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3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6화
55. 시상식(1)
스트리머는 외로운 직업이다.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있는 잘나가는 스트리머도, 4~5명이나 겨우 보는 무명 스트리머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다.
자신의 직업적 고충을 나눌 사람이 없다.
직장인들이 제아무리 회사에 가서 사람과 만나는 게 스트레스고, 출퇴근이 힘들다 해도.
사실 정신의학적으로 그런 스트레스는 당신의 정신을 결국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스트리머들의 정신은 점점 서서히 썩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도 누군가를 만나야 했다.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그리하여 그런 이들에게 마련된 공식적인 교류의 장이 몇 개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규모로 치면 단연코 가장 큰 행사는 이 연말 시상식이다.
시상이 시작되기 전의 연회장에서 이들은 간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고.
“안녕하세요. 저……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아. 오! 안녕하세요. 실제로 뵈니까 너무 이쁘시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엔 편집자들 혹은 매니저들까지 대동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어쩌면 새로운 길을 틀 수 있는 이직의 장이기도 했다.
동시에 스트리머 입장에선 영입하고 싶은 인재와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이 연회장에선 구설수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니까.
“저쪽. 저쪽으로 찍어보자.”
그런 구설수 혹은 재밌는 장면을 찾아서 다니는 카메라맨들도 연회장에 쫙 깔려 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소리까지 담진 못하지만, 스트리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장면을 라이브로 내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봐주는 시청자들이 꽤 많았다.
-큐티파이다
-오 큐티파이 개이쁘네 ㄷㄷ
-와…… 찐아이돌은 다르네
-근데 미호 미만잡임
-모델하고 비비지마라 ㄹㅇ 빡치니까
그러던 중 카메라에 들어온 건 큐티파이다.
그녀는 파티셰 멤버들과 떠들고 있는 걸로 보인다.
-불화설 개구라였넼ㅋㅋ
-이것마저 연기?
-친해보이는데;
시청자들은 파티셰의 불화설이 진짜가 맞냐는 의문에 휩싸인다. 지금 보이는 모습으론 그 누구보다 친해 보이니까.
그러던 중─
-왜 저렇게 빤히 봄??
-뭐지?
-??
큐티파이가 멤버들과 이야기하다 말고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는데.
카메라도 그 시선을 따라 쭈욱 움직였다.
-?
-오.
-아몬드???
-너도 별 수 없는 여자구나……
-설마 존잘이라 쳐다보는거임?ㅋㅋㅋ
-오늘부터 파티셰 불매함 ㅅㄱ
큐티파이는 아몬드 쪽을 한참 바라봤다. 그 뒤쪽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몬드가 이동하는 곳을 따라 시선이 옮겨가는 걸 보니. 확실히 아몬드 쪽이었다.
카메라만으로는 도저히 무슨 용건인지 알기 힘들었다. 저렇게까지 한 사람을 빤히 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아몬드가 자리를 잡고 이내 자기 팀원들과만 남게 되자. 큐티파이가 자리를 떴다.
그녀는 멤버들에게 인사한 후 아몬드 쪽을 향해 걸어왔다.
꽤나 먼 거리였는데, 일직선으로 돌파해 버렸다. 그사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지만 인사만 받고 그냥 지나쳤다.
그 후 역시나 아몬드 앞에 멈춰 서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야기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아몬드 큐티파이랑 친함?
-카메라야! 앞으로 좀 가자!
-아몬드 역시 월클
-아성식 인맥
-키야~
-큐티파이야. 제발 아니라고 해줘ㅠㅠ
음성이 없다 보니, 마치 아몬드와 원래 친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야 큐티파이가 수많은 사람들을 가로질러 아몬드에게 갔기 때문이다.
-파이야 너 설마……
-큐티파이…… 너도 여자구나…… ㅅㅂ 사랑했다!
-아몬드 개자식. 아몬드 개자식.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작을거야. 분명히 작을거야.
큐티파이의 팬들 대다수가 아몬드를 질투하는 듯한 채팅을 쳐 올린다. 데협에 이어 또 다른 안티 세력의 등장일지도 몰랐다.
반면에 아몬드 팬들은 이 만남을 반기는 듯했다.
-아몬드 약간 세상 혼자 사는 느낌이라 걱정했는데 잘 어울리니 존좋ㅠㅠㅠ
-아아가는 친구도 잘 만들어! 아아가는 인기 많어!
-상현아 ㅠㅠ 사람 만날 줄도 아는거였구나! ㅋㅋㅋㅋㅋㅋ
평소 말을 조금 쿨하게 하는 아몬드의 성격상 사람을 잘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던 팬들.
그런데 예상을 뒤집고 그래도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모습을 보니 한시름 놓는 것이다.
거기에…….
-월클들이랑 잘지내니 보기 좋누
-끼리끼리는 과학
-주변에 다 좋은 애들만 포진했누
아몬드와 친해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잘나가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팬들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한다.
카메라는 이만 아몬드에게서도 고개를 돌린다.
-젤로 좀 보여줠
-젤! 젤! 젤!
-카메라님. 젤로의 전설……이란 걸 아시나요?
사람들은 이제 이번 연도 대상에 가장 근접한 스트리머, 젤로를 보여달라 하고 있었는데.
-젤로 근데 입장도 안 한 거 같은데…… 있긴 하냐?
-그 새끼라면 진짜 자다가 못올 수도 있음
-아ㅋㅋㅋㅋ 젤로는 이런 인싸 축제 못온다곸ㅋㅋㅋ
문제는 아무리 찾아도 젤로는 보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젤로가 어딨는지는 모르는 채.
이런 메시지가 라이브 화면에 떠올랐다.
[잠시 후. 초청 가수 공연이 시작됩니다. 음향 조절에 주의해 주세요.]이제 시상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 * *
일단 첫 번째 공연은 파티셰가 아닌 다른 보이그룹이었는데.
지아는 시작부터 입을 떡 벌리고 좋아라 했지만, 상현과 주혁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공연을 막상 보니 재밌었던 모양인지 이런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
“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시상이 시작됐다.
아마 시상 중간중간에 특별 공연이 나오는 식으로 구성된 것 같았다.
“공연은 재밌게 즐기셨나요?”
무대가 다 끝난 후.
그린티와 피클이 아닌 전문 진행자가 등장했다.
“여러분. 트리비의 연말 파티 지출이 올해가 최대랍니다.”
오오오…….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호응이 들려왔다.
-ㅋㅋㅋㅋ역대 최대!
-역최파
-돈 좀 썼누
“근데 매년 역대 최고로 많이 썼다는데. 진짜일까요? 별 차이가 없는데. 그냥 인플레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물가는 항상 오르니까.”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그런데, 오르는 건 물가만이 아니죠?”
진행자가 손을 까닥하자.
촤악!
무대의 커튼이 열린다.
트로피를 비추고 있는 스크린이 드러난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분들이 계십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빠바밤.
흔한 시상식 음악이 울리고, 스크린에 후보들이 떠올랐다.
“신인! 그들을 위한!”
[트리비 어워즈] [신인상]-ㄷㄷㄷ
-빌드업 무쳤누
-이걸 이렇게?ㅋㅋㅋ
곧바로 신인상부터 수여하는 모양이다.
“신인상 후보들입니다!”
[모솔] [페퍼로니] [고구마] [레몬] [아몬드]카메라들이 순식간에 후보들의 근처로 다가가 줌을 당긴다.
꿀꺽.
주혁과 지아가 마른침을 삼킨다.
아몬드 역시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뜨아 라인업 ㄷㄷ
-올해는 아몬드꺼~~
-모솔! 모솔! 모솔!
-로니로니 페퍼로니~~!
-레몬! 신인상은 못갖더라도 날 가져!
-자 여기는 견^2이 접수했습니다^~^
“시상은 여기 나온 두 분이 도와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상을 건네줄 스트리머가 나왔다.
빨간 머리와 노란 머리 콤비.
홍차와 레몬이었다.
특히나 레몬은 이번 시상에도 후보로 포함된 터라 꽤나 긴장되어 보이는 눈치다.
홍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실력 방송. 원딜러. 홍차라 하옵니다.”
와아아아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중에 누군가 외친다.
“어우! 말투 뭐야!”
와하하하.
스트리머들이 다시 한바탕 웃는다.
-홍차 말투 무엇ㅋㅋㅋ
-오자마자 남친 헤드락 걸던 사람이 맞나요?
-나…… 두근거리면 비정상이냐?
다행히 레몬은 평소와 비슷한 텐션이었다.
“으흐흐! 레몬이에요! 릴의 최──강 서포터를 맡고 있고! 여러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 후.
곧바로 홍차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거두절미하고. 시상 시작하겠사옵니다.”
-ㅁㅊㅋㅋㅋ
-컨셉 계속 가는 거냐?
-이 방송 보이콧 하겠사옵니다
레몬이 쑥 튀어나오며 외쳤다.
“2035년! 트리비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은!”
파르르 떨리는 듯한 드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두두…….
홍차가 카드를 넘긴다.
그녀의 입에서 ‘아’까지 보이는 순간.
“아. 여기서 이걸 보고 가셔야죠.”
갑자기 스크린 화면이 전환됐다.
우우우우우!
너무나 적나라한 애태우기에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다.
-ㅁㅊㅋㅋㅋ
-바로 야유 ㅋㅋ
-아…… 뭔뎈ㅋ
스크린에서 후보자들의 얼굴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사라지고, 후보자들의 이름이 세로로 정렬됐다.
레몬이 말을 이었다.
아마 대본인 듯했다.
“작년부터 하던 거죠?”
“네. 아무래도 1인 방송은 시청자 여러분께서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보니,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팅!
아무것도 없던 후보자들 이름 옆에, 게이지가 생겼다.
[평균 시청자 수]평균 시청자 수를 보여주는 게이지인데.
[2034년 1월]처음 시작은 작년 1월부터이다.
게이지가 점점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름의 순위가 역전된다.
-오. 뭐야 이름 순서가 바뀌넼ㅋㅋ
-아 이거 ㅋㅋㅋ 올튜브에서 보던 거넼ㅋㅋ
-와 무슨 레이스 같누 ㅋㅋ
페퍼로니와 고구마가 상당한 속도로 치고 올라간다.
[페퍼로니] [고구마] [레몬] [모솔] [아몬드]현재는 이런 순으로 나열됐다.
음악이 나오면서, 계속 시간이 흐른다.
[2034년 6월]6~7월쯤부터 모솔과 레몬도 시청자가 붙기 시작한다.
[페퍼로니] [고구마] [레몬] [모솔] [아몬드]하나 순위는 그대로다.
또 시간이 흐르고.
[2034년 8월]위로 올라간 페퍼로니와 고구마를 추적하다가, 작년 여름.
레몬이 치고 올라온다.
홍차와 합방을 하면서부터다.
[페퍼로니] [레몬] [고구마] [모솔] [아몬드]“오오 역전!”
스트리머들이 웅성거린다.
-고구마야 ㅠㅠㅠ
-너무하누 ㅋㅋㅋ
-쟈닌해……
-걱정마라 레몬도 못받는닼ㅋ
-와 이렇게 보여주니 흥미 돋넼ㅋㅋ
그리고 다시 계속 공통적으로 성장하던 중.
[2034년 12월]작년 난트전이 진행되던 때.
[페퍼로니] [모솔] [레몬] [고구마] [아몬드]모솔이 갑자기 치고 올라온다.
-오오오오
-정기찬! 정기찬! 정기찬!
-큰 거 온다!
사실상 모스트 솔리아, 정기찬의 데뷔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던 게 작년의 난트전이다.
난트전하면 또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근데 아몬드 언제 나와 ㅋㅋㅋ
-치타는 웃고 있다
-계속 0이네
-아몬드 이때 시작도 안했었냐???
아몬드다.
아몬드는 여전히 0을 유지 중이다.
아직 스트리머 아몬드가 아닌, 아성의 유 대리로 살아가고 있었을 때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때이기도 했다.
[2035년 1월]해가 넘어갔다.
[페퍼로니] [모솔] [레몬] [고구마] [아몬드]랭킹은 아직 이 구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모솔도 분발하고 있으나, 페퍼로니의 시청자를 넘기엔 아직 무리였다.
-모솔 이 난트전 원툴 쉑 ㅋㅋ
-아몬드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아! 몬! 드!
-고구마는 ㄹㅇ 미동도 없넼ㅋㅋ
-고구마 닉값하네 답답해 뒤지겠누
이 구도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2035년 3월]봄을 넘어 여름이 와도.
[2035년 7월]순위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2035년 9월]아몬드의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 겨울. 전인류를 강타할 견과류가 온다……!
-마법의 가을
-큰 거 온다
-“winter is 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