서 유리한 이유는 간단했다.
검이나 창을 쓰는 싸움은 기술적인 숙련도가 동반되지만, 몽둥이는 그렇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몽둥이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데 숙련자 따위는 없었다. 모두에게 평등했다.
롱소드 검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사에겐 검을 맞대는 순간 영문도 모른 채 불리해졌지만, 몽둥이전만큼은 순수하게 피지컬전.
후웅!
휙!
“또 피해!?”
“이런……!”
그러니 잉글랜드 입장에선 아무리 해보려 해도 뭐가 안되는 것이다.
반면 아몬드가 때리는 몽둥이는?
퍼억!
전광석화처럼 상대를 기절시킨다.
‘이제 넷…….’
아몬드는 이제 넷을 때려눕혔다.
이러면 적들 중 거의 절반을 무력화한 것이니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털썩.
마지막 잉글랜드 병사가 쓰러진다.
지금 이 공간에 두 발로 서 있는 존재는 딱 둘뿐이다.
[팡어] [아아몬드]5 대 10으로 싸웠는데 5 쪽에서 둘이나 살아남은 것이다.
탁.
팡어가 아몬드의 등을 치며 지나간다.
“나이스.”
-오오오
-칭찬받았다ㅋㅋㅋ
-???: 나이스…… 라고 해주셨다…….
“이제 기절한 놈들 하나씩 보냅시다. 이렇게 급소를 세게 몇 번 후려치면 돼요. 한 방에 안 죽을 수도 있으니까. 동시에.”
“예.”
그들은 뻗어 있는 잉글랜드 병사들을 하나씩 쳐가면서 없애버렸다.
기절한 채로 그냥 냅두면 결국 언젠가 살아난다. 이걸 확실히 죽여야 잉글랜드 문명에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 * *
킹귤이 침을 튀며 외쳤다.
“아니! 다섯이서 10명을 잡았어요!! 심지어 두 명은 살았습니다!? 이, 이게 뭔가요!”
10 대 5로 싸웠는데 결과는 5 쪽에서 둘이 살았으니. 흥분할 법하다.
-ㄹㅇ 이걸 다 잡는다고?
-와
-잉글랜드한테 입금했냐?ㅋㅋㅋ
시청자들도 싸움에 놀라는 듯한 반응이었으며, 김치워리어 역시 인정한다.
“이건 꽤 기분 좋네요.”
킹귤이 그를 더 재촉하듯이 묻는다.
“아니, 김치워리어 님 이게 흔한 일입니까?”
“아뇨. 당연히 몽둥이 전투에선 숫자가 깡패인데…… 가끔 피지컬 엄청난 부류들이 껴 있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엔 그 피지컬 엄청난 부류가 역시…….”
“아몬드였죠!?”
“예. 팡어 님은 제가 알기로 감각형에 가깝고 아몬드 님이 피지컬 포지션으로 정찰대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아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정찰조를 짜는 건가요?”
“예. 어느 정도는요.”
“아…….”
“근데 제 생각엔 감각 쪽은 잉글랜드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 정찰대가 근처에 몇이 있다는 걸 먼저 알고 이런 함정을 준비했으니까요.”
“아니, 그걸 다 발소리 정도로만 캐치한다구요?”
“게임에선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분들은 다 S+의 고인물들이니까요. S+ 안에서도 또 실력 차가 나는데 그중에서도 탑인 사람들입니다.”
가상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혹은 느낄 수 있는 감각 수치도 사람마다 다른데.
이 수치에만 특화된 자들의 가상 공간에서의 감각은 상당하다.
보통 시빌 엠파이어에선 이들을 ‘길잡이’로 구성해 정찰에서의 위험을 확연히 덜어줬다.
S+ 중에서도 탑급의 길잡이들은 방금 잉글랜드와 같은 플레이도 해낼 수 있었다.
“이야. 하기야 그렇겠죠? 국가 내 아마추어 중 탑들이 오는 거니까요! 혹시 S+ 안에서도 계급 구분법이 있나요? 제가 하던 릴에선 있었거든요?”
“음…… 공식적인 건 당연히 없고. 저희들끼리 편의상 S+++, S++ 등으로 나누는데. 이걸 별(+)이 2개다 3개다 해서 쓰리스타 투스타 이렇게 부릅니다.”
“아. 원스타 투스타…… PTSD 오는 방식이네요.”
“아. 군대 때문에요?”
“네. 하기야. SSS급 이렇게 부르긴 좀…….”
-ㅋㅋㅋ군필식 계급ㅋㅋㅋ
-SSS급 이러면 자살마렵긴하지 ㅋㅋㅋ
-엌ㅋㅋㅋ
“그럼 방금 잉글랜드에서 감각을 담당하던 길잡이는 아무래도 3스타라고 봐야 할까요?”
“예. 그 정도 되어 보이네요. 팡어가 2스타거든요. 감각이 상당한 선수 같습니다.”
“오오. 그런데! 그럼 뭐 합니까!?”
“예?”
킹귤이 갑자기 카메라로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미리 들으면 모하냐고오~~ 다 패 죽이면 그만이야~~~!”
-ㅁㅊㅋㅋㅋㅋ
-진짜 광기;
-카메라 프레임이 모자라네 얼굴 크기 보소ㅋㅋ
-깜작이야ㄷㄷ
“자, 어찌 됐든 아몬드 정찰조의 선전으로 조선이 조금…… 아.”
킹귤이 말하다 만 이유.
그건 다른 정찰조는 사정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깐만요! 지금 인구 표 왜 이래요!”
[잉글랜드] [179/200] [조선] [112/200]-ㄴㅇㄱ
-ㄹㅇ??
-헐
“지금 리플레이가 나오네요.”
리플레이에선 앞서 아몬드가 속았던 그 속임수가 재생되고 있다.
4명 보내고 6명이 달려드는 그 술수.
마치 다시 보듯이 똑같았다. 대상만 아몬드와 팡어가 아닐 뿐이다.
“아…… 잉글랜드가 감각이 더 좋았던 게 아니라…… 이거 아예 다 미리 짜고 왔나 본데요!?”
잉글랜드는 전 구역에서 이런 짓을 했던 것이다.
애초에 10명씩 정찰조를 짰던 것도 이걸 위해 했던 일이다.
“아. 이걸 다른 정찰조도 꽤 당했는데. 아몬드네처럼 전투를 이긴 정찰조는 40개 정찰조 중에 딱 한 군데밖에 없네요?”
“예…… 이걸 당해낼 순 없죠.”
“이야! 살벌합니다! 국가대항전!”
킹귤은 오히려 흥미진진해하는 것 같았으나, 김치워리어는 머리가 아파왔다.
‘뭐지.’
저들의 전술이 잘 먹혀서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왜 저런 잘 먹히는 전술을 지금 보여주는지 의문인 것이다.
지금은 연습 경기 아닌가?
‘스크림에서 뭐 하는 짓이야? 이 정도 전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냐?’
상대를 완벽하게 저격하는 전술을 연습 게임에서 미리 보여주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래서는 그냥 전략 노출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오늘 스크림은 외부로 공개돼서 다른 팀도 다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쿠키와 싱크탱크 팀이 협의했던 내용도 ‘최대한 평범하게, 그렇지만 데이터는 쌓이게’였다.
허를 찌르는 특이한 전술을 쓰지 않으면서 전투는 자주 일으켜 최대한 병사들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모으는 것이다.
‘아니면 일부러 노출시키는 게 목적인가?’
잉글랜드는 애초에 이 전략을 노출시키는 게 목적일 수도 있겠다.
이 전략을 노출시킴으로써 실전에선 상대가 어떻게 대비책을 쓸지 예상하고 그 대비책에 대한 카운터를 따로 준비해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건 너무 노골적인데.’
첫 스크림부터 이런식의 심리전을 건다는 건 노골적이다. 금세 읽혀 버린다.
어쩌면 두 번 꼬아서 너무 뻔하다고 생각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이 뒤집어지는 터에 치승의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미 이렇게 생각이 길어지는 것부터가 상대의 심리전에 말려드는 것일 수도 있다.
“……치 님!? 김치 님!”
잠시 먹먹하게 안 들려오던 킹귤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김치님!”
“아, 예.”
“아니! 저는 무슨 로그아웃되신 줄 알았잖아요.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뭐야. 시간이 지났나?’
치승은 시계를 봤다.
말도 안 한 채로 한 3분을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다.
“아…… 죄,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이…….”
그는 지도를 슥 살펴봤다.
“잉글랜드가 정찰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이제 여기에 초소를 짓고 영역을 계속 넓히려 할 겁니다.”
치승이 지도 위에 가상의 선을 쭈욱 그었다.
조선 쪽의 땅은 매우 비율이 적었다.
“이거 불리한가요?”
“한 3 대 7 정도로 불리하죠.”
“아…….”
땅의 크기만큼 불리해지는 게임이다.
잉글랜드가 영역을 확보하려 하면서, 상황은 점점 빠르게 가팔라졌다.
“이게 그 악명 높은 방패! 나오기 시작했어요!”
자원 차이가 벌어진다.
잉글랜드 병사 대부분이 방패로 무장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턴 조선이 잉글랜드를 전면전으로 이길 수는 없었다.
“방패병들이 이런 영역 수비에 특화되어 있어요. 방패를 일렬로 놓고 방패벽을 만들어 밀어내는 것도 엄청 압박이구요.”
어떤 지역을 옵저버가 비춰주는데.
그곳에 잉글랜드 병사들이 방패벽을 세운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방패벽 사이사이로는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창병들이 있으니, 근접무기만 들고 정면으로 이들을 뚫어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비에 굉장히 특화된 팩션이고, 공격에서도 다른 팩션에 밀리지 않으니 진짜 좋은 팩션이죠.”
“아니, 근데 쿠키는 여기서 싸우라고 명령하네요?”
우아아아아!
그 방패벽을 보고서도 조선의 병사들은 달려나갔다.
‘이건 데이터를 위한 거지.’
치승은 쿠키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전투를 최대한 많이 전개해서 어떤 상황에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기 위함이다.
상대가 방패를 들었다고 싸워보지 않는다면, 이런 싸움에서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알기가 힘들다.
-뭐냐 ㅡㅡ?
-걍 꼬라박네
-이게 국내 1위 지휘관???
-헐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성공을 위해선 수많은 실패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는 하더라도 체감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소수만이 성공한다.
“아! 저, 전투 망했는데요!? 그나마 10명은 데려간 것 같은데! 이거 너무 피해가 큰 거 아닐까요!?”
치승은 말을 아꼈다. 어찌 됐든 그건 쿠키의 생각이고, 대중들은 다르게 받아들이니까.
킹귤은 와중에 계속 한탄한다.
“아……! 아아아!! 제, 제가 죽는 것 같습니다아!”
“…….”
“아!아악! 대한 독립 만세에에!”
킹귤이 만세 삼창을 마칠 때 즈음에야 모든 조선 병사들이 죽었다.
방패벽의 1/3 정도가 허물어진 시점이었다.
치승은 그래도 방패벽이 1/3 정도 무너졌다는 거에 의의를 뒀다.
‘이 전력 차를 여기까지?’
확실히 국대팀의 피지컬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됐다.
이번 대회를 왜 쿠키가 최대 기회라고 여기는지 알 것 같다.
거친 땅에서 자란 식물이 뿌리를 깊게 내리듯이, 조선의 불리한 팩션은 병사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점점 병사들이 강해지다가 결국 팩션의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가 될 시점이 올 텐데.
그게 올해부터라는 게 쿠키의 생각이다.
놀랍게도 킹귤도 비슷한 말을 한다.
“김치 님! 솔직히 제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병사들 싸우는 건 우리가 더 잘하는 거 같은데! 여기서 활이 나오면 좀 낫습니까?!”
치승은 내심 놀랐다.
킹귤은 역시 프로 중의 프로인 해설자였다. 이걸 간파할 줄이야.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일까?
“아, 예. 활이 나오면…… 낫긴 한데.”
“낫긴 한데?”
“잉글랜드는 또 장궁병이란 게 나오는데. 이게 3시대 각궁이 나오기 전까진 사실 이 게임 내 최대 사거리입니다.”
“……아.”
-ㅁㅊ
-너무하네
-ㅅㅂ 안 해! 안 한다고!
-이래서 안 하는구낰ㅋㅋ
-ㅠㅠㅠ진짜 헬조선……
-각궁만이 유일한 희망이누
“다만 그건 활의 스펙이구요. 조선의 2시대 팩션 중에 ‘집중’이라는 게 있습니다.”
“집중요?”
“예. 활시위를 당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멀리, 강하게 날아가는 팩션입니다. 이걸 잘 쓴다면 2시대 단궁으로도 장궁병들을 얼추 비슷하게 상대할 수 있죠.”
“아…… 대신 연사가 느리겠습니다. 당기는 시간이 길어야 하니까요.”
“예. 그게 단점이지만. 2시대 장궁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죠. 각궁이 나오면 장궁과는 아예 비교도 안 되구요. 이게 개인적으로 조선에서 두 번째로 좋은 팩션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요!? 그럼 첫 번째…….”
말하던 중, 조선이 2시대로 넘어갔다.
“와아! 조선이 2시대로 먼저 갔습니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되네요!?”
킹귤은 놀란 듯 좋아하며 말한다. 그야 조선이 한참 불리하다고 생각했는데 2시대로 먼저 넘어갔으니까.
하나 치승은 달리 생각한다.
‘좋아할 일은 아니지.’
이건 그저 선택과 집중을 다르게 한 것일 뿐이다.
적은 효율이 좋은 1시대 물량을 기반으로 2시대로 올라가 취약해진 조선을 치러 올 것이다.
발전이냐, 공격이냐의 기로에서 조선은 발전을 택한 것뿐.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여기서 기대해 볼 만한 건 있다.
“몇몇 병사들이 본진으로 귀환합니다! 이건……!”
바로 조선의 궁병들이 나온다는 것.
“그렇습니다. 이제 활을 주고 궁병 부대로 바꾸려는 것이죠!”
궁병으로 전환되기 위해 불려간 병사들 중엔 익숙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아아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