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4화
64. 마지막 층(3)
붉다. 푸르다. 노랗다.
검다. 밝다.
빛에 관한 모든 표현을 가져와서 아무거나 아무 순서로 말해도 좋다.
성소가 내뿜는 빛은 그 모든 것에 해당되니까.
“……?”
아몬드는 그 성소를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었다.
“뭐, 뭐야.”
“갑자기 어떻게 된 거지.”
주변에 모인 인원이 상당하다.
그들은 모두 동그랗게 성소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생존 계약자는 1명이라더니.
어떻게 된 걸까.
‘……설마.’
아몬드의 머리로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간다.
생존 ‘계약자’라는 표현.
분명 있어선 안 되는 표현이다. 여기 계약자는 없지 않나?
계약자라면 화신과 계약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반 정도 불사신이어야 하는데. 그런 녀석은…….
[승리자: 스위프트]바로 저기 있다.
스위프트의 얼굴이 성소 너머에 보인다. 동그란 원에서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아몬드와 스위프트.
녀석은 스킬을 사용했고, 불사신까진 아니어도 더럽게 죽지 않았다.
씨익.
놈이 웃는다.
“이미 끝났다. 그런 무서운 얼굴 하고 있지 말라고.”
아몬드야 이미 스위프트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파티원들이 놀라서 그를 바라본다.
“스…… 스위프트? 뭐야? 끝났다니?”
“네가 우승자라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도 다 사는 거야!?”
파티원들 대부분이 줄기 층의 규칙 때문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다 사는 거다. 내가 이겼으니까 말이야.”
아몬드는 이해 가지 않았다.
대체 뭘 이겼다는 건지.
“너희가 노는 사이, 내가 마지막 남은 계약자 한 놈을 처리했거든?”
킬킬대며 스위프트가 말한다.
“이 심연에선 말이야. 계약자들만 다 죽이면 된다고. 그리고 계약자만 우──”
──쿠웅!
갑자기 울려 퍼진 굉음에 모두가 휘청였다.
성소 위로 거대한 날개가 내려앉았다.
여유만만하던 스위프트조차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물러났다.
“잡담은 여기까지.”
[잡담은 여기까지]쩌렁쩌렁하게 두 번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이 목소리는…….’
규칙을 부여하던 목소리다.
이 녀석이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몬드는 성소의 눈부신 빛에도 불구하고 그를 똑바로 올려본다.
놈은 새 인간이다.
인간처럼 말하고 두 발로 걷지만, 새의 얼굴이며 부리가 있다.
상체는 확실한 인간 남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다리는 거대한 매의 그것이며 세 갈래로 갈려 발톱이 있다.
그리고 날개, 놈의 날개는…….
‘칼날?’
단순한 날개가 아니었다. 칼날로 벼려진 철의 깃털이 모여 있는 거대한 무기였다.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승자는 하나인데. 부산물은 많군. 너희들은 다 스위프트의 동료인가?”
“…….”
잠시 흐르는 침묵.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스위프트의 동료가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 승자는 스위프트니까.”
“……?”
다들 놀라 두리번거린다.
여기서 이 새에게 감히 대항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렇지만 승자가 스위프트고 그의 동료 외엔 다 죽어야 한다니. 누가 쉽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도, 동료야!”
루나다.
루나가 번쩍 먼저 손을 들며 외친 거다.
-ㅅㅂㅋㅋㅋㅋ
-드리프트 대결 미쳤누
-심연이 아니라 F1이었던거임
-ㅋㅋㅋㅋ노선 전환 뭐얔ㅋ
이 녀석이 이렇게 빨리 반응할 정도면, 확실히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아몬드도 그냥 동조해 줄까, 고민하던 찰나.
그의 머리로 한 메시지가 스쳐 간다.
Dont Trust the Birds
새들을 믿지 마라
여기 문신에선 새들을 믿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지금 새가 하는 말이 거짓인가?
이해가 안 간다.
아몬드는 새에게 묻는다.
“이봐. 왜 승자는 스위프트지? 여기에 남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일순의 정적.
숨소리조차 쉽게 내지 못하는 와중. 새의 눈알만 굴러가 아몬드를 향한다.
-이야 분위기 거의 종강 직전에 질문한 것 같네.
-분위기 ㄷㄷ
-엌ㅋㅋ 죽을거 같아 ㅠㅠㅠ
꿀꺽.
옆의 루나는 마른침을 삼킨다.
그녀는 언제든 싸우려는 듯 칼손잡이에 손을 올렸으나.
손이 지나치게 떨고 있었다.
새가 입을 열었다.
“이 경연은 1명만 우승한다.”
새 인간은 날개를 위협적으로 펼쳐 올리며 확실하게 언급했다.
“계약자! 1명만 우승한다. 여기 남은 계약자는 딱 하나뿐이다. 그러니 우승이다. 혹여나 남은 계약자가 없을 경우엔 계약되지 않은 인원 단 한 명만 우승한다. 그들의 동료는 취급하지 않는다.”
웅성. 웅성.
아몬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서로 이상하다는 듯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아직 이해가 덜된 것이다. 아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스위프트가 여기서 유일한 계약자라는 사실을.
-뭐야 이거 우린 미니언임??
-아니 근데 아몬드도 계약자 아님?? 빙의됐는데
-아…… 미니언인건가?
-미니언이 아니라 계약이 안 된 일반인임ㅇㅇ
-뒷통수 얼얼하네 지들만의 리그였누
“그래서 묻는다. 너희들은 이 성소에게 선택받은 계약자의 동료이냐? 계약자의 동료라면 함께 우승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죽는다.”
새는 대답을 재촉하고 있다. 한 번 더 물어봐 줄지는 미지수다.
죽는 것만은 면해야 한다.
아몬드는 별수 없이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부 다 동료란 말이지?”
새가 스위프트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게 맞는가? 우승자여.”
설마 녀석에게 되물을 줄이야.
스위프트에게 생사 여탈권이 쥐어지는 격인데.
-헐
-ㄷㄷ
-루나랑 아몬드 빼는거 아님??
-ㅁㅊㅋㅋㅋ
굳이 루나와 아몬드가 아니어도 사실상 스위프트의 동료라 할 수 없는 놈도 몇 섞여 있었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그렇다. 전부 내 동료다.”
휴우.
안도의 숨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단 한시름 놨다만.
‘뭐지.’
스위프트는 왜 간단하게 적들을 치워 버릴 기회를 걷어찬 걸까?
새의 질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좋다. 선택받은 계약자여.”
우우웅!
성소가 강한 빛으로 일렁였다.
“이제 네가 선택할 차례다.”
스위프트에게 3개의 선택권이 떠올랐다.
마치 룬 박스를 열었을 때처럼.
[1. 화신 계약] [2. 성소 소유] [3. 성소 충전]새가 하나씩 설명을 시작했다.
“화신 계약. 지금 이 성소에 차오른 힘으로 넌 화신과 계약할 수 있다. 현재 차오른 힘으론 천계의 3성 화신과 계약할 수 있다.”
1번은 말 그대로 계약하는 거다.
근데 스위프트는 이미 계약자라며?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지금은 미천한 1성 화신과 계약되어 있으나, 천계 3성 화신과 계약한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미천한 화신? 3성 화신?
그렇다면 스위프트가 계약한 화신은 매우 질이 낮은 모양이다.
새는 조건을 연이어 말했다.
“단, 이 성소의 힘은 전부 사라질 것이고. 심연도 종료된다. 그리고 동료들은 너와 함께 이곳에서 나갈 것이다. 너처럼 계약자는 되지 못하겠지만, 심연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잘 활용한다면 먹고 사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가?
이렇게 쉽게?
아몬드는 어이가 없었다.
‘잠깐…… 저 녀석 설마.’
스위프트의 선택 한 번으로 이렇게 간단하게 나갈 수 있는 거였다면.
여태 못 나간 이유는…….
‘역시. 모든 원인이 저놈이었어.’
아몬드는 어이가 없어 스위프트를 노려본다.
일단 다음 선택지를 들어보기로 한다지만, 이미 여기서 달려들어 죽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루나 역시 분노로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음은 성소 소유다.”
새가 다음 선택지를 알려준다.
“넌 이 성소의 선택을 받았으므로, 네가 이 성소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성소의 소유권이 천계를 벗어나는 순간 계약은 할 수 없으나. 이 성소를 들고 너희들의 세계로 간다면 수많은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너의 동료들과 그것들을 나눌 수도 있겠지. 아마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위의 두 선택지 전부 모두가 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심지어 두 번째 선택지는 모두가 다 행복할 수도 있다.
스위프트는 그럼에도 고르지 않고 웃고만 있다.
실실 쪼개면서.
“마지막 선택지. 성소 충전. 말 그대로 성소에 힘을 채우는 거다.”
성소에 힘을 채워줘? 그게 대체 무슨 좋은 일이란 말인가.
-ㄷㄷㄷ
-대체 뭘까
-아…… 벌써 불길해 ㅠㅠㅠ
-스위프트 개자식 스위프트 개자식 스위프트 개자식
-젭라
스위프트의 눈빛을 보아하니, 이미 이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를 생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는 말을 이었다.
“성소에 힘이 늘어난다면, 후에 계약할 때 더 상위 화신을 불러올 수 있으며, 후에 소유할 때 더 많은 가치를 받아낼 수 있다. 다만 그 계약을 혹은 그 소유를 네가 다시 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새는 주변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성소를 충전하는 방식은 여기 있는 모든 동료의 경험치를 이 성소에 바치는 것이다.”
경험치를 바친다니…….
‘설마 경험치가 기억인 건가?’
생각해 보니 경험치라는 말.
단순히 게임에서 너무 자주 써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말 그대로 ‘경험’을 ‘치수화’한 것이다.
경험은 곧 기억과도 연관이 있다. 아니,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험치를 이 성소에 바친다는 건, 단순히 레벨 1로 돌아간다는 말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스위프트는 계속 이 선택지를 골랐던 거다.
“그리고 이 심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넌 다시는 이 성소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네가 열심히 채운 성소를 다른 계약자가 나타나 계약해 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높은 리스크를 갖고 있는 선택지임에도, 위의 2개에 비해 무엇 하나 나을 것이 없는 선택지임에도. 거리낌 없이 이걸 계속 고른 것이다. 최상위 화신과 계약하기 위해서.
-미친 새끼 이걸 고른거야 계속????
-와 이거 또라이네
-계약자가 아닌게 이런 수모를 ㅠㅠ
-심연은 애초에 계약자들끼리의 경연이었구나
-욕심 보소 ㅅㅂ
채팅창에선 당연히 스위프트에 대한 욕이 한 바가지 쏟아지는 중이다.
[강남대성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스위프트 연대 자퇴하고 서울대 재수하는 거였네]-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n수생 대전
-루중혁은 뭐냐 그럼 ㅋㅋㅋㅋ
-기만자였넼ㅋㅋㄹㅇ
-이건 재수생 학부모 체험이었던 거임
-이거닼ㅋㅋㅋ
스위프트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그 욕심에 다른 이들이 엄청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지만.
“자. 선택하라. 계약자.”
아이들은 모두 스위프트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습게도 다들 해맑은 얼굴이다.
그들은 스위프트가 설마하니 3번을 선택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러면 우리도 우승한 거나 다름없잖아?! 스, 스위프트! 우리 대박 났어!”
“그래! 네 말대로 계약하지 말고 성소를 갖고 나가자!”
하. 녀석들은 스위프트가 모닥불 앞에서 했던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스위프트. 너 계약자가 되는 거엔 관심 없다고 했잖아? 2번이지?”
스위프트는 계약자가 되는 거엔 관심도 없다며, 나가서 행복하게 돈 딱딱 나눠 먹고 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여기 있는 이들이 반겨 마다하지 않을 2번을 고를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건 스위프트가 아니다.
스위프트가 주장하는 스위프트일 뿐이다.
진짜 스위프트는 그런 놈이 아니다.
‘안 되겠네.’
아몬드는 결심한다.
“난 3번을 고르──”
──파앙!
화살이 쏘아졌다.
푸른 화살이다.
푸른 궤적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성소를 비껴가더니.
──푸욱!
순식간에 혀를 꿰어버렸다.
“커거거…… 어억……!”
스위프트는 화살이 성소를 돌아 날아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지. 전혀 반응 못 한 채 혀를 붙잡고 캑캑댔다.
아몬드는 활시위를 다시 당겼는데.
그 순간, 금발의 머리칼이 스쳐 간다.
휘익──
“이…….”
루나다.
“이 개자식!”
타악!
나는 것 같은 엄청난 도약이다.
성소를 밟고 넘어간 그녀의 눈이 불을 뿜는다.
“죽어어어어어어!!!”
화르르륵!
그녀의 검 끝도 푸른 불을 머금는다.
[검강]스위프트를 죽이기 위해,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여태 한 번 보여주지 않았던 스킬이 발동된다.
-ㄷㄷ 검강을 루나가 ㅠㅠㅠ
-헐 검강 저거 점멸검 스킬
-ㅁㅊ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