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78화
62. 기록과 기억(2)
룬 문자가 밝게 빛나며, 회상이 시작됐다.
난 고고학자로서 이 심연에 처음 참가했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가…….’
정상적인 목소리는 아니었다.
음성 파일이 훼손돼 재생되는 듯한 느낌.
치지지직.
노이즈도 섞여 있지만 의미는 제대로 전달됐다.
이곳엔 화신들이 쓰는 문자와 고대 마법사들의 룬 문자 등. 고고학 중에서도 문자 해석을 전공으로 공부하던 나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들이 한가득이었다.
어두컴컴하던 시야가 차츰 회복되고.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심연 맨 위층. 그러니까 심연에 들어오기 전. 문지기 골렘이 지키고 있는 그곳이다.
그 외에 몇몇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다. 와중에 익숙한 등짝이 보인다.
‘스위프트.’
스위프트였다. 이 몸은 처음부터 스위프트와 함께했던 거다.
참가자들 중에 대다수는 학자보단 전투원들이었다. 심연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이 몸의 주인은 고고학자인 비전투원이고, 스위프트가 전투원인 것 같다.
심연은 생각보다도 더 최악이었다. 이곳에선 먹고 자고 숨 쉬는 것이 고통이다. 살아 있는 것이 죄악이다.
아몬드 몸의 주인은 아무래도 학자로서 이곳에서 활동하기 쉽지 않았는지, 목소리에서 절망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날 살아남게 한 건 이 흥미로운 고대 룬 문자들이다.
이들이 가진 힘이다.
로고스의 찌꺼기 정도에 불과한 힘이지만. 이들은 마법처럼 날 끌어당겼다.
룬을 활용해서 몬스터를 처치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고고학자를 살게 해준 건 이 룬 문자들이었다.
이내 난 스스로 룬 문자를 터득하여, 어느 정도 흉내도 낼 수 있게 됐다.
고대의 마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난 학자로서 내 기억을 조금 더 제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치이이익.
신체에 룬 문자를 새기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새기는 방식 역시도 흔히 아는 문신이 아닌. 어떤 마법적 힘을 쓰고 있었다.
이건 고고학자 고유의 힘일까?
이건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기록의 기술이다.
어떤 곳에든 문자를 새길 수 있었다.
그런데, 난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문신을 새기던 도중. 몸의 주인의 손가락이 멈칫한다.
그가 새기려던 문자와 거의 유사한 문자가 몸에 이미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언제 새겼지?
난 이런 걸 새긴 기억이 없다.
여기 들어오고 난 후에야 알게 된 문자가 내 몸에 새겨져 있다.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도, 고고학자는 탐험을 이어갔는지.
성소를 발견했다.
성소의 눈부신 광휘를 보고, 난 깨달았다.
내 몸의 ‘이미 기록되어 있던’ 내용이 사실이란 걸.
누군가의 장난도, 내 착각도 아니라는 거.
그렇다면…….
광활한 빛 앞에 스위프트 등의 파티원들이 눈을 가리고 있다.
역광으로 까맣게 타올라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기뻐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마 고고학자만이 표정이 좋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다른 이들이 성소로 뛰어가는 사이.
치지직.
난 이 현상을 기록해야 했다.
기억은 없어질지라도, 내 기록은 남을 테니.
그는 살결에 뭔가를 더 기록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방금 아몬드가 해석해 낸 ‘Memories Keep Fading’이란 문장이다.
다음 장면은 다시 처음의 장면이었다.
심연의 바깥. 또다시 스위프트를 필두로 한 조사원들이 조사를 나선다.
난 고고학자로서 이 심연에 처음 참가했다…….
팟.
회상의 마법은 여기서 끝났다.
-ㄴㅇㄱ
-ㄷㄷㄷ
-와 운이 좋았네. 기록 해놔서
-헐
-소름
채팅창엔 난리가 나 있었다.
그야 루나는 엄청나게 중대한 착각을 하나 하고 있었으니까.
“과거로 회귀한 게 아니었어.”
루나는 자신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걸 자신만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상은 조금 달랐다.
“루나의 기억만 보존됐던 거야.”
시간이 다시 뒤로 간 게 아니었다.
그래서는 이 몸에 기록이 저장됐을 리가 없잖은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그냥 기억만 사라졌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상 속 스위프트와 현재의 스위프트는 얼굴이 조금 달랐다.
방금 봤던 스위프트가 조금이나마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원래 청소년 시기엔 1, 2년도 큰 차이니까.
티가 났다.
지금 저 앞에 보이는 녀석처럼.
“……?”
“!?”
아몬드는 수풀에서 튀어나온 스위프트와 마주쳐 깜짝 놀라버렸다.
“너…….”
스위프트는 눈을 부라리며 흠칫한다.
그 역시 아몬드가 여기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몬드는 이제 막 회상에서 벗어난 터라 활시위를 당기지도 못했고.
스위프트도 딱히 공격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
스위프트는 뻘쭘한 듯 가만히 서 있었다.
-뭔데 이 기류는
-어색한 사이 ㅋㅋㅋ
-엌ㅋㅋㅋ
-서로 칼로 찌르고 활도 쏘고 했으면서 막상 따로 만나니까 못 그러는거임?ㅋㅋ
-???: 우, 우리…… 동맹하자!
그는 한참 아몬드를 쳐다보더니 핀잔을 준다.
“뭘 하고 있는 거냐. 쭈그려서.”
“네가 알 바는 아니지.”
참내.
스위프트는 헛웃음을 친다.
그런 뒤에도 딱히 아몬드를 공격한다거나, 어디론가 가지도 않았다.
“너…… 왜 나까지 같이 다음 층으로 보내준 거지?”
“인간이 모자라니까.”
아니다. 사실 스위프트가 주인공이라 어쩔 수 없이 같이 올려준 것이다.
“아. 그래? 내 방향에서 달려들던 인간만 서른은 넘었겠는데.”
“그래서 불만이냐?”
스위프트는 머리를 휙휙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급커브
-컨셉 확실하네 ㅋㅋㅋㅋ
-태세전환이 빨라서 이름이 스위프트인거죠?
그러더니 스위프트는 이렇게도 덧붙인다.
“신세 한 번 졌으니 지금은 살려준단 말이다.”
아몬드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누가 누굴 살려준다는 건지.
“농담이다. 뭘 그리 사납게 쳐다봐?”
스위프트가 또 시선을 피한다.
-ㅋㅋㅋㅋㅋㅋ엌ㅋ
-어림도 없지 바로 드리프트 ㅋㅋㅋ
-바로 점멸!ㅋㅋㅋ
[우두루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스위프트쉑 원래 이름 드리프트 아님? ㅋㅋ]-ㄹㅇㅋㅋㅋ
-급커브 장인
-엌ㅋㅋㅋ
-드리프틐ㅋㅋㅋ
하도 노선을 꺾어대니 그를 드리프트라고 놀리는 시청자들.
아몬드는 스위프트를 죽일 순 없으니, 얼른 지나가라며 비켜 서줬는데.
그는 다른 우주에서 자신의 이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머리를 긁적이며 묻는다.
“너…… 나랑 이번 층만 동맹할 생각 없냐?”
-엥?
-ㅅㅂㅋㅋㅋ
-“점멸검 – 드리프트”
-ㄹㅇ 추하네 ㅋㅋㅋㅋㅋㅋ
-이딴 놈이 주인공?!
-노바뱀ㅋㅋㅋㅋㅋ
또 노선을 바꾸는 스위프트.
아몬드는 조금 어이없었으나, 일단은 그의 말을 들어본다.
어찌 됐든 이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던가?
“어차피 우리 위에서부터 같이 왔었잖아. 당연한 거지만 우리 파티원들도 너한테 딱히 악감정은 없다.”
몇 번이나 칼로 찔러 죽이려 했지만 악감정은 없다? 이쪽 놈들의 가치관이 이해되진 않지만.
아몬드는 마침 기회가 왔을 때,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고자 했다.
“근데 왜 죽이려 했지?”
“뭐?”
“내가 자고 있을 때. 죽이러 오지 않았어? 왜 그랬냐고. 그것만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네 파티였을 거야.”
꿀꺽.
스위프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루나 때문이다.”
역시나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교활한 놈. 기억을 잃은 척했던 거라니.
심지어 루나 핑계를 댄다.
“루나 말 한마디에 사람도 죽여?”
“아니. 루나가 널 죽이라고 했다곤 안 했어.”
“?”
“죽이려 한 건 내가 선택한 거다.”
-?
-이 새끼 죽고 싶답니다. 아사장님.
-???
-치키챠 1초전
“네 선택이었다고?”
스위프트는 이윽고 진실을 말해줬다.
“네가 루나와 접선하고 있었으니까.”
“!?”
“루나가 우리 파티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지.”
근데 왜 데리고 다닌 거야? 아몬드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이에 스위프트는 금방 대답을 내놓았다.
“난 루나 혼자 일을 꾸미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력자가 있을 것이고. 그 녀석들을 다 찾아내서 죽이려 한 거다.”
-ㄷㄷㄷ
-아 줄줄이 소시지로 엮으려고
-그래서 벤의 친구도 죽었나봄
-헐
그렇구나.
일리가 있는 말이다.
루나를 미끼로 자신의 파티에 심어진 일종의 스파이들을 다 솎아내려 한 것이니까.
“그럼 지금은 날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스위프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난 나중에야 깨달았어. 결국 루나가 혼자 이상한 거였단 걸. 여러 파티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지.”
맞는 말이긴 했다.
루나 혼자 이상한 거다.
“근데 이상하긴 하지. 루나는 대체 왜 날 그렇게 방해하려 하는지…….”
스위프트는 여전히 루나의 존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턱을 긁적인다.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전투 능력도 거의 없는 녀석이…… 여튼. 너 나와 잠시라도 협력할 거냐?”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 여기서 루나를 언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띠링.
[애몬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편의적 기억상실증, 아님말고술, 노선 드리프트…… 이 새끼 전투원이 아니라 정치인인데요?]“아. 애몬드 님.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ㄹㅇ
-ㅁㅊㅋㅋ
-그게 릴입니다 ^^
-여기 릴 맞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스위프트가 그리 달갑진 않은 듯해도, 일단 스위프트와 동행해 보는 게 좋을 거다.
‘일단 붙어 있으면 이득이 있을 거야.’
설사 이 녀석이 적이라고 해도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테고.
놈은 전투력도 상당한 편이다. 루나랑 다니면 혼자 사냥을 도맡아 해야 했는데.
그게 상당히 리스크가 컸다.
‘아예 못 믿겠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스위프트의 지금 설명은 루나의 말만큼이나 딱딱 들어맞는 구석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고 있다거나, 이런 말은 아예 꺼내지 않고 있다.’
다만 스위프트는 여전히 숨기는 게 많아 보였다.
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려 했던 놈한테 말해봐야 얼마나 많이 말하겠는가?
천천히 들어볼 수 있을 거다.
“좋다. 다음 층까지 동맹.”
“그래. 다음 층까지.”
척.
둘의 손이 맞닿아 악수했다.
* * *
이렇게 말하면 루나가 섭섭해하겠지만, 스위프트와의 파티가 훨씬 강력했다.
“간다!”
스위프트가 앞에서 교란하며 유사 탱킹 역할을 하고. 아몬드가 뒤에서 원거리 딜러 역할을 한다.
파앙! 팡!
그러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토벌 가능했다.
“크어어어억……!”
몬스터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룬 박스도 순식간에 모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만나는 참가자들도 이쪽을 피해 갔고. 싸움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승리는 아몬드와 스위프트의 차지였다.
촤아악!
붉은 피를 흩뿌리며 참가자들을 처치하는 스위프트는 아몬드가 알던 그 화신 스위프트와 유사한 구석도 분명 있었다.
“하아. 하아…….”
피를 닦아내며 스위프트가 중얼거린다.
“별것도 아닌 놈이. 아무것도 안 주네.”
아무래도 방금 죽은 참가자는 별다른 스킬 같은 걸 갖고 있진 않았던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다음 규칙이 나올 때 우리는 확실히 다음 층으로 갈 수 있겠군.”
“이만 쉬어갈까?”
“그거 좋지.”
꽤 많은 룬을 얻은 아몬드는 이제 몸에 있는 문자를 거의 다 해석할 수 있었다.
“여러분. 스위프트가 잠시 잠든 동안. 몰래 해석하고 오겠습니다.”
아몬드는 그렇게 말한 후.
불침번을 자청했다.
“내가 불침번 먼저 할게.”
“그래.”
스위프트는 별다른 의심도 없이 끄덕인 후.
텐트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아니, 잠을 자는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아몬드가 뭘 하는진 볼 수 없었다.
아몬드는 웃통을 깐 채로, 문신들을 살펴본다.
문신은 전부 아몬드가 내려보면 제대로 보이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이렇게 볼 걸 고려한 것이다.
아몬드는 저번에 얻었던 ‘복사의 룬 – 리카(Lika)’를 꺼내 든다.
“음. 오. 여기에 비슷한 글자가 있네요.”
■I■■ SWIFT
이곳에 리카에 있는 글자가 보인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전부 다인데?”
이렇게 중얼거리던 아몬드는 눈을 부릅뜨고 만다.
‘설마…….’
그는 다급한 마음으로 스펠링을 매칭시켜 본다.
스위프트는 성이고, 앞은 이름일 것이다.
‘K…… L…….’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KILL SWIFT
완성된 문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스위프트를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