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6화
16. 전화위복(4)
본래는 함께 양궁을 했던 동료들에게도 비밀로 했던 일이다.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주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태호쯤 되는 사람이 입이 가벼울 리는 없다.
그것에 걸고 상현이 말하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사연을.
‘아마 마음에 들어 하겠지.’
어른들이 좋아할 법한 내용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정할 법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오히려 감췄던 것이다.
하지만 상현은 입을 열었다.
* * *
‘양궁을 했었다……?’
오 실장은 속으로 상현의 말을 되새기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커다래진 눈은 이내 한태호 이사를 향했다.
‘이거…….’
50대 부근의 성공한 삶을 사는 남자들이 노는 방식이 뭘까?
대체로 정적인 스포츠를 선호한다.
그리고 조금 스케일이 있는, 아무나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취미를 좋아한다.
어중이떠중이들과 엮이기 싫기 때문이다.
‘대박인데?’
당구나 바둑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대부분 골프다. 필드에 나가려면 돈과 시간이 꽤나 드는 스포츠.
한데 요즘은 그 골프도 많이 대중화되었고, 속된 말로 개나 소나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특이한 취향을 가진 상류층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활쏘기’다.
한태호도 최근 골프에서 활쏘기로 눈길을 돌리던 참이었다.
‘제대로 적중했는데?’
오 실장이 보기에, 한태호는 지금 유상현이 마음에 들었다. 아니, 이미 마음에 드는 수준을 넘어섰을지도 몰랐다. 다음 약속까지 잡을 수도 있어 보였다.
“양궁이라…… 그거 예상치 못했군.”
한태호는 크게 동요하는 것 없이 대답했으나, 오 실장이 보기엔 다 티가 났다.
이미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왜 그만뒀나?”
“부상으로 관둬야만 했습니다.”
상현의 말에 한태호는 악수할 때 이상함을 느꼈던 오른손을 기억해 냈다.
“아…… 혹시 그게 오른손인가? 아까 악수할 때 잠깐 떨리더군.”
“예.”
“그거참 안됐구만. 어쩌다가?”
“국내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가는 길에 닥친 사고였습니다.”
“……허?”
그 정도면 세계 챔피언이잖아? 하며 한태호가 오 실장을 돌아본다. 그도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상현 씨. 참 안됐네. 그게 몇 살 때인가?”
“19살 때입니다.”
“19살? 만으로?”
“아, 아뇨. 만으로는 17살이요.”
한태호와 오 실장은 놀라서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기록 아냐?’
문외한이 들어도 엄청난 기록이다.
“그 이후로 바로 포기한 건 아닙니다. 22살 때까지 몰래 붙잡고 있었죠.”
“아…….”
무려 3년을 포기하지 못하고 질질 끌었다. 그 대목에서 오 실장과 한태호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극복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코치님의 도움으로 취직을 했고, 그게 아성 물산입니다. 딱히 제 실력으로 들어간 곳이 아닙니다.”
“……”
“그릇에 맞지 않는 곳에 있으려니 당연히 잡음이 생겼고, 저는 마침 그때 가상현실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곳에선──”
“오른손이 제대로 됐구나!”
한태호는 저도 모르게 상현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어 버렸다. 너무 몰입한 탓이다.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거기선 제대로 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홀린 것처럼 이걸 하고 싶었고. 돈벌이는 해야 하니 스트리머를 생각했죠.”
“아니, 그런데 왜 그제야 게임을 하게 됐나?”
“그전엔 딱히 생각도 없었습니다. 회사 일에만 집중했죠. 할머니도 살아계셔서 10년 전에 하던 양궁에 미련을 가질 여유 같은 건 없었습니다. 아마 오른손이 가상현실에서 제대로 된다는 걸 알았어도 그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그렇군…….”
만약 이게 입사 면접이었다면 프리패스였다.
상현은 그렇게 느꼈다.
한태호의 표정은 지금 아예 자신이 유상현이 된 듯했으니까.
“인생이 참 마음대로 되질 않아.”
쪼르르.
한태호가 상현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조금 흔한 말이지만, 그래서 재밌는 거야. 자기 마음대로만 됐다면, 오히려 더 나락일지도 몰라. 난 꿈이 그냥 백수 한량이었던 한심한 놈이었거든? 그걸 이뤘어 봐. 병신이었겠지. 지금쯤.”
한태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위를 올려본다.
“다행히 세상이 날 그렇게 그냥 두진 않더라고. 남자가 가정을 가지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있으니까. 그 덕에 난 지금이 오히려 더 좋아. 백수 한량은 토우지 상의 스시를 못 먹거든.”
하하하. 그가 웃음을 더하며, 스시를 한입에 넣으며 음미했다.
“자네도 분명 잘될 거라는 얘기네.”
“예. 감사합니다.”
상현은 공손히 술잔을 들어 마시며 대답했다.
“원래 이 어깨에 짊어진 게 많을수록 강해지거든. 짊어지다 보면 강해지는 게 아니라, 그 순간 강해져 버려. 신기할 정도로.”
“맞아. 맞아. 상현 씨. 분명 잘될 거야. 이번에 새로운 게임도 시작했다며? 아! 맞다. 근데──”
오 실장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하다 말았다.
‘지금이 말할 타이밍이었는데…….’
상현이 원하던 주제는 잠시 멈춰 버렸다. 새로운 게임이 잘되어가냐고 물으면 배틀 라지 얘기를 하려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오 실장이 꺼낸 말도 그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
“……?”
그가 꺼내든 패드에 뜬 건 그래프다. 내 주식이 저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법한 급격한 우상향 그래프.
“킹덤 판매량.”
“!”
“여기 리뷰들 봐봐요.”
오 실장은 스크롤을 내려 구매 후기 댓글들을 보여줬다.
-아몬드 방송 보고 구매해요~
-아몬드 님 방송 봤는데. 이 게임 진짜 웰메이드더라구요.
-에밀리아의 기사 엔딩.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제니타를 고르려고 직접 구매하러 왔습니다.
-이 게임 처음 하는 사람도 다 아몬드처럼 할 수 있는거 맞죠? 아니면 환불 부탁드려요~~
-와, 생각보다 싸네? 초고퀄이던데. 근데 활 종류 좀 추가해 주세여.
-중세 용병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게임. 단, 당신이 아몬드처럼 할 수 있다면.
-아몬드 님 중세 전쟁 신 보고 구매합니다. 너무 잘 만들었네요. 물론 대부분 그 전쟁을 느낄 수도 없게 어렵게 만든 점은 정말 욕이 나옵니다.
……대부분 아몬드에 대한 얘기였다.
그런 것들만 편집해 놓은 것인지 뭔지…….
“이걸로 이제 우리도 이 제작사에 꽤 발언권이 강해졌어요.”
그래프를 함께 본 한태호도 놀랐다.
“아니, 이런 게 있었나, 오 실장? 굉장하군. 유통사 입장에선 프로모션이 먹히냐 마냐는 굉장히 중요한 건데…….”
“물론 그래프가 조금 과장된 건 있을 겁니다. 그전 판매량이 워낙 저조해서. 하지만 올라간 시점이나 리뷰들을 보면 요인은 명확합니다.”
한태호의 시선이 상현에게 향했다.
그 요인은 누가 뭐래도 아몬드였다.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인, 아몬드.
“자네. 굉장한데?”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야. 이 정도면 내가 아까 했던 말이 허튼소리는 아니겠구만. 성공할 거라는 거.”
하하…….
상현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 저 정도 효과였나?’
그조차도 저런 데이터는 알고 있지 못했는데.
놀라웠다. 판매량이 저렇게나 많이 상승하다니.
오 실장이 운을 더 띄웠다.
“확실히 스타성이 있죠?”
“그러게. 사람 자체의 매력 같은 게 확연히 달라.”
둘은 이제 상현을 빼놓고 그래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는 내일 보고 드리려 했는데. 오늘 상현 씨에게도 알려드릴 겸 꺼냈습니다.”
“잘했네.”
“아…… 근데 상현 씨 이제 이 게임 안 합니다.”
“어? 그런가? 하긴…… 패키지 게임을 계속 할 수는 없지.”
한태호의 시선이 다시 상현에게 돌아왔다.
“다음 게임은 뭘 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상현은 침착하게 또박또박 대답했다.
“배틀 라지입니다.”
“오. 우리 아들도 그거 자주 하던데. 2~30대가 주로 하지?”
“예.”
“잘되어가나?”
“그게…….”
포문은 열렸고, 이제 쏘기만 하면 됐다.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
* * *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김기열 대리는 호출당했다.
‘제기랄. 뭐지?’
안 그래도 최근 찔리는 사건이 있었던 그이기에, 호출당하면서부터 전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부장님. 부르셨습니까?”
게다가 호출당한 곳이 다름 아닌 부장실이다.
그곳엔 과장도 함께였다.
“앉아.”
부장의 목소리에서 이미 느껴졌다.
‘아. X됐구나.’
김기열이 이전에 했던 짓이 수면에 올랐다는 것이.
‘커뮤니티 글 다 지웠는데. 새어 나갔나?’
그래도 부장에게 들킨 게 다행이었다. 어찌 됐든 부장도 이건 덮으려고 할 테니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유저들은 깔끔하게 잊어버릴 것이다.
그냥 한 소리 듣고 끝날 일이다.
그거 자체가 굉장히 안 좋은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징계를 당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 아침에 말이야. 내가 어디 갔다 온 줄 알아?”
“?”
김기열은 그 질문에 잠시 벙쪄 있었다.
‘어딜 갔다 와……?’
부장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 위밖에 없다.
‘보고를 받은 게 아니라…… 명령을 받고 온 거야?’
김기열은 분명 부장이 밑 사람 중 누구에게 보고를 받아서 알게 된 거라 여겼다. 그게 보통의 루트니까.
그런데 부장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킨다.
아래에서 보고받은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통지란 뜻이다.
“전무실.”
“!”
“전무님이 말이야. 이상한 얘기를 들었대.”
과장은 참혹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고, 김기열은 몸이 덜덜 떨렸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꽉 차버릴 만큼 그에겐 지금 여유가 없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아몬드. 누군지 알지?”
바로 본론이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몬드. 누군지 알지? 한 번 더 물어보게 만들면 너네 다 X된 줄 알아라.”
쿵.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부장이 저런 험악한 말을 쓰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
꾸욱.
옆에 함께 앉은 과장의 단단한 구두가 김기열의 발을 즈려밟았다. 고통에 튀어나온 비명은 대답이 되었다.
“……예. 누, 누군지 압니다.”
“음. 알고 있네?”
부장은 묵직한 턱을 까닥거리며 김기열을 노려봤다. 당장 사람 하나 묻어도 이상하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럼 이 이상 지랄 안 할게. 어차피 갈 놈인데.”
“!?”
김기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놀라. 내가 어차피 꺼질 놈한테 왜 화까지 내야 돼. 화를 내는 것도 고쳐 쓸 새끼한테나 하는 거야.”
“하, 하지만…… 이게 그, 그 정도의 일은──”
쾅!
부장이 책상을 내려치는 바람에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전무님이 어디서 연락받으셨는지 알아?”
“……”
“모르지? 모르니까 이게 지금 별일 아니라고 하는 거지?”
부장은 자신의 플렉시블 패드를 펼쳐 보여줬다.
[펑크 파트너 스트리머]상단엔 이런 말이 쓰여 있었고, 그 밑엔 파트너 스트리머들의 프로필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나도 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찾는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찾아보고, 실수를 그냥 덮으려고 한 거지?”
“……!”
파트너 스트리머 목록 중,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아몬드 / 유상현]이럴 수가…….
김기열은 입을 틀어막았다.
‘천따리밖에 안 보는 하꼬였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 시청자로 펑크의 파트너라니.
“게임 백날 잘 만들어도, 펑크에서 이벤트 안 넣어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근데 펑크 파트너를 건드려? 그것도 근거도 없이?!”
“…….”
“얘가 킹덤 에이지 게임 매출을 5배로 올렸단다. 그러니까 전무한테 바로 전화가 올 만하지? 그렇지?”
“……”
“자. 이제 너넨 어쩔 거야?”
김기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탁.
부장은 다시 플렉시블 패드를 접었다.
“자잘한 거 덮어서 처리하는 거. 회사 조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야. 근데 말야. 내가 늘 말하잖아.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어. 근데 범죄자를 하려면 존나 잘해야 돼. 일반인보다 몇 배는 똑똑해야 한다고.”
“…….”
“내가 봤을 때 넌, 너희 둘은 그런 놈들이 아니라니까? 그냥 정직하게 살어~ 귀찮게들 그러지 말고~ 어?”
“부, 부장님. 전──”
“아니, 더 안 들어. 시말서 쓰고, 징계 위원회 준비해. 아몬드 건은 다른 팀에 맡길 테니까.”
부장의 시선이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향했다.
“뭐 해? 안 나가고. 경비 불러?”
“……나, 나가겠습니다.”
두 머저리가 나가고 나서, 부장은 ‘쯧쯧…….’ 혀를 차며 전화를 연결했다.
“어. 2팀아. 아몬드 정지 풀렸냐? 어. 그래. 잘했다. 펑크랑 아몬드 광고 짜러 들어갈 건데. 준비해 놓고. 그래. 기대한다? 어그로 싹 다 빼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