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3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7화
55. 시상식(2)
신인상 수상 과정 중.
스트리머 가든의 게시글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안 좋은 쪽으로.
[견견들 나와 짖어봐] [올해 최고 신인 아몬드: “0”] [무슨 압도적인 표 차마냥 설레발치더니 “0”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직도 “0” 실화냐?]아몬드의 그래프가 계속 0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그래프 싸움이 지속되는 시간 중 8할가량을 0에 머물러 있었으니.
계속 0일 거면서 그간 왜 그렇게 거들먹거렸냐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듯했다.
아몬드의 팬들조차 정확히 언제부터 방송을 시작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0 뭐야 ㅠㅠㅠㅠ] [왜 안움직임??] [뭐지? 버그?]조금 순진한 팬들은 저 분탕들의 말을 믿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그들은 날뛰었다.
[그 대단한 아몬드 대체 언제 올라가냐고 ㅋㅋ] [000000000] [아아가는 이진법밖에 몰라 000]다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 허점이 많은 선동이었다.
[얘네 아까는 아몬드 짬밥이 너무 적어서 안된다더니. 이젠 갑자기 방송 시작 언제했는지 모르는척 하네??ㅋㅋㅋㅋ]지금 도배되다시피 하는 ‘0’에 관한 게시물들.
이들은 사실 스트리머 가든의 주류 의견을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반응이었다.
현재 선동 세력은 사실 아몬드가 방송을 언제 시작했는지 알고 있었다.
올해 겨울쯤에나 시작해서 ‘경력이 짧아’ 신인상은 무리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척 ‘0’이라는 숫자만 강조해서 그를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여론 물타기다.
강력한 워딩 몇 개만을 계속 뽑아내서 실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커뮤니티에선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아니 아몬드는 아직 방송 시작도 안했는뎈ㅋㅋ] [헐 0 뭔데 ㅠㅠ 버그 아냐?ㅠㅠㅠ] [방송을 시작해야 시청자가 붙지 ㅄ들아] [ㅈㄹ들을해라 견까들아] [아몬드 근데 왜 진짜 0임???]올라오는 게시물 사이사이 이런 선동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숫자가 계속 0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35년 9월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올라갈 거라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한’ 정보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진실을 말하는 쪽이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고, 허구를 말하는 쪽이 정확한 숫자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0’이라는 숫자를.
그것만으로도 진실과 거짓의 위치가 뒤바뀌어 버린다.
분명 그럴 뻔했다만…….
이는 반대로 눈에 똑똑히 보이는 확실하고 쉬운 증거만 있다면 진실을 밝히기 쉬워진다는 소리다.
지금 트리비가 준비한 그래프 레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법한 그래프들 간의 레이스.
이거라면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2035년 9월]그래프가 35년 9월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큰 거 온다
-마법의 가을
-“winter is coming”
-아몬드 개같이 부화!
* * *
두두두두두……!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질주하는 그래프들.
상현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35년 9월…….’
트리비에선 아마 깨끗하고 공정한 시상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연출일 테지만.
‘……전부 생각나.’
의도치 않게 상현에겐 주마등이 되어주었다.
[2035년 9월]아몬드가 처음 활동을 시작한 시기.
그가 아몬드로서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서려 했던 날이었다.
메이저한 게임보단 마니아층이 있고 활을 무기로 쓸 수 있는 킹덤을 골랐었지.
그때 아마 시청자가 처음에 4명까지 올라갔던가?
그 4명의 아이디는 지금도 기억한다.
“오오…….”
“야, 야. 큰 거 온다.”
“와.”
현재 그의 팬들은 ‘큰 게 온다’며 환호해 주지만.
그때만 해도 어떻게 알았는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와 쭉쭉 올라가누
-ㄷㄷㄷ
-혜성 그 자체
-이 몸 등장!
슈우욱!
지금까지 봤던 어떤 후보들보다도 엄청난 성장세가 그래프로 나타났다.
9월 중순에서 말.
이쯤이 아마 도토리묵과의 합방에서 퍼펙트샷을 선보이며, 시청자를 크게 끌어당겼던 때다.
이때 고구마 후보를 거의 따라잡았다.
그 기세는 이어졌다.
10월로.
[2035년 10월]10월에는 배틀 라지를 시작했다.
이때 배틀 라지 솔쿼드로 첫 게임에서 우승을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4명씩 팀을 먹고 하는데, 아몬드는 처음이라 실수로 개인으로 참가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1등을 차지했었다.
이후 첫판인데 패작러 신고로 정지됐던 사태, 타코야끼와의 접전 등으로 유명세를 탄다.
시청자 수가 역전된다.
이제 고구마보다 위다.
그리고─
“……와!”
“헉.”
“미…… 미쳤다.”
11월.
릴로 게임을 전환한다.
[2035년 11월]릴로 전환한 직후엔 시청자가 하락했다.
게임 전환에 대한 리스크였다.
하락은 더디게 회복되었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 기류를 탄다. 팀 벌룬스타즈 멤버 중 하나의 불참으로 아몬드가 중간 투입된 순간이다.
점점 상승하는 시청자 수. 그의 방송은 배틀 라지 전성기를 넘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트전.
[아몬드] [모솔] [페퍼로니] [레몬] [고구마]“와!”
“헉…….”
“이야아아!”
단숨에 후보들 중 1등이 된다.
-캬
-난트전 못참지
-이야 미쳤다
-1등 폭주
-화성가즈아아아!
난트전의 시청자 폭주.
계속될 것 같던 그 기세도 결국 난트전이 끝나면서 잠시 하락한다.
[2035년 12월]12월.
하락한 상태로 횡보하며 12월로 온다.
횡보는 길지 않았다.
“오오오……!”
“와!”
“또 올라!?”
양궁 소년 사연으로 메이저 채널 진출.
제작자 의도와는 완전히 달랐던 좀비 스쿨 플레이.
시빌 엠파이어의 각종 활약을 애국 코드와 연계 지은 영상 등.
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상승하기 시작한 아몬드.
[아몬드].
.
.
[모솔] [페퍼로니] [레몬] [고구마]1등을 넘어, 2등과의 격차도 한참 더 벌어져 버린다.
압도적인 1등의 지표였다.
쿵……!
끝내, 그래프의 성장은 멈췄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말이다.
[그리고, 오늘]이 텍스트가 스크린에 큼지막이 박혀 있는데.
왜일까?
이유는 알 수가 없었는데. 상현의 눈에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슬픔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간의 오르고 내리던 인생을 한순간에 요약해서 봤을 때의 감정이란, 설명해 내기 힘들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힘들었고, 내리면 내리는 대로 힘든.
그 수많은 굴곡은 돌아보니 아름다운 파도…….
좋은 시간들뿐이었다.
‘잘해왔구나.’
벅차올랐다.
* * *
이를 촬영 프레임에서 바라보고 있던 장 피디. 그도 놀라 입을 벌렸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거였나?’
그는 아몬드가 신인 스트리머들 중에 유명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스트리머 바닥을 잘 모르다 보니 그 격차를 실감하진 못했었다.
사실 이렇게 눈으로 스트리머들 간의 성장 격차를 볼 수 있는 상황이 흔한 건 아니다. 트리비 시상식 때나 가능한 통계였으니.
‘장난 아니군. 저 정도면…… 음반 시장으로 따지자면 데뷔와 동시에 차트 1위 음악 방송 1위 찍고 전국 순회 공연 도는 거잖아.’
그는 자신이 몸담은 쪽 필드의 기준으로 대입해서 이해해 본다.
데뷔와 동시에 1위. 전국적 인지도. 시작부터 빛만 있는, 이런 가수들은 생각보다 얼마 없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무명 시절이 굉장히 길고, 가려진 인고의 시간이 있다.
‘저 사람도 다른 인고의 시간이…… 있었겠지.’
아몬드는 스트리머로서의 인고의 시간은 없었을지라도. 그의 인생이 순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당장 인생을 바꿔준다 해도 누가 선뜻 손을 들 수 있을지…….
적어도 장 피디는 그런 세월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이 보상은 정당한 것이었다.
이때, 시상을 맡은 홍차와 레몬이 입을 열었다.
“어…… 그…….”
그래프를 본 그들은 잠시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웅성웅성.
스트리머들도 저마다 이 엄청난 격차에 대해 떠들고 있다.
“미드 차이 돌았네.”
“기찬아…… 그냥 다시 태어나자.”
“와 아몬드 이 정도였어?”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막상 이렇게 두 눈으로 확실하게 보고 나니 충격을 받는 것이다.
말했듯 이렇게 확실하게 차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홍차가 잠시 심호흡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시, 시청자 숫자만으로, 시상이 결정되진 않습니다! 시청자 투표, 그리고 그들의 참여율 역시 중요한 지표입니다.”
“맞습니다! 간략하게 보시죠!”
또 준비된 그래프 레이스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 또한 앞서와 별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차이가 더 벌어지는 그래프도 있었다.
“그럼!”
홍차는 카드를 넘기며 시상 사인을 보냈다.
“신인상 발표하겠습니다.”
두두두두……!
음악이 나오면서 배경음을 깔아줬다.
그사이 주혁이 상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야. 수상 소감…… 준비했냐?”
“음.”
상현은 굳이 대답 않고 태연히 있었다.
“아…… 안 했어? 어떡하게?”
“그냥 뭐. 말해야지. 대단한 발표도 아닌데.”
주혁은 계획형, 상현은 임기응변.
옛날부터 그랬다.
“하아. 이거 내가 썼어야 했나.”
“내가 무슨 애냐.”
상현이 걱정 말란 듯 피식 웃었고.
“2035년. 연말 트리비 어워즈. 신인상. 축하드립니다. 아몬드!”
아몬드의 이름이 호명됐다.
와아아아아아!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ㅊㅊㅊㅊㅊ
-헐 ㅠㅠ 피식 웃는거 개발려 ㅠㅠ
-사랑해! 사랑해!
-엄청난 반전 ㄷㄷ
-받는구나ㅠㅠㅠ
-아몬드ㅠㅠㅠ 될 줄 알았다ㅠㅠㅠ
상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카메라가 그쪽으로 줌인됐다.
“축하해요! 아몬드 님!”
“이야 잘했다아!”
“아몬드! 화성 가즈아아!”
그는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주는 스트리머 동료들에게 눈웃음으로 화답하며 시상대까지 걸었다.
레몬이 트로피를 집어 그에게 건네줬다.
“으흐흐! 축하해요!”
홍차가 마이크를 가리킨다.
“자. 여기로 오셔서, 수상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아. 네.”
상현은 트로피를 든 채로 시상대의 중앙 마이크에 섰다.
그는 잠시 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주혁은 보란 듯 한숨을 내쉰다.
‘하아. 어쩌려는 거야.’
저 녀석이 말주변이 없는 건 자기가 제일 잘 안다는 듯.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상현은 미소와 함께 말문을 떼었다.
“비록 신인한테 주는 상이라지만.”
사실 상현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수상 소감이 있었다.
“제가 아직 이 상을 받을 만큼 증명했다기엔 어리숙한 것 같은데.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와 함께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것.
“오늘 이 상의 영광은, 저를 이 자리까지 있게 해주신 분들에게 돌리고 싶어,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그게 상현이 원하는 수상 소감이었다. 이런 자리를 빌려서 말하지 못한다면, 아마 면전에 대고는 낯뜨거워 말하지 못하리라.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평생이 지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건 기회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똑바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지금 말 못 하면 평생 못할 것 같아서요.”
아하하.
좌중의 웃음이 지나간 후.
상현이 주혁 쪽을 가리켰다.
“오늘 같이 온 제 매니저. 주혁이.”
상현이 주혁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혁은 이런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 바라본다.
상현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주혁이는 저와는 다르게 아성에서 굉장히 인정받는 직원이었고. 아마 퇴사한다고 했을 때 전부 말렸을 겁니다.”
차가운 무테안경 너머, 주혁의 두 눈이 뜨겁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