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3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4화
54. 연회장(2)
커뮤니가든의 스트리머 가든.
온갖 스트리머들에 대해서 떠들 수 있는 커뮤니티 채널이었다.
[이번엔 대상 누가 받냐?] [대상 후보에 또 큐티파이 있던데] [오오 시상식 시작함ㅋㅋ] [시상식 중계방 링크 올림]시불 커뮤니티가 국가대항전이 성수기라면, 이곳은 지금이 가장 성수기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대형 스트리머가 딱히 대단한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국내 마녀사냥 가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The Witch Hunters’ Garden] [오늘은 또 누구 매달려고 중계달리냐 ㅋㅋ]그렇다.
이들은 스트리머들에 대해 떠들긴 하는데. 그게 대부분 구설수나 사건 사고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타 커뮤니티에선 마녀사냥꾼들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이번 시즌 그들이 먼저 처형대에 올린 건…….
[올해는 큐티파이 같은 대상은 없어야함] [지금 떡락한 시청자 수 보셈ㅋㅋㅋ]작년 대상에 빛나는 큐티파이다.
인방계 어워즈 특성상 민심이 상당히 개입되다 보니 늘 그렇지만.
이건 특히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아니. 투표를 중복 가능하게하면. 극성팬 많은애들이 이기라는 거밖에 더됨?
-연예인 거품은 빼야지
-앨범 사재기하던 애들이 어디가겠냐 ㅋㅋ 에라이
-연예인 버프로 빵 떴다가 금세 하락가는거 분명한데 ㅋㅋ 이걸 대상 줘버리네?
-트리비 임원진 전부 비트코인 고점에 사시길 바랍니다 ^^ 큐티파이 대상 주는것처럼
소위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인방 쪽으로 건너오면 ‘연예인 버프’라는 게 있다.
좋게 말하면 버프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품이다. 금세 꺼지니까.
큐티파이는 그 연예인 거품이 꺼지기 전에 대상을 받아버렸다……는 게 여론이긴 했다.
뿐만이 아니다.
[큐티파이 머핀이랑 누구랑 삼각관계 때문에 그룹 걍 터졌다던데] [애초에 불화 때문에 스트리머로 온 거임.] [파티셰는 끝났네…… 사랑했다! ㅅㅂ!] [더블트러블에 올라온 거 보셈 ㅇㅇ]수많은 불화설, 해체설 등의 루머가 나돌기도 했었다.
일전에 아몬드가 사회 정치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을 때.
큐티파이를 저격하는 더블트러블의 영상이 2위였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와아아아아아아!”
“미쳤다! 언니들 어셈블!”
“머핀! 머핀! 머핀!”
“큐파아아! 사랑해애!”
지금 완전체로 복귀해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큐티파이가 활동하는 이곳 트리비의 시상식 무대에서.
“하. 기깔 나게도 뽑았네.”
이를 내려보는 팀장, 오소희.
그녀의 표정이 그다지 좋진 않았다. 그녀는 불화설을 이용해서 자극적인 관심을 끌어보려 했었는데.
파티셰 섭외 협상 과정에서 장피디가 끼어들면서 윈윈 쪽으로 굳어졌다.
‘뭐…… 상관없나.’
간만의 완전체 복귀.
이건 불화설 폭탄을 터뜨리는 것만큼의 효과를 줄 것이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윈윈이긴 했다.
‘윈윈으로 안 갔음 파티셰가 오지도 않았겠지.’
오소희는 자기가 그리던 그림이 아쉽다는 듯 쩝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옆의 사원에게 눈을 흘겼다.
“이번에 상 목록. 나왔니?”
오소희 팀장은 이만 다음 일로 넘어간다.
“아, 예. 근데…….”
“근데 뭐.”
“열어보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스태프들이 모르고 있는 게 보기에 좋다고…… 임원 회의에서…….”
탕.
오소희는 책상을 내려친다.
“야. 넌 임원들이 시키는 거 다~~ 지키니? 넥타이 매는 각도도 정해주면 그대로 할 거? 보기에 좋다고?”
“……여기 있습니다.”
사원은 군말 없이 컴퓨터에서 비켜섰다.
“보기에 좋기는…… 이러다 헛발 쳐서 실수하면 우리가 나가리인데.”
오소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파일을 열어봤다.
“뭐, 어차피 그리고 우리가 대충 다 알고…… 있었…….”
그녀가 예상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는데?”
* * *
스트리머란 직업은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긴 하지만, 막상 진짜 사람 만날 일은 없는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이 연말 시상식은 이들에게 단순히 상만 받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었다.
간만에 나와서 다른 스트리머들과 교류하고, 업계 정보를 나누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선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지, 누구와 술을 마실지…….
한마디로 여기서 누굴 만나느냐로 스트리머의 미래가 결정나기도 했다.
때문에 욕심이 많은 스트리머들은 조금 과하게 들러붙을지라도, 그들을 탓할 수는 없으리라.
‘난 타코 형이랑 껌 형이랑 같이 다녀서…… 다행이야.’
상현은 여기서 특별한 욕심을 더 내진 않았다.
그는 이미 연결된 사람들만 잘 챙기자는 주의이기도 했지만, 왕따처럼만 안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스트리머 여러분들은! 2층의 테라스로 올라가시면 곧바로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스태프들이 등장해서 라이브 공연 상석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줄 때도.
그는 타코야끼와 함께 위로 향했다.
“와 2층? 2층에서 볼 수 있어?”
“아……! 거기로 가면 완전 잘 보겠다!”
“이야. 이게 다 기획이야?”
우르르.
연회장의 2층 테라스는 순식간에 사람으로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그나마 빠르게 움직여서 가장 앞을 차지한 아몬드와 타코야끼.
“오오. 몬드. 현실에서도 피지컬이 돋보인다?”
“하하…….”
그들은 큐티파이와 파티셰의 입장을 똑똑히 관람할 수 있었다.
타코야끼는 원래부터 파티셰의 팬인지, 호들갑을 떨었다.
“잘 봐둬. 이건 스트리머 역사상 가장 화려한 등장일 테니. 으하하하!”
호들갑처럼 말하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상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나도 화살로 그린티라도 맞히면서 입장했어야 했나…… 따위의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모두를 조금은 주눅 들게 해버리는 등장이다.
이래서 아이돌은 아이돌.
스타는 스타구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특히 그들이 무대 위에 있을 땐.
‘큐티파이는 이런 무기가 있는 거야…….’
이게 그녀가 가진 스트리머로서의 무기다.
상현의 무기는 뛰어난 피지컬과 양궁 국대를 꿈꿨던 그의 백그라운드였다면.
큐티파이는 그 무기가 바로 이런 무대에서 빛날 수 있다는 것.
“야~ 스트리머가 아니라, 그냥 아이돌 초청공연이라 생각하고 즐겨.”
언제 끼어든 건지 풍선껌이 사람들을 비집고 나오며 한마디 얹었다.
그는 거의 자신의 얼굴만 한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있었다.
“오. 껌 형님. 용케 그 피지컬로 들어오셨습니다?”
“사람들이 나 보면 그냥 좀 비켜줘. 내가 작잖아. 좀. 작은 사람이 앞에 가야지.”
“…….”
뭔가 잠시 슬픈 침묵이 지나간 후.
“파티셰 초청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네. 난 솔직히 큐티파이도 안 올 줄 알았거든.”
“예? 형님은 파티셰 초청된 거 알고 계셨습니까?”
“뭐…… 그냥 들은 거야.”
풍선껌이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오래 했잖아. 이 일…… 듣는 게 많지. 말을 하기 싫어서 그렇지…….”
풍선껌은 말끝을 흐리더니 아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몬드야. 너 오늘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
저요? 라는 눈으로 보는 상현.
무슨 말일까.
“급격히 올라가면…… 질투하는 사람들이 생기잖아.”
“아…….”
“시상대에 여러 번 올라가면, 할 말이 없어서 말실수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그런 거 조심해.”
“알겠습니다.”
상현은 이때까지만 해도 신인상에 베스트 커플 시상까지 내가 되는 모양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아. 형님. 시상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이번 대상은 누구랍니까?”
“젤로 아니겠냐.”
“확실히 올해는 젤로의 해였죠. 아! 그리고 우리 아몬~~도!의 해이기도 하고!”
타코야끼가 괜히 아몬드의 어깨를 툭 치며 띄워준다.
“……신인상인데요. 뭘.”
“아니, 신인상 이미 받은 거처럼 말하네?”
“방금 형이 스포한 거 아니었어요?”
“아. 그건 맞지.”
“얘는 이럴 때만 눈치가 좋네.”
푸하하하.
풍선껌과 타코가 웃었다.
상현도 따라 헤헤 웃었다.
입은 웃었다.
다만 눈은 사뭇 진지하게 레드카펫을 내려보고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오늘 와서야 더 확실히 체감했다.
우물 안 개구리.
이 진부한 표현이 어떻게 진부하리만큼 인간사에 자주 쓰였는지를.
새삼 다시 느낀다.
중학교 대회에서 우승 후 고등학교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국내선수권에 갔을 때.
아성에 갔을 때.
그리고 지금조차…….
상현은 다시 한번 느낀다.
더 큰 세계는 언제든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거기로 발을 아직 디디지 못했을 뿐.
‘어쩌면…….’
이런 생각마저 든다.
‘좀 더 공격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야 했을까.’
이미 친분이 있는 타코와 풍선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야 했을까?
그래야 더 큰 세계로 발을 디디는 걸까?
“와아아아아아아아!!!”
“진짜 너무 예뻐요오오오!”
“사랑해애애애!”
어느새 음악이 멈추고, 사람들의 환호성만 가득 찬다.
파티셰의 공연이 끝난 모양이다.
다섯 명의 여자들이 미약하게 숨을 헐떡이며 포즈를 유지한 채다.
시작할 땐 레드카펫 입구에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 어느새 포토월 바로 앞이다.
계속 카펫을 걸어오면서 춤을 췄다는 것이다.
“아아! 저, 정말 대단했습니다아아아악!”
그린티가 거의 절규하듯이 외친다.
피클도 따라 나와서 마이크를 들이민다.
“여, 여러분! 인터뷰 한마디만 하실까요!?”
그러나 파티셰 멤버들은 뒷걸음쳤다.
그린티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어? 왜요? 아. 공연 다~ 끝나고 하신다고…… 잠깐만. 잠깐 한마디만 해주실까요?”
가장 리더인 머핀이 마지못해 마이크를 받았다.
“아…… 하하. 공연 끝나고 인터뷰하는 게 맞는데…… 아, 트리비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팬분들 여기 불러주셔서 너무 영광입니다. 이제 내부 무대에서 본공연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제 진짜 공연은 내부에 있는 무대에서 진행할 듯했다.
“아. 정식 공연이 또 있군요? 이건 등장 퍼포먼스였고!”
“네. 그렇죠! 한 곡만 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와…… 대, 대단합니다!”
“오우, 감사합니다! 예수님! 부처님!”
피클 역시 파티셰를 좋아하는지 하늘에 대고 기도를 외치기까지 한다.
관중들 사이에 웃음이 번지고. 라이브 방송 채팅에서도 웃기다는 반응이다.
-엌ㅋㅋㅋ
-ㅋㅋㅋㅋㅋ무친ㅋㅋ
-팩트) 피클은 유명한 무신론자다.
-정보) 피클은 무슬림이다
-피클좌 ㅋㅋㅋ
그렇게 파티셰가 지나간 후.
스트리머들도 다시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고,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이 레드카펫을 지나쳐 시상식장 안에 도착해, 이제 막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근데 젤로 님은 왜 안 오시지?”
“차 막히나 보지~”
타코야끼는 대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젤로가 안 보여서 의아해했으나. 풍선껌은 그러려니 했다.
상현은 아까 헤어져 버린 주혁과 지아를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어.”
주혁과 지아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누군가와 저렇게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역시 잘 섞이네.’
역시 주혁이답게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말하고 다니는구나 싶었는데.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상대는 낯이 익었다.
‘장 피디님?’
장 피디였다.
그는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상현은 사정을 알지 못하니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아아! 상현 씨!”
장피디가 반가워하며 인사한다.
“아. 저번에 도움 감사드립니다. 장 피디님.”
상현은 일전에 장 피디가 도움 줬던 일을 언급했다. 팬미팅을 준비할 때 그의 인맥을 빌렸던 일이 있었다.
“아. 그거 뭐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하하! 그 자식들 알바몬에서 찾아도 나올걸요?”
물론 그는 농담을 하고 있는 거다.
그가 소개시켜 줬던 인력은 이쪽 고급 전문인력이었다.
“아, 뭐 정 고마우면…… 내 프로그램에 한 번만 더 나와줘요.”
“……예?”
곤란해서 되물은 게 아니었다.
장 피디의 프로그램이라면 메이저 채널인데. 거길 나와달라고 오히려 장 피디가 부탁한다니?
“그…… 메이저 채널로 될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따로 기획하고 있는 게 있거든요? 스트리머들이랑 좀 어떻게 셀럽들 모아서…….”
“아. 예. 물론이죠. 불러만 주세요.”
장 피디는 고맙다는 듯 두 눈이 반짝였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몬드 님. 내가 화면발 잘 받게 신경 좀 써드릴게. 어? 아하하하!”
‘?’
상현은 몰랐다.
장 피디가 말한 화면발이라는게, 지금 이 시상식을 말하고 있는 거란 걸.
그야 장 피디가 여기 총괄 피디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말했듯, 여기서 누굴 만나느냐로 스트리머의 미래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