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5화
54. 연회장(3)
파티셰의 완전체 복귀 후.
한참 동안 큐티파이에 대한 루머 혹은 비방이 올라오던 스트리머 가든은 태세를 변환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 머핀 크로스 등장하니 다 숨었쥬?ㅋㅋㅋ] [피뎊따놨다! 자~! 지옥 가자~~!] [삼각관계니 뭐닠ㅋㅋ 그 렉카를 믿냐??]불화나 해체 등은 없었던 이야기라는 걸 너무나 완벽하게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큐티파이를 더 이상 매달 수 없어졌으니, 결국 새로운 먹이를 찾아야 했다.
그렇다.
새로운 먹이를 늘 찾는다. 대상만 바뀔 뿐이다.
[신인상 아몬드라는 소문있던데. ㄹㅇ임?] [아몬드 성장 기세 무섭네……]시작은 늘 이렇게 간을 보는 식이다.
적나라한 혐오를 처음부터 드러내면 아무도 동조해 주지 않으니.
은근슬쩍 자격지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야 데뷔 세 달만에 바로 신인상?ㅋㅋ]아직 신인상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신인상을 받았다는 듯 놀라주는 거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이런 댓글이 달린다.
-신인상 아몬드가 받겠냐? 모솔이 받겠지. 꾸준하고 근본도 있는데.
-신인상은 보통 작년에 데뷔한 애들 준다…… 그 해에 데뷔한 애를 어케 줌?
늘 있는 일이다.
누군가가 띄워지면, 딴지를 거는 자들이 나오는 건.
이들은 다른 스트리머들의 팬일 수도 있고, 혹은 그 관계자일 수도 있다.
이들은 아몬드가 신인상을 받기엔 아직 보여준 게 불분명하다고 주장한다.
└ㅈㄹ 큐티파이는 그 해에 대상도 받았는데 ㅋㅋ
└무슨 선후배 따지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 수 증가 추이는 아몬드가 압도적인데? 후원은 여캠 같은거에 밀려도 화제성이 좋잖아
그러나, 이런 근거는 금세 논파당한다.
애초에 신인상이라는 게, 불분명한 루키들에게 주는 게 맞으니 말이다.
-신인상인데 너무 신인이라 못받는단 건 뭐임ㅋㅋㅋㅋ
└엌ㅋㅋㅋ그렇네
└ㅁㅊㅋㅋㅋㅋ맞네
└222나도 이 말 하려함 ㅠㅠ
신인이라 신인상을 못받는다는 허무맹랑한 말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질투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은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쟨가?”
“응. 매니저까지 대동해서 왔네. 아주 월드스타여?”
“저런 거 길게 못 간다.”
어떤 테이블에 모인 스트리머들이 조용조용히 아몬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마이크에 음성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말이다.
“나 혜성처럼 등장함. 이러고 얼굴에 써놨네.”
“푸하하하. 그러니까.”
그들 대부분은 얼마 전 데뷔한 신인들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누군가가 보기엔 신인치고는 상당한 성취를 이룬 자들이다.
그렇기에 되려 아몬드가 더 미워 보인다.
자기들보다 훨씬 더 늦게 방송을 시작했는데, 더 큰 성취를 이뤄 버렸다.
그들에게 와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다 가려졌다. 이들 모두 신인상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다른 후보들은 이해라도 가. 1~2년 꾸준히 방송했으니까. 근데 두세 달 방송하고 후보라니.”
“제 말이 그거예요. 형님. 애들은 무슨 ‘쉰인솽이 구뤔 쉰인한퉤 주눈거쥐~’ 이러고 있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니까?”
이들이 아몬드에게 유독 더 성을 내는 건, 나머지 신인상 후보들은 방송 경력이 꽤 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들보다 길기 때문이다.
“걔네랑 말해야 뭐 하냐. 지들이 뭘 해봐야 알지.”
“그쵸. 아무것도 모르죠 그 자식들.”
어휴.
한숨을 쉬며 맞장구치는 사람들.
“저 자식 스트리머들이랑 교류도 안 하잖아요. 어나더레벨인 척은 다 해.”
“그렇더라. 아성에서 더러워서 나왔다더니. 아성 출신인 건 또 겁나 활용해.”
또한 상현이 딱히 스트리머들과 일부러 교류하려는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뒷여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적나라한 적의는 품지 않게 되는 게 사람이니.
“저렇게 지 혼자 잘났다고 다니다간. 자빠지는 거다~”
“그래. 결국 지들끼리만 놀잖아요. 여기 큰물에 왔으면 응? 큰 분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들은 결국 되도 않는 정신 승리를 하며 술을 홀짝이고는.
저들끼리 또 다른 인맥을 만들러 흩어진다.
자신을 끌어 올려줄 동아줄 같은 인맥을 만나기 위해.
* * *
“그래. 원래 이렇지.”
연회장의 바 테이블에서, 주혁이 휴대폰 화면을 끄며 말한다.
“올라가는 사람은 끌어내리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
주혁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주절댄다.
“하지만 말야? 올라오려는 사람은 끌어주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더라고!?”
상현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옆에 들고 있는 와인이 몇 잔째 받아먹은 것인지 가늠해 본다.
“안타깝게도! 나보다 잘되는 사람을 만나는 게 결국 최선의 인간 관계라는 거지……!”
이 녀석 와인을 마시면 잘 취한다고 그랬었지.
‘또 술버릇이 나왔군.’
주혁의 술버릇 중 하나.
갑자기 야근을 하러 회사를 간다거나.
자기계발서 한 구절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그러려면 열등감이 없어야지. 거기서 자유로워야 된다고. 그게 어려워! 그러니 성공이 어렵지?!”
주혁이랑 와인바에 가면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을 굳이 사지 않아도 공짜로 그 요약본을 들을 수도 있다.
“너…… 취했다.”
상현은 이제 그만 하라는 식으로 그의 어깨를 툭 친다.
주혁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침묵했다.
이제 다시 제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크흠. 뭐, 뭘, 인마…… 내가 뭘 취했다는 거냐?”
상현은 그냥 말없이 그를 바라본다.
주혁은 이내 이실직고한다.
“……장 피디 술 진짜 빨리 마시더라고.”
상현이 화제도 돌릴 겸 물었다.
“장 피디님 제안 어떤 거 같아?”
주혁은 잠시 고민해 본다.
“장 피디는 일단 메이저 쪽 피디야. 그리고 히트한 프로그램도 꽤 있어. 다만…….”
“위쪽하고 사이가 안 좋잖아.”
“그렇지.”
주혁은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장 피디와의 인간적인 친분 외에, 그가 정말 우리를 끌어줄 수 있는 힘이 있는지.
“그 사람은 일단…… 반골 성향이 있어. 더 나쁘게 말하면 예술가 병. 예능 피디들 중에선 희귀병이지.”
푸훕.
옆에서 듣던 지아가 웃어버린다.
주혁의 말이 꽤나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으니.
“장 피디님은 왜 여기 계신 거야? 그냥 초청?”
상현은 아까부터 궁금하던 걸 물었다.
“아냐. 그분이 여기 총괄 연출이야.”
“……이 행사?”
“그래. 어쩌다 그렇게 됐다더라. 자기가 적극 지원했대.”
장 피디는 확실히 스트리머 쪽 시장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원래 그렇잖아. 밑에서 치고 올라가려면 새로운 시장을 문 두들기는게 제일 좋거든. 아마 스트리밍이랑 가상 현실 쪽으로 뭘 기획하는 거 같아.”
주혁의 추측은 실제 장피디의 생각과 거의 90% 이상 일치했다. 옆에서 장 피디가 들었다면 깜짝 놀랄 정도로.
아마 술에 덜 취했다면 100%까지 일치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 사람이 기획하는 게 큰 메리트가 있을까…… 이게 문제란 말이지? 연예계에서 여기로 넘어와서 잘된 놈들 몇 없는데. 저 사람만 해도…….”
주혁의 시선이 자연스레 저쪽에 앉은 큐티파이에게로 간다.
“!?”
그런데, 주혁이 갑자기 얼어붙어버렸다.
큐티파이가 이쪽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주혁은 술이 번쩍 깨며, 상현에게 조용히 물었다.
“야. 내 목소리가 혹시 엄청 컸냐?”
“아니.”
그럼에도 큐티파이가 뻔히 이쪽으로 오고 있었고.
또각.
이제 바로 앞이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큐티파이예요. 제 입으로 이 닉 말하기 민망하긴 하네요.”
‘닉이라니. 아이돌 이름이잖아…….’
꺄하하.
특유의 웃음과 함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는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화장에 펄이 과했다…….
크흠.
상현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몬드입니다.”
원래 여긴 스트리머들끼리 서로 인사 나누는 자리니까. 갑자기 와서 인사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근데 이 먼 거리를 직선으로 걸어와서 인사라니.’
뭔가 애초부터 인사를 하러 오려고 작정한 것 같은 느낌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큐티파이를 바라보는 상현.
당연히 그녀가 먼저 용건을 꺼낼 줄 알았는데.
“…….”
“…….”
잠시 침묵이 흐른다.
주혁이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작년 대상 수상자를 이렇게 보니 영광입니다. 저는 매니저고 이쪽 분은 헤드 편집자입니다.”
지아도 덩달아 조금 뻘쭘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무래도 지아는 큐티파이의 화려하고 아이돌스러운 외모에 기가 눌린 듯했다.
“아.”
그런데, 그녀의 눈이 오히려 지아 쪽을 보며 반짝인다.
“이…… 이분이 편집자시구나!”
“?”
너무 반가워하니, 상현은 반사적으로 또 섭외하러 온 건가 하는 방어 기제가 작동했다.
그런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일전에 신세졌습니다.”
지아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신세를…….”
꺄하하.
큐티파이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지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제 불화설이랑 온갖 잡소리를 엮어서 그 개…… 아니, 그 렉카 새…… 아니, 그 이슈 올튜버 분이 영상을 올리셨었는데.”
“?”
갑자기 무슨 말인가, 이게.
셋은 서로를 쳐다봤으나. 아무도 추측을 못 하고 있다. 그야 이들에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어서 기억을 못 한다.
“사회 정치 카테고리 1위를 할 뻔한걸! 아몬드 님 영상이 뙇!”
큐티파이는 정말 동작이 큰 사람이었다.
정말 공기를 한 대 치려는 듯 주먹을 내지르며 말한다.
“와서 그놈을 때려잡은 거 있죠!? 1위를 못 한 거예요! 1위만 못해도 기사나 이런데 실릴 때 힘이 확! 빠지는 거 아세요?”
꺄하하!
불화설 영상 이야기하는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유쾌하게 웃어버리는 모습.
“아…… 정치 사회 카테고리 2등까지 올라갈 정도로…… 화제가 된…… 뭔가 이상하죠? 1등이 아니니까! 편집장이 보기도 애매하다구요!? 그래서 기사가 안 났어요!”
요점은 아몬드의 영상이 당시 엄청난 컨셉질에 의해 정치 사회 카테고리로 등록돼서 그 영상의 1등을 막아버린 덕에 사태가 더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가 안 난 건 그냥 우연 같은데.’
상현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주혁이 의문을 제기한다.
“어. 그런데 저희는 그 영사보다 먼저 차트에서 내려갔는데…… 더블트러블 영상이 더 늦게 올라온 거라. 그 뒤엔 1등 하지 않았나요?”
실시간 차트는 24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24시간이 됐을 때가 최고치이며, 그 이후로는 차트에서 아웃.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아몬드의 영상이 먼저 올라온 이상 더블트러블의 영상을 계속 막고 있진 못했다.
“아. 그거요! 그거 그때 또 뙇~! 하고 무슨 비리 사건이 터진 거예요!? 그것도 엄청난! 말 그대로 정말 정치 사회 사건이죠! 그러니까 또 묻혔지 뭐예요?”
꺄하하!
큐티파이는 정말 운이 좋았다며 웃어댔다.
‘뭐야. 그럼 그거 때문이잖아?’
주혁과 상현은 서로 마주 보며 같은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저는 그래서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정치 사회까지 와서 그 자리를 차지해 줘버린걸요.”
큐티파이가 다시 한번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하자.
지아는 얼굴이 벌게지며 답한다.
“……일부러 한 건 아닌데요. 뭘.”
“그래도요! 감사합니다! 아몬드 님도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주세요! 이따가 제 공연에서 샤우팅도 좀 부탁합니다!”
꺄하하.
그녀는 한번 또 유쾌하게 웃어버린다.
그러고는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그 쪽으로 휭 가버렸다.
“오오! 키위양~~~”
“와! 언니! 대박! 백만 년 만 아니야 완전?!”
“아까 공연 봤어?”
꺄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둘.
큐티파이가 자리를 비운 후에야 상현은 느꼈다.
‘음?’
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고 있음을.
은근슬쩍 보지 않는 척하면서 눈을 흘기는 자들.
아니면 대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던가. 심지어 노려보는 눈들.
그 농도가 너무 적나라해, 이 멀리 있는 상현도 그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큐티파이랑 무슨 대화를 저렇게 길게 해?’
‘셋 다 큐티파이랑 알아?’
‘큐티파이가 먼저 간 거 아니야 지금?’
이 많은 시선에 주눅들 수도, 혹은 화가 날 수도 있었다만.
상현은 이렇게 느낀 모양이다.
홀짝.
그는 와인 한 모금을 마저 들이켜며 중얼거린다.
마치 들으란 듯이.
“시상식 재밌네.”
* * *
잠시 후.
아마 한 서너 명의 스트리머들이 아몬드와 이야기를 나눈 뒤였을 거다.
스피커에서 안내 멘트가 울려 퍼졌다.
“자. 잠시 후. 초청 가수의 공연과 함께, 시상이 시작됩니다. 초대받은 여러분들은 지정석에 앉아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무대 위 스크린에 ‘트리비 어워즈’라는 문구가 떠오르고.
진부하고 웅장한 음악이 흐른다.
스트리머들은 천천히 자기들의 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드디어 시상식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