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1화
63. 솔로몬식 방송(3)
꿀꺽. 꿀꺽.
상현은 이온 음료를 한 번에 싹 다 들이켜고는 대답했다.
“아니. 졌어.”
스크림은 패배했다.
주혁은 별다른 내색 없이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뭐, 스크림이니까.”
“후아…….”
털썩.
상현은 주혁의 말을 채 듣지 않고, 소파에 가서 벌러덩 누워 버린다.
로마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잉글랜드전보다는 더 발전된 경기력이 나왔는데.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엔 지고 말았다.
“야. 한 판 진 거 갖고 왜 그러냐?”
“뭔가…….”
“왜?”
“아냐. 아무것도.”
상현은 패배 후 말을 덧붙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을 뒤로 삼켰다.
단순히 실력 차가 나서 벽을 느끼고 졌으면 이렇게 기운이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길 듯하면서 한 끗 차로 잘 안 된다.
주혁이 다시 의식에 끼어든다.
“야. 영혼 빠져서 멍하니 뭐 해.”
진짜 상심이 큰가 본데? 주혁이 덧붙인다.
“아…… 아냐.”
상현은 그냥 고개만 저으려다.
이런 거라도 말해본다.
“좋은 소식도 있어.”
“뭔데?”
“팀원들이랑 조금 친해지고 있어.”
“오. 그건 다행이네.”
슬슬 안면을 튼 동료들이 늘어나고 있긴 했다.
이건 분명 희소식이다.
특히나 궁병들 쪽에선 이미 상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근데 넌 어차피 그런 거 신경도 안 쓰잖아.”
“뭐…….”
사실 주혁의 말대로 상현에겐 그리 좋은 소식까진 아니었다.
그러니까 정말 쥐어짜서 만든 좋은 소식이라는 거다.
주혁은 아예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고 보니 솔로 랭크 S+ 달기는 언제 하나?”
“아. 그건 내일. 스크림이 매일 있는 건 아니니까. 스크림 없을 때 조금씩 해서 달성한대.”
“그것도 비공개 방송이야?”
“아니. 그건 아니지.”
“오. 시청자들이 좋아하겠는데?”
“그러게.”
주혁은 입맛을 조금 다시더니.
휴대폰을 꺼내 든다.
“말 나온 김에 우리 오프라인 스케줄 좀 픽스하자.”
“오프라인 스케줄?”
“입릴의 신이랑 주화임마 다 확정됐거든.”
상현은 새해부턴 타 방송 출연이나 합방을 자주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지금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주혁이 휴대폰 스케줄러를 보며 덧붙였다.
“음. 그리고 지스타에서도 초청 문의가 왔어.”
“지스타?”
지스타. 일종의 게임 박람회인데.
게임 문화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터라, 상현은 지스타가 뭔지 몰랐다.
그건 주혁도 마찬가지다.
“그……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게임 박람회인데 대신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거랜다. 참조 영상은 내가 보내놨으니까 보고.”
“어, 그래…….”
주혁이 보낸 참조 영상을 본 상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이게 지스타구나!”
참조 영상은 이런 제목이었다.
[내 선물이 풍선껌의 실력에 달렸다고? 차라리 죽여…….]풍선껌이 시청자들의 선물을 내기로 걸고 누군가와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실제 팬들이 둘러싸고 응원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전패.
풍선껌이 곧잘 하는 런가이즈라는 게임이었는데도 지스타에서 하다 보니 꽤나 긴장한 모양이다.
상현도 이 영상의 편집본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이게 지스타였구나.’
나름대로 이름있는 스트리머들만 초청되는데.
상현도 이제 거기에 나가게 된 것이다.
“어. 여기서 팬들 선물 걸고 게임 내기를 할 수도 있고, 신 게임 시험도 해볼 수 있어. 심지어 여기에 네임드 개발자들도 나와서 밸런스 패치 걸고 맞짱도 뜬대.”
개발자들이 나와서 그런 짓까지 한다고?
푸핫.
상현은 순간 유저들과 개발자들이 서로에게 뭐라 할지 너무 상상이 돼서 웃어버렸다.
“아. 그 좀비 스쿨, 젯펌프드, 마나소드 개발자로 유명한 김이서도 온다는데. 이번에 릴 알피지 개발 중인 거 소개한다고 해서 완전 주목도가 높아.”
굵직한 게임들을 개발한 전적이 있는 사람. 이름은 상현도 들어봤다.
“아, 심지어 쿠키 님도 오셔. 시빌 엠파이어 쪽 MC를 보나 봐.”
“오.”
“참고로 릴 쪽 MC는 킹귤 님이고 유명 스트리머들이나 랭커들이 보통 MC를 보니까. 만나볼 사람도 많을 거다. 거기서 이벤트 매치 같은 게 성사될 수도 있고.”
이벤트 매치?
상현은 뭔가 구미가 당겼다.
갑자기 이벤트 매치로 쿠키를 두들겨 패는 상상을 해본 것이다.
딱히 그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그런 상상이 돼버렸고.
그게 나쁘지 않았다.
“그거 재밌겠네. 스케줄 잡아보자.”
“지스타는 우리가 스케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기간이 정해져 있거든. 그사이에 어느 때 갈지 정하면 된다.”
“오키.”
다른 초청 프로그램도 좋지만, 지스타가 꽤나 기대되는 상현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상현은 습관적으로 커뮤니티를 살폈는데.
‘아. 맞다.’
스토리 모드 스포를 당할 뻔하고는 얼른 꺼버렸다.
‘스토리 모드 끝날 때까진 보면 안 되겠구나.’
그는 차라리 방송 시간에 트스게나 읽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창문을 열고, 환기한다.
휘이이잉.
겨울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남자 둘 사는 집엔 환기가 필수다.
“어으. 추워. 옷 입어도 춥네.”
양복에 두툼한 패딩까지 여며 입은 주혁이 방에서 나왔다.
“뭐야. 벌써 어디 가?”
“피디들 좀 만나고 오려고. 그리고…… 보조 편집자 구하고 있거든.”
“오?”
“아. 아직 된 건 아니고. 오늘 만나서 얘기 좀 해보려고. 그때 보여준 제시 영상 기억나?”
“아. 그 사람으로 됐구나?”
“어. 그리고…… 뭐, 여튼 오늘 바쁘다. 간다.”
이런 아침부터 나가는 주혁을 보는 건 정말 간만이었다.
뭔가 방송 확장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 그래.”
덜컹!
이미 닫혀 버린 현관문을 보며 떨떠름하게 인사한 상현.
그는 부엌으로 가서 찬장 속 아몬드를 꺼내 들었다. 주혁이 없으니 식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거로 돌아간다.
우드득.
햄스터마냥 아몬드를 가득 넣고 씹어버리는 모습이, 조금은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인다.
‘주혁이가 너무 바쁘네.’
주혁의 일이 과부하되어 간다는 건 이미 조금씩 알고 있었다만.
요즘 오프라인 스케줄이 늘면서 특히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흠.”
우드득.
아몬드를 한 움큼 더 씹은 상현은 멍하니 쌀쌀한 바람이 들이닥치는 창문을 바라본다.
게으른 겨울 해가 마지못해 떠오르고, 그것이 머리 위로 느릿하게 지나갈 때 즈음.
아몬드의 방송이 켜진다.
* * *
“트하!”
화면 속의 아몬드는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ㅎㅇㅎㅇ
-아하
-링링~! 아하!
.
.
.
채팅창에 인사말들이 우르르 올라온다.
“저번에 스토리 모드 하다가 말았죠?”
-ㅇㅇ
-회상보고 끊음
-킬 스위프트 보고 나감
-이제 거의 다 깬듯?
-오 1부 스토리모드 이어서구나
채팅을 통해 아몬드도 대강 저번의 상황을 복기해 본다.
그때 애청자 루비소드의 후원이 들어온다. 여기까진 늘 있는 일인데.
“어. 네. 어떻게 아셨죠?”
지스타 나간다고 오늘 결정한 걸 알고 있다니?
-유명 스트리머는 일단 초청되는거임ㅋㅋ
-귀여워 ㅋㅋㅋㅋ
-왜 뭘 들킨 표정임ㅋㅋㅋㅋㅋ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시청자가 3만대면 무조건 초청이에요]아. 조금 유명한 스트리머면 다 초청되는 거구나. 아몬드는 처음 알았다.
“아. 그렇군요? 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ㅁㅊㅋㅋㅋ
-엌ㅋㅋㅋ
-도네 유도였냐 ㅋㅋㅋ
-헐 너무해ㅋㅋㅋ
-자낳견
아몬드의 후원 유도에 다른 후원들이 더 쏟아졌다.
[루비대두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캬~ 우리 공주님! 말씀하실 때마다 만원씩! 콸콸콸!]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문장당 만원 룰 해야함 ㅇㅈ하면 개추]-개같이 추천~
-콸콸콸 ㅇㅈㄹㅋㅋㅋㅋㅋㅋ
-vj특공대 목소리 무엇ㅋㅋㅋ
-루비 대두 뭔데
-그거 하면 교장 선생님 바로 그지됨ㅋㅋㅋ
“아. 후원들 감사합니다.”
아몬드는 이만하고 트스게를 읽으러 가려 했다.
-후원들ㅋㅋㅋㅋ
-후원들로 퉁쳐?
-아 쟤네 다 합쳐도 루비 한마디만 못하다고 ㅋㅋㅋㅋㅋ
-맛없는 가격이죠?
-몬드야~ 편식하면 안된다~?
“오늘 트스게 한번 보겠…….”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지스타에서 봬요!]“아. 루비소드 님. 후원 감사합니다. 오시나 봐요? 뭐 타고 오시나요?”
-ㅋㅋㅋㅋ 또 물어보네
-지독하다 견과류!
-ㅋㅋㅋㅋ엌ㅋ
-본인도 웃고있엌ㅋㅋ
“농담입니다~”
더 이상 루비소드한테 돈 받기가 미안한지 아몬드는 이렇게 마무리하곤 이만 트스게를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양심ㅋㅋ
-지스타 나도 가고싶다……
-와 나도 지스타 갈래 ㅠ
“자. 트스게 인기글 읽어볼게요. 스위프트와 키스신이 있는 이유……?”
[스토리 모드 스위프트와 딥키스씬 존재 이유]아몬드는 순간 당황했다.
“……진짜예요? 이거 낚시죠?”
낚시에 잘 당하는 편인 아몬드를 놀리려고 만든 게시물이었다.
-그런듯ㅋㅋ
-근데 여성 플레이어를 위해 만들어놓지 않았을까요?ㅎㅎ
-거 좀 한 번 해라. 닳냐?
“아니. 여성 플레이어를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전 남자고, 스위프트는 게다가 악역인데…….”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이게 아닌 이유를 마구 말하고 있었다.
[개위마스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 ㅋㅋ KISS SWIFT였던거임~~ㅋㅋㅋ]-ㅅㅂㅋㅋㅋㅋ
-ㅁㅊㅋㅋㅋ
-ㄹㅇ
-닉넴ㅅㅂㅋㅋㅋ
-ㅋㅋㅋ타이밍
“네. 개이마스터 님. 후원 감사합니다.”
-발음 뭔뎈ㅋㅋㅋㅋ
-킹부러다 솔직힠ㅋㅋ
-개이 ㅋㅋㅋ
-아 게이 아니라고 개이라고 ㅋㅋㅋ
“한번 읽어나 보겠습니다.”
스위프트와 키스해야 하는 이유를 쭉 읽는 아몬드.
잠시 후.
“네. 전부 헛소리네요.”
글쓴이는 30일 밴을 당했다.
-밴ㅋㅋㅋㅋ
-30일간 스위프트의 파티원이 되어버렸네요
-???: 난 벤이야.
그 후, 아몬드는 글 몇 개를 더 읽어줬다.
인기글뿐 아니라 아무 글이나 집어서 읽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방금 올라온 글이 하나 있었다.
[아몬드 덕분에 모솔 탈출 방법 알아냄]“오. 저 덕분에 모태 솔로를 탈출했다는 글이 있네요.”
-대체 어떻게?
-배신자 새끼니까 처단하죠
-아몬드 팬사인회에서 만났나??
-아 이벤트 때 만났나봄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여성 시청자가 많은 편인 아몬드 방 특성상.
시청자들끼리 친해져서 사귀게 됐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시청자들도 대부분 그런 사연을 생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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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를 반으로 갈라버리면 커플이 됨.
1부 2부로 나뉘어서 둘이 되거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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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영상은 어떤 게임에서 몬스터를 반으로 갈라버리는 장면이었다.
-ㅁㅊㅋㅋㅋㅋㅋ
-엌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죽잖아……
-1부 2부 ㅇㅈㄹㅋㅋㅋㅋ
-모솔로 사느니 죽겠다는 의지 잘 봤습니다
-반으로 찢겼다구요? 이 방에선 그게 결혼입니다 ^^
“……크흠.”
아몬드의 방송 포맷을 비꼬는 글이었다.
아몬드는 이만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다.
“자. 몸도 좀 풀었으니. 이제 스토리 모드 끝내러 가겠습니다.”
-곤란해지자 도주
-왜 대답 안해줘 ㅋㅋㅋ
-오 오늘 엔딩 보나?
“아. 킵해둔 미션도 켤게요.”
-앗 ㅋㅋㅋ
-역시 잊지 않았구나 ㅋㅋ
-미션 기억력은 드래곤급
-저거 시간 제한 없이 걸었누
-이 와중에 이걸 기억하네.
[노데스로 3별 클리어] [20만 원]트리비의 미션 킵 기능이다.
미션을 건 사람이 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계속 킵이 가능하다.
굳이 이 기능을 쓰지 않는 스트리머들도 있는데.
아몬드는 그때의 미션을 어지간히 깨고 싶었던 것이다.
띠링.
-짭포좌 오열ㅋㅋㅋㅋㅋ
-어이 수포좌의 이름은 아무나 쓸 수 있는게 아니라고?
-치키챠 약 3시간 전 ㅋ
-ㅋㅋㅋㅋㅋㅋ신문물에 당함
이윽고, 스토리 모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