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5화
64. 마지막 층(4)
루나가 뛰어오른다. 아니, 날아오른다는 표현이 더 맞다.
엄청난 도약이다.
“죽어어어어!!!”
화르륵!
그녀의 분노만큼이나 활활 타오르는 검의 마나.
그 불길이 향하는 곳은, 루나의 눈이 노리는 곳은 스위프트다.
“!”
그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는 아몬드에게 맞은 화살로 입이 피범벅이 됐음에도, 검을 휘두른다.
카아앙──!
루나와 스위프트의 검이 부딪히며 시퍼런 불꽃이 피어오른다.
루나의 공격이 막힌 것이다.
스위프트가 피가 질질 새는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이 빌어먹을 년. 지겹지도 않나?!”
퍼억.
발길질이 복부에 꽂히자, 루나가 뒤로 나뒹군다.
“컥……!”
“그냥 얌전히 양분이 되면 좋았을 거다. 여태 쌓인 경험치까지 전부!”
휘릭.
스위프트가 검을 한 바퀴 돌리더니, 또 뭔가를 쳐낸다.
캉!
화살이다. 아몬드가 쏜 화살이다.
“귀찮게 하네.”
푸른 화살은 이내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뒤따라오는 화살이 두 개 더 있었다.
카강!
또다시 손쉽게 쳐낸다.
스위프트의 전투력이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대체 어떻게 더 강해진 걸까? 룬과 레벨 업을 통해서?
“이런 화살 묘기는 언제 익힌지 모르겠다만. 아몬드.”
스위프트는 아무래도 커브샷을 언급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나한텐 소용없다!”
파지직!
그는 날려 버린 검으로 이동했다.
근데 아몬드 근처가 아닌, 한참 멀찍이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더니 관리자에게 외친다.
“이봐! 관리자! 난 3번이다! 3번을 고르겠다!”
-???
-ㅁㅊㅋㅋㅋ
-무슨 싸울 것처럼 하더니
-졸렬프트
-드리프트 ㅅㅂㅋㅋㅋ
-묘수 ㅋㅋㅋ
이런. 스위프트가 곧바로 3번을 골라버렸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기면서도 새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리가 열린다.
“3번이라. 성소 충전. 좋──”
──푸욱!
부리를 화살이 꿰뚫었다.
“!”
“!?”
이 공간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란다.
스위프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루나까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새를 공격하다니.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새 역시 처음으로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펑.
갑자기 깃털로 변해 사라진다.
“뭐, 뭐야……?”
“사, 사라졌어? 가짜?”
“이거…… 환영술이야.”
아이들이 깃털만 남은 자리를 보며 중얼거린다.
그렇다.
새는 사라졌다.
그것이 환영이었든 본체였든 이제 성소에 대고 소원을 빌어줄 매개체는 사라진 거다.
“이 빌어먹을! 이게 뭐야!”
스위프트는 분노하며 냅다 성소로 달려왔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아, 안 돼. 안 돼!! 여태 모은 게 얼만데! 잔뜩 쌓인 저 루나 녀석의 기억만 다 집어넣어도 이젠 거의 다 찰 텐데……!”
쩍쩍 갈라진 목소리. 그는 이미 아몬드와 루나를 공격할 생각은 사라진 듯했다.
-ㄷㄷ그래서 루나 살려줌?
-아……
-루나 기억 있는 거 알고 일부러 존버했네
-존버의 신 ㅋㅋㅋ
-루나에 존버를 하니까 당연히 끝이 처참할 수밖에 없지 ㅋㅋㅋㅋ
-ㅁㅊ 소름
“하아…… 이…….”
스위프트가 아몬드와 루나를 향해 눈을 부라린다.
제대로 맛이 간 표정이다.
“개 같은…… 녀석들. 매번 이딴 식이더니.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결국!!!”
축 늘어진 그의 팔이 허리춤을 더듬는다.
“……하지만 관리자는 곧 다시 올 거다.”
스릉.
스위프트는 칼을 하나 더 빼 들었다.
그리고 아몬드를 노려본다.
“그때까진 너희 다 얌전히 있어 줘야겠다.”
지지지직……!
그의 몸 주위로 전율이 흐른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압박감.
놈의 머리칼이 희게 타버린다.
화르륵!
이게 스위프트의 진짜 실력인 거다.
‘이전하고는 완전히 다르네.’
그는 여태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애초에 계약자 외의 인원은 죽일 생각이 없었다. 아니, 죽여선 안 됐다. 그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한 성소의 양분이니까.
“스위프트는 동료애가 있던 게 아니라, 성소에 바치기 위해서 닌자한테 항복했던 거네요.”
그가 이따금씩 동료애를 발휘했던 장면들도 다 이해가 된다.
-ㄹㅇ
-그런듯
-드리프트 쉑……
-와 씹소름
닌자가 파티원들을 인질로 잡았을 때.
스위프트는 생각보다 쉽게 항복했었다.
루나도 살려뒀던 이유가 있었다.
루나에게 쌓인 기억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걸 한 번에 흡수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루나가 접근하는 놈들만 죽이고, 루나는 살려둔 것이다. 쌓인 경험치가 아까우니까.
그러니까, 스위프트 저 녀석의 머릿속에 오직 최대한 많은 경험치를 효율적으로 성소에게 배달시키는 것 말고는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스, 스위프트! 너 정말로 우리를…… 이 안에 처넣으려 한 거야!?”
아직도 정신 못 차린 파티원들이 그에게 묻는다. 거기엔 벤도 포함이다.
“스위프트…… 바…… 방금 3번이라고…… 이미 계약자면서…….”
스위프트는 아직도 파티원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음 관리자가 올 때까지 최대한 살려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본색을 드러낸바, 그들의 정신까지 온전히 내버려둘 생각은 집어치운 듯했다.
“계약자도 말이야. 계약자 나름이야. 이 멍청한 새끼들. 계약자만 되면 귀족 작위에 평생 먹고 산다고?”
피식.
마른 입술이 조소를 머금는다.
“그런 꼴통 같은 소리는 꼭 못 가진 놈들이나 지껄이더군. 막상 하급 화신과 계약된 계약자는 말이야. 인생의 끝이 그냥 정해져 있다고. 너희보다도 더 지옥 같은 삶이야. 알아?”
“그딴 건 이유가 될 수 없어. 스위프트.”
루나가 배를 움켜쥐고 일어났다.
“그런 배부른 소리는…… 이 지옥 같은 곳에…….”
그녀는 입가에 피를 닦으며 내뱉었다.
루나의 눈 역시 살기로 번뜩인다.
“몇 년이고 가둬두고 계속 죽고 죽이는 살인 경연을 반복시킨 이유가 될 수가 없어.”
“하?”
스위프트는 되려 황당하다는 듯 반박했다.
“살인 경연? 꼭 남 일처럼 말하는구나 루나?”
“…….”
“그 살인 경연에 넌 왜 참가했지? 너도 성소 한번 차지해 보겠다고, 남들 다 죽여서라도 차지해 보겠다고 들어온 것 아닌가? 심지어 네 목표는 나가서 누군가를 죽이는 거라 했었지.”
“웃기지 마. 심연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한 번 성공했을 때 난 2번을 골라서 나갔겠지.”
“그건 모를 일이지. 루나. 너에겐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스위프트가 조소를 머금는다.
“선택할 권리도 없었으면서. 나였으면 이랬을 거다라고 말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누군가에게 양보할 어떤 것도 없었으면서 난 양보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맞느냔 말이다!!!”
-프로 맞말러 ㄷㄷ
-ㅁㅊㅋㅋㅋ 역시 정치인
-그건 그렇네 ㅋㅋㅋ
-Swift, the Politician
-스위프트를 국회로!
“게다가 너희들이 받은 피해라는 게 뭐냐?”
“뭐?”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반복이나 좀 해준 게 그리 힘든 일인가? 너흰 힘든 일이라는 것도 몰랐을 텐데?”
-ㅋㅋㅋㅋ무친논리
-이새끼 이것만 수십번 반복했나보네
-이게 릴이지
-ㅁㅊㅋㅋㅋㅋ
-서포터급 정치력이네요 ㅎㅎ
“뭐? 무한 반복이 힘들어? 이곳 밖의 노동자들은 지금 기억도 지우지 못한 채로 똑같이 지옥 같은 일을 반복한다! 너희들이 그들보다 더 지옥이란 거냐?!”
스위프트의 연이은 적반하장에 루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제안하겠다. 난 너희들과 계속 함께하겠어. 내 계약의 여정에 따라준다면, 이곳에서 난 성소를 가득 채우고 결국 1번을 골라서 너희들을 데리고 나가 부귀영화를 함께 누리게 해주마. 하지만 여기서 날 거역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을 거다.”
어안이 벙벙한 제안이다.
아이들도 당황해서 서로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언뜻 들으면 혹하는 제안이지만, 솔직히 너무 위험하다.
루나가 곧바로 반박한다.
“네 제안 따위 여기서 3번을 고르는 순간 우린 다 잊어버릴 건데? 그딴 게 무슨 소용이지?”
“날 믿어야지. 루나 네가 제일 잘 알 것 아니냐? 난 항상 같은 파티원을 골랐다는 걸.”
루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의 말이 맞긴 했다.
같은 파티원을 고르고 있다.
그러나 루나도 이판사판이었다.
“개소리. 죽기 싫으니 별소리를 다 지어내는구나.”
루나의 역설에 스위프트가 실소한다.
“죽기 싫어서 지어낸다고? 내가? 너희들을 상대로?”
으하하하하!
그는 못 참겠다는 듯 크게 웃었다.
“비록 내 화신이 아무리 하급이어도. 성소 근처에서 계약자를 죽이는 게 가당키나 할 것 같냐?”
그렇다.
레이나 스토리 모드에서도 성소가 꺼진 틈에야 계약자를 죽일 수 있었다. 그전엔 절대로 불가능했다. 죽어도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것은 물론이오, 애초에 대미지를 입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성소가 허락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전혀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성소가 허락한 무기?’
아몬드는 다시금 자신의 손을 내려본다.
[해방의 활]허락된 무기.
룬 박스에서 나온 무기를 일컬어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죽일 수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닌자는 이걸로 쉽게 죽었다.
성소의 허락이 떨어지면 계약자고, 관리자고 사살할 수 있는 것이다.
효율은 몰라도 불가능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스위프트.”
기리릭.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기며 말했다.
“내가 본 계약자들은 너처럼 말이 많지 않아. 자기가 유리할 때는 말이야.”
“!?”
파앙!
곧바로 화살이 쏘아졌으나.
파직!
스위프트는 곧바로 점멸하여 피해버린다.
“잠깐!”
스위프트는 반격하는 대신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이봐! 너! 그래 아몬드!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
“?”
-ㅁㅊㅋㅋㅋㅋ
-자신만만할 땐 언제고 ㅋㅋㅋ
-하드 카운터: 아몬드 ㅋㅋㅋ
-엌ㅋㅋㅋ
-잠깐 타임! ㅇㅈㄹㅋㅋ
아몬드는 당장에라도 화살을 날려주고 싶었으나.
‘스토리가 더 있나.’
스위프트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됐다.
그의 말은 처음부터 꽤 일리가 있긴 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악역이긴 했으나. 맞는 말도 많았다.
“기록이 제 기억인 양 믿는 불쌍한 남자. 너에 대해서 난 꽤 알지. 네가 아는 것보다 널 더 잘 알 수도 있고.”
그 말에 루나의 표정이 파리해졌다.
스위프트는 승리의 미소를 띠며 루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아몬드에게 말했다.
“네 몸에 있는 그거. 정말 네가 쓴 거야?”
“!”
아몬드는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알아?’
일단 스위프트가 이걸 안다는 생각을 못 했다는 점.
그리고…….
‘이거였구나.’
아까부터 아몬드가 느끼고 있던 위화감.
이 몸에 쓰여진 그대로 행동하기 거부감이 들던 이유.
이게 그 정체였다.
이 기록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 모호함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 말이야. 그런 문자나 기록에 대해서 아주 빠삭한 녀석이 마침 하나 있거든? 고고학자 출신으로. 우리 팀의 길잡이를 하시는 분이.”
“!”
“너무 편리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 루나 쪽으로 말이야. 네가 하는 모든 일이 결국 그 녀석을 위해서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 없냔 말이다.”
-ㄷㄷㄷ
-뭐야 ㅅㅂ
-헐
-ㄹㅇ???
-에반데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루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인가?’
눈을 마주친 루나는 파리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오, 오해야. 난 아니야. 정말이야. 난 그런 걸 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럴 수도 있다. 이 기술은 분명 이 몸의 주인의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기록 기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데, 루나도 이런 게 하나 있잖아.’
꿀꺽.
아몬드의 머릿속으로 루나의 몸에 새겨졌던 룬 문자가 스쳐 간다.
그 룬 문자는 심지어 아몬드가 가진 것보다도 상위의 어떤 것이다. 더 영원하고, 근원적인…….
“표정이 아주 볼만한데그래?”
스위프트가 조소를 띤다.
아몬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만. 그래도…….”
루나의 정체가 뭐든 간에 이 문신의 기록자가 누구든 간에…… 변하지 않는 본질이 하나 있다.
“넌 3번을 골랐잖아.”
파아앙!
말과 동시에 아몬드의 화살이 쏘아졌다.
“일단 너부터 죽어.”
이것이 신호탄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스위프트에게 뛰어드는.
“맞아 이 쓰레기야아!”
“죽어어어!”
카아앙──!
스위프트는 화살을 쳐낸 뒤.
“그래. 씨발. 어차피 난 처음부터 다시 가면 그만이야.”
화르륵!
눈알을 까뒤집으며 마나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동안 봤던 스위프트의 기세와는 완전히 다른, 그야말로 계약자와 같은 기세였다.
우우웅……!
성소의 빛이 밝게 빛나고 있다.
아무래도 저것 때문이다.
“그냥 다 뒤져!”
파지지직!
[점멸]스위프트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초보자 Tip: 성소를 관리하는 새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그들은 천계에서 파견된 사자(使者)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