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9화
52. 막중한 책임(3)
“죽어! 죽어어어!”
“으아아아아!”
아직도 계속되고 있던 킹귤과 치승의 죽음의 하프 연주.
치승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후원 소리에 심취해 있었는데.
‘어?’
어느새 화면상에 남은 적은 보이지 않았다.
치승이 놀라 멈칫하고.
“죽어! 죽…… 지, 진짜 다 죽었어요!”
티리링…….
마지막 하프 선율이 허무하게 공기 중에 남아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제이드릴! 라스트 사무라이가 되어 달려듭니다!”
모든 병사가 죽었지만, 제이드릴은 여전히 아몬드를 포기하지 않은 채였다.
-무섭다 집념
-영국인이 웬 사무라잌ㅋㅋ
-와패니즘 ㄷㄷ해
그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
“제이드릴! 달려들지만!!”
그러나 이제 타깃이 없어진 조선 궁병들이 일제히 제이드릴 쪽으로 포커스를 돌리면서─
퍼버버버벅!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너무 많은 화살을 맞는 바람에 아예 날아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죽었다.
“주, 죽었습니다아! 지휘관 킬!! 이건 의미 있죠!?”
“커피의 복수를 해줬습니다! 조선의 궁병들! 엄청난 집중력이에요!! 이걸! 이걸! 궁병만으로 막네요!!!”
흥분의 도가니였던 한타.
그것이 승리로 끝나고 나자 해설진은 한시름 놓았는데.
킹귤은 전체적인 상황을 쭉 둘러보고는 떨떠름하게 말한다.
“그나저나 게임은 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
정신 차리고 보니 게임은 크게 기울고 있었다.
“예…… 뭐 사실 처음부터 좋은 적은 없었죠.”
치승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제이드릴까지 잡는다고 해도 게임 전체 흐름은 좋지 않았다는 거.
-??이거 지는 거였음?
-뭐여
-전투는 이기고 전쟁은 진 건가?
치승이야 이 게임의 숙련자라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시청자들과 킹귤은 아몬드 위주로 감상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전쟁을 살피지 못했다.
-갑자기?
-아…… 다른 전투는 다 진 거?
-애초에 이 전투 전부터 개불리했음
-쥐쥐 안 당하기 위한 전투였지, 이기기 위한 전투가 아니었음
-에반데
결국 시청자들 입장에선 갑자기 지는 상황이 나와 버린 셈이다.
아몬드가 참여한 전투는 이겼는데.
왜 게임은 지고 있지?
킹귤은 설명을 해야 했다.
“여, 역전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까 같은 전투가 계속 나온다면…….”
킹귤이 다급하게 치승에게 물었다.
이렇게 신나게 흔들어버렸는데, 알고 보니 지고 있었다니?
“크흠. 흥을 깨버려서 죄송하지만…… 원래 지고 있었구요. 아까 같은 전투가 더 나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힘듭니다.”
“아, 아니…… 김치 님! 행복회로 좀 태워보세요! 죽음의 하프 연주까지 했는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예? 그건 킹귤 님이 마음대로…….”
-김치. 너 때문에 흥이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흥깨책ㅋㅋㅋ
-죽음의 하프 연주(아군 포함) ㅋㅋㅋ
‘잉글랜드를 묘수 없이 이기는 게 쉽냐고…….’
사실 치승은 진작에 패배 예상을 하고 있었다. 오픈 스크림이라 색다른 전략을 쓰지 못하는 조선은 잉글랜드를 이길 방도가 거의 없다.
패배를 예감하고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게 하려 했으나.
그런 주제에 일어나서 엉덩이 흔들며 춤까지 췄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그래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비록 몇 가지 요행이 겹쳤지만. 아몬드의 활약상을 볼 수 있었고. 국대로서 충분히 포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잖아요?”
“그렇습니다. 애초에 이번 스크림은 신입 선수의 적응기라고 봐야 했죠. 그런 거로 치면 대~~ 성공!!”
-억텐ㅋㅋㅋㅋ
-포장 전문 해설 킹귤ㅋㅋㅋ
-아몬드 말을 빌리자면 한국축구식 패배 아님???ㅋㅋㅋ
-엌ㅋㅋㅋ
-볼점유율 90%! 유효슈팅 120개!
시청자들은 비꼬는 자들이 많았으나.
‘상관없지.’
그래도 치승은 건진 게 있었다.
그가 거의 억지로 데려오다시피 한 선수가 확실한 활약을 보여줬다.
금광 수비전에서 보여준 그의 저지력은 역대급이었다.
이게 실전이 아니라 연습인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물론 실전이 아니라서 나온 장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고무적이야. 첫 전투잖아.’
그렇지만, 국가대항전 첫 게임에서 이런 활약할 수 있는 사람 데려와 보라 그래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나?
어디 타 게임 프로게이머로 잔뼈가 한참 굵은 선수가 와도 솔직히 될지 의문이다.
“아~ 결국……! 쥐쥐~~~~!!”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한국 팀은 항복을 선언했다.
[항복]킹귤은 혓바닥으로 포장지를 펼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의미가 있다니까요? 연습이야. 오히려 적의 전략을 뽑아먹어서…….”
-감귤 포장 학과 전공자라더니 사실인가요?
-포장지 찢어진다 ㅉㅉ
-포장지에서 아밀라아제 냄새나는데 왜죠?
-그만해라……ㅋㅋㅋ
-ㅠㅠㅠ
물론 시청자들은 그런 그를 놀리기 바빴다.
한참 포장을 해대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한다.
“어휴…… 뭐. 일본한테 진 게 아닌 게 다행이네요. 저희 방송 접을 뻔했습니다.”
“아. 그렇죠.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일본한테 지는데 빵댕이 흔드는 국내 해설……ㅋㅋㅋㅋㅋㅋㅋ
-친일파될 뻔ㅋㅋㅋㅋ
-아ㅋㅋㅋ 조선이 대영제국을 어떻게 이기냐고 ㅋㅋㅋ 봐 달라고 ㅋㅋㅋㅋ
치승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지 치를 떨었다.
국가대항전 보는 고인물 시청자들이 한일전에 얼마나 진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 * *
“……졌군.”
하아.
쿠키는 얕은 한숨과 함께 뒤로 몸을 젖힌다.
계속 긴장을 유지하고 있던 몸이 이제야 쉬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단 1초도 신경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졌다.
“공개적으로 패배를 당한 꼴이 됐는데. 괜찮은 겁니까?”
옆에 남아 있던 지휘관 커피가 첨언한다.
공개 스크림이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던 커피다.
그의 질문에 쿠키는 빤히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렇게 보였나?”
“예?”
“패배한 것처럼 보였냐는 거다.”
“예. 패배했잖아요.”
이에 옆에 있던 다른 지휘관 식빵이 끼어들어 말한다.
“스크림엔 패배가 없어.”
커피는 입이 꿈틀거렸으나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
닉네임 식빵. 이름 시바름.
커피는 저 여자와 딱히 잘 맞지 않았다. 쿠키가 아니었다면 둘은 영원히 같이 활동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바름이가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스크림은 말 그대로 연습 경기니까.”
아니나 다를까 쿠키가 그녀의 말을 보조해 준다.
“물론, 이렇게 말해봐야 변명밖에 안 되겠지. 다른 사람들에겐 우리의 국가대항전 예선 탈락이 ‘결과’고, 스크림 연패가 ‘결과’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그냥 과정이다. 과정이어야 한다.”
커피도 알고 있었다.
쿠키는 달리는 열차였다.
열차는 주변에 어떤 풍경이 지나가건, 목적지까지 달린다.
그것이 얼마나 걸리든, 지나가는 길에 어떤 사람을 마주치든 상관하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어떤 최악의 정류장에 서더라도, 그것은 다 정류장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게 목적지라고 생각해 버리지만.
열차에겐 정류장일 뿐이었다.
‘그것뿐이지.’
그 정류장에 누가 내리든지…… 그는 그냥 달린다.
커피는 잠시 눈을 감더니 끄덕인다.
“하기야. 맞습니다. 동네방네 다 보여지는 스크림에서 전략을 깔 수는 없으니.”
잠시의 침묵 후.
그는 넌지시 묻는다.
“그래서 말인데요. 계속 이어지는 겁니까? 이 시스템이요.”
“공개 스크림?”
“예. 어지간히 불편한데.”
“음…….”
쿠키는 마른 몸을 천천히 돌려 잠시 커피를 쳐다보더니.
다른 질문으로 돌렸다.
“두준아. 넌 아웃되기 전에 아몬드랑 싸웠지?”
“예.”
“어땠지?”
“…….”
커피는 잠시 시선을 돌리다가 입을 뗐다.
“그 전투를 이긴 지분 중 8할은 아몬드입니다.”
그 말을 들은 쿠키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잠시 데이터로 향할 뿐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쭉 살펴본 결과. 돌발 행동의 변수가 크고, 그게 실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습니다.”
“좋게 평가하는 점은?”
“……오늘 전투에서 초보자라고는 보기 힘든 센스를 발휘했죠.”
커피는 조금 뾰로통한 듯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뭔가 인정하기가 껄끄러운 모양이다.
쿠키는 계속 설명해 보라는 듯 침묵했다.
“방패벽을 뚫는 데에는 후방으로 달려서 몸을 부딪치는 게 제일 적격인데. 적은 그걸 예상해서 후방에 창병을 하나 배치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기병은 차징을 할 수 없죠.”
“음. 그런데?”
“그런데 그걸 아몬드가 미리 알고 처리했습니다.”
“미리 알고?”
“예.”
“우연이야.”
쿠키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
“예?”
“우연이다. 그건.”
오히려 커피가 놀라 되물었다.
“우연이라니…….”
“그 사람은 그런 센스를 발휘할 최소한의 지식도 없어.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 건 연역적으로 불가능하지.”
“……?”
쿠키의 예측은 정확했다. 실제로 그건 우연이었다.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냥 아직 아는 게 없다는 거야. 이건 사실일 뿐이다. 이걸 봐라.”
쿠키가 가리킨 데이터는 ‘팩션 활용도’였다.
해당 유저가 해당 팩션으로 얼마만큼 이득을 얻었는지.
조선의 궁병이라 하면 역시 ‘집중’ 팩션에 주목해야 하는데.
[0%]아몬드는 활용도가 0%였다.
참고로 평균은 86%이다.
“0%요? 버근가요?”
“아니. 이건 그가 집중이라는 팩션을 깨닫기 전까지의 데이터다.”
“……예?!”
커피는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말이야. 특정 시점까지는 집중 팩션을 몰랐다고?
‘아. 그래서……?’
그제야 앞서 아몬드의 기행이 전부 이해되는 커피.
‘그래서 활을 이상한 데에 계속 쏴본 건가?!’
왜 활을 허공에 몇 번 쏴봤는지. 왜 앞으로 나왔는지.
“그러나 여길 봐라.”
쿠키가 다른 데이터를 보여준다.
[100%]“……이건 뭐죠.”
“깨닫고 난 후의 활용도.”
커피도 식빵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100%라는 데이터를.
“집중을 깨달은 후부터는……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다. 모든 화살이 의미가 있었지.”
여전히 침묵하는 두 지휘관.
놀라움. 경외. 당황스러움.
여러 감정이 얼굴에 휘몰아친다.
“뭐. 개인 플레이어로서의 역량은 이 정도.”
쿠키는 화면을 넘기고는 다시 그 둘을 마주 본다.
“개인 플레이어로서는 훌륭하지. 하지만…… 두준아. 오늘 이자가 네 명령을 잘 따르던가?”
“……아뇨.”
“진형을 이해하고, 지형을 이해하고 싸우던가?”
“……아니죠.”
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뒷짐을 지고 걸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으면 나오는 버릇이다.
“병사로서는 0점이나, 전사로서는 만점…….”
식빵이 한마디 거든다.
“정확한 표현이십니다. 쿠키 님.”
‘하? 기계냐?’
커피는 식빵에게 한마디 해주려 했으나, 그냥 입을 다물었다.
쿠키는 어쨌거나 말을 이었다.
“병사의 점수만 온전하게 끌어올린다면 좋겠으나. 이 둘은 분명 연계되어 있겠지. 보나 마나 그래.”
“예. 너무 관료적으로 만들면 플레이에 제약이 걸릴 겁니다.”
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밸런스를 잘 잡아.”
“알겠습니다.”
옆에서 식빵이 거든다.
“밸런스라고 하면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관계와 인식도 다 포함이죠?”
“그렇다.”
식빵은 자신이 쿠키의 의중을 더 빨리 알아채는 우월한 지휘관이라는 듯 웃으며 커피를 깔아본다.
‘유치원이냐?’
커피는 저 유치한 싸움에 굳이 응하지 않았다.
그저 쿠키의 차가울 정도로 객관적인 분석에 감탄할 뿐이다.
‘역시 쿠키 님이다. 정확히 득과 실을 볼 줄 알아.’
그는 아몬드를 고평가하지도, 저평가하지도 않는다.
정확히 평가할 뿐이다.
모든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쿠키는 이만 회의의 끝을 알린다.
“공개 스크림은 여기서 끝이다. 다음 스크림부터는 비공개로 원하는 전략을 테스트하면서 진행할 것이다.”
두 지휘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놀이는 여기까지인 것이다.
“그리고, 아몬드는 S+가 될 때까지 다시 스크림에 참여할 수 없다.”
커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휘관은 누굴 붙일까요?”
“국대 팀엔 지휘관 랭크가 A+인 자가 없으니…… 싱크탱크에서 선발해라. 교육도 같이 담당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너무 사근사근한 사람 말고. 확실한 사람으로. 신참 띄워줘서 잘 풀린 적 없어.”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몬드의 능력 때문일까.
‘유난히 거리를 더 두는 거 같군.’
국가대항전에 갑자기 참여시킨 것도 그렇고. 유난히 아몬드는 거리를 두며, 강하게 다루는 것 같았다.
그런데, 쿠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덧붙인다.
“아, 내일이 시상식이라던데.”
“예?”
뭔 시상식. 그런 거 챙겨보는 인간이었나?
“트리비 시상식.”
영화제나 방송사 시상식도 안 보는 사람이…… 트리비?
커피는 황당했지만 일단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아몬드 랭킹 올리기는 내일 쉬고 이후부터 진행해. 숙취도 고려해서 모레면 좋겠네.”
“?”
“대답은?”
“……알겠습니다.”
거리를 두는 것 같으면서도, 별걸 다 신경 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