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7화
16. 전화위복(5)
끼익.
부장실의 유리문을 닫고 나오는 길.
과장은 깊은 한숨과 함께 김기열을 노려본다.
“저번에 시말서 미리 써놓으랬지. 그거 당장 제출해.”
“…….”
김기열은 대답이 없다.
“설마 안 써놨냐?”
“…….”
“미친 새끼. 넌…….”
과장은 잠시 주변 눈치를 보고는 ‘관두자’라며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김기열은 그 뒷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씨발.”
이제 그의 회사 생활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 * *
상현은 시리얼로 식사를 떼운 뒤, 이를 닦고 있었다.
끼익.
그때 화장실 문을 열고 주혁이 들어온다.
“어? 야. 어제 어떻게 됐냐. 기다리다가 그냥 잠들었다.”
“아…….”
어제 돌아오니, 주혁은 이미 자고 있었다. 늦게까지 한태호 이사와 마신 탓이다.
양칫물을 헹궈낸 후 상현이 대답했다.
“잘됐다.”
“응? 잘됐다는 게 뭐, 얼마나?!”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음…….”
김주혁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으나, 일단 말을 기다렸다.
“날 좋아해 주는 것 같긴 하더라.”
“뭘 보고?”
“나중에 국궁 좀 가르쳐 달라는데. 또 약속 잡기로 했어. 실장이.”
“!”
주혁의 표정이 상당히 재밌게 일그러졌다.
“그건 굉장한데?!”
“그런 건가?”
“그런 거지!”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거긴 하지.’
상현도 알고는 있었다. 다만 주혁의 호들갑에 대비해서 그리 좋은 티를 내진 않는 것뿐이다.
“와. 국궁이 취미셨구나. 그럼 나중에 네가 개인 레슨이라도 하면 진짜…… 이건 진짜 좋은 건데? 와…….”
이 정도로 말했는데도 저렇게 김칫국을 원샷으로 마시는 녀석이다.
더 좋은 티를 냈다가는, 난리가 났을 거다.
김주혁은 잔뜩 기대하는 투로 캐물었다.
“야…… 근데 그거 말고 더 중요한 거 있었잖냐.”
“음?”
“배틀 라지 건 말야.”
“아…… 그거.”
“말은 한 거지? 어?”
“그거 그쪽 이사한테 연락해 주신댄다.”
“……!”
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진짜냐?”
“내가 너한테 이런 걸로 왜 구라를 쳐.”
“아, 아니, 진짜인 건 알아. 그냥 추임새다.”
“너무 기대하진 마. 그냥 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기대하지 말긴! 그 정도면 완전 오케이 아냐?!
주혁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 왔다! 진짜 왔어!”
약 1분 만에 주혁이 벌떡 일어났다.
그가 가리킨 화면. 그건 아몬드의 이메일함이다.
[안녕하세요. 배틀 라지 운영진입니다.]이런 제목의 이메일이 와 있었다.
“정지 해제와 함께 소정의 보상을 드립니다……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내용은 당연히 정지가 해제되었다는 것이며, 소정의 보상을 함께 넣어두었다는 이야기였다.
“야. 진짜 같은데?
주혁이 돌아보며 웃는다. 상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진짜라는 건지.
“뭘 말하는 거야?”
“널 좋아한다는 거 말이야. 이 시간에 바로 해결된 거 보면, 널 꽤 좋아하는 게 맞지.”
상현은 그제야 시간을 체크했다.
‘지금이 오전 9시니까…….’
이른 아침부터 다른 회사 이사실에 전화를 직통으로 걸어줄 정도라면, 정말로 상현을 신경 써준 것이다.
“국궁 레슨에서 아주 주몽으로 만들어드려야겠다?”
주혁이 킬킬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 찬장을 뒤지는 주혁의 뒷모습을 보니.
피식.
상현은 헛웃음이 났다.
‘저 금수저 새끼가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건지.’
주혁이 저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항상 완벽한 엘리트의 모습만 보여주던 그가 아니던가?
“야. 아침부터 뭐 하려고.”
“넌 그 과자 쪼가리랑 우유 먹고 끝인지 몰라도, 난 아침에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편이다.”
“아. 그러셔?”
“그러시다.”
주혁은 아무래도 자신을 위한 아침 식사를 만들려는 것 같다.
‘그럼 난 몸이나 풀어볼까.’
어제 술을 잔뜩 마셔서 몸이 뻐근했다. 상현은 잠시 스트레칭을 한 뒤, 운동을 나갈 생각이다.
“아.”
그런데 그전에 할 게 있다.
‘게시판에 올려야지.’
자신의 개인 커뮤니티에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팬들에게 소식을 전해야 했다.
상현은 편의상 운동화를 신고 나가며, 폰으로 게시글을 작성했다.
* * *
[정지가 풀렸습니다! 오늘 7시에 방송 켭니다!]아몬드의 게시판에 올라온 하나의 글.
일전에 패작러로 신고 먹어서 제재를 먹었던 사건 탓에 안 그래도 시청자들은 새로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반응이 빨랐다.
-오. ㅊㅋㅊㅋㅊㅋ
-ㅊㅊㅊㅊ
-이래야 맞지.
-소정의 보상 겨우 저게 끝이야?
-ㅋㅋㅋㅋ 어휴…… 짜다 짜ㅋㅋ
-이 새끼들 결국 지들이 잘못한 거 맞았네?
-인정했으니 봐준다.
-어제 못 본 내 방송 돌려내!!!
시청자들은 대체로 축하를 전한다거나, 배틀 라지 운영진을 향해 분노를 뱉었다.
그들이 보상이랍시고 준 게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와, 보상으로 그냥 스킨을 준다고?
-ㅋㅋㅋㅋㅋ
-겨우 하루 정지니까 뭐…….
-저 정도면 이득이긴 한데. 그래도 진짜 너무한다. 단순히 손익 계산 문제가 아니잖음?
-ㄹㅇ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게 더 크지…….
-이것도 우리가 화제 글 보내고 ㅈㄹ 떨어서 가능한 거지, 만약 그냥 일반인이었으면 걍 당했겠음.
이 글은 다른 각종 커뮤니티에도 퍼져 나갔고, 결국 아몬드의 결백은 밝혀졌다.
이 재밌는 사건은 배틀 라지의 운영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던 기자들의 눈에도 들어갔고.
[배틀 라지 운영진, 결국 실수 인정] [막무가내식 운영 허점 드러나…….]등등의 제목으로 기사들이 올라왔다.
이 기사들 자체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이를 이슈 올튜버들이 물어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메이저 대중들도 이 사건을 알게 된다.
[현재 배틀 라지의 운영이 욕먹고 있는 이유] [막장 운영) 억울하게 게임 산 돈을 날릴 뻔한 한 초보 유저]등등. 이와 비슷한 제목으로 이슈 올튜버 몇몇이 소위 말하는 ‘렉카’를 몰기 시작했다.
아몬드 이전부터 배틀 라지의 이슈는 꽤 있었기 때문이다. 전부 다 벼뤄왔던 것이다.
배틀 라지 운영진이 실수를 인정하는 그 날을.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몰롱입니다.”
얼굴을 가린 한 올튜버가 강단 있는 몸짓을 하며 열변을 토한다.
“배틀 라지. 운영진 개 같은 거 어디 한두 번입니까? 여러분. 첫판입니다! 첫판! 세상에…… 어떻게 첫판 한 유저가 패작러라고 밴 때립니까? 얼마나 막장으로 굴러가는 거죠?”
그는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펑크 사에서 배틀 라지로 전화를 때렸대요. 그것도 이사 라인으로. 그래서 바로 이틀 뒤에 고쳐진 거랍니다. 원래는 아몬드 이메일도 그냥 쓰레기통에 쳐넣었다더군요. 아몬드 시청자가 적어서 펑크 파트너인지 몰랐던 거죠.”
-와 ㅋㅋㅋ
-이건 레전드네.
-이틀만에 사과 박아서 봐줄라 했더니만, 존나 괘씸하누.
-ㅋㅋㅋㅋㅋ 크으. 이게 K 운영이다!
-걍 뭉개려 했나 보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단 3시간 만에 10만을 기록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배틀 라지의 운영 행태에 분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후에 알고 보니, 원인은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아니,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첫판에 패작러로 신고를 당함?
-실력이 너무 궁금하네.
-아몬드? 이 사람 킹덤 개고수 아닌가. 그것도 시작하자마자 정점 찍었는데
-뭐지? 그런 게 가능함?
-아몬드 영상 있대. 그거 보자.
변수는 라이트 유저층이었다.
배틀 라지를 가볍게만 즐기는 라이트 유저층들은 운영진에 대한 분노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첫판에 패작러로 오인을 받았다는 아몬드의 정체가 흥미로웠을 뿐이다.
-아니, 아몬드 영상 보여줘.
-스몰롱 초심 잃었네. 영상을 이따위로 편집하나?
-첫판에 얼마나 잘해야 패작러로 보이는겨?
-ㄹㅇㅋㅋ 나도 보고 싶은데.
수많은 사람이 아몬드의 실력을 확인하길 원했고.
급기야는 영상을 업로드한 스몰롱이 더보기란에 링크를 달아두기까지 한다.
-안녕하세요. 스몰롱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신 아몬드 님의 플레이 영상은 더보기란에 링크 걸어뒀습니다.
* * *
때는 상현이 슬슬 저녁 식사를 할 즈음이었다.
“음……?”
폰을 보며 찌개를 한 입 떠먹은 상현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주혁이 묻는다.
“왜…… 별로냐? ‘승우 엄마’ 올튜브 보고 만들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올튜브 조회 수가…… 원래…… 한 40만씩 나오냐?”
“……뭐?”
그럴 리가 없잖아. 평균 5만 정도인데.
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봤다.
올튜브는 서지아의 담당이라 거의 신경 쓰지 않았기에 그도 모르고 있었다.
“!”
안경 너머 주혁의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아니, 이거 진짜 40만이야? 4만…… 아니고?”
“뭐…… 다른 올튜버들 중에서도 가끔 이렇게 뻥튀기되는 영상이 있긴 하더라.”
상현은 그렇게만 말하고는 다시 식사를 했다.
상현은 일부러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쉽게 기뻐하지 않고 쉽게 절망하지도 않기.
양궁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멘탈 관리다.
“야! 뭔 반응이 그래? 아무리 그래도 40만이라니…… 이건 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음…….”
상현이 짐작 가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정지 사건 때문인가?”
더 찾아보니, 아몬드에 관련된 영상들이 몇개 나왔다.
주혁은 그 영상들을 보고 감탄했다.
“와…… 이게 조회 수가 몇이냐? 정말 어그로 제대로 끌었다.”
“전화위복 맞네. 네 말대로.”
푸핫.
주혁이 웃는다.
처음 정지당했을 때 했던 말이 정말 그대로 실현될 줄이야.
“으하하하하! 내가 뭐랬─”
“뭐. 올튜브 조회 수는 라이브랑 크게 관련이 없으니까. 열심히 해보자.”
상현이 주혁의 입을 틀어막았다.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니까.
연예인들의 인기도 한순간이거늘, 이런 영상 하나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다.
* * *
식사를 마친 후.
잠시 소화할 겸 스트레칭을 해주고, 캡슐 안으로 들어간 상현.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시간에 맞게 방송이 켜졌다.
이젠 정말 익숙해진 생활의 패턴이다.
인트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채팅창이 떠올랐다.
-ㅎㅇㅎㅇ
-여기가 아몬드?
-ㅎㅇㅎㅇ
-아몬드 하이!
-와 오늘 시청자 뭐옄ㅋㅋ
-스몰롱 영상보고 왔어욬ㅋㅋㅋ
-진짜 7시에 켜네!?
오늘따라 채팅이 빨랐다.
채팅창 밑에 쓰인 시청자 숫자를 본 상현.
“!”
쿵.
그는 놀라서 캡슐에 머리를 부딪히고 만다.
참고 참았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