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4화
16. 전화위복(2)
첫판인데 패작러로 정지를 먹다니.
누군가 듣는다면, 너무 게임을 못해서 패작으로 오해받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영상의 썸네일을 보면 전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첫판! 솔쿼드! 활! 우승!
이런 말이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으니까.
그럼 시청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너무 잘해서 패작러로 정지를 먹었다? 근데 첫판이라며?’
그게 어떻게 가능해?
‘속는 셈 들어가 볼까.’
이런 생각으로 시청자들은 한 번쯤은 그 영상을 클릭해 볼 수밖에 없었다.
[10분 후 최초 공개]최초 공개 시스템으로 올라가는 영상이기에, 1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대신 처음 영상을 시청할 땐 라이브 방송처럼 시청자들과 채팅을 치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대체 뭐길래 최초공개까짘ㅋㅋㅋ
-이거 제목 어그로면 진짜 테러한다 ㅡㅡ
-아, 10분 전은 못 참지!
-진짜 정지당함? 지금 커뮤에서 난리 났던데.
-ㄹㅇ??? ㅋㅋㅋㅋ
아직 사람이 몇 모이지 않은 터라, 진성 팬들은 마치 소규모 채팅방처럼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ㅇㅇ 진짜 정지됨. 트리비 게시판 보셈
-걍 킹치만 가 봐도 인기글이 그거임ㅋㅋㅋ
-ㄹㅇ이네 ㅁㅊ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영상 공개 1분 전쯤으로 접어들었을 때.
[1분 후 최초 공개]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채팅은 묻혀 버린다.
-ㅋㅋㅋㅋㅋ ㅎㅇㅎㅇ
-아하아하!
-아, 어제 생방 놓쳤는데 벌써 편집본이 올라왔누.
-지아님 열일하시네
-아하아하하!
-ㅎㅇㅎㅇ
-그나저나 제목 어그로 뭐여 ㅋㅋ
-아몬드답지 않네…….
[최초 공개 중!]잠시 후.
영상이 드디어 공개 되고, 일시적으로 채팅이 줄어들었다.
두둥──
평범한 배경음.
평범한 시작이다.
대기실에서 수송기의 출발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시작된 영상.
그런데 카메라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아몬드의 아바타가 아닌, 오른쪽 상단으로 줌 된다.
[스쿼드 매치]확대해서 보여주느라 픽셀이 다 깨져나가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스쿼드 매치였다.
게임이 시작되면 이 텍스트마저 없어져, 시청자들 중 누구도 제대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두가 솔로 매치인 줄로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 이 편집본을 보는 시청자들에겐 그게 웃음 포인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야?
-처음 하면 저럴 수 있긴해 ㅎㅎ
-나도 저랬었는뎈ㅋㅋ
-저거 패치 좀 해라 ㅅㅂㅋㅋㅋ
-ㄹㅇ 솔로 매치랑 솔쿼드랑 구분 잘 안 됨.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지만. 아몬드가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게 재밌었다.
-이걸 설마…… 1등함?
-아무리 저랭이라도 에바지.
-상대 봇 아님?
썸네일에는 분명 우승이라고 써 있었다. 그럼에도 모두들 쉽게 믿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상황이 워낙 아몬드에게 좋지 않으니까.
그러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컴파운드 보우로 트리플 킬이 된 순간.
-와 ㅋㅋㅋㅋ
-오진다. 킹덤 때보다 더 잘하누…….
-진짜 1등 가능하냐?
-샷 깔끔한 거 보소…….
그때부터 시청자들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몬드의 올튜브 제목은 아무런 과장이 되어 있지 않은 진짜였다는 걸.
그리고 수많은 역경을 돌파한 후.
마지막의 3 대 1 대결.
-키야~
-이게 조선의 활이다아! 그지 깽깽이들아!
-쩔었다
진통제와 블루존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둘을 처치해 버린다.
이제 1 대 1이다.
그 싸움은 길게 가지 않았다.
상대가 엉뚱한 곳으로 기어가는 속임수까지 썼지만, 아몬드는 간파해 버렸다.
푹!
바위 뒤에 엎드려 숨어 있던 저격수의 정수리에 화살이 꽂혔다. 모두가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ㄹㅇ 1등이넼ㅋㅋㅋ
-개쩐다
-아 라이브로 볼걸 ㅠㅠㅠㅠㅠ
-라이브 진짜 봐야겠다
-미쳤누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99명이 다 패작러인듯?ㅋㅋㅋ
올튜브에서도 환호가 넘쳤다.
다만, 그들에겐 라이브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추가 영상이 하나 더 들어가 있었다.
치지지지직──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더니.
배틀 라지의 커뮤니티, ‘배라 31’의 글들이 편집되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릴러 혹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나 쓰일 법한 배경음도 함께 흘러나왔다.
[패작러 신고 박는다] [미친 대놓고 양학이네 진짜 ㅋㅋㅋ] [개 악질 새끼]커다랗게 확대된, 아몬드를 신고한다는 내용의 글들.
그들이 신고하는 근거라고는 아몬드가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하꼬 스트리머라는 점과 그 레이팅에 어울리지 않은 실력뿐이었다.
-저 새끼들 ㄹㅇ임?
-하여간 커뮤새끼들…….
-하 존나 찐따 새끼들 현생이나 살지 뭔ㅋㅋ
-아니, 기본적인 확인은 하고 신고하라고!
-팩트) 저 새끼들 미호가 후원했다고 신고한 거다.
-팩트)다.
-ㅋㅋㅋㅋㅋ미호 방 가서는 ‘니가 여캠이냐?ㅋㅋㅋ’ 하면서 쪼개는 개찐 쉑들이 막상 미호가 후원해 주니까 개 뿔났누
-??? : 우리 미호야! 돌려내!
-그래서 ㄹㅇ 신고가 먹힌 거야 설마??
영상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제 정말 그 신고가 유효타였는지가 궁금해졌다.
결과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결국 아몬드는 계정이 1년간 정지되었습니다.]아몬드가 받은 이메일을 띄우면서 영상이 끝났기 때문이다.
-ㄹㅇ이네
-레게노 ㅋㅋㅋ
-레전드 ㅅㅂ ㅋㅋㅋ
-아니, 운영자 누구임??? 또라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배틀 라지지.
-아니, 걍 신고가 너무 많아서 프리 패스 된겨?
-와, 이건 ㄹㅇ 전설이닼ㅋㅋㅋㅋ
-첫판 패작러 ㅋㅋㅋ
-매치 히스토리 좀 보라고 ㅋㅋㅋㅋ 운영진은 볼 수 있지 않나?
-사생활이니 뭐니 하면서 대전 기록을 못 보게 한 결과구만 ㅋㅋㅋㅋ
채팅창에서 채 식지 못한 화를 풀던 시청자들.
[최초 공개가 종료되었습니다.]곧 채팅창마저 닫혀 버리자, 약 4천명의 시청자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들은 각자의 게임 커뮤니티로 달려가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화가 나는 동시에 꽤나 흥미로운 사건이다. 그러니 관심을 받기도 좋았다.
관심받기 좋아하는 커뮤니티 유저들이 떠들기에 딱 좋은 사건이란 뜻이다.
그들이 작성한 수많은 글들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는 인기 포털의 정식 뉴스 기사까지 나왔다.
[인기 게임, 배틀 라지. 운영 허점 또 드러내…… 누리꾼들 분노하다.]기사가 갖는 공신력은 커뮤니티의 이슈 글, 화제 글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는 커뮤니티 유저들이 ‘증거 자료’로 쓰기에 딱 좋은 소스였다.
[미친 기사까지 났네 ㅋㅋㅋ] [배라31 새끼들 결국 일 치르네. 포털 기사 펌] [아이스크림 쉑들ㅋㅋㅋㅋ 기사 났다]* * *
“어때?”
상현이 이를 닦으며 김주혁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반응은 좋다. 네가 명백하게 억울한 거니까.”
“다행이다.”
어깨 너머에서 모니터로 대충 상황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현.
“근데…… 이게 오히려 호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음? 왜? 엄청 관심받고 있잖아.”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방송 때 너 뭐 할 건데?”
“?”
“다시 킹덤 할 거야? 그거 이미 다 김빠졌다. 말로는 그리워하는 사람들 꽤 있지만…… 오늘 화제가 되는 바람에 오히려 배틀 라지를 다들 더 기대한다고.”
“아…….”
주혁이 지적한 문제는 현재 게임이 정지 상태라는 점이다. 당장 오늘 방송 할 게임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또 게임을 전환하는 건 말도 안 되며, 다시 킹덤 에이지로 돌아가는 것도 애매했다.
“뭐…… 방송 하루쯤 쉬어보지.”
상현은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말했지만.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하루는 쉴 수 있다.”
“……?”
“이틀 쉬어도 안 풀리면?”
“으…… 그럼 어쩌라는 거냐?”
“나도 아직 모른다.
후우.
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문제가…… 번복하면 자기들 운영이 개판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거든. 그래서 절대 그냥 인정할 것 같지가 않다. 게다가 안 그래도 얘네 요즘 운영으로 개 털리고 있다는데.”
주혁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자기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냥 이 사건을 없던 일로 쳐버릴 수도 있다.
상현의 정지는 그대로 이어지는 채로.
“하긴 최소 시말서겠지.”
후우.
상현도 회사를 안 다녀본 게 아니니, 대강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갔다.
“그래도 내일까진 봐야 알지.”
“내일까지 아무 말 없으면? 그냥 뭉개려고 하면 어쩔 거야?”
“괜찮아. 나 내일이다.”
“……뭐가?”
“이사님이랑 만나는 거.”
“!”
주혁의 표정이 재밌다는 듯이 바뀌었다.
“할 수 있겠냐?”
“해봐야지.”
“그래. 믿는다. 그럼 오늘은 걍 쉬자.”
주혁은 간만에 편한 표정으로 소파 위에 벌러덩 누웠다.
* * *
대리, 김기열은 거친 욕을 읊조렸다.
“……이거 봤어? X발, 어쩌지?”
톡.
그가 건드리는 모니터엔, 커뮤니티 사이트의 인기글이 올라와 있었다.
[스트리머 아몬드 현 상황 정리]급기야는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에도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거 저희 팀이 한 거예요?”
“어…… 내가 했다.”
“어, 어떡해요? 우리 안 그래도 운영으로 욕 처먹는데…….”
“이거 인정하면 진짜 바로 화형대야. X되는 거라고.”
“근데 증거가…… 너무…….”
명확한데요……라고 말하려던 부사수의 눈이 흔들렸다.
김기열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기에.
“그걸 내가 모르는 것 같냐?”
“아, 아뇨……. 죄송합니다.”
“하아.”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결국 과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X됐다. 진짜…….”
“과장님은 뭐라고 할까요……? 뭉개자고?”
“몰라. 뭉개고 싶지 않겠냐. 그냥 하꼬 새끼 한 명이야. 게다가 게임을 많이 한 놈도 아니고, 이제 첫판 한 거잖아.”
그래서 더 문제인 건데……. 부사수는 그 말 역시도 삼켰다.
“일단 보고는 해볼게. 그래도 과장님이 뭉개자고 하면 좀 다르겠지.”?
잠시 후.
과장 자리 쪽에서 쩌렁쩌렁 고함이 울려 퍼졌다.
“김기열, 너 이 새끼야! 뭐 하는 새끼야!?”
쾅!
책상을 치는 소리까지 울릴 정도다.
“매치 히스토리도 안 보고 그냥 넘겨!? 미쳤어?”
“죄송합니다…… 건수가 너무 많아서…….”
“아. 신고 많이 하면 그냥 정지되는구나? X발, 유저들이 그 말 듣고 참 좋아하겠다? 네 짤리는 것도 다수결로 투표해 볼까?!”
“죄송합니다.”
“하아…….”
과장은 열이 올라 흐른 땀을 쓸어 올렸다.
“얘 평균 시청자 몇이야.”
“그게…… 천 명 정도입니다.”
“……그 외 특이사항 있어?”
아몬드가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라는 사실은, 김기열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단계까지 굳이 알아보지 않은 것이다. 파트너 스트리머라고 하기엔 시청자 수가 너무 적으니까.
“뭘 멀뚱히 서 있어? 뭉개. 커뮤니티 사이트 관리자들한텐 네가 전화 돌려. 접대 약속 잡고.”
“……아, 알겠습니다!”
김기열의 표정은 좋아졌지만, 과장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하…… 이제 곧…….”
그의 눈길이 승진 필기 시험 합격 명단자로 향했다.
면접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 * *
다음 날.
저녁 시간이 왔다.
“여전히 입장 발표는 없지?”
상현이 슈트를 차려입으며 물었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배틀 라지 쪽에서 어떤 액션이 있기를 바랐다.
주혁이 소파에 누운 채로 고개를 젓는다.
“어~ 없다.”
탁.
주혁이 소파에서 일어나서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없다. 너에 대한 글들도 다 없다.”
“……”
상현은 잠시 멍해졌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했다.
“그렇구나.”
“뭉개려고 작정한 거지. 너도 그냥 가서 조져 버려라.”
상현은 어제의 약속 장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볍게 웃어넘겼다.
피식.
“갔다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