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9화
56. 신년 계획(1)
앞서 나오지 않았던 레이나 영상이 여기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베스트 퍼포먼스상! 아몬드! 연이어 나오시네요!?”
순식간에 14콤보를 쌓아 적을 터뜨리는 화려한 액션들.
-캬 이거지
-크.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
-엄마! 나 커서 레이나가 될래요!
-와 개간지ㅠㅠㅠ
‘이건 뭐지?’
상현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이다.
베스트 팀까지는 알 수 있었지만. 여기서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뭔 말을 하나.’
상현은 이야깃거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쥐어짜 본다.
“아…… 이런 상을 또 주셔서 감사합니다. 퍼포먼스가…… 아마 제 캡슐 덕분인가요? 여튼 감사합니다.”
그는 이제 준비되지 않은 말을 지어내서 해내야 했다.
-광고가 아니면 말을 못 하는 병에 걸림
-ㅁㅊㅋㅋㅋ어떻게든 연결하누
-ㅅㅂㅋㅋㅋㅋ견과류쉑
기승전광고로 들어가는 그의 화법에 사람들은 그가 광고가 아니면 말을 할 줄 모르는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품었다.
“베스트 커플! 아몬드! 미호! 화려한 비주얼로 수영장 파티 화보가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심지어 난트전에서도 호흡을 맞춰서 둘로 커플링을 하는 유저분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아몬드 님은 또 나옵니다!?”
베스트 커플상까지도 받게 돼서 마이크 앞에 서게 된 상현.
이때부터 상현은 머리가 하얘졌다.
‘…….’
긴장으로 머리가 하얘진 게 아니라, 도저히 할 말이 없어서 말 그대로 백지장이 된 것이다.
미호가 옆에서 무어라무어라 대신 떠들어준다는 게 그나마의 위안이었다.
-존잘존예 ㄷㄷ
-잘어울리누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미호는 안된다 이 악마야!
-작을거야. 제발 작다고 말해
아무래도 또 인기 많은 여자 스트리머 옆이라 채팅으로 욕(?)까지 많이 먹고 있었으니. 억울하기 그지없다.
“아몬드 님은 따로 할 말이 더 있으실까요?”
아하하.
아몬드의 멍한 표정 때문인지 좌중에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뭐라 하지.’
그래도 스트리머라고, 마이크가 오니 말은 나온다.
아무렇게나.
“아, 음…… 커플상……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커플들 화이팅!”
-????
-ㅁㅊㅋㅋㅋㅋ
-미호 표정ㅋㅋㅋ
-이게 수상소감??
미호는 멍청해진 듯한 눈으로 상현의 수상 소감을 보고 있었다.
사회자는 아몬드의 말을 이렇게 정리해 버린다.
“아아아! 그렇죠! 커플들이 화이팅 해야! 대한민국이 살아나죠!? 애들이 많아져야 하니까요!”
-출산율이 미래다 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아무말 대잔칰ㅋㅋㅋ
-이게 대혼돈의 멀티버스인가 그거냐?
-사회자 빵 터짐ㅋㅋㅋ
-미호 얼굴 빨개졌닼ㅋㅋ
-저거 진짜 또라이넼ㅋㅋㅋ
“역시 국가대표를 노렸던 청년다운! 그런 멘트네요! 그럼 다음 시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아! 베스트 화제 집중!”
다음 수상은 베스트 화제 집중이었는데.
스크린에 담긴 모습이 이미 상현이었다.
그야 여기서 양궁을 쏘는 사람이 스크린에 나오는데. 누구겠는가?
-ㅁㅊ 스포 뭔뎈ㅋㅋ
-엌ㅋㅋㅋ
-스포 밴좀ㅋㅋㅋ
-아~ 양궁 쏘는 사람 너무 많아서 누군지 모르겠누~~ㅋㅋㅋ
결국 베스트 화제 집중도 아몬드였다.
“베스트 화제 집중! 또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 아몬드! 개같이 수상!
-ㅁㅊ 특별상 싹쓸이 실화야?ㅋㅋㅋㅋ
-또몬드 ㅇㅈㄹㅋㅋㅋㅋ
-사회자도 포기 ㅋㅋㅋ
“이거야 뭐 다들 아시겠죠!? 유상현 씨의 과거사가 밝혀지면서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꽤 잘나가는 토크쇼에도 출연하셔서 김트루 한민구 님과 호흡을 맞췄었구요! 그나저나 저는 이 사람이 이제 뭐라고 얘기할지가 제일 궁금하구요!”
청중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상현이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감사합니다. 또몬드입니다.”
다시 웃음소리가 번진다.
“화면 속의 저는 결국 국가를 대표해서 활을 쏘지 못했지만.”
웃음소리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소감이었다.
목소리에 단단함이 깃들어 있다.
진심인 듯한.
“10년 뒤에, 게임 안에서라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현이 허리 숙여 인사하며 다시 퇴장하고.
청중은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제 광고에 감동까지……
-광고 퀄이 점점 올라가누ㅠㅠ
-대한민국 화이팅!
-ㅠㅠㅠ10년 ㅠㅠㅠ
-하아……
그러나, 사회자가 그걸 캐치했다.
감동 컨셉의 광고라는 걸.
“그러니까, 결국 또 광고네요!? 컨셉이 달라졌을 뿐!”
아하하하.
자칫 무거워질 뻔한 분위기가 환기됐다.
* * *
이후로도 시상식은 계속되었다.
특별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베스트가 있다면, 워스트도 있었다.
최악의 무언가를 선정하는 상인데. 그냥 재미 삼아서 주는 거라 봐도 무방했다.
“워스트 팀! 그린티배깅!”
워스트 팀에는 그린티배깅이 선정됐다. 비록 가상현실이지만 서로 주먹질을 하며 파운딩을 쳤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피클좤ㅋ
-여기서 실과 마의 운명이 바뀌었지요……
-ㅈㄴ웃기넼ㅋㅋ
-닉값 ㅅㅌㅊ
웃긴 점은 그 싸운 당사자 둘이 오늘 레드카펫 중계를 맡았던 엠씨 듀오라는 것.
“워스트 퍼포먼스! 풍선껌!”
최악의 플레이에 상을 주는 워스트 퍼포먼스로는 풍선껌이 선정됐다.
-사실상 업계 포상
-최우수상보다 더 큰 칭찬일듯 ㅋㅋㅋ
-엌ㅋㅋ 표정이 왤케 밝아
못하는 걸로 유명한 스트리머가 게임 못한다고 상을 받았으니. 사실상 칭찬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다양한 시상이 지나간 후.
편집자 상을 발표할 때가 왔다.
편집자 상은 대상, 우수상, 신인상뿐이었다.
발표는 신인상부터였다.
* * *
매일 정해진 시간.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그녀는 생각하곤 했다.
‘서지아.’
예쁜 이름이다.
검은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며.
‘왜 나한테 왔니.’
그 예쁜 이름이 왜 나한테 왔는지.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던가?
맨날 쓰던 말이 갑자기 어색할 때.
예를 들어, 냄비의 뚜껑이라는 말이 갑자기 이상하게 안 어울린다든가.
뚜껑은 왜 뚜껑이지?
뚜? 껑?
맨날 쓰던 말이 갑자기 어색하게 입안에서 씹힐 때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가끔 그랬다.
서지아라는 이름이 입에서 이상하게 겉돈다. 갑자기 어색했다. 그 이름이 내는 울림이 나의 파동과 전혀 맞지 않았다.
비단 그것이 부모님 재혼 후 개명한 이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 이름을 사랑해 주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그래 이건 그냥 뚜껑 같은 거야.
이상하잖아.
뚜껑이라니.
덜그럭. 덜그럭.
마치 덜 닫힌 냄비 뚜껑 같은 소리와 함께.
전철은 계속 달린다. 검은 유리창 속 하얀 점들이 슥슥 지나간다.
이제 슬슬 어딘가로 도착하려는 모양이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굳이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질리도록 다녀본 출퇴근 길.
대충 체감 시간만으로도 올바른 역에 내릴 수 있었다. 몸이 어디서 내릴지 기억한다.
완벽한 톱니바퀴처럼 가만히 있어도 딱딱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훈련된 것이다.
입술을 짓씹는다.
‘너…… 지나치게 예민해.’
건너편 검은 유리 속 자신에게 말한다.
평소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을 자신에게 내뱉는다.
‘넌 너무 예민해. 생각이 많아. 그냥 살아. 네가 좀 맞춰.’
그녀에게 이 말은 당연한 세상 사는 진리였다.
그녀를 사랑한다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말했으니.
[지지직……]이어폰 속 음악이 멈춰 버린다. 그리고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다음 역은…… 신인 편집자 상.]어?
검은 유리 속 지아의 눈이 커진다.
그런 역이 어딨어.
[내리실 문은…… 서지아. 서지아.]검은 유리가 이내 역내의 빛으로 환해졌다.
* * *
“나란히 신인상을 받겠네요? 2035년 편집 부문 신인상! 아몬드의 편집자죠? 서! 지! 아!”
와아아아아!
스크린에 그녀가 만들었던 영상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나야?’
지아는 뿌연 시야로 겨우 자신이 만든 영상임을 확인한다.
편집자 상 후보에 올랐다고 했을 때. 받을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정말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카메라에 비친 멍청해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다음에야.
‘나였어.’
자신임을 비로소 확신했다.
가슴 한편이 활활 타듯이 뜨거웠다.
꼭 내 이름 같아.
지아는 생각했다.
이렇게나 안 어울릴 수가 있나. 빨간 드레스, 어쭙잖게 칠한 메이크업.
반짝이는 사람들만 모인 시상식 속, 유일한 일반인.
우주의 수많은 별들 사이, 피곤하고 예민한 천문학자 한 명.
그런데, 그 많은 별들을 옆에 두고.
자신이 상을 받게 됐다.
“지아 씨.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마이크 앞이다.
언제 걸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입은 절로 움직인다.
목은 파르르 떨리는데. 소리는 그대로 나아간다.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태어나서 상 받아본 적이 없어…….”
가슴의 뜨거운 것이 눈까지 치켜 올라왔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한 방울이 아니었다.
꼴사납다 생각될 정도로 마구 쏟아져내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똑바로 서 상현과 주혁 쪽을 바라봤다.
“없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두 분.”
뿌연 시야 속, 자신을 구원해 준 두 남자의 실루엣을.
“저랑 같이 해주셔서,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은 펑펑 울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
* * *
밤이 훌쩍 넘은 새벽.
시상식이 끝났다.
마지막까지 미뤄졌던 대상은 결국 이변 없이 젤로가 받았다.
“이야. 젤로 평균 시청자 미쳤더라. 국내 최고 아웃풋 아냐?”
“그 마라탕 먹방 한 방이 이렇게 될 줄이야…… 30만이라니. 라이브 시청자가.”
“그 정도면 거의 소도시 수준인데.”
“대상 직전에 들어와서 왜 늦었냐고 하니까 그게 힙하니까요…… 라고 한 것도 존나 간지…….”
“으하하하핫! 와서 대상 받고 바로 집으로 갔나?”
시상식장에서 이만 퇴장하는 스트리머들끼리 수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아무래도 대상이 가장 큰 상이다 보니 대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놀랍게도 신인상 이야기도 꽤나 많이 들려온다.
“신인상 그래프 봤냐?”
“아…… 차이 장난 없더라. 내년엔 최우수상 노리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게다가 특별상도 다 쓸어 먹어서. 카메라 혼자 다 차지하겠더라고.”
단순히 신인상을 받은 게 아니라, 압도적인 차이.
거기다가 여러 잡다한 특별상 싹쓸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 대상을 받은 젤로보다 시상식 카메라에 몇 배는 더 오랫동안 잡혀 있었다.
“어. 그래 몬드야. 딸기야. 들어가라.”
“예~”
“주혁 씨, 지아 씨도 다음에 봐요!”
“네! 들어가십시오!”
뒤풀이까지 끝낸 후. 헤어지는 벌룬스타즈 멤버들.
“오빠! 다음에 저희랑 합방 한 번 더 해요! 풍선껌 오빠가 새로운 게임 가르쳐 준대요!”
“그래~”
상현과 주혁은 연신 인사를 하고, 그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한숨 돌렸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둘.
상현과 주혁은 눈을 마주치고는 푸하하하 웃었다.
“하아. 이게 아성에서 한 5년 있었다고.”
“몸에 베어버렸지?”
“그래.”
저들도 모르게 거래처 사장 회식 자리처럼 인사를 박아버린 것이다.
“휴. 택시 타자.”
오 실장은 먼저 돌아갔다. 올 때도 밴을 얻어 탔는데 갈 때까지도 얻어 탈 순 없었다.
이들은 대형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흐으우으…….”
일단 지아가 또 술을 먹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까 시상식에서 울어버렸다고, 쪽팔리다면서 돌아와서 술을 원샷 때려버렸다.
“지가 울어놓고. 지가 원샷 때리고…… 어휴.”
주혁은 혀를 끌끌 차며 지아를 업었다.
“어, 어어블 피료 업떠!”
……라면서 착 업히는 모습.
“근데 아까 왜 그렇게 운 걸까.”
상현은 의문이라는 듯 되뇐다.
“……그냥 기뻐서 운 거지.”
주혁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편집자 신인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우는 사람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지아는 자기 얘길 거의 안 해.”
상현은 어플로 택시를 잡으며 중얼거린다.
그도 얼굴이 발그레해진 걸 보면 꽤 취한 것 같았다. 일단 말이 많아졌다는 게 그 증거다.
“전남친이랑 안 좋게 헤어졌고. 회사 생활이 별로였다…… 정도만 알거든 난.”
상현이 주혁을 돌아본다. 넌 좀 더 알 거 아냐? 라는 식의 표정.
“음…….”
주혁은 이만 말을 줄인다.
‘나도 몰라.’
그도 모른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던 건지. 아니, 솔직히 어떤 사람인지도…….
* * *
다음 날.
시상식 뒤풀이를 거하게 했다는 것 정도는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기에.
이런 댓글들이 한참 지난 옛날 공지 게시판에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방송하냐?
└오늘 스트리머들 방송 대부분 다 쉬던데……
-ㅠㅠㅠ아 사장 문열어!!
-어이. 아사장. 밑방 빼기냐? 평소에 개같이 방종했으니 오늘도 하란 말이야!
└ㄹㅇㅋㅋ 밸런스 맞춰!!
-자. 다들 기도를 올리면서 아몬드 한입씩 먹읍시다. 이것은 아몬드의 살이며, 이 아몬드 브리즈는 아몬드의 피입니다.
└종교냐곸ㅋㅋㅋ
방송을 보채기는 했지만, 이들은 설마하니 정말로 방송이 켜질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런 주제로.
띠링!
[이 남자 2036년엔 어떨까? 신년 마스터플랜 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