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5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73화
60. 지워진 기억(3)
둥둥 떠다니는 칼이 살벌한 빛을 내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파르르르……!
이기어검술을 쓰는 닌자가 보낸 칼이다.
“어쩔 수 없다. 루나.”
스위프트는 아몬드를 배신했다.
닌자에게 죽여도 좋다고 허락한 것이다.
남의 목숨을 저들 멋대로 거래한 거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아몬드는 이미 레벨을 잔뜩 올려놓은 상태였고.
[파티원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자에게 선택권이 이양됩니다.]룬 박스는 그런 아몬드가 파티원 중 최강이라 여겼다.
[1. 룬] [2. 무기] [3. 포션]덕분에 아몬드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무기를 선택하셨습니다.]원래라면 룬을 고르고 싶었으나.
당장 룬보다는 당연히 무기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룬 박스에서는 ‘허락된 무기’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몬드는 무기를 선택했고, 운도 따라줬다.
아마 방송의 신이 있다면, 지금 현신해서 아몬드를 도운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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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활] [★]전장을 탈출한 미니언들이 쓰던 활이다. 이는 후에 성소의 기록에 그들만의 ‘이야기’로서 인정받아 특별한 힘을 갖게 됐다.
▷마나의 활: 활 시위를 당기면 저절로 마나로 빚어진 화살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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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별 한 개의 등급이지만, 그가 가장 잘 다루는 활이 나와버린 것이다.
‘활!’
활이 곧바로 그의 손에 쥐어졌고.
심지어 화살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파지직……!
‘이건 레이나의?’
레이나가 쓰던 활과 너무나 유사한 느낌.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마치 이 순간만을 위해 훈련해온 사람처럼, 아몬드는 순식간에 몸을 날리며 시위를 두 번 튕겨낸다.
쉬이이익──
날아가는 두 개의 화살.
두 개의 푸른 궤적이 그려내는 길의 종착지는 닌자의 양 눈이다.
──푸욱!
“!”
이기어검술로 날리려던 검은 바닥에 떨어진다.
이 모든 일이 전부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닌자에겐 깜짝할 눈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어?”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시간보다.
닌자의 입이 멍청하게 한 번 더 뻐끔거린 후 흘러나오는 비명까지의 공백이 더 긴 셈이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는 실명되어 버린 두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한다.
눈이 없으니 당연히 이기어검술도 허튼 스킬이 된다.
댕그랑!
모든 칼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아무 데나 휘저으며 아군을 베어댔다.
와중에 스위프트가 떨떠름하게 아몬드를 보며 묻는다.
“어…… 어떻게 네가 더 레벨이 높은 거지?”
초점이 풀린 눈. 겨우 지탱하고 서 있는 다리.
적잖은 충격이었나 보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런 변수는 처음인데.”
“아몬드. 너…… 날 속였나? 분명 레벨이 3이라 했었는데.”
“날 죽이려 한 네가 할 소리냐?”
아몬드는 그의 말에 딱 잘라 대답하며 활시위를 연신 튕겼다.
쉬이이익!
세 개의 화살이 연이어 날아간다.
“하?”
스위프트는 허리춤에 있던 자신의 ‘진짜 무기’를 꺼내 들어 휘둘렀다.
카가강!
이전까진 본 적 없는 속력으로 전부 튕겨 버리는 모습.
세 화살 전부 막았다.
“너…….”
분노로 일렁이는 스위프트의 눈.
빠득……!
이를 꽉 문다.
동공이 작게 압축되더니.
화르륵!
전신에서 마나의 불길이 타오른다.
“여기서 반드시 제거해야겠군.”
후웅!
스위프트는 자신의 검을 있는 힘껏 내던진다.
점멸을 할 생각일 터다.
아몬드는 날아오는 검을 쐈다.
카앙!
검은 공중에서 요격당한다.
파지지직!
스위프트는 허공에서 점멸해 버린다.
그러나, 이 정도 저항은 예상한 걸까? 그는 곧바로 칼을 한 번 더 잡아 던진다.
후웅!
아몬드는 다시 쏴서 쳐내고 싶었으나.
‘닌자……!?’
눈이 시뻘개진 닌자가 그를 노려보며 칼을 날려오고 있다.
완전 실명한 건 아닌 모양이다.
“죽여 버리겠다!!!”
닌자의 검 6개가 전부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
-이거 되냐
-헐 ㅠㅠ
-안돼 ㅠㅠ
-짭포좌 함박웃음ㅋㅋ
우선 아몬드는 상체를 비튼다.
‘하나는 피하고.’
──치익!
스위프트의 검은 그의 옷깃을 스쳐 갔고.
‘네 발 정도는.’
순간적인 계산으로는 화살로 네 개는 튕길 수 있다.
생각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그의 손에 따라 푸른 활시위가 진동한다.
카가가강──
닌자의 검 네 자루가 화살에 상쇄돼 튕겨 나갔다.
두 자루는 코 앞.
아몬드는 활대를 돌렸다.
활대 양 끝이 정확히 두 자루의 칼을 쳐냈다.
──카강!
화살뿐 아니라 활 본체까지도 이용한 거다.
-ㅁㅊ
-이걸 다 피하고 막음?ㅋㅋㅋ
-???: 시바 안해!
그 상태로 아몬드의 손이 한 번 더 시위를 잡아당겼다.
파앙!
푸른 화살이 난다.
쉬이이익──
닌자의 어깨에 박힌다.
푸욱!
‘목을 노렸는데.’
닌자는 특유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피한 것이다.
“끄윽……!”
그러나 이미 양 눈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놈이니. 어깨에 박힌 것도 그에겐 치명적이다.
아몬드는 신경 쓰지 않고, 뒤로 휙 돌며 활을 쏴버린다.
아직은 허공이었는데.
[점멸]파지직!
스위프트가 그곳에 점멸해 버린다.
“!”
스위프트는 점멸되자마자 명치 한가운데에 화살을 선물 받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푸욱!
“커헉!”
-ㄷㄷㄷㄷ
-미친ㅋㅋㅋ
-예측샷 미쳤다
-지옥 가즈아! 계약자 쉑들아!
-와
-ㅅㅅㅅㅅ
닌자는 만신창이고, 스위프트는 명치를 맞았다.
반면 아몬드는 상처 하나 없었다.
이대로 끝장 낼 수도 있을 법했는데.
“이쪽이야!”
저 뒤쪽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 이상 싸우면 죽어! 도망쳐! 쟤넨 결국 회복된다고! 나한테 합류해!”
[루나의 두 번째 제안] [합류하시겠습니까?]이제야 겨우 승기를 잡은 아몬드로서는 루나의 제안이 뭔가 아쉬웠으나.
루나의 말대로 닌자의 눈은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스위프트 역시 명치에 화살이 꽂힌 것치곤 금세 일어났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죽여!”
스위프트의 다른 파티원들까지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거기엔 벤도 포함이다.
이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
‘루나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죽는댔지…….’
이번에도 수락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몬드는 결국 루나의 제안을 수락한다.
[예]그 순간, 화면이 암전한다.
[시간이 흐릅니다.]* * *
화면이 다시 돌아오고.
그를 반기는 건 우선 이런 창이다.
[짭포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까비]후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닉네임잌ㅋㅋ 짭포좤ㅋㅋ
-짭포좌 많이 돌려지네
수포좌라는 사람이 안전자산이랍시고 넣은 노데스 미션이 아직도 수행되고 있다는 걸 놀린 것이다.
이 후원을 보니 루나의 제안을 수락하기 잘했단 생각이 든다.
“진짜 짭포좌신가요? 감사합니다.”
-진짜 짭포좌라는게 뭔데 대체
-진짜 가짜 ㅋㅋㅋ
-입꼬리 승천 킹받네ㅋㅋ
시청자들과 웃고 떠드는 사이.
“너.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
루나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 이제 얘랑 같은 편이 되어서 플레이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스위프트 스토리 모드에서 스위프트랑 척을 지다니.
뭔가 알아서 잘 풀리긴 하겠지만, 단순하고 심플한 걸 좋아하는 아몬드는 영 찜찜했다. 일이 복잡해진 것 같아서다.
“무슨 생각은. 걔네들이 날 죽이려 하니까. 나도 죽이려 한 거지.”
“……하. 잘도 그럴 수 있겠다. 넌 절대로 걔넬 못 죽여.”
루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
“너야말로 이젠 말해.”
아몬드는 이 기회에 그녀에게 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뭘.”
“왜 날 죽이려 했지?”
“뭐? 무슨 소리야?!”
“스위프트를 보내서 날 죽이려 했잖아. 그리고 벤의 친구도 죽였지.”
“그게 무슨…… 스, 스위프트가 널 죽이려 했다고?!”
루나는 ‘그렇게 된 거였어……’라고 중얼거린다.
“그, 그건 내가 보낸 게 아니야. 애초에 스위프트는 내 명령을 듣는 사람이 아니잖아!?”
“네가 설득할 수는 있었겠지. 둘이 꽤 가까워 보이던데.”
“……!”
루나는 말을 멈춘다.
“하,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널 살려줬어.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데?”
“연기일 수도 있잖아.”
“대체 뭘 위해서?”
“모르지 그거야.”
참내. 루나는 허탈한 듯 조소를 터뜨린다.
“좋아. 네가 날 의심하는 것도 이해는 해. 근데 이번 놈은 유독 심한 것 같네.”
-엌ㅋㅋㅋㅋ
-견과류가 지독하긴함ㅋㅋㅋ
-이번 놈??
루나는 이 몸에 들어오는 플레이어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런 말을 이전에도 했었다.
만약 정말 그녀가 의식하는 거라면 당연히 그녀를 따라가야 한다지만.
‘애초에 루나의 제안을 무조건 수락하게 만드는 거 자체가 나중에 뒤통수 때리려는 거 아니야?’
제작자의 의도가 불순할 것만 같아 의심된다.
루나는 아몬드를 똑바로 올려보며 말한다.
“잘 들어. 의심쟁이.”
그녀는 아몬드를 설득하려는 모양이다.
“이거 보여?”
위를 가리킨 그녀의 손.
따라가 보니 반투명한 막이 보인다.
루나를 감싸고 있었다.
“은신의 룬을 쓴 거야.”
“……룬?”
룬을 갖고 있었다고?
“이 은신의 룬 안에 있으면 발자국도 그림자도 남지 않아. 이건 지금 날 중심으로 발동돼 있어. 뭔 말인지 알아?”
“아니.”
-아니 뭔데 ㅋㅋㅋ
-이악물고 “아니”ㅇㅈㄹㅋㅋ
-ㅋㅋㅋㅋㅋㅋ
루나는 지지 않고 설명한다.
“네가 나한테 멀어지면 이 은신의 룬에서 벗어난다는 거야! 현재로선 걔네들이 널 죽이고 싶어 하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
“……그렇지.”
맞는 말이다.
‘갈 곳이 없네.’
아몬드는 졸지에 떠돌이가 된 셈이다.
“그러니까 이 은신의 룬이 날 보호하는 시간 동안엔 결국 내 옆에 있어야 해. 그러니 그사이에만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휴우.”
루나는 앞으로 걸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아몬드는 은신의 룬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따라붙었다.
“난 지금 이 탐사를 셀 수도 없이 반복 중이야.”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놀라웠다.
“여러 번 시도했다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반복이야. 같은 일이 혹은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나지.”
-다회차 회귀자여?
-루중혁 ㄷㄷ
-헐 그래서 미래 안다 뭐다 한건가??
-루중혁이래 ㅁㅊㅋㅋㅋ
“성소에 도착하면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아냐. 난 이미 거기에 수도 없이 가 봤어. 다시 반복될 뿐이야. 처음부터.”
띠링.
[기억(★★)에 한 발 다가갔다.]기억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 *
[초보자 Tip: 알고 계셨나요? 심연에는 ‘규칙’이 있답니다. 참가자들은 절대로 이 규칙을 어길 수 없습니다만. 이 규칙들은 아무런 규칙 없이 생겨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