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2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7화
52. 막중한 책임(1)
5분 전.
잉글랜드의 총지휘관 ‘하인즈’는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여겼다.
“이미 대부분의 전투 지역에서 승리했다. 여기만 차지하면 저들에게 남은 금광은 이곳. 그리고, 이곳.”
핑. 핑.
그가 내려보고 있는 땅에 핑이 찍힌다.
그는 지휘관들에게 음성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중이었다.
“이 두 금광을 차지하면 3시대로 갈 자원이 없다. 그러면 끝이지.”
그는 비록 영국인이지만, 조선 문명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진 알고 있었다.
3시대에만 못 가게 막으면 된다.
이 게임에선 시대가 바뀌는 순간이 갑각류의 탈피와 같았다.
이후에 훨씬 더 강해질지라도, 탈피를 하는 그 순간은 가장 취약했다.
아직 껍질이 딱딱하게 자리 잡지 못했을 때.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조선이 2시대로 올라간 직후.
이제 막 탈피한 그들이 연약한 살을 드러냈을 때. 하인즈는 단번에 도려낼 것이다.
“아델왈드. 넌 여기. 제이드릴. 넌 여기다. 방패벽으로 금광을 조이면서 반응을 유도해라.”
잉글랜드의 두 지휘관이 조선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으로 진격했다.
현재 핑이 찍혀 있는 두 금광이다.
그중 그 유명한 장궁병의 제이드릴. 운명인지 뭔지 그는 아몬드가 지키는 지역으로 향하게 됐다.
방패벽 전술과 함께라면 조선 궁병들은 손 쓸 도리가 없다.
근접 유닛의 도움이 없이는 방패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
“반드시 창을 더 생산하게 해.”
그들은 창을 생산해야만 한다.
* * *
“방패벼어어어억!! 와르르맨션~~!!”
킹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 타이밍에 방패벽이 무너진 거! 이건 엄청 큰데요!!!”
잉글랜드의 방패벽 전술은 조선의 완전한 카운터로서 늘 즐겨 사용됐던 전술이다. 바꿔말하면 조선의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전술. 그걸 지금 궁병 전력만으로 깨부순다는 건 의미가 크다.
“심지어 궁병만으로 무너뜨렸어요?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킹귤은 아직 시빌 엠파이어의 전략 싸움에 통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로 설명을 해내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치승에게 넘긴다.
“방패벽을 무너뜨린 것 자체보다! 궁병만으로 방패벽을 무너뜨렸다는 게 고무적인 겁니다!”
치승은 완벽하게 이 이론을 이해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이것이야말로 싱크탱크인 그의 전문 분야 아닌가?
“우선 아셔야 하는 게, 잉글랜드가 방패벽을 쓰는 이유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ㄴㅇㄱ
-상상도 못 한 속셈…….
그는 시청자들에게 방패벽 전술의 속내를 알려준다.
겉으로 보이기에 방패벽 전술은 적을 몰아내거나 적의 진영을 차지하기 위함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활용되지 않았다.
적어도 조선과 싸울 때는.
“그럼 뭘까요!?”
“조선의 자원 흐름을 비효율적으로 만들려는 거죠!”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요!?”
“조선이 2시대에 근접 병기를 생산하게 만들려는 겁니다. 근접 병기가 충분히 있으면 방패벽은 아주 쉽게 부술 수 있거든요.”
“아……! 하지만 조선은 2시대에 그런 걸 생산하면……!”
“예! 엄청 비효율적입니다!”
-아ㄷㄷ
-전략을 강제하는 용도구나……
-쩐다;
“조선 입장에선 지휘관을 제외하곤 근접 무기를 보급하고 싶지 않죠! 효율이 떨어지고, 조선 단궁과 집중 팩션만으로 2시대를 버티는 게 제일 좋거든요!”
시빌엠이나 여러 다른 전략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전술에 여러 단계의 심리전이 겹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방패벽으로 진영을 사수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적의 자원을 허투루 낭비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근접 병기와 말을 생산하지 않으면요?!”
“그럼 방패벽이 안 뚫리니 거의 모든 땅의 자원을 잉글랜드가 가져가죠!”
“아, 그럼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근접병기를 생산해야 하는 건가요?”
“최적의 생산량을 찾아야 합니다. 너무 많이 뽑으면 잉글랜드가 2시대로 따라와서 폭발적인 자원으로 쏟아내는 장궁병들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ㄷㄷㄷ
-아니 어쩌라고 ㅋㅋ
-눈물이 앞을 가린다…… 조상님들의 혈투 ㅠㅠ
-히야 조선 전투력 고증을 너무 잘한 거 아님?ㅋㅋㅋㅋ
-여기 게임사 어디냐.
불공평하다 느껴질 정도의 상성에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게임이며, 우리네 조상이 과거에 세계를 호령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조건 안에서 타개책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타개책은 최대한 자원을 확보하고 3시대 각궁과 총통으로 넘어가는 게 최고겠네요.”
“그렇죠. 1, 2시대 피해를 최소화하고 3시대 각궁, 그리고 편전 총통 등의 강력한 원거리 무기로 게릴라전을 펼치면 조선은 강력할 수 있습니다.”
“이야! 여튼 근데 지금 아몬드가 있는 쪽은 궁병만으로 방패벽을 뚫은 거잖아요!?”
현재의 조선의 한 구역에선 적어도 그 타개책을 수행해 냈다.
궁병만으로 방패벽을 뚫었다는 건 그런 의미다.
-오 그렇네
-아 그래서 크구나
-ㄷㄷ엄청난 빌드업
-아~
-얘들아~ 아몬드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이젠 시청자들도 아몬드와 커피가 방패벽을 무너뜨린 게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전쟁은 돈으로 한다잖아요. 지금 이 플레이는 돈을 몇백 골드는 아끼게 해준 거예요.”
총지휘관은 이 방패벽을 뚫기 위해 굳이 창칼 등의 근접병기를 무리해서 생산하지 않아도 되었다.
즉, 자원 흐름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아! 하지만 잉글랜드! 만만찮아요! 커피를 죽이고! 지휘 체계가 없는 틈에 마구 돌격합니다아!”
일단 조선이 손해를 면했다. 그것만으로는 잉글랜드의 공세를 멈출 수 없었다.
잉글랜드의 야만전사들은 오히려 더 사납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돌겨어어어어억!!] [고지가 눈앞이다아!]후웅!
몇몇 전사들이 던진 창은 조선 궁병들의 몸통을 뚫어버리기도 했다.
푹!
푸욱!
“와…… 미쳤습니다! 진짜 무시무시하네요! 앵글로색슨! 역시 약탈의 민족!!!”
-ㅁㅊㅋㅋㅋㅋ
-너무한거아냨ㅋㅋ
-약탈의 민족ㅋㅋㅋ
“지금 대영박물관이 꽉 찼는데! 또 약탈하러 옵니다!”
“까짓거 하나 더 만들더라도 약탈은 못 참죠!”
-무친ㅋㅋㅋㅋ
-색슨족 군침 줄줄
-엌ㅋㅋㅋㅋ
-김치도 쌓인 게 많은가 봨ㅋㅋ
“방패벽 무너졌다고 방심하다간! 우리 조선 단궁이 대영박물관에 전시되게 생겼습니다! 조심해야 돼요!”
“맞습니다! 잉글랜드 입장에선 어찌 됐든 저 금광을 차지하면 되는 거거든요!?”
조선은 창을 마구잡이로 생산해야 하는 상황은 면했으나. 그렇다고 여기 금광을 막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었다.
막아도 손해 보는 억울한 상황을 면한 것뿐. 막긴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의 이 돌진을 얼마나 잘 막느냐가 관건.
피융!
피유웅!
조선 궁병들은 죽어라 화살을 쏴댔고.
잉글랜드의 전사들은 뛰어가며 열심히 방패로 막았다.
퍼억!
퍽!
“우리 궁병들 정확도는 굉장한데……!”
“아아아! 방패! 저놈의 방패애애!!!”
“이, 이거 이런 식이면 뚫립니다!?”
“궁병들 위치 바꿔주고 있습니다! 빨리 바꿔야…… 어?”
정면으로는 도저히 각이 안 나온다고 느껴지는 순간.
“저거 뭐죠!? 아몬드?!”
킹귤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아몬드! 아몬드 프리딜 자리 잡았어요!”
아몬드가 이미 적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각도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 집중 팩션을 쓰고 있는데요!?”
심지어 그는 조선의 ‘집중’ 팩션을 깨달아버렸다.
‘이게…….’
아몬드는 자신의 손에 피어오르는 하얀 기운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이건 분명 어떤 스킬이다.
점점 빛이 강해지는 걸 보니 모을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키이잉──!
3초 정도 지나자 최대치를 알리는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하얗게 활활 타올랐다.
‘좋아.’
아몬드는 직감적으로 이때 쏴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최대한 먼 적을 조준한 뒤.
호흡마저 느리게 멈추고, 파르르 떨리는 장력을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활시위 스스로조차 놓아진지 모를 법한 부드러운 해방.
──파아앙!!
이전보다 훨씬 더 큰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하얀 빛의 화살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미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퍼엉!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병사 하나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터, 터져 버렸습니다아아아!!!”
“……!?”
화살이 단순히 꽂힌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머리 채로 날려 버린 것이다.
킹귤이 자신의 목청도 터뜨리려는 듯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크리티컬에! 집중 팩션까지 합해져서! 속이! 뻐어어엉! 뚫리는 화살!”
-크리티컬에 집중 팩션까지 합쳐져서 데미지 폭발ㅋㅋ
-집중한 아몬드ㄷㄷ
-목이 뻥~
-와ㅋㅋㅋㅋ목청ㅋㅋㅋㅋ
푸슛……!
붉은 피가 사방으로 터져 비처럼 내려왔다.
달리던 적들이 두리번거린다. 돌격을 멈춘 것은 아니지만, 옆 동료의 머리가 터져 나갔으니 당연히 놀란 것이다.
“지금 적들이 놀라서 아몬드 찾습니다!”
“하지만 찾기 힘들어요! 긴 사거리로 커브도 길게 들어가서 위치 찾기가 애매합니다!”
아몬드는 숨어서 쏠 땐 기본적으로 커브를 강하게 걸기 때문에 단순히 두리번거리는 것만으로는 그의 위치를 알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두리번거리는 사이─
영국 병사들은 조선 궁병들의 활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퍼버버벅!
“이 빌어먹을 약탈자들아! 조선의 활을 눈앞에 두고 두리번거리면 죽는 거야아아!”
“그렇죠! 우리 궁병들 정확도가 세계 제일~! 인데 방패로 안 막으면 죽어야죠!”
-본인들이 쏘셨나요?
-ㅋㅋㅋㅋㄹㅇ
-미치겠닼ㅋㅋㅋ
-국대전이라 아재들 개흥분함
-죽여라아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영국 병사들은 다시 앞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좋다. 안 들켰어.’
아몬드는 다시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잠시 기다리자.
키이잉……
하얀 빛이 미약하게 솟아나기 시작했다.
‘감이 온다.’
3초를 다 차지할 필욘 없다.
꼭 병사들을 요란하게 죽일 필요는 없으니.
‘장력이 늘어나는 거구나.’
기존의 실제 활에 익숙한 아몬드는 곧바로 장력이 늘어나는 감각이라 이해했다. 정확한 이해였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파괴력이 늘어난다는 건…… 장력이 증가했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귀결된다.
그는 적당한 수준의 장력 증가만 해주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끝났는지.
파앙!
약 1.2초 정도의 ‘집중’ 후 시위를 놓는다.
쉬이이이익!
화살이 뱀 같은 소리를 내며 꺾여 들어가 한 병사의 뒷덜미를 뚫어버린다.
퍼어억!
“또! 또 맞습니다!? 이번엔 3초 다 모으지 않았어요!”
“꼭 3초 풀 충전을 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때그때 딱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게 실력입니다!”
“예! 그렇죠! 지금 아몬드처럼요!”
쿵……!
한참 달리던 병사는 즉사하며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버린다.
아까처럼 요란하게 터져 죽지도 않았다.
완벽한 샷이지만, 아몬드는 갸웃한다.
‘좀만 더 빠르게.’
1.2초도 과했다.
0.7초도 적당할까? 커브가 충분히 돌아서 적을 요격할 정도만 쓰는 게 좋다.
파앙!
이번엔 더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
아몬드의 예상이 맞았다.
‘이것만으로도?’
0.7초 같은 애매한 ‘집중’으로도 장력은 늘어났고. 사거리와 파괴력은 증가했다. 일반적인 단궁보다 강력하여 멀리 갔다. 그거면 되었다.
──푸욱!
이번에도 적절히 커브를 돌아 꽂히는 화살.
“또 죽습니다아! 집중 팩션 완급 조절이 자유자재네요!”
“이, 이게 말이 쉽지 활 조준하는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는 건데! 말이 안 됩니다!?”
“그렇죠! 상황에 따라 조준하다 보면 더 느려질 수도 있고, 더 빨라질 수도 있는데! 이걸 다 컨트롤하는 거죠! 아몬드 계속 쏩니다!”
파앙!
팡!
아몬드는 점점 활을 쏘며 0.5초가 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무서울 정도로 기계적인 0.5초 간격 연사로 잉글랜드 병사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는데.
사사삭……!
누군가 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제이드릴]그는 잉글랜드의 지휘관, 제이드릴이었다.
파앙!
아몬드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에게 화살을 쏘았으나.
퍽!
그는 방패로 순식간에 막아버렸다.
‘뭐 하는 놈이지.’
고수의 느낌이 물씬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