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2화
64. 마지막 층(1)
[고고학자의 기억]하얗다. 파랗다. 붉다.
어떤 색인지 알 수 없었다.
강렬한 빛들의 향연이다.
이 성소의 빛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처음 볼 때만큼의 감동은 느끼기 어려우리라.
내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유일하게 감사한 점은. 난 몇 번이고 이 빛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이 무한한 반복의 고리.
어지간해선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심연에서 얻은 지식을 계속 내 몸에 기록하고 있지만.
난 변함 없이 성소의 첫인상에 놀라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내 기록들 덕분인지 뭔지 늘 성소에는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소에 도달하지 못한 파티원은 다음 생에 볼 수 없었다.
이 또한 내가 기록을 통해 얻은 정보다.
그렇지만 나도 언제 이 반복되는 여정에서 도태될지 모른다.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 이 무한궤도에서 얼른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진 궤도는 적당한 힘으로는 꺾이지 않는다.
난 큰 힘이 필요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수정한다.
몸의 기록들 중 쓸데없는 것들을 전부 걷어내고, 최대한 명료하고 간단하게 표시하기로 한다.
내 자신을 내 손으로 리셋시키는 거다.
현재 난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존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기록을 지운다면, 내 일부를 지우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난 망설일 수 없었다.
이대로는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미 내 몸에 새겨진 횟수를 보라.
8회.
기록된 것만 8회다.
난 얼마나 반복한 뒤에야 이 반복을 깨달았을지. 누구도 모른다.
혹은 어떤 회차에선 기록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성소 앞에 기다릴 여유가 있었고, 내가 기록을 제대로 해석한 회차에 새겨진 횟수가 8회.
그사이에 수십 번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는 끝도 없다.
모든 기록을 지우고 난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 나갔다.
여기서 깨달은 변칙들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기에 최적의 루트를 나 자신에게 전달한다.
아주 간단해야 한다.
Find a red house
우선 빨간 지붕의 집을 찾는다.
빨간 지붕의 집에서 룬 박스가 발견됐다는 기록이 다수다.
You will see the boxes
‘잎’의 층에 들어가기도 전에 얻을 수 있는 룬 박스는 흔치 않다.
이건 나만이 알 수 있는 변수다.
여기서 무기와 룬을 얻고 들어가면 분명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걸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Drink potion till fade out
난 포션을 선택한다.
그리고 포션을 기절할 때까지 마신다.
이는 내가 심연에 들어오기 전 날 거둬주셨던 교수님의 연구 자료에 있던 내용이다.
포션의 블루홀이라는 물질이 천문을 억지로 개방한다.
룬 박스의 포션은 성소의 힘을 직접 받은 ‘진짜’이기에 훨씬 효과가 빠를 것이다.
포션을 기절할 때까지 들이켜면 비록 정식은 아니지만, 계약자가 될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계약자의 힘을 낼 수 있다.
이게 가장 빠르고 위험한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화신이 들어오면 기억이 상실된다.
내 몸의 주도권이 다 화신에게 넘어간다.
심지어 어떤 화신이 들어오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놈이 들어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난 이 길을 택한다.
이대로 있으면 죽은 것과 같으니까.
뭐라도 해야 했다.
여기서 난 화신에게 남길 메시지를 따로 새겨놓기로 했다.
화신들은 본능적으로 성소를 찾고 싶어 한다. 성소를 찾고 나면 이곳을 탈출하려 할 것이다.
그 본능을 이용해, 난 조금의 안내만 써주면 된다.
내 기록을 총망라해서 가장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으로 이 심연의 열쇠를 쥐여주면 된다.
-끝-
* * *
고고학자는 자신의 몸에 스위프트를 죽여라, 루나를 찾아라 등의 기록을 써놨고. 기억 재생은 여기까지가 다였다.
-와
-이게 다 설계된거였누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포션 병들이 많았구나
-룬박스가 그거구나
-ㄷㄷㄷㄷㄷ
-그럼 스위프트가 나쁜놈인거 ㄹㅇ 확정아님???
심연의 전말에 거의 다 다가온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몸에 새겨진 문신을 다 해석한 이상, 이미 2별 클리어는 확정이니 스토리의 8할 정도가 풀린 셈이겠다.
“기억도 다 찾았겠다. 이제 스위프트를 처치하러 가 보겠습니다.”
-오오 드디어 ㅋㅋㅋ
-가즈아아
-드리프트 드디어 죽냐?ㅋㅋ
“아. 그전에 활 강화 좀 할게요.”
아몬드는 모든 룬을 다 꺼내서 활 강화에 써버렸다.
우우웅!
룬이 밝은 빛을 내며 하나둘 사라져 버린다.
여태 고생해서 모은 룬인데.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말 그대로 잠시다.
‘오.’
[해방의 활 ★★★★★]순식간에 5성짜리 무기가 되어버린 해방의 활.
추가 능력까지 빵빵하게 붙었다.
[약점간파: 대상의 급소를 찾아냅니다.] [불꽃놀이: 급소 타격 시 화살이 크게 폭발합니다. 폭발은 0.2초 경직을 일으킵니다.] [콩콩이: 2번째 사격마다 2발의 화살이 쏘아집니다.] [삼타필승: 3번째 타격마다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지속 시간 10초. 중복 가능.]레이나의 활인 줄 알았더니, 능력은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어떤 룬을 얻어서 강화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았다.
-캬
-이건 레이나무로 만든 활이 확실합니다
-콩콩이 ㅇㅈㄹㅋㅋ
-개좋은데??
“이제 정말 죽이러 가겠습니다.”
아몬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프트가 잠들어 있는 텐트로 걸었다.
이 정도 스펙의 무기라면 스위프트 정도는 순식간에 암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위프트가 자고 있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있군.’
스위프트는 세상 모른 채 자고 있었다.
마치 정말로 아몬드를 믿고 있다는 듯 말이다.
‘이상하네.’
아몬드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 문구가 적혀 있는 이상, 날 믿을 수 없을 텐데.’
생각해 보니 이 문구가 적혀 있는 이상 이 고고학자의 몸은 스위프트를 몇 번이고 죽이려 했을 거다.
만약 스위프트가 루나처럼 기억을 갖고 있다면, 아몬드에게 등을 맡기고 있을 수가 없다.
둘 중의 하나다.
1. 스위프트는 기억이 없다.
2. 이건 함정이다.
“아.”
순간적으로 깨달아버렸다.
답은 2번이었다.
지지직.
자고 있는 스위프트가 치직거린다.
점멸이 아니었다. 노이즈처럼 꿈틀대더니 사라진 것이다.
이건 환영이었다.
가짜였다.
그렇다면 진짜는?
“야. 내가 처음에 너한테 룬이 쓸모없다고 했던가?”
스위프트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 퍼진다.
휘익!
순식간에 사방을 둘러본다.
그럼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거 거짓말이다. 이 새끼야.”
이런.
은신의 룬이다.
휘익!
허공에서 룬이 던져졌다.
익숙한 글자가 시뻘겋게 빛난다.
[폭발의 룬 – 아헤모스]우우웅──
곧 터질 것이다.
‘저기다.’
와중에 아몬드는 룬이 날아온 곳을 향해 화살을 난사한다.
그리고, 터져 나간다.
──콰아앙!!!
시야가 새하얗게 타올랐다.
삐이이이…….
귀가 찌릿거리며 이명이 차오른다.
이거 설마 죽은 걸까?
[위험! 남은 체력 10%]아니다.
살아 있다.
그러나 거의 죽어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태 이상: 기절] [상태 이상: 탈진] [상태 이상: 실명]온몸이 cc기로 범벅되어 버린 상황이다.
폭발의 룬이 이렇게나 좋은 거였다니.
하기야 강화 재료로 쓰면 평생 울궈먹을 걸 한 번에 다 터뜨리는 거니까.
이 정도 능력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스위프트가 와서 그으면 끝장이다.’
아몬드는 이제 죽음을 예감했다.
지금 cc기가 걸린 상황에서 스위프트가 와서 살짝만 그어도 10% 체력 정돈 눈 깜짝할 새 사라질 거다.
‘아.’
[노데스 3별 클리어] [20만 원]시야 한구석에 미션 글자가 아른거린다.
괘씸해서라도 안 죽고 클리어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릅니다]시간이 흘러버린다.
* * *
-??
-뭐야
-그대로인데?
-???
시간이 흐른다고 했는데.
‘그대로야…….’
아몬드는 아까 그 자리 그대로다.
그것도 다친 몸도 그대로였다.
스위프트도 안 온다.
다만 이제 cc기가 다 풀려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돼버렸다.
“뭐야.”
그는 아직 긴장을 유지한 채로 사방을 둘러봤으나. 스위프트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산 건가요?”
-아몬드 개같이 부활ㅋㅋㅋ
-왜 살았누
-ㅁㅊ ㅋㅋㅋ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면서 이동해 보겠습니다.”
절대로 긴장을 놓치지 않은 채 천천히 움직인다.
이미 한 번 낚시에 당한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사방을 경계하며 몸을 옮겨 나무줄기에 등을 대었다.
“…….”
잠시 후.
“!”
파아앙!
뭔가 눈치챈 아몬드는 어떤 곳을 향해 화살을 날렸는데.
“아아아악!”
“?”
전혀 스위프트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왜 다짜고짜 쏘는 거야!”
루나의 팔에 푸른 화살이 박혀 있다.
자칫하면 머리에 박힐 뻔한 걸 막은 모양이다.
그래도 팔에 화살이 박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
“어? 너 꼴은 왜 그래?”
루나는 자신보다 아몬드의 꼴이 더 처참한 걸 보고 놀라 뛰어온다.
‘변신 룬 같은 게 있나.’
아몬드는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순 없었다.
스위프트가 루나로 변신한 채로 자길 죽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시청자들은 루나를 의심하기보다 아몬드의 생존을 더 의심 중이다.
-어떻게 산거임
-전개 무엇
-이걸 또 살다니 ㅅㅂㅋㅋㅋ
-이야
왜들 이러는 걸까?
답은 후원이 알려줬다.
[정보맨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다짜고짜 스위프트를 죽이려 하는 방금 구간에서 첫트 유저들의 99%는 뒤집니다 ㅋㅋ] [ㅇㅇ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마지막에 스위프트 위치 파악하고 쏴버린 게 좋게 작용한듯 그놈도 부상입어서 도망친거임]후원으로 설명이 이어진다.
-고마워요 ㅇㅇ맨!
-글쿠나 ㅋㅋ
-아……
-미챴네 룬 폭발하기 전에 살아남은거임?
“아몬드. 이게 무슨 꼴이야 대체! 나 포션도 없는데…….”
아몬드는 뉘어져 있던 몸을 일으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스위프트에게 당했어.”
“스위프트? 그럼 스위프트는 어딨는데?”
“도망쳤어. 큰 부상 입었을 거야.”
-???: 내가 이렇게 됐는데 그 놈은 어떻겠어?
-I can do this allday!
-드리프트해버렸지 뭘 어딨냐 루나야 ㅉㅉ
“부상? 그렇구나. 으. 아깝다. 죽여 버렸어야 하는데.”
루나는 진심으로 아까워했다.
-역시 루중혁ㅋㅋㅋㅋ
-인성 ㄷㄷ해
-까비 ㅋㅋㅋㅋㅋ
아몬드는 이쯤 되자 궁금했다.
루나는 왜 스위프트를 죽이려 할까?
“왜 스위프트가 죽어야 하는데?”
“난 걔가 의심스럽거든. 그 녀석도 회귀를 인지하고 있는 거 같아서.”
회귀?
그러고 보니 루나는 아직 이게 회귀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냥 기억만 사라지는 중인데 말이다.
“아. 루나. 근데 이건 회귀가…….”
“어? 잠깐!”
루나는 갑자기 허공을 가리킨다.
“이런. 또 죽었어. 이제 한 명 남았어!”
“뭐?”
“입구 말이야! 입구! 규칙 못 봤어?!”
“규칙?”
“설마…….”
루나가 깜짝 놀라 아몬드를 돌아본다.
“기절해 있느라 못 본 거야? 새로 나온 규칙?”
이런.
그사이 규칙이 나왔던 모양이다.
“무슨 규칙?”
“10명 남는 순간 전원이 다음 층으로 이동하는 규칙!”
슈우웅……!
그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분홍빛 오오라가 둘을 감싸 안았다.
“어……?!”
루나는 당황스러워했다.
다음 층으로 가면 좋은 일인데.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걸까?
“너, 너 어떡해! 지금 그 상태로 가면──”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체력 10%]아몬드는 현재 암담한 상태였다.
그러나, 심연은 그가 준비되길 기다려 주진 않았다.
파앗!
아몬드와 루나는 순식간에 마지막 층으로 이동돼 버렸다.
시커먼 시야 속.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지막 층(★)에 한 발 다가갔다.]마지막 층.
이곳은 지금까지의 심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곳이었다.
* * *
[초보자 Tip: 성소의 빛이 직접 닿는 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