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93화
67. 신중한 사냥꾼(1)
“쥐쥐~~~~!!!”
킹귤과 김치워리어의 우렁찬 외침.
“아. 본투비에서 해방된 아몬드! 거의 뭐 무적이나 다름없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때는 모래주머니 수련이었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모래주머니 성능 확실하네요!”
-너무해 ㅋㅋ
-본투비 없는데도 본투비를 패네 씹ㅋㅋㅋㅋㅋ
-ㅈ투비야~ 고맙다~
-모래주머니 효과
-Sand Bag Effect
본투비가 아닌 새로운 지휘관 죠스바의 지휘 아래, 아몬드는 솔로랭크 연승을 거듭했다.
덕분에 단 하루 만에 S랭크에 가까운 수치까지 끌어올렸다.
한 판 이기고 한 판 지면 아무 의미도 없이 제자리걸음인 시빌엠파이어의 냉정한 랭크 체계를 생각해 봤을 때, 하루 만에 여기까지 온 건 대단한 성과였다.
“김치워리어 님. 이런 수순이면 아몬드 영입해서 어깨에 힘 좀 들어가시겠어요!”
김치워리어의 아몬드 영입은 파격이었다. 랭크 전적이 거의 없는 쌩 초짜를 국가 대항전에 넣자고 제안한 것이니까.
그러니 당연히 과정 중에 욕도 많이 먹고, 팀원들과의 불화도 몇 번 있었다.
대체로 S+ 랭크를 못 찍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였는데.
이젠 좀 그 짐이 덜어지고 있다.
“예. 이 기회에 그나마 제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하지만 S+ 가는 그날까지! 방심하지 말아야죠!”
“그렇습니다! 김치워리어 님. 그리고 그거 아세요?”
“뭐요?”
“해설 실력이 엄청 느셨어요.”
“……!”
킹귤의 말에 김치워리어는 화들짝 놀란다.
“정말이에요. 처음하고는 완전 딴 사람입니다. 이쪽에도 재능이 있으실지도 몰라요.”
“아.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업계 탑에 있으신 분이.”
“아이고! 뭘!”
깔깔깔.
킹귤은 자기 칭찬을 해주자 신나게 콧대를 높이며 웃어재꼈다.
-저 말 들으려고 한 말임 속지마셈
-근데 김치 해설 ㄹㅇ 좋음ㅋㅋ
-감귤 쉑ㅋㅋㅋ
-누가 오렌지쥬스 착즙 한번 더 해야겠누
-김치워리어 당황한 거 귀여워 ㅋㅋㅋ
“자.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아몬드 님. 스케줄상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내일 스케줄이 있어요.”
“앗. 그렇군요. 혹시 아몬드 님이랑 같은 스케줄입니까?”
“오. 예. 어떻게 아셨죠?”
“대충 들은 게 있거든요. 하하. 오늘 재밌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도 재밌었습니다.”
해설 데스크의 연결이 끊어진 후.
김치워리어는 잠시 멍하니 킹귤의 아바타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내가…… 해설을…….’
그는 괜시리 자신의 가슴 부근을 매만졌다. 아까 그 말에 왜 그리 놀랐던 걸까.
자신도 모르고 있던,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쳐 올라왔었다.
그냥 머릿수가 모자라 말 상대나 해주기 위해 해설에 참여했고.
아몬드 경기 피드백도 실시간으로 할 겸 같이 봤던 것인데.
어느새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었다.
김치워리어도 스스로 한 번쯤 의문을 가진 적은 있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했지?’
해설이 본업도 아닌데,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열심히 소리치고 기뻐하고 절망하고…….
띠링.
[아몬드: 수고하셨습니다. 김치님.] [김치워리어: 아, 네. 아몬드님. 내일은 스크림 없고. 내일모레인 거 아시죠?] [아몬드: 예. 저도 마침 내일 스케줄이 있네요. 입릴의 화신 나가야 돼서……] [김치워리어: 네. ㅎㅎ 그때 뵙겠습니다.] [아몬드: 예.]* * *
다음 날.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선 이맘때쯤이면 도는 기사 하나가 메인에 뜨기 시작했다.
[지스타 개막 초읽기. 이번엔 어떤 게임이?] [지스타, 이례적으로 연예인도 섭외 “저 게임 좋아해요”] [지스타 초청된 국내 스트리머, 하나같이 월드 클래스?]지스타가 곧 시작된다는 기사들인데.
막상 들어가 보면 누가 초청됐는지, 어떤 게임이 전시될지 정확히 표시해 놓은 건 하나도 없는 기사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기사들이 하나둘 튀어나오는 이유는 조회 수가 많이 찍히기 때문이며.
조회 수가 많이 찍히는 이유는 이맘때쯤 다음 연도를 빛낼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직 기사로 뜨진 않았네.”
주혁은 따스한 커피를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뭐가?”
“우리 초청된 거 말이야.”
“아.”
아몬드라면 당연히 지스타에 초청되는 것이지만. 아직 오피셜로 확정된 적은 없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말이다.
어젯밤에 지스타 쪽에서 이메일을 뿌렸다.
초청 티켓과 함께.
“골든 티켓인데.”
주혁이 실실 웃는다.
“아쉽구나. 어디에 아직 자랑도 못 하고~ 매니저까지 이걸 주는지 몰랐네~”
지스타의 골든 티켓.
VIP 초청을 받은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티켓이었다.
이 티켓이 있으면 근처 5성급 호텔 숙박, 연회장 뷔페, 각종 가이드 케어 등이 전부 무료이다.
무엇보다 이 VIP의 최대 장점은 게임사 부스에서 최고 담당자와 우선적으로 직접 면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왜 좋냐고 묻는 자들도 있겠다만.
주혁은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잘만 하면 게임 광고 싹 쓸어올 수 있겠는데.”
최고 담당자와 직접 면담하면, 광고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아주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스타는 게임 페스티벌 성격도 강하지만, 사실 시작은 게임 ‘박람회’이다.
여기서 게임을 살펴보고 어떤 게임에 어떤 투자를 할지, 혹은 이 게임을 살지, 아니면 이 게임을 스트리머로서 협력할지 결정하는 일종의 ‘마켓’이 열리는 것이다.
“너무 김칫국 아냐?”
사실, 광고를 지스타에서 결정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상현은 아몬드 후레이크를 후르릅 마저 마신다.
“난 광고보단 무슨 챌린지? 그게 기대되던데.”
“아. 챌린지. 그것도 재밌지.”
주혁은 어떤 챌린지가 있는지 줄줄이 읊으면서 설명해대기 시작했다.
“스트리머들끼리 한 판 붙는 것도 있고. 시청자들 선물 내기로 걸고 제작사랑 승부하는 것도 있고. 심지어 제작사 대표랑 뜨는 경우도 있…….”
“…….”
빤히 응시하는 상현의 시선에 주혁이 말을 멈춘다.
“왜.”
“너 꼭 지스타에 많이 가본 것처럼 말한다.”
“…….”
주혁도 사실 지스타 같은 건 처음이다.
다만 사전 조사와 공부를 통해 전문가처럼 줄줄 읊을 줄이나 알 뿐.
“아니. 내가 언제. 그냥 그런 게 있다고.”
“아~ 그거 재밌지~ 하면서. 말했잖아.”
“…….”
크흠.
주혁은 헛기침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됐고. 입릴의 화신에 나갈 옷이나 골라라.”
입릴의 화신.
릴의 제작사 폴리스 사에서 주최하는 일종의 게임 예능이다.
새로 나온 화신을 생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플레이해 보면서,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런 화신이 나오면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 내는지 보여주는 예능이다.
말 그대로 예능이다 보니, 프로게이머들뿐 아니라 오늘처럼 스트리머를 초청하기도 한다.
사실 일반 브실골 유저들에겐 그게 더 이해가 쉬울 수 있으니까.
“옷은…….”
상현이 옷장에서 후드티 하나를 꺼내 든다.
“이거.”
* * *
짝!
슬레이트가 쳐진 후.
어디서 많이 듣던 유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안녕하십니까. 계약자 여러분. 입릴의 화신. 킹귤입니다.”
킹귤이다.
다만 차림새가 조금 이상했다.
-ㅋㅋㅋㅋㅋㅋㅅㅂ
-이건 또 뭔 컨셉
-가장의 무게 ㅠ
-원시인임?ㅋㅋㅋ
해진 가죽을 아무렇게 걸친듯한 거친 옷차림이다. 꼭 원시인 같았다.
“이야. 오늘 스튜디오에 또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썼네요?”
분위기 띄우는 역할인 출연진 하나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듯.
스튜디오 역시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만들어 꼭 해괴한 컨셉에 잡아먹힌 패밀리 레스토랑 같았다.
“예. 오늘 소개할 화신이 바로 이런 곳에서 살다 왔다고 합니다?”
“아. 브라질 출신인가요?”
와하하하.
출연진들 사이로 웃음이 스쳐 간다.
-브라질 출신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아마존ㅋ
“아뇨. 그렇게 가까운 데서 온 게 아닙니다. 라이프 이즈 레전드 세계관의 가장 큰 열대우림 ‘호차르’에서 왔대요.”
킹귤이 사뭇 진지한 투로 말을 잇는다. 목소리도 최대한 조용조용.
“왜 그렇게 조용하게 말하시죠?”
옆의 출연자가 깐족거린다. 킹귤과 꽤 친분이 있는지 그를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킹귤이 굳이 모른다고 해도 원시인 같은 저 복장에 웃지 않긴 힘들긴 할 터다.
킹귤이 또 조용조용 되묻는다.
“오늘 화신의 이명이 뭔지 아십니까?”
“아뇨. 왜 조용하게 말하시냐구요.”
“바로, 조용한 사냥꾼이죠.”
“……?”
그러니까 화신의 컨셉에 맞춰 조용하게 얘기한다는 건데. 그 개그가 썰렁했던 탓일까? 잠시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
-??
-뭐?
채팅창에서도 갈고리가 난무한다.
그야…….
“신중한 사냥꾼인데요?”
진행자가 곧바로 정정했듯 오늘 나올 화신의 이명은 ‘신중한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앗…….”
-ㅁㅊㅋㅋㅋㅋ
-밤 새고 왔냐?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시작하자마자 틀리누
“자. 호차르 열대우림에서 온 ‘신중한 사냥꾼 – 소리’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킹귤은 자연스럽게 다시 진행해 버린다.
“아. 이름이 소리예요?”
“예. 꼭 우리나라 말 같죠?”
“오. 진짜 그렇네요. 예쁜가요?”
아직 화신의 일러스트는 킹귤만 본 상태인지라, 진행자가 킹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추측하는 방식이다.
“남잔데요?”
“아…….”
-ㅋㅋㅋㅋㅋ
-관심 팍 식음ㅋㅋㅋ
-아…… ㅇㅈㄹㅋㅋ
“소리라는 이름이 남자군요?”
“아뇨. 사실 여자입니다.”
“……?”
“주제도 모르고 얼굴부터 밝히길래 그냥 거짓말 좀 했어요.”
“아니…….”
-아……2222
-ㅁㅊㅋㅋㅋㅋ
-아파요! 킹귤! 팩폭이 너무 아파!
-엌ㅋㅋㅋㅋ
-너무하네
킹귤과 진행자는 꽤 친분이 있는 건지, 서로 가볍게 농담도 주고받으며 새로운 화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중한 사냥꾼 소리는 이명과 출신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수풀에 숨어 조용히 상대를 사냥하는 타입의 화신이었다.
무기는 활이며, 3가지 원소를 다루는 화살을 쏜다고 한다.
설명이 대강 끝날 즈음.
자료 영상이 나온다.
-오오오.
-이야 일러스트 무엇?
-개사기네
-4발 쏘고 대기 시간 있어서 신중하게 쏴야하나봄
-좃구리네
-좃사긴데?
-ㅈ구린거같은데 일단ㅋㅋㅋ
처음 화신이 나오면 늘 반응은 딱 두 개다.
킹귤은 그걸 짚으며 말을 시작한다.
“자. 지금쯤 개사기네, 혹은 좃구리네. 이 채팅만 지금 올라오고 있겠죠?”
-ㅁㅊㅋㅋㅋㅋ
-뜨끔
-시청자 테이머 킹귤 ㅋㅋㅋ
“사실. 플레이해 보기 전엔 모릅니다. 이 화신이 개사기인지 아니면 똥인지. 오늘 그걸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요.”
“그렇죠. 근데 저나 킹귤 님이 확인해서는 화신 성능을 다 끌어낼 수가 없잖아요?”
“예. 그래서 저희가 전문가 한 분을 모셨어요.”
-오오오
-전문가?
-ㄷㄱㄷㄱ
-견과류 등장
“이분은 활의 화신…… 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예.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활만 잡으면 무쌍을 찍는 아몬드 님! 모셨습니다!”
-???
-패션 뭔뎈ㅋㅋ
-?ㅋㅋㅋ
-팡머 다됐누
-아닠ㅋㅋㅋ??
그는 열대우림 사냥꾼의 복장을 한 채 걸어 나왔다.
‘옷은 왜 고르라고 한 거야.’
……라는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걸어 나와 인사를 건네는 아몬드.
꾸벅.
“아. 안녕하세요. 아몬드입니다. 활 쏘는 화신이 나왔다고 해서 불려 나왔습니다.”
-아니 반응이 왜이래 끌려왔냐?ㅋㅋㅋ
-ㅈㄴ웃기넼ㅋㅋㅋ
-불려나왔습니닼ㅋㅋㅋ
-근데 저거조차 멋있누
-정글남답게 웃통 까주세요 ㅎㅎ
-와중에도 잘생김
-킹귤이랑 같은 옷 맞냐?
-고급 정글에서 오신듯
* * *
한편, 입릴의 화신 촬영 현장의 카메라 뒤편.
“어떤 것 같습니까?”
남녀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으음.”
여자는 길게 기른 손톱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아몬드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용모야 뭐 워낙에 유명한 데다가. 스토리도 있고.”
“그렇죠. 한번 보러 오길 잘했죠?”
“그래. 캐릭터도 좋네. 조금 위험할 때도 있겠지만…… 무난한 거보다야 저런 게 재능이지. 살아 있잖아?”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돌이 아니라 스트리머잖아요. 리스크가 덜하죠.”
그들은 매니지먼트사에서 나온 직원이었다. 우연찮게 같은 스튜디오에서 다른 촬영을 보러왔다가, 상현이 게스트라는 소식에 잠시 구경 온 것이다.
여자의 눈이 촬영장 근처를 훑는다.
그들과 비슷해 보이는 자들이 몇몇 더 보인다.
“경쟁이 좀 빡세겠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