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5화
51. 집중(2)
아몬드는 지금 급히 본진으로 불려가는 중이다.
희한한 건 속해 있던 소대 전체가 가는 게 아니라 아몬드와 또 다른 한 명 정도만 쏙 빼서 불려갔다.
‘지금 왜 본진으로 불려가는 거지?’
일단 명령대로 가고 있긴 한데,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는 않는 아몬드.
조급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는 이번 국가대항전에 참여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게 현실이다.
아까 전 몽둥이로 사람 몇 때려잡은 거로는 솔직히 아몬드의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활을 잡는 자이며, 이곳에 불려오기로도 궁병으로 불려왔다. 활로 승리를 쟁취해야 그를 쓰는 사람과 그 자신이 동시에 만족하리라.
그런데 갑자기 최전선에서 최후방으로 불려 나가니, 적을 죽이고 공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총사령관 옆구리 베기나 하게 생긴 것 아닌가?
아몬드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저희 왜 가는 거예요?”
옆에 같이 딸려가는 동료에게 물은 것이다. 이들은 이유를 아는 것마냥 태연했다.
동료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보더니.
“그걸 몰라서 묻…… 아.”
아몬드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전방을 주시한다.
뭐야. 이 사람들. 나랑 말하지 말라고 명령이라도 받았나?
아몬드는 좀비 스쿨 때처럼 머리부터 한 대 후려쳐준 뒤 물어보면 어떨까? 라는 의문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 사람들은 NPC가 아니잖아.’
그래. 마음을 편히 갖자. 편히.
그러던 중 본진으로 다 도착했다.
척. 척.
아몬드의 근처로 같은 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인 병사들이 도열했는데.
이들은 다들 선발된 최정예 궁수들이었으나, 아몬드가 그걸 얼굴만 보고서 알 리는 없었다.
-오. 네임드 궁병들이다
-활 주려나봐!
-???
-뉴비는 걍 봅니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시빌엠 좀 봤다하는 사람들은 아는 아이디들이 있는 것 같았으나. 아몬드는 스크림 중엔 채팅을 거의 보지 않으리라 결심했기에 눈길도 보내지 않고 있었다.
“저게 무기 보급고입니다.”
아까 질문을 받았던 병사가 아몬드를 건드리며 말해준다.
이제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돼서 말해주는 듯하다.
아몬드는 괜히 아까 한 상상에 대해 미안해졌다.
“저 건물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 무기를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죠.”
무기를?
그 말은…….
슝.
[단궁]간단하게 생긴 단궁이 아몬드의 손에 쥐어진다.
[특성 발견!] [집중: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파괴력과 사거리가 늘어난다. 최대 3초]“여기 불려온 사람들은 전부 궁병으로 선택받은 겁니다.”
뒤이어, 아몬드의 머리 위로 빛이 떨어지며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병과 전환] [야만 병사 → 궁병] [경장갑 보병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히며, 화살을 무제한으로 공급받습니다.]그는 이제 궁병이 되었다.
“이것 때문에 불려온 거예요. 저희가 지금 빠른 2시대 테크를 택해서 궁병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거든요. 적은 저희보다 무기 보급률이 훨씬 높을 겁니다.”
“……오.”
적이 무기를 든 병사가 더 많다는 등의 말은 와닿지 않았다.
활을 든 순간 아몬드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졌다.
몽둥이를 들고 싸웠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기다리던 명령이 떨어진다.
[해당 지역으로 잉글랜드의 야만 병사들이 공격해 오고 있다. 소대는 해당 지역의 금광을 사수하라!]활을 받자마자 명이 떨어진다.
명령은 간단했다.
해당 지역을 사수하는 것이다.
피잉!
해당 지역이 어디인지는 ‘핑’으로 표시됐다.
동시에 그는 부대 지정으로 소속 소대가 바뀌었다.
[2]부대 이름을 정할 틈도 아까운지 ‘2’가 부대명이었다.
소대가 정해졌다면 응당 리더도 있어야 하는데. 아몬드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아몬드는 아주 조금밖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여기서 리더를 맡을 정도는 아니니까.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타고 오는 한 인영이 우리의 리더였다.
[지휘관] [커피]국가대항전에서 총지휘관을 제외한 지휘관 둘은 현장에서 직접 싸우며 지휘하는데. 그중 한 명이 커피다.
그러니까, 이 2번 소대는 지휘관이 직접 이끄는 소대인 셈이다.
지휘관들은 가장 먼저 말을 보급받기에 커피도 말에 올라타 있었다.
그가 말 위에서 명령한다.
“부대! 이동!”
그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뛰기 시작했다.
* * *
작전 지역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와아아아아아아……!”
멀리서부터 함성이 들려온다.
어느새 작전 지역 근처까지 온 것이다.
쿠구구구구…….
말을 탄 것도 아닌데 발소리가 마치 말발굽 소리처럼 울렸다.
언덕 지형의 지평선 위로 점점 발소리의 실체들이 드러난다.
방패를 앞세운 앵글로색슨의 전사들이 함성과 함께 뛰어오고 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자들은 다수였으며, 얼굴에 괴이한 문신을 한 자들도 있었다.
-와 ㄹㅇ 잉글랜드 대조선 같네
-쩐다
-개무서워
이때 아몬드는 지휘관 커피가 중얼거리는 걸 언뜻 들어버렸는데.
“이런…… 언덕 뺏겼네.”
저 언덕을 내주면 불리해지는 모양이다. 아몬드가 척 보기에도 그래 보이긴 했으나.
‘저길 차지하기엔 너무 먼데.’
조선 입장에서 점령하겠다고 덤비기엔 초소와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인지 커피는 별달리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 사이로 말을 달리며 대열을 정비시켰다.
“자리를 잡는다! 1열로!”
궁병들이 보병들을 상대할 때 가장 효율적인 진형을 짜려는 것이다.
아몬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몽둥이로 치고받던 때와는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일단 최소 서로 20여 명이 참여하는 전투였고, 적들은 방패와 체계적인 진형을 갖췄으며, 이쪽은 활과 화살을 가졌다.
궁병들이 모두 1열로 도열했을 때, 적은 언덕의 최고점을 넘어 이쪽으로 내리달리기 시작한다.
지휘관이 연이어 외친다.
“사거리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대기!”
적이 여기로 오기 전에 먼저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이어서 총지휘관의 명령도 확실하게 한 번 더 떨어진다.
[해당 지역을 수비]피잉!
그가 찍은 곳은 일꾼들이 열심히 금을 캐고 있는 금광이었고.
그 옆에는 일꾼들이 또 다른 건물을 급하게 짓고 있었다.
[목재 방어탑] [건설 중] [16%]서너 개 정도의 방어탑이다.
저게 다 건설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이 소대의 목표일 것이다.
즉, 나서서 공격하는 게 아닌 수비가 목표라는 걸 쿠키가 한 번 더 알려준 셈이다.
* * *
커피는 슬쩍 눈길을 뒤로 돌려본다.
‘이번이 궁병으로선 첫 전투일 텐데.’
아몬드에 대한 명성은 이미 들어왔다. 다만 아는 체를 안 했을 뿐이다.
신참이 들어오면 우선 지휘관들은 무조건 관찰 모드다.
절대로 말을 섞거나 마음을 주지 않았다.
이건 모든 기업체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
‘신참을 띄워줘서 잘 풀린 기억은 없으니까…….’
물론 쿠키도 아몬드가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걸 대강 인지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여기에 들어오는 자들은 하나같이 일반적인 자들은 없다. 이 게임의 탑들만 들어오는 곳이니.
그런데 그런 곳을 고작 A+ 랭크를 달고 들어왔다. 치승의 파격 인사였다.
‘무리한 결정 아닌가.’
쿠키가 그 결정을 이해하더라도, 다른 병사들은 어떨지…….
물론 치승이 최소한의 설득도 없이 일을 진행한 건 아니었다.
그는 팀원들에게 아몬드의 플레이 영상을 전부 보여줬으며 적어도 총지휘관인 쿠키는 그것을 보고 납득했다.
하나 커피는 그렇지 못했다.
‘그게 과연 여기서도 될까?’
릴에서도 그렇듯 슈퍼 플레이 영상은 브론즈 유저들도 만들어낼 수가 있는 법이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런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가 정해진다.
그게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그런 슈퍼 플레이 영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상대 역시 고수이기에.
커피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첫판이잖아. 진지하게 생각하진 말자.’
애초에 싸워왔던 상대가 상대인지라, 자신의 기준을 만족시키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잣대가 다르다.
그럼에도 쿠키는 각각의 리더급들에게 새로 들어온 자의 전투력을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라는 언질을 받아왔다.
쿠구구구……!
잉글랜드의 야수 같은 병사들. 그들의 발소리가 커져온다.
숫자는 어디 보자, 마흔은 되어 보인다.
이미 숫자부터 2배 차이가 난다만.
이쪽은 수비고, 저쪽은 공격.
게다가 여긴 2시대 무장이고 저쪽은 1시대 무장이다.
밸런스는 적절히 비등하다.
기리리릭……!
궁병들이 하나둘 활시위를 미리 당기고 있었다.
슬슬 적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올 거라 여기는 것이다.
단궁의 본래 사거리는 굉장히 짧으나, ‘집중’이라는 특성을 활용하면 그래도 일반적인 활만큼을 쏜다.
‘활시위를 오래 당기고 있으면 사거리가 늘어나지.’
이런 연유로 병사들은 한참 전부터 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커피의 눈이 번뜩였다.
“온다아아아아!!!”
그가 창을 높이 치켜 든 후.
휙!
밑으로 내렸다.
이게 신호다.
‘지금 쏘면 닿는다.’
그 순간 가장 선두에 선 선임 궁병이 먼저 활시위를 놓았고.
파아아앙──
파바바바방!!!
뒤이어 모든 조선 궁병들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이때 커피의 눈은 아몬드의 활로 향해 있었다.
소문의 그 활을 처음 목격하는 순간.
‘?’
그의 눈빛은 말 그대로 물음표로 변해버렸다.
* * *
아몬드가 국가대항전 스크림에서 첫 화살을 쏘기 직전이다.
이때 아몬드만큼, 아니, 아몬드보다 더 떨리던 자가 바로 치승이다.
‘아 제발. 제발 제대로 보여주세요.’
그는 아몬드를 데려와서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를 국대에 편입시키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쿠키의 배려로 아직 자격이 안 되는데도 스크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첫판이라 절대 아몬드가 활약을 할 수가 없음에도, 절대적으로 활약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마 쿠키는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일 터다.
아몬드가 정말로 국가대항전에 특혜 식으로 들어올 수 있으려면 이 정도의 관문은 통과해야 한다고 여길 수도 있다.
“아아몬드! 쏩니다아!”
옆에서 킹귤이 외치는 사이 그는 마른침만 꿀꺽 삼킬 수 있을 뿐이었는데.
“에엥?!”
이때만큼은 치승도 함께 탄식을 뱉었다.
“에엑!”
거의 죽는 소리를 내버린 치승.
이유가 있다.
피유우웅…….
하늘을 수놓는 저 수많은 화살.
그것들 중 오로지 아몬드의 화살만이─
툭.
─맥없이 중간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제가 잘못 본 건가요?”
눈이 잘못된 건가 했으나, 아몬드 본인도 매우 당황한 듯한 표정인 걸 보니 제대로 보긴 했나 보다.
“아.”
치승은 곧바로 이유를 알아챘다.
“집중 팩션 설명…… 안 읽었구나.”
집중.
활시위를 오래 당길수록 사거리와 힘이 늘어나는 조선의 팩션.
처음 무기를 부여받을 때 설명이 나올 텐데.
아몬드는 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한참 활시위를 당기고 쏘았던 걸 아몬드는 그냥 바로 당겨 쐈고.
사거리가 한참 모자란 것이다.
-호오? 버티는가? 학업 성취도 “0배”
-아니 ㅋㅋㅋㅋ 어쩐짘ㅋㅋㅋ
-안 읽었냐곸ㅋㅋㅋㅋㅋㅋ
-아 쪽팔림은 왜 내 몫인갘ㅋㅋ
-아몬드 표정 개커여워 ㅋㅋㅋ
-아아가는 집중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