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5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71화
60. 지워진 기억(1)
릴프로.
이곳에선 아몬드의 루나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한참이었다.
정확히는 루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었다.
[ㅋㅋㅋㅋ루나 선택 안하누] [오히려 안굴리던 호두 굴려서 망] [견과류단 이악물고 안알려주네 무쳤나 ㅋㅋㅋ] [아 선택지 못골라서 죽고 다시하는 거 ㄹㅇ 에바임 ㅡㅡ]그들은 아몬드가 루나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오히려 의심할 때.
당연히 아몬드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애초에 심연의 컨셉이 그렇다.
이곳에선 선택을 잘못하는 것만으로도 죽는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은 아주 쉽고 어이없게 플레이어를 죽게 한다.
지금 이 반응에서 보이듯, 그렇게 죽은 플레이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근데 저건 제작진이 너무 악랄한거 아님? 걍 한번 뒤져보라는 식으로 만든거라……] [저기서 루나 어떻게 한번에 믿음 ㅅㅂ] [걍 원래 이런건데 오바 ㄴ] [???: 넌 이미 죽어있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처럼 많은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들의 위안거리는 그나마 또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 아몬드 역시 선택지를 잘못 고른 죄로 죽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몬드는 그중 예외가 되어버렸다.
[아몬드 개같이 부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살아???] [아니 이거 살면 스토리 어케 되는데 ㅅㅂㅋㅋㅋ] [개막장이네] [실시간 아몬드 루나 선택 안하고 살아남음]아몬드는 잘못된 선택지를 고르고도 살아남았다.
[이거 최초 같으면 빅 ㅋㅋㅋ 일단 난 처음 봄]-최초 같긴함ㅋㅋㅋ
-누군가 하긴했겠지
-일단 루나 안고르고 산 건 ㄹㅇ 최초임
-설마 히든루트 나오냐??
└그런게 어딨음 ㅋㅋㅋ 이거 깬 사람이 몇인데
└그건 그럼ㅋㅋ
└히든 루트 안나와도 그게 더 대단한거임 제작진도 준비 못한거니깤ㅋㅋ
누군가는 이게 최초라고 말한다.
이런 데이터까지 일일이 챙겨놓는 경우는 없어 당장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정도로 드문 일이다.
이렇게 되니 여론이 바뀌었다.
[루나 선택 안해서 나락갔다는 놈들 나와!] [오늘부터 저도 아몬드의 개입니다 견견!^^7] [광견단 입단 가능합니까?]릴의 스토리 모드 대부분은 플레이어의 주도권이 거의 없다.
그야 정해진 스토리란 게 있고, 릴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이 있으니.
큰 틀에서 뭔가 바뀌긴 힘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뭔가 바뀌려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니.
그것도 생방 3만이 보는 인기 스트리머의 방송에서 그런 게 나와버렸으니.
사람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채팅창에선 스위프트가 죽어버렸다며 난리였다.
-아니 죽이면 어떡하냐고 ㅋㅋㅋ
-npc계 마이너스의 손 아몬드.
-이러면 어케 진행함
-이러나 저러나 다시해야하나ㅋㅋㅋ
-주인공을 죽여버린 조연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죽었다구……?”
그야 발로 턱을 걷어차인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다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그리 틀린 추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절했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겠나?
칼도 아니고 발로 맞았는데 말이다.
“스위프트가 죽은 건 아닐 거예요. 체력이 그걸로 다 날아가겠어요?”
-스토리 모드에선 체력 상관 없을수도?
-여기선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지
-사람 턱을 부숴놓고 그걸로 죽겠어요? 라니ㅋㅋㅋㅋㅋ
“본인이 주인공인데. 안 죽겠죠. 그럼 진행은 어떻게 하구요.”
아몬드는 쓰러진 스위프트 근처로 다가가서 안색을 살핀다.
“…….”
뭔가 정말 죽은것처럼 조용하다.
“체력이 다 닳아도 이런 경우는 보통 기절 판정 아닌가요? 주인공인데…….”
계속 말하는 거 보니 아몬드도 불안한 모양이다.
-중얼중얼ㅋㅋㅋ
-님도 불안하신가보네요 ㅎ
-같은말 반복 뭔뎈ㅋㅋㅋ
채팅에서 계속 죽었다는 듯이 말하니까.
아몬드도 괜히 그쪽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죽었다고?’
죽으면 안 되는 등장인물이 죽게 하진 않았을 텐데. 애초에 죽는 걸 상정하고 만든 씬이 아닐 텐데. 플레이어가 죽는 장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때였다.
[시간이 흐릅니다.]화면이 암전해 버렸다.
* * *
“야. 아몬드. 지금까지 자면 어떡해? 일어나.”
검은 시야에서 들려온 벤의 목소리.
점차 시각이 회복되고, 어두침침한 텐트 안 램프등이 보인다.
“뭐…… 뭐야.”
“뭐긴 뭐야. 심연에서 잠만 처 잘 줄 알았어? 이제 다시 출발이야. 룬 박스를 찾아야지. 스위프트가 난리야. 빨리 못 찾으면 죽는다고.”
-???
-다시 시작 아님?
-어제로 돌아간 건가?
-뭐임
채팅에서 추측이 난무한다.
종종 보이던 ‘&#*@&$’ 등의 스포일러 필터도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서부턴 아무도 모르는 전개라는 뜻이다.
“벤. 어제 모닥불에서 한 얘기──”
“쉬잇!”
벤이 눈이 튀어나올 듯하며 검지를 세웠다.
“그 얘기를 갑자기 왜 꺼내는데? 잠 덜 깼어?”
“아.”
뭔가를 확인한 듯 끄덕이는 아몬드. 그는 시청자들에 전한다.
“시간이 돌아간 건 아니네요.”
벤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어제로 돌아간 건 아니었다. 하기야, 누가 봐도 명확하게 ‘시간이 흐릅니다’라고 했다.
시간이 되돌아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설마하니 치졸하게 ‘어디로 흐른다고는 말 안 했습니다? 깔깔.’ 하면서 과거로 간 것일 리는 없을 터.
“여튼 루나는 주의하라고. 무기나 챙겨서 나오고.”
휙.
벤이 아몬드의 창을 건네준다.
“아. 고마…….”
고맙다라고 말하려던 찰나.
그의 눈이 창대에 새겨진 문구를 보게 된다.
「부엉이 소리가 세 번 들릴 때 모닥불로」
이런.
벤이 이걸 못 봤을까?
떡하니 창에 적혀 있는데?
아몬드는 한번 떠봤다.
“……벤.”
“어?”
그는 창대에 적힌 문구 쪽을 들이민다.
“루나가 어떤 편지를 보냈는지. 모른다고 했지?”
“어…… 맞아. 근데 그 얘기는 좀 하지 말라니까!?”
속삭이며 소리치는 벤.
“…….”
잠시의 침묵.
‘편지의 존재를 눈앞에 두고도 모른다?’
뭘까. 고민하던 아몬드의 머리로 스쳐 가는 한마디.
「너. 그 글을 읽을 줄 아는구나?」
루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못 읽는구나.’
아몬드는 이제야 왜 이런 방식으로 보내는 게 아무런 위험도 없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이 글자는 아몬드만 읽을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뭐, 뭐야. 이거 좀 놔. 준비해야 하니까.”
벤은 아몬드를 뿌리치더니 텐트 밖으로 나가려 한다.
그런데─
“어? 잠깐.”
턱.
그가 아몬드의 창을 다시 잡았다.
“이거…….”
그는 정확히 메시지가 적힌 곳을 바라보고 있다.
-ㄷㄷ
-헐 아나?
-엥?
벤의 표정이 갑자기 엄청 밝아진다.
설마 이 글을 읽은 걸까?
“와아!”
다음 튀어나온 말은 꽤 의외였다.
“이거 화신들이 쓰는 문자 아냐? 신화에나 나오는.”
화신들이 쓰는 문자라니.
뭔 말인가 싶었다.
“……화신들?”
“어. 화신들 중에 가장 강력한 일족이 쓰는 문자라고 알고 있어. 성격은 제일 급하고 더러운데. 제일 강하거든.”
“…….”
성격이 급하고 더러운데…… 제일 강한 화신들…….
‘뭐야. 이거.’
이걸 그대로 릴에 대입하면 그냥 한국인들 얘기 아닌가? 물론 랭크전에서 플레이어들은 화신이 아닌 계약자로 플레이하지만. 이 스토리 모드에선 화신으로 인지되고 있으니까.
“모양이 하도 특이해서 내가 기억은 하는데. 읽는 법은 모르고, 알아도 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모르니…… 대충 ‘ㅂ’ 이게 브…… 이런 소리라는 건 아는데.”
한글 ㅂ을 정확히 가리키며 말한다.
이쯤 되니 100%다.
이건 단순히 게임적 허용으로 적힌 한글이 아니라, 여기 녀석들에게도 한글로 인지되는 거다.
-ㅁㅊ이런 설정이냐고 ㅋㅋㅋ
-이스터 에그인가 ㅋㅋ
-가장 강력한 일족ㅋㅋㅋㅋ 게임에선 그렇짘ㅋㅋㅋㅋ
-성격이 젤 더럽댘ㅋㅋㅋㅋ
-암 한국인이 릴 최강이지 ㅋㅋㅋㅋㅋㅋ
-세종대왕님 보고 계십니까!?
벤은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아…… 그렇구나. 그래서 이 창이 좋은 건가? ‘그들’이 쓰던 거라?”
다시 텐트 밖으로 나갔다.
잠시 조용해진 후.
아몬드가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그럼 루나는 한글을 쓸 줄 안다는 건가요?”
-ㄹㅇㅋㅋㅋ개웃기네
-아마 현지에 맞게 조금씩 건드려준듯ㅋㅋㅋ
-ㅇㅇ 그런듯
-북미권에서 하면 영어임.
그렇구나. 신기하네…… 중얼거리며 텐트를 나가는 도중.
턱.
스위프트와 마주친다.
“!”
아몬드 입장에선 방금 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존재.
그는 뭔 일 있었냐는 듯 뻔뻔하게 아몬드에게 말한다.
“신참이 제일 늦게 나오면 욕 먹는 거 모르나?”
“너야말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먹었냐?”
“어제?”
스위프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황당했다.
기억을 못 한다니.
-ㅁㅊㅋㅋㅋ 기억 못하냐고
-거 어디 정당에서 나오셨수?
-연기 아님?
-그 발차기 맞으면 기억 못하지 ㅋㅋㅋ
스위프트는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불이 나서 끄려고 일어났었다가…… 나중에 일어나보니 다른 텐트에서 자고 있긴 했지. 그 외엔 이상한 게 없었는데.”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사실 게임이 의도한 전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기억을 못하게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왜. 너 혹시 내가 왜 다른 텐트에서 자고 있었는지 알고 있나?”
“아니.”
“흠. 이상하군. 뭔가 아는 거 같은데…….”
오히려 아몬드를 의심하며 표정을 살피는 스위프트.
“진짜 모른다고.”
“그래? 알았다. 준비해서 나와.”
슝, 사라진 스위프트.
‘뭐야.’
아몬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진짜 발차기 맞고 기억이 날아간 건가요?”
[오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기억상실 킥이었던 거임~ㅋㅋㅋㅋ]-마포구 이레이저킥 유상현 ㄷㄷ
-ㅁㅊㅋㅋㅋㅋ기억상실 킥ㅋㅋㅋ
-ㄹㅇㅋㅋㅋㅋ 그건가봨ㅋㅋㅋ
이렇게 대충 넘어가는 것도 뭐, 이해는 된다.
원래 스위프트가 죽어버리는 건 의도된 게 아니라고 했었으니까.
다른 게임사였다면 아예 과거부터 다시 시작하게 했을 거다.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건 꽤나 자연스러운 거다.
‘그래서…… 오히려 이상해.’
다만, 아몬드는 되려 이렇게 자연스럽게 처리된 점이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
게임사에서 전혀 대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게 맞을까?
‘모르지. 뭐.’
아몬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단 스위프트를 따라갔다.
“뭐 어쨌든 잘됐네요. 이 파티를 떠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이러나저러나 별다른 갈등 없이 파티에 남아 있을 수는 있게 됐다.
스위프트가 못마땅해도 놈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니.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
더 알아내야 하는 것도 산더미고 말이다.
* * *
심연에 들어온 이후의 여정은 간단했다.
오로지 사냥이다.
입구를 찾는 게 가장 먼저일 줄 알았는데.
“심연에 들어온 이상. 입구는 ‘규칙’이 발동된 후에만 나온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우린 강해져야 해!”
이렇다고 한다.
우린 입구가 나왔을 때의 피 튀기는 경쟁을 대비해서 강해져야 하고.
“레벨 5 이상의 몬스터를 찾아야 룬 박스를 얻을 거다.”
여기서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법은 룬 박스를 찾는 거다.
이제 파티가 길을 나선다.
“켄. 네가 길을 봐. 루나는 감각이 무뎌진 것 같군.”
스위프트는 더 이상 루나에게 길을 맡기지 않았다.
“아, 알았어.”
슬쩍 보니 루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루나와 스위프트는 꽤 돈독한 관계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닌가.
분명 스위프트가 루나를 대신해서 죽이러 온 줄 알았는데.
“뭘 봐.”
찌릿.
루나가 아몬드를 노려보고 지나간다.
이걸 보면 루나는 어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죠.”
아몬드는 무슨 상황인지를 모르니 그냥 머리를 비우기로 한다.
-상 특) 걍 감
-애초에 여기에 님을 이길 사람이 없는데 뭐가 걱정임ㅋㅋㅋ
-바지사장 스위프트와 실세 아몬드 ㅋㅋㅋ
그 상태로 잠시 길을 걷다 보니.
쿠구궁……!
[마그마 베어] [Lv. 6]스위프트가 말한 레벨 5 이상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이건 릴 공성전에도 정글 몬스터로 있던 녀석이다.
크아아아아!
온몸이 들끓는 용암으로 되어있는 곰이 고함을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여기서부터 피부로 열기가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몬스터지만 스위프트는 오히려 좋아라 한다.
“좋아아! 놈을 잡으면 곧바로 룬 박스가 나온다아!”
와중에 아몬드는 어떻게 하면 룬 박스를 본인이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룬 박스를 스위프트가 가져간다면, 기억을 되찾는 데 시간이 훨씬 더 걸릴 테니 말이다.
* * *
[초보자 Tip: 땅 밑 깊숙이 박힌 성소들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확실한 건 성소의 주변은 늘 심연으로 변해간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