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5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76화
61. 규칙(3)
거무튀튀한 나무줄기들이 뒤틀려 엉켜버린 숲.
빽빽이 들어선 이 나무 덩굴들은 누군가의 침입에 온몸으로 저항한다.
하늘조차 이 촘촘히 틀어박힌 덩굴에 예외가 아니었으니.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암흑지대인 것은 당연했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이 암흑은 거세졌다.
사이사이 달린 신비로운 열매가 뿜어내는 분홍빛만이 유일한 등대였다.
심연.
사람들은 이곳을 그렇게 불렀다.
어둡고 또 어두운 곳.
인간이 발을 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곳.
그러나 인간은 한 번도 허락을 구한 적이 없다.
이런 눅눅하고 어두운, 생명체를 딱히 달가워하지 않을 법한, 이런 곳조차 인간들에겐 정복의 대상일 뿐이었다.
“오지 마! 다 썰어 죽여주겠다!”
그러니 심연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이 소음은 필시 인간의 목소리다.
탐욕과 공포에 젖은 성대가 부르르 떨린다.
“한 발짝만 다가와! 넌 바로 탈락이다!”
고함을 지르고 있는 이는 스위프트.
그는 ‘입구’를 갖고 있는 닌자를 엄호하기 위해 고함을 치고 있는 것인데.
그는 누군가를 특정해서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어두컴컴한 암흑지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임의의 참가자들을 향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 외곽 한구석 수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아몬드를 본 건 아니란 말이다.
아몬드도 그에 안도하며 시청자들만 들리는 채널로 중얼거렸다.
“우릴 본 건 아니네요.”
-ㅇㅇ 안들킴
-프리딜 각이다
-기습 ㄱ?
기습이라…….
안 될 것 같다.
이쪽을 봤든 안봤든 어쨌든 경계심을 바짝 올리고 있으니 기습은 어려울 거 같았다.
“기습은 안 될 것 같은데요.”
-너무 많음 ㅇㅇ
-왜? 킹덤에서 100명 죽인거 보여주셈
-기습 말고 전멸하시게요?
시청자들은 아몬드가 활로 전부 다 쓸어 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현재 위치에서 활을 쏘기 시작한다면 못 할 건 없었다.
이건 화살을 시위에 거는 시간조차 사라지게 한 레이나의 활과 비슷한 것이고.
아몬드의 손에 가장 익숙한 무기였다.
거기에 일정 시간 프리딜을 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됐다.
“스위프트도 그렇지만, 옆에 붙은 파티원들도 죽이기는 좀 그렇잖아요.”
다만 이건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냐 없냐의 문제보단, 죽여도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다.
저 파티원들을 죄다 죽인다는 건, 레이나 스토리 모드로 대입하면 거기 나온 미니언들이 방해된다고 다 죽여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가?
-그건 그래 ㅠㅠㅠ
-미니언들 살려줘
-쟤네도 한통속 아녀?
-어렵네……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아몬드는 루나에게 넌지시 묻는다.
“저 녀석들. 다 죽여도 되나?”
“……!”
그녀는 수풀에 숨은 채 깜짝 놀라 움찔거린다.
“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
역시 루나는 저 녀석들을 동료로 생각하는 걸까?
그러나 그보단 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쟤넬 다 죽이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없어.”
아몬드는 이해가 안 됐다.
“무슨 소리지.”
“규칙을 잘 떠올려봐. ‘정확히’ 20명이라는 말. 굳이 왜 했을까?”
“?”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앗 설마……
-헐ㅋㅋㅋ
-이야 규칙 ㄷㄷ하네
“20명이 있어야만 입구가 열리고. 20명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야. 근데 네가 다 죽이면 20명을 어떻게 모을 건데?”
“……이런.”
이럴 수가.
20명 선착순 입장이 아니라.
20명이 모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거다.
더도 안 되고, 덜도 안 되고.
딱 20명이.
‘하나 둘 셋…….’
아몬드는 스위프트의 파티와 닌자의 파티 머릿수를 새어 봤다.
‘14명.’
열넷이다.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그래서인지 스위프트는 이렇게도 외친다.
“딱 여섯 명만 와라! 내가 고르는 여섯이다!”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 중에 여섯을 선발해서 나갈 셈이다.
-약한 애들만 고르겠네
-야비한 쉑ㅋㅋ
-천하제일 찐따 선발 대회 ㄷㄷ
시청자들 말대로 아마 스위프트는 약한 녀석들만 골라 담아 갈 거다.
다음 층으로 이동하자마자 죽일 수도 있을 법한 놈들로.
그런 논리라면 아몬드가 선택당할 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막을 거다.
‘이거…….’
원래는 입구가 있는 팀에 편승해서 다음 층으로 넘어가려 했었는데.
‘뺏어와야겠군.’
아몬드는 계획을 수정한다.
* * *
스르륵.
아몬드와 루나는 따로 움직이기로 한 뒤.
수풀 사이로 이동 중이다.
최대한 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배를 땅에 맞대고 기어간다.
포복 자세이다.
“끄으응…… 끄윽…….”
루나는 힘들어 죽으려 한다.
-ㅉㅉ이래서 미필은
-???:23번 훈련병. 기어갑니다. 계속 기어갑니다. 일어나지 않습니드아.
-난 밥먹고 왔는데 얘네 왜 지렁이됨?
심연에서 그렇게나 오래 지냈다더니. 이런 건 해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어, 언제까지 기어야 돼?”
“조용히.”
“흡.”
루나는 아몬드가 조용히 하라는 말에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ㅋㅋㅋㅋ커엽
-버스 타려고 작정했누
-말 잘듣네
아몬드는 가만히 땅에 귀를 가져다 대본다.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조심스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슬쩍 고개를 빼본다.
‘있다.’
닌자는 여전히 그 위치 그대로였다.
“여기 잠시 있어.”
아몬드는 루나에게 그리 말한 뒤.
옆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루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본다.
저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다 끝장이다.
그래도 아몬드는 자신의 감각을 믿고 계속해서 나무를 기어올랐다.
흔들거리는 나뭇가지가 바람 소리를 낸다.
적들이 멈칫하는 모습.
-ㄷㄷㄷ들켰나?
-으
-아니 뭐하는건데 ㅠㅠ
아몬드도 잠시 올라가는 것을 멈춘다.
나무 뒤에 가려 적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심히 본다면 누군가 뒤에 달라붙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몬드는 다시 나무를 기어 올라간다. 습기 찬 바람이 불어와 그를 도왔다.
사라라라라…….
숲의 나뭇잎들이 요란을 떨어준다.
그사이 아몬드는 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나뭇잎들에 가려 정말로 보이지 않게 됐다.
그는 나뭇가지 위에 두 발로 딛고 서본다.
끼이이…….
휘청거리며 조금 불안한 소리를 내긴 하지만.
‘잠깐이면 돼.’
아몬드는 이 나뭇가지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때 스위프트가 소리친다.
“여섯이다! 딱 여섯만 와라! 선착순이다!”
그는 주변에 숨어 있는 수많은 참가자들에게 외친 것이다.
사방에 숨은 인영들이 멈칫한다.
자신의 팀을 버리고 저기에 합류할 것이냐. 아니면 입구를 탈환할 것이냐.
고민이 될 것이다.
팀을 버리고 간다면, 다음 층에 숫자가 밀려 다 몰살당할 것이고.
팀을 택하면, 애초에 다음 층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여…… 여기! 우리는 여섯이 팀이다!”
사락!
그때 누군가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며 손을 번쩍 든다.
“우리를 전부 받아주면 어떠냐!”
“…….”
스위프트는 고민되는 눈치다.
그는 닌자 쪽을 돌아본다.
닌자도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여섯이 온전히 한 팀인 녀석들이 온다?
놈들에게 전혀 좋지 않았다.
스위프트의 팀이 8명이고 닌자의 팀이 6명이다. 제3의 팀이 6명이라면.
다음 층에선 삼파전이 된다.
그들이 그리는 그림은 그게 아닐 거다.
닌자는 고개를 젓는다.
“여섯은 한 번에 받아줄 수 없다! 절반만 와라!”
“뭐!? 그건 그냥 너희들이 다음 층에서 우릴 다 죽이겠다고 말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상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외친다.
그는 이어서 다른 참가자들을 선동한다.
“이 주변에 숨어 있는 수많은 참가자들이여! 들어라! 놈들의 거래에 응해주지 마! 너희들은 다음 층에 가서 전부 죽을 뿐이다!”
웅성. 웅성.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숲을 뒤덮는다.
“그냥 우리가 뺏어! 우리는 올라가서 다시 경쟁할 의사가 있다!”
“그래! 우리도 마찬가지다!”
스위프트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린다.
“그렇다면…….”
한발 물러서 줄 것처럼 보였으나. 오히려 칼을 빼 든다.
“……너흰 다 죽는 거지.”
살벌한 기세다.
그때─
어디선가 푸른 빛이 쏘아진다.
──피융!
그것은 순식간에 현재 모두의 시선이 꽂히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푹!
닌자의 목이 뚫려 버렸다.
“컥……!”
단숨에 경동맥과 숨구멍이 파괴된 것이다.
완벽한 정확도의 암살.
사신이나 다름없는 화살이다.
“커, 커헉……!”
닌자는 숨을 쉬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대고. 스위프트는 깜짝 놀라 뒤돈다.
파바바방!
아몬드는 이때다 싶어 순식간에 너덧 발을 쏴버렸다.
푹!
푸욱!
닌자의 머리가 고슴도치가 되어간다.
닌자는 고통 때문에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화살을 다 허용해 버렸다.
무엇보다, 애초에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퍼버버벅!
연이어 또 날아온 4연발.
“!”
닌자의 얼굴이 고슴도치가 되며 쓰러졌다.
얼굴, 목, 이마, 관자놀이.
치명적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전부 푸른 화살이 박혀 있다.
“…….”
눈 몇 번 깜짝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
스위프트는 할 말을 잃은 채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가만히 있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다. 한 발이라도 움직였다간 곧바로 이쪽으로 타깃이 바뀔 것이라고.
이게 저격수의 무서움이다.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로 죽게 된다.
나도 모르는 새, 이미 내 목숨은 한참 전에 끝나 있는 것이다.
-와 ㅅㅂ
-미쳤다
-ㄷㄷㄷ
-내가 다 손발이 떨리누
-헐
“자─”
나무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입구는 나한테 있다.”
아몬드다.
“난 가리지 않고 20명 받겠다. 선착순이야.”
그는 스위프트에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위프트. 너도 넣어줄 테니까. 이제 나를 지켜라.”
스위프트의 얼굴에 붉으락푸르락 단풍이 들었다.
“이…… 이 개자식이!!!”
스위프트는 당장에라도 칼을 던져 점멸하고 싶었으나.
놈에겐 그것마저 통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매번 점멸을 쓸 때마다, 한 번도 이득을 본 적이 없었다.
“우, 우리가 참여하겠다아!”
아까 여섯이 팀이라던 자들이 가장 먼저 아몬드 쪽으로 뛰어갔다.
아몬드는 그들을 전부 입구 대기자로 지정했고. 그들도 모두 승낙했다.
머리 위에 하얀빛이 둥둥 떠다닌다.
“우리도! 나도!”
하나, 둘, 하얀빛이 머리에 떠다니는 자들이 늘어나고.
스위프트의 파티원들은 불안에 떤다.
“스, 스위프트…… 이러다간…….”
이러다가 스위프트의 파티만 다음 층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스위프트는 선택권이 없었다. 아몬드가 자신을 끼워 주겠다고까지 했는데. 여기서 싸움을 선택한다?
파티원들의 신임을 잃어버릴 거다.
“나, 나도 끼워라!”
그는 손을 번쩍 들며 뛰어갔다.
-스위프트쉑ㅋㅋㅋㅋ
-태세 전환ㅋㅋㅋ씹ㅋㅋㅋ
-스위프트 개같이 복종!
-나도 껴라! ㅇㅈㄹㅋㅋ
-ㅁㅊㅋㅋㅋ
그의 파티원들도 합류하고, 루나까지 추가되자.
[규칙 성립]우우웅……!
아몬드의 주변 반경으로 거대한 원형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새……?’
잘 보이지 않는 저 하늘 위.
또 거대한 새가 날아다닌다.
[다음 층으로 이동하라]착각일까?
그 새가 마치 이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팟!
화면이 하얗게 타오르며, 잠시 시야가 사라진다.
[심연 – 2층]심연의 2층으로 도착한 것이다.
-캬 드디어 입성
-ㄷㄷㄷ
-굳
* * *
[초보자 Tip: 심연은 보통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속칭으로 가장 위층은 ‘잎’이라 하며, 그다음은 ‘줄기’ 마지막은 ‘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