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0화
63. 솔로몬식 방송(2)
스크림이 진행되는 한편.
스토리 모드가 끊기자, 아몬드의 ‘트스게’에 관련 반응이 우르르 올라오기 시작한다.
[킬 스위프트 ㄷㄷ] [반전 소름] [스위프트가 역시 개새끼였네] [루중혁님 ㅠㅠ 가고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ㅠㅠ] [여기서 끊으면 어쩔티비]연말 시상식 이후로 오픈해 둔 트스게가 지금까지 꽤나 활성화되고 있다.
[아몬드 트스게는 스포 없어서 좋음ㅋㅋ] [릴프로 가면 다 스포당해요 조심] [시빌엠 왜 못보냐고 ㅠㅠ]트스게에 사람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 모드 스포 때문이다.
아무래도 릴프로엔 이미 점멸검 스토리 모드를 깨본 유저들이 상당수 존재하다 보니 스포를 당할 염려가 높다.
그들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다들 아몬드의 공식 스트리머 게시판으로 몰려온 곳이다.
이곳은 주혁이 확실하게 공지를 박아뒀기 때문이다.
[공지! 관련 게임 스포일러는 30일간 게시판 이용 금지 처분됩니다.]-자, 이제 완장 찬양을 시작한다.
-이게 호두의 품격이지
-크 ㅠ 감사합니다 여기서 떠들어야겠네
-스포에 죽어나던 유입들 개같이 부활ㅋㅋㅋ
-아청자들이 원래 뉴비들이 많긴하지
└사실상 다들 유상현 얼굴보러 옴
└ㅋㅋㅋㄹㅇㅋㅋ
거의 모든 게임 방송이 그렇듯이, 아몬드의 시청자들 역시 게임을 깊이 플레이하지 않는 유저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에게 스포일러는 치명적이니 이런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아.”
주혁은 깊게 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기댄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그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이마를 쓸어 넘긴다.
“나 혼자 스포일러를 다 차단한다는 게 될 일인가.”
공지로 엄포를 놓긴 했으나, 사실 주혁 혼자서 일일이 여기 올라오는 게시글을 다 감시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트리비에서 제공하는 스포일러 필터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건 두 문장 이상을 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채팅이나 후원에서는 잘 먹히지만.
상대적으로 장문을 주로 쓰게 되는 게시글에선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혁은 머리가 아프다.
‘슬슬 혼자선 안 되나?’
그간 트스게 오픈을 미뤄왔던 이유다.
트스게를 오픈하면 사실상 커뮤니티 하나를 관리하는 일이 더 생겨 버리는 셈이니까.
그뿐이 아니다.
아몬드의 오프라인 활동 일정이 늘면서 일은 더 늘어났다.
[입릴의신PD: 스케줄 잡혔는데요. 3일 후 목요일입니다.] [주화임마 담당자: 다음 주에 사전 미팅 한 번 가시죠.] [지스타 홍보 매니저: 혹시 가상 미팅이라도 언제 가능하실까요?]등등.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예고한 대로, 신년부턴 합방이나 야외 방송 스케줄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주혁은 사실상 스트리머 매니저보단 연예인 매니저에 가까운 활동을 해야 한다. 즉, 채팅창이나 커뮤니티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편집 일이라도 빨리 치워야지.”
엎친 데 덮친 격.
그는 지아의 편집 일까지 임시로 돕고 있는 형국이다.
허연주가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리면서부터 시작된 도움인데.
아직까지 보조 편집자를 못 구했다.
[지아: 주혁쓰. 점멸검 반응 혹시 있어?] [주혁: 아. ㄱㄷㄱㄷ 캡쳐해 놓은 거 있음.] [지아: 감사감사 ㅠㅠㅠ]“흐아…….”
털썩.
주혁은 쓰러지듯 소파에 앉아버렸다.
“채팅창이랑 커뮤니티는 잠시 팬들한테 맡긴다고 해도…… 이 편집자 일은 좀 빨리 구해야겠다.”
채팅창 관리, 트스게 관리는 완장 차길 좋아하는 팬들이 도맡아서 사실상 무료 봉사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을 따로 쓸 만한 일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 실제로 당장 구해야 하는 인력은…….
“보조 편집자. 찾아야지.”
보조 편집자였다.
일의 과부하는 주혁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다.
더 이상 지아 한 명으로 영상을 해결하기엔 아몬드의 올튜브 채널이 너무 커지고 있었다. 구독자는 70만 명대이고, 조회 수는 평균적으로 100만에서 120만이 나오고 있다.
구독자 수보다 조회 수가 더 높다는 건 현재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마디로 물 들어올 때이다.
이를 알기에 지아도 죽어라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나 역시나 혼자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아무리 물이 좋아도, 노가 하나뿐이어서야 제대로 치고 나갈 수 있겠는가?
‘허연주 씨가 계속 도와줬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허연주가 도울 땐 1일 1업로드는 기본이고, 한 번에 3개가 업로드될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허연주 씨는 금세 그만뒀다.
페이도 섭섭하지 않게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페이보단 워라밸이 더 중요했던 사람인 거다.
‘빨리 구해보자.’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지아가 스스로 구하는 걸 기다릴 순 없었다.
주혁은 아몬드가 비공개 스크림으로 스케줄에 공백이 생긴 이 시점에 빨리 보조 편집자를 물색해 보려 한다.
그렇다고 모집 공고를 올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주변 스트리머들에게 이런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명인들은 공고 같은 거 올리면 너무 허수가 많아요. 그냥 팬심으로 지원한다거나, 어그로 끌어 관심 한 번 받으려는 놈. 아니면 그냥 엿 먹이려고 하는 등…….」
공고는 시간 낭비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결국 직접 발품 팔아 찾아야 한다.
타다다닥.
검색을 아몬드로 하면 관련된 팬메이드 영상이 주루룩 나온다.
원래는 아몬드로 만드는 요리 레시피가 상위권에 노출됐었지만, 이젠 스트리머 아몬드가 상위로 나온다.
“허허.”
은근한 만족감을 느끼며, 주혁은 최다 조회 수 순으로 정렬해 본다.
그중에 지아가 만든 공식 영상을 제외하면…….
[아몬드 점멸검 스토리 모드 레전드 갱신?] [전자파 vs 아몬드 대결 성립!?] [아몬드의 점멸검 플레이를 분석해 본다!]“……음.”
주혁은 애매하다는 듯 턱을 매만진다.
이런 건 사실 팬메이드 영상이라기보단 흔히 말하는 렉카 영상이다. 혹은 게임 공략 영상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보조 편집자로 들어올 리는 없지.’
주혁이 찾는 건 이런 영상이 아니었다.
팬들이 정말 순수 팬심으로 만든 것 중 인기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던 중.
그의 눈을 사로잡는 영상 하나.
[도내 최고 초미녀가 어쩌다가 인간이 아닌 견과류에 반해버렸습니다만?!]양산형 라노벨 스타일 제목.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수 있겠으나.
“이야. 조회 수 좋고.”
조회 수가 이 영상의 성공을 말해준다.
140만이라는 조회 수는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빌 엠파이어 소재구나. 좋은데?”
간만에 보는 시빌엠파이어 영상이다.
이것도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국가대항전까지 진행할 예정이니, 시빌엠파이어 영상은 계속 필요하지 않겠는가?
“제시 나오는 영상인가?”
제목을 통해 유추해 보건대 아마 제시가 나오는 영상 같았다.
댓글을 보면 금세 알 수 있겠지만, 주혁은 순수하게 시청자 입장으로 보기 위해 바로 영상을 재생하기로 한다.
대신, 그는 이 영상이 최초 공개될 때 실시간으로 달렸던 댓글 반응을 사이드에 켜놓았다.
희망찬 멜로디의 일렉 기타 반주.
애니메이션 OST 스타일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눈을 사로잡는 일본의 여름 풍경…… 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빌 엠파이어의 초원이다.
-ㄷㄱㄷㄱㄷㄱ
-이건 또 무슨 약 빤 영상이냐 ㅋㅋ
-아 뭔데 이거 ㅋㅋ
최초 공개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남긴 채팅이 한쪽에 떠오르고.
푸른 초원에서 두 남녀가 걷고 있다.
「널 만난 게 전쟁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잠시 방심한 틈에, 이런 낯뜨거운 텍스트가 지나가 버린다.
-???
-?
-뭐얔ㅋㅋㅋㅋ
-ㅅㅂㅋㅋㅋ
이후, 배경음악의 볼륨이 올라가면서, 아몬드와 제시가 함께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로 펼쳐지는 액션이 진짜 그럴듯했다.
여기서도 역시 낯뜨거운 텍스트를 넣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전투가 끝나면, 네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내 이름은……」
「내 이름은!」
-ㅁㅊㅋㅋㅋㅋ
-???: 아아몬드!
-아아몬드잖아…… 네 이름ㅋㅋㅋ
전투 중에 이들은 서로를 만났던 순간을 회상한다.
아몬드가 계속 따라오는 제시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왜 따라왔는데?] [그냥 네가 귀엽게 생겨서]제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더니.
갑자기 다른 얼굴이 튀어나오며 외친다.
[나니이이이!?]위스키의 얼굴이다.
일명 나니좌로 유명한 그가 중간에 삽입된 것.
-아닠ㅋㅋ편집 돌았냐고 ㅋㅋㅋ 나니좌 ㅋㅋㅋ
-엌ㅋㅋㅋㅋㅋ
-깜짝이야 ㅅㅂ
-나니ㅇㅈㄹㅋㅋㅋ
다시 화면은 전투 중인 현재로 돌아온다.
카앙!
캉!
불꽃을 튀어가며 치열한 검격을 나누지만.
전투 구도가 점점 불리해진다.
제시는 희생을 결심한다.
[죽어도 다시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살아 있어!]푸른 초원과 여름 햇살과 함께, 제시의 마지막(?) 뒷모습을 비춰준다.
-아닠ㅋㅋ 그냥 부활해서 온다는 건데 이건 꼭 죽음도 초월해서 온다는 것처럼 해놨네 ㅋㅋㅋㅋㅋ
-왜 감동적인거냐고 ㅋㅋㅋ
-헐 ㅠㅠㅠ
-ㅁㅊㅋㅋㅋㅋ 이거 진짜 애니 같자나
-제시 대사 뭔데 심장 폭행
제시가 적들을 향해 달려들고.
카앙! 캉!
몇 번의 합을 나눈 뒤.
적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한다.
제시는 결국 유령이 됐고.
아몬드는 전장에 혼자 남아버렸다.
그는 기사와 마지막 결투를 펼친다.
카앙! 캉!
아몬드는 그의 검술에 결국 조금씩 밀린다.
이윽고 그는 궁지에 몰려 목이 베이기 직전이다.
그때, 화면이 전환되고.
다그닥! 다그닥!
초원을 달리는 말발굽이 보인다.
휘날리는 녹색 휘장. 붉은 머리칼.
제시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그녀가 달려와 기사를 단칼에 베어내며 아몬드를 구한다.
-도랏냐 텍스트 ㅋㅋㅋㅋ
-아아몬드 ㅇㅈㄹㅋㅋㅋㅋ
-몇 개를 합친거냐 ㅅㅂㅋㅋㅋ
아몬드는 단숨에 제시의 뒤에 올라타고.
제시는 그에게 뭔갈 건넨다.
[자. 선물. 꽃다발이야.]꽃다발이 아닌 화살 다발.
[뭐야?] [고백하는 거]고백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던 대사를 악의적으로 끊어버린 모습.
-원래 고백하는거 아니야 아님???ㅋㅋㅋ
-악질 편집ㅋㅋㅋㅋ
-엌ㅋㅋㅋ
아몬드의 놀란 표정이 나오며, 영상은 푸른 하늘로 시점이 올라가 버린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올여름 최고의 청춘 로맨스」
「시빌 워즈」
「1월 대개봉!」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예고편을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1월 개봉인데 올여름ㅇㅈㄹㅋㅋㅋ
-ㅁㅊㅋㅋㅋ
-와 ㅋㅋㅋㅋ 어질어질하네
“이야. 뭐냐 이게.”
주혁은 여러 의미로 감탄하며,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러 갔다.
영상을 만든 사람이 고정해놓은 댓글이 보인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런 댓글일 줄 알았는데.
-wackjassey: They made an anime for this? rofl
(기어코 이걸 애니로 만들다니ㅋㅋㅋ)
실제 제시가 단 댓글이었다.
└찐이다ㄷㄷ
└ㄹㅇ임???
└채널 들어가보면 자기 브이로그 있는데 ㄹㅇ인데???
└헐ㅋㅋㅋㅋ
└대박
└찐이다 올려
주혁도 제시의 채널에 들어가서 본인임을 확인해 봤다.
“뭐야. 찐이네. 허.”
제시도 올튜브에서 소소하게 브이로그 같은 걸 올리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나름대로 조회 수가 나오긴 하지만, 큰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사람으로 하면 되겠는데?”
제시의 댓글도 댓글이지만, 이 영상 자체의 댓글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애니 한 편 다봤다 꺼억~
-ㅋㅋㅋㅋㅋㅋㅋ약 빤 영상
-이거 공식 채널 아니었어??? 퀄리티 왜이래 ㅋㅋㅋ
-와 난 진짜 애니 예고편인줄ㅋㅋㅋㅋ
-견의 이름은 그래서 언제 개봉하냐고!
주혁은 이 영상 제작자에게 보낼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아몬드의 매니저, 김주혁이라……]그가 메일을 완성하는 동안.
아몬드의 비공개 스크림이 끝나버렸다.
* * *
쉬이이익.
조용히 열린 캡슐에서 상현이 걸어 나왔다.
그는 냉장고를 열더니 곧장 이온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아.”
간만에 제대로 게임했더니 신형 캡슐이라도 덥다.
“오. 끝났어?”
인기척을 느낀 주혁이 물었다.
“어.”
상현이 끄덕인다.
“이겼냐?”
벌컥. 벌컥.
상현은 이온 음료를 더 들이켠 후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