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7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90화
65. 이카루스(4)
-헐 이런 거였어??
-루나 ㅠㅠㅠ
-루나 희생루트 ㄷㄷ
-ㅁㅊ ㅠㅠㅠ
-입틀막……
아마 시간이 더 있었다면, 아몬드도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찰나뿐이었다.
천사가 잠시 공세를 쉬어가는 그 찰나. 그 안에 선택해야 했다.
결국 아몬드는 이 길을 선택한다.
푸욱.
루나의 몸에 꽂혀 들어가는 칼.
“어억…….”
루나의 입가로 끈적한 피가 흘러나왔다.
아몬드의 행동은 분명 흔들림이 없었으나, 표정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뭘 그런 표정을 해.”
“…….”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날 다시 구하러 와주면 되잖아.”
이게 마지막 말이었다.
뻥 뚫린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꽤나 고통스러울 텐데.
루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헛기침도 하지 않았다.
그야, 그녀는 죽었다.
힘없이 널브러져 버린다.
이제 저 육신은 의식이란 게 없다. 사실상 동물의 시체와 다를 게 없었다.
우웅.
그녀의 유산이 아몬드의 손에 쥐어진다.
점멸과 검강 두 개의 스킬과 두 개의 검.
다시 천사와 눈이 마주친다. 검은 머리칼의 차가운 인상을 한 남자.
눈에 살의가 가득한 채로, 그는 주변을 잠시 맴돈다.
경계하는 것인가?
새로운 무기와 스킬이 확실히 무서운 걸까?
-천사 생긴거 묘하게 전자파랑 닮았네
-진짜 전자파 같음 ㄷㄷ
-뭔가 기분나쁘게 닮음
천사가 허공에 손을 뻗는다.
공간이 희한하게 꿀렁거리더니, 아몬드와 똑같이 생긴 무기가 두 자루 나왔다.
-??
-따라하는거임?
-ㄹㅇ 데이터 흡수네
휘릭.
그는 그 두 칼을 고쳐 쥐고는 아몬드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아몬드를 따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딱 반 정도만 맞는 말이었다.
인과가 바뀌었다.
저 녀석이 아몬드를 따라 한다기보단 아몬드가 저 녀석을, 아니, 전자파를 따라 하는 거다.
전자파의 영상을 보고 플레이 방식을 익혔던 게 아몬드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둘은 똑같은 자세로 대치하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그의 생각대로라면 더 볼 건 없다.
저 녀석이 어떻게 싸울지 그의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는 셈이니까.
파앙!
아몬드가 던진 검이 파공음과 함께 날았다.
녀석도 똑같이 검을 던졌다.
* * *
송출되는 방송 영상엔 킹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 드디어! 미러전 갑니다!? 이거야말로 진짜 전자파와 대결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진짜는 아니지만요!]-???ㅋㅋㅋ
-진짜인데 진짜가 아닌ㅋㅋ
-진짜의 뜻을 모르는듯ㅋㅋㅋ
-와
파직!
아몬드의 신형이 천사의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천사는 아몬드가 있던 자리에서 나타났다.
[아! 점멸검 미러전에선 흔히 등장하는 양상입니다! 서로 자리가 계속 바뀌다가 어느 한순간 붙어버리죠!?]파직!
파지직!
둘은 킹귤의 말대로 수도 없이 자리를 바꿨다.
일반인들의 눈엔 뭐가 번쩍번쩍거리는 게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일 뿐.
일일이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카앙!
던져진 검이 서로 맞붙었다.
[어어어!? 검끼리 부딪칩니다! 지금부터거든요!]파지지직!
공중에서 검이 부딪친 순간 둘 다 점멸로 이동하여 찰나의 검격을 교환했는데.
[아아아! 아몬드! 공격에 성공합니다!]빚어놓은 것 같은 하얀 천사의 피부에 붉은 피가 철철 흘렀다.
[이건 대단한데요!? 근접 피지컬에서 전혀 안 밀린다는 거죠!]-오오오
-아밑전??!
-ㅁㅊ다 ㅁㅊ어
겨우 유효타 하나지만, 의미하는 바는 컸다. 근접 대결 피지컬에서 아몬드가 우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결론을 낸 건 킹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어? 이거 뭡니까!? 천사가 날아갑니다!?]천사는 갑자기 다시 하늘로 날기 시작했다.
[자기한테 유리한 필드로 가는 거죠!? 이거 다른 패턴이군요!? 심지어 이번엔 다른 플레이어의 기억 같아요! 얼굴도 바뀌었습니다!]-헐 공중으로 가나
-야비하누
-ㅁㅊ
-원래 위로 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싸움
-이땐 사려야함
천사는 굳이 아몬드와 가까이서 싸울 필요가 없었다. 하늘에서 자신의 깃털을 내던지며 거리만 유지해도 무조건적인 승리다.
[아. 이 패턴이 나올 때는 그냥 일단 어디 숨어 있다가 다시 내려오면 그때 싸우는 게 정석 같아 보이거든요!?]킹귤도 이 패턴에 한해서는 일단 한발 물러가는 게 맞다고 파악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금세 그 맥락을 짚을 수 있었다.
보스들 중에 이런 무적기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
[소나기는 피해가야죠! 아몬드! 잠깐 기다렸다가…….]그런데, 아몬드는 그런 게임 경험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했기에.
‘또 하늘로 가네. 어쩌지.’
최대한 머리를 굴려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칼을 높이 내던진다.
[어? 아몬드! 뭔가 하려고 합니다!? 소나기? 그런 건 약한 놈들이나 피하는 거다!!]-ㅁㅊ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약한 놈이 소나기를 어케 피함 다맞지 ㅋ
-ㄹㅇㅋㅋ 약한놈들이나 짜지라고
훙!
칼은 당연히 천사에게 닿지 못한다. 너무 멀다.
[아. 이거 당연히 안 닿죠!?]그때, 파직!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는 칼로 점멸해 버린 아몬드.
[아니! 근데도 점멸해 버렸어요! 몸이 공중에 떠버렸습니다!? 이걸 천사가 놓칠 리가 없거든요!]천사의 검지가 곧바로 그쪽을 향했고, 그러자 깃털이 총알처럼 쏘아졌다.
파아앙──!
[공중에 뜬 채로 피하는 건 아무리 아몬드라도 불가능합니다아!]공중에 붕 뜬 아몬드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경우의 수는 딱 하나.
다른 검을 더 위로 던진다.
파직!
[점멸]그리고 다시 점멸한다.
[다시 점멸! 이러면 한 번은 피하는데요!?]파앙!
또 쏘아지는 깃털.
그리고, 또 위로 올라온 아몬드.
[다시 피하고! 점점 너무 높이 올라가는데! 이러다 떨어지면 그냥 낙사예요!!]높이가 상당했다.
발 디딜 곳은 공기뿐.
여기서 떨어지면 죽음이다.
그렇다고 점멸 외에 적의 공격을 피할 수단도 없다.
‘어쩔 수 없어.’
탁.
아몬드는 떠 있던 검을 낚아채면서 생각했다.
이게 유일한 경우의 수라고.
[점멸 후에 칼 못 잡으면 바로 죽는 겁니다아!]킹귤의 말대로 칼이 손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죽는 거다.
손이 덜덜 떨릴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아몬드는 개의치 않았다.
캡슐 밖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그의 손은 더 이상 떨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위로 더 위로 올라가며 천사의 공격을 피했고.
이제 높이가 얼추 비슷했다.
천사에게 검을 내던져 싸울 수 있을 정도로.
훙!
[천사한테 검 던집니다아!]카앙!
천사는 검을 쳐냈다.
[점멸]파직!
아몬드는 쳐내진 검으로 이동한다.
발 디딜 곳이 없다.
그럼에도─
탁.
-???
-와
-ㅁㅊ
-묘기냐!?
아몬드는 천사의 검 위로 안착해 버렸다.
[아아아아아악!!! 검 위로! 올라갔어요! 무림고수도 아니고!]천사는 검을 크게 휘둘러 떨어뜨린다.
촤악!
아몬드는 균형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점멸하면 되니까.’
그에게 이제 하늘은 더 이상 떨어지는 곳이 아니다.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곳이다.
그는 넘어지면서도 검격을 내리긋는다.
촤아아악!
천사의 팔에 큰 타격이 들어간다.
[아아아! 다시 유효타! 하늘을 나는 천사를! 베어버립니다! 근데 떨어져요!]아몬드는 추락했으나.
[점멸]파직!
또 공중에 붕 소환된 아몬드.
검을 계속 던질 수 있는 한, 그는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럴 수가. 상상 속에 제 주식 같아요! 떨어질 만하면 반등! 다시 반등! 아몬드! 다시 검을 던집니다!]아몬드가 검을 던졌고.
휙!
천사의 어깨 너머로 날아가 버린다.
이제 점멸한다면 천사의 뒤를 잡을 거다.
그러나, 이번엔 천사도 그냥 당하지 않았다.
[천사가 점멸 위치로 칼을 휘두릅니다아!?]점멸할 곳으로 미리 공격을 날리는 것이다.
이게 점멸검을 상대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다.
심지어 공중에 나타날 아몬드는 이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어!? 근데 안 맞았죠!? 위치가 좀 다른데요!?]그런데, 막상 아몬드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나타난다.
파직!
다시 한번, 휘둘러진 검 위로 착지한 아몬드.
“……!?”
천사는 당황했고.
아몬드는 곧바로 검을 그어버렸다.
촤아아악!
[또 칼 위로!? 심지어 유효타! 또 들어갑니다아!]킹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그는 아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기어검술을 써서! 아주 조금씩 검의 경로를 이상하게 바꿔주고 있어요! 예측할 수 없게!]검으로 점멸할 수밖에 없는 특성상. 적이 그 원리를 알면 반격하기가 상당히 쉬워진다.
그래서 아몬드는 점멸을 타기 전, 마지막 순간에 검에 이기어검술을 써서 이상한 각도로 보내버린 뒤 점멸을 쓰는 거다.
[점멸]파직!
이렇게 말이다.
[또! 이상한 각도로 점멸돼서! 천사 뒤를 잡습니다! 베어버리죠!?]촤아악!
다시 한번 들어가는 유효타.
이기어검술을 같이 쓰는 점멸검은 이론상 어떤 공간이든 갈 수 있었다.
점멸검의 포텐을 95% 이상 끌어올리는 그가 떨어질 리가 없다.
-ㅁㅊㅋㅋㅋ
-와 이걸 다시 살아?
-미쳤다
-줄타기 레전드
-반등 머신 ㅋㅋㅋㅋ
이후로도 아몬드는 계속해서 공중을 번쩍번쩍 점멸로 오가며 천사를 유린했다.
분명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쪽은 천사 쪽인데.
[어!? 아몬드가 점점 타격을 많이 넣습니다!?]촤아악!
촤악!
시간이 갈수록 유효타를 발생시키는 쪽은 아몬드였다.
[아! 이게 아무래도 날고 있을 때 자기를 공격한 데이터는 거의 없겠죠! 지금 뭔가 꼬인 것 같습니다!]그렇게 날래고 날카롭던 천사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고장난 알파고
-ㄹㅇ인가??
-뭐가 이상해지긴함.
아몬드도 이상함을 눈치챘다.
‘이러면. 이것도 되겠어.’
계속 최소한의 동작으로 작은 공격만 시도하던 아몬드. 그는 큰 동작을 시도해 본다.
스윽.
[어어어!?]검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 킹귤이 이미 직감하고 비명을 내질렀고.
[검강]우우웅!
푸른 검기가 휘감긴 검이 기어코 천사의 목을 쳐냈다.
촤아아악!!!
[아아아악! 참수우우!!!]시뻘건 줄이 그어진 목.
연결점이 하나둘 끊어지며, 결국 머리는 완전히 몸으로부터 분리됐다.
[새대가리…… 커엍!!]-ㅁㅊ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캬 블루클럽급 깔끔한 컽!
-와 끝난거!?
-참수ㅅㅂㅋㅋㅋ
떨어진 머리는 빠르게 추락했고.
쿵!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흔적도 없이 뭉개져 버렸다.
[와! 진짜 죽었습니다! 보스가! 죽었어요!]뒤이어 천사의 몸 역시도 추락했고.
파스스스…….
천사의 몸이고 머리고 할 것 없이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건 그가 무기로 쓰던 수많은 칼날 깃털들뿐이다.
파직!
점멸과 함께 다시 땅 위로 등장한 아몬드.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하아…… 하아…….”
잠시 후. 그는 시야 한구석에 뜬 메시지창을 건드린다.
“킹귤 님. 수포 님. 미션 감사합니다.”
빠바밤!
미션 수금이다.
[아아아악! 제 돈이!!]킹귤의 비명과 함께 들어오는 돈.
[미션. 마지막 보스 킬. 성공!] [50만 원]-와 50 ㄷㄷ
-캬
-ㅊㅊㅊㅊㅊ
-킹귤 ㅅㅂㅋㅋㅋㅋ
-오렌지쥬스 탈환 성공ㅋㅋ
“노데스 클리어는 조금 있다 받을게요.”
아몬드는 그렇게 말한 후.
새의 시체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깃털…….’
새의 시체는 이미 검게 타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무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당연히 소유권도 아몬드에게 넘어왔다.
[이기어검술]그는 널브러진 칼날들을 향해 스킬을 써봤다.
우웅……!
칼날이 공중으로 춤을 추듯 떠오른다.
모든 건 거의 반자동으로 이뤄졌다.
촤라라락.
칼날은 금세 모양을 갖춰 날개가 되더니, 아몬드의 등에 안착했다.
-아. 이렇게 나가는구나.
-새를 죽여서 날개로 나가는거였어
-오오오
-루나는? ㅠㅠ
아몬드는 하늘 위를 올려봤다.
우물처럼 땅 위부터 쭈욱 깊게 파인 이 회랑.
뿌리, 줄기, 잎이 대번에 올려다 보인다.
우물 속의 아몬드는 땅을 박차며 날갯짓을 해본다.
후웅. 후웅.
날개가 점차 바람을 일으키며 몸이 붕 떠올랐다. 점차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고. 땅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루나가 누워 있는 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사라지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그녀의 시체는 검게 타올라 사라지지 않았다.
심연에서 소멸하면, 분명 검게 타서 사라지는데.
성소에서 죽은 자들 중 새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체가 그대로다.
결국 이들은 다시 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날 다시 구하러 와주면 되잖아.」
루나가 한 말, 실제로 가능한 것이었다.
루나는 기억을 잃은 채로 다시 1층에서부터 시작할 터다.
아몬드가 와서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희망찬 기분이 되어야겠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왠지는 몰랐다.
그냥 직감이랄까.
왠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깨달아버렸다.
사실, 그는 이미 루나를 구하러 들어온 거였다고.
그리고 실패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고.
[이카루스(★★★) 클리어!]* * *
[초보자 Tip: 알고 계셨나요? 천계의 관리자 상당수가 부패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천계가 계약자 배심원의 신고를 통해 심판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이후로는 이런 일이 사라졌으니. 안심하고 전장을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