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7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94화
67. 신중한 사냥꾼(2)
입릴의 화신.
이 프로그램의 공식적 목적은 새로 나온 화신을 소개하고, 그 활용법도 프로들이 함께 파헤쳐서 보여주는 것인데, 사실 목적은 따로 있었다.
오늘 촬영을 구경하러 온 제작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그 목적을 대번에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엔 잘 팔려야 할 텐데.”
“그러니까요. 저번에 나온 화신은 성능도 구리고 생긴 것도 비호감이라 완전 망했잖아요.”
“이번에 나온 애는 그래도 외형은 반반해. 취향 좀 타겠지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외형도 성능도 좀…… 애매하지 않나요?”
“뭐, 무조건 이쁘고 잘생기고 센 게 잘 팔린다기보다 일단 재밌어 보여야 하거든.”
“그쵸. 근데 재미 요소도 좀…… 그냥 뒤에서 화살 쏘는 애잖아요. 심지어 느리게…….”
“으으…….”
상사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끙끙댔다.
“이럴 바엔 성능이라도 죽여주는 것처럼 보여야 되는데.”
사실 플레이 방식이 매력 있어 보인다거나, 캐릭터의 외형이나.
전부 다 부수적인 문제였다.
승리가 전부인 릴에선, 성능이 최고다.
이번 입릴의 화신 방송을 통해, “그 화신 개사기더라?” 말이 나온다?
날개 돋친 듯 우르르 팔려나갈 거다.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화신의 성능을 지나치게 좋게 만들 순 없다.
밸런스가 무너지니까.
좋아 보이게 해야 하는 거지, 정말로 좋아야 하는 게 아니다.
“일단 오늘 게스트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렸네.”
그러니 이 화신을 플레이해 줄 게스트가 중요하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직원의 눈에 오늘 나온 게스트의 얼굴이 담긴다.
‘잘되려나.’
킹귤이 괜찮을 거라 호언장담하긴 했으나.
사실 잘나가는 프로 선수를 데려오는 게 속이 편하긴 했다.
일단 스트리머라면 프로보단 게임을 못하니까.
‘그래도 실력파로 유명하니까…….’
직원은 아몬드를 모르진 않았다.
릴하던 시절 안팎으로 유명세가 상당했었으니까.
그의 실력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걸어본다.
“자. 아몬드 님. 들어가셨구요. 시작해 보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따라, 컨텐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단 제작사에서 준 특별 계정 로그인 해주시구요…….”
* * *
특별 계정으로 들어온 아몬드는 곧장 새로운 화신 ‘소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자. 아몬드 님. 일단 교류의 장으로 가서 화신과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그는 진행자의 말대로 ‘교류의 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딱 하나의 화신뿐이었다.
바로 소리다.
〔네가 내 새로운 파트너인가?〕
소리는 건강미가 느껴지는 여성 화신이었다.
당당함과 활기가 느껴졌으며, 연한 초콜릿 같은 피부에 주홍빛 눈동자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대뜸 아몬드의 턱을 잡고 끌어당겼다.
〔마음에 드네. 파트너.〕
-??
-또 시작됐다! 페이스 아이디!
-ㅅㅂㅋㅋㅋ
-이거 원래 컨셉이 이런거지?
-박력있누
“자. 여러분 혹시나 착오하셔서 A/S 환불 신청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한텐 이런 반응 아니었습니다.”
킹귤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보탠다.
-엌ㅋㅋㅋㅋㅋ
-ㄹㅇ
-ㅁㅊㅋㅋㅋㅋ
-환불은 내가 당할듯
“캐릭터 컨셉이 그냥 미남을 밝히는 그런 컨셉이라…… 란이랑 뭔가 있다고 했던가요?”
“아, 예. 일방적인 짝사랑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란을 따라다닌답니다.”
제작진이 자료 화면을 띄워줬다.
소리가 수풀에 숨어서 란을 관찰하는 장면을 귀엽게 그린 만화였다.
“아. 신중한 사냥이…… 헌팅을 말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그 사냥이었누
-엌ㅋㅋㅋ
-앗ㅋㅋㅋㅋㅋ
-감성주점 사냥꾼ㅋㅋ
“예. 와중에 별로 안 신중해 보이는데요?”
소리는 아몬드에게 거의 달라붙다시피 하며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여튼 아몬드 님한텐 이런 건 일상이죠? 지금 우리 중에 제일 태연해 보이는데요?”
“오히려 호들갑은 저희가 떨고 있네요. 당사자는 그냥 있는데.”
채팅창의 스크롤이 프로그램 시작 후 가장 빠르게 올라갔으나.
막상 당사자인 아몬드는 크게 동요하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자. 아몬드 님? 이제 연습 모드로 들어가 주심 됩니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습 모드로 향했다.
* * *
연습 모드에 들어온 아몬드는 일단 찬찬히 스킬 설명을 읽어보려 했다. 그러나 금세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뭐 이리 복잡해.’
최근에 나온 화신일수록 점점 스킬 매커니즘이 복잡해져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읽고 이해하기가 까다로웠다.
특히나 아몬드는 릴 경력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 것이다.
여기서 킹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자. 일단 패시브가 뭐냐면요.”
그는 이미 한 번 화신에 대해 숙지해 온 데다가 공식 해설자이자, 프로게이머 출신이라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소리는 단 4발의 화살만 화살통에 가진 채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예? 딱 4발이요!?”
진행자가 리액션을 해준다.
“네. 그렇습니다.”
“4발을 다 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럼 충전이 되긴 합니다. 재장전 시간이 2초라네요.”
“예에!? 너무 치명적인데요?”
2초라는 시간은 릴에서 꽤나 긴 시간이다.
공속 아이템의 도움을 받으면 1초에 3번이 넘는 공격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그 이상의 뭔 보상이 있겠는데요?”
“아. 물론입니다. 한 방 한 방이 무지 아파요. 왜냐? 이 친구는 공격 속도 대신 공격력이 퍼센티지로 올라가거든요!”
“아……! 공속이 안 올라가요?”
“예. 유저의 기본 속도만 반영되고, 그 이상은 없습니다.”
-ㄷㄷㄷ
-이래서 신중한 사냥꾼인가봐
-ㄹㅇ 신중하게 쏴야하네
기본 속도란, 유저가 무기를 휘두르거나 쏘는 속도를 말한다.
즉, 현실에서 가능한 수치.
이게 기본 속도다.
여기에 아이템이나 스킬로 공속을 올리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치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소리는 그냥 사람이 쏘는 속도로만 쏴야 한다는 얘기구요. 심지어 그마저도 4발이 끝입니다.”
“아…… 이거 참. 듣기만 해서는 핸디캡이 좀 큰데. 막상 딜 나오는 걸 봐야겠죠?”
“예. 그래서 저희가 게스트를 모신 거 아니겠습니까?”
킹귤이 아몬드를 부른다.
“아몬드 님. 준비되셨나요?”
아몬드는 준비됐다는 의미로 오케이 사인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더미 하나가 생겨났다.
[연습용 허수아비]연습 모드에서만 쓸 수 있는 연습용 허수아비.
단순히 체력이 무한대일 뿐 아니라, 순간 최고 대미지와 DPS 등. 여러 지표를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아몬드 님. 한번 쏴보실까요?”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 후, 소리의 활을 꺼내봤다.
‘나무 활…….’
여태까지 봤던 활 무기류 중에 가장 투박해 보이는 활이었다.
화살통엔 정말로 딱 4개의 화살만이 들어 있었다.
이걸 전부 사용해야 다시 충전된다고 한다.
아몬드는 천천히 화살을 꺼내 시위에 메겼다.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릴에서 썼던 활 중에선 제일 활 같다고 해야 할까?
“아, 아몬드 님. 쏘시기 전에 아셔야 하는 게──”
킹귤은 대본 카드에 있던 말을 하나 빼먹어서 덧붙였으나.
──파앙!
아몬드는 이미 활시위를 놔버렸다.
시위를 떠나 날아간 화살은 허수아비의 이마 정중앙에 떡하니 박혔다.
퍼억!
그 직후.
퍼버벅!
연이어 3개의 화살이 이마에 나란히 박힌다.
그러니까, 총 4개의 화살이 나란히 박힌 거다.
화살이 화살을 때리면서 빗나갈까 봐 예쁘게 줄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경지에 오른 신기다.
“……!”
그래서인지 모두가 말 문이 막혀 입만 뻥긋댄다.
-??
-저게…… 기본 공속?
-?
-와 정확도 뭔데???
-설마 일부러 줄세운거야?
-미쳤다
-4개 다 쏜 거??
“미, 미쳤네요! 역시! 뭐가 지나갔나 싶었는데 다 맞았어요!?”
“와……! 이거 숨이 턱 막히네요!”
“적은 아마 진짜 숨이 턱 막힐 겁니다!”
모두가 놀란 와중.
아몬드는 그럼에도 완전히 마음에 들진 않았던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지막에 그거 뭐지.’
마지막 화살을 쏠 때 뭔가 이상한 잔상 같은 게 보였다.
아몬드는 그게 뭔지 몰라 순간 멈칫해야만 했고.
4번째 화살은 결국 약간 어긋난 템포로 쏘아져 버렸다.
그 화살이 뭐였는지에 대한 답은 잠시 후에 알 수 있었다.
화르륵!
마지막에 쐈던 화살에 갑자기 불이 붙더니.
콰광!!
허수아비의 좌우로 불길이 퍼져 나갔다.
“아! 마지막 4번째 화살은 늘 원소 화살입니다! 제가 아까 이걸 말씀드리려 했는데. 갑자기 다 쏴버렸어요!”
-ㄹㅇㅋㅋ
-순식간에 4발이 다 나가누
-“기본 공속”입니다만?
킹귤은 마저 설명을 이었다.
“네 번째 화살을 쏘실 때 보시면, 아마 원소 세 가지를 선택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얼음. 불. 바람. 이렇게 셋 중에 하나를 쓰는 걸로 알거든요?”
아아.
아몬드는 그제야 마지막 화살을 쏠 때 잠시 봤던 잔상이 뭔지 깨달았다.
‘그게 원소를 골라야 하는 거였구나.’
원소 선택지를 준 것이다.
“아아! 그것보다요! 킹귤 님! 대미지 확인해 볼게요!”
“아. 네.”
“일단 방금 총 대미지가 450 박혔구요!”
-와 4발에 450??
-대미지 좋은데?
-1레벨인데 저 정도라고?
-ㄷㄷㄷ
-높은거냐?
-DPS가 중요하지
“아. 이거 감이 안 잡히는 시청자님들을 위해서 설명드리자면 보통 1레벨 탱커들 체력 평균이 1,000 정도. 딜러들은 670으로 나오거든요?”
“그럼 450 대미지면…… 그러니까 4발을 다 맞으면 딜러들은 거의 죽음 상태가 된다는 거죠!”
“예! 서포터가 조금 도와주면 죽는 거예요 그냥!”
“그러니까, 공격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편일까요?”
“음. 그건 DPS를 확인해야겠죠?”
“아. 그렇죠. 초당 대미지가 중요하죠. 사실 450 대미지를 1년 동안 넣고 있다고 한다면, 아무 의미 없거든요~”
-1년 ㅅㅂㅋㅋㅋ
-1년은 미친ㅋㅋㅋㅋ
-갑자기 단위가 바뀌냨ㅋㅋ
-ㅋㅋㅋㅋㅋ킹귤쉑ㅋ
“예…… 1년이면 세계 챔피언이 바뀌는데 그때까지 450 대미지면 곤란하죠.”
“아, 근데 이 화신 또 인상적인 게 마지막 원소 화살 대미지가 상당합니다.”
“몇이죠?”
“180이네요. 양옆에 뿌려지는 화염 대미지까지 다 180입니다.”
“오…….”
-세긴 하네
-원소 화살이 ㄹㅇ 세구나
-뎀지 괜춘네
-오?
다들 준수한 대미지에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
진행자는 뭔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듯 잠시 망설이다 읊었다.
“이거. 흥미로운 게 있네요. 처음 1초 안에 들어간 대미지가 몇일까요?”
“처음 1초만요? 그럼 얼마 안 될 거 같은데…….”
뒤에 쏜 네 번째 화살이 상당한 대미지를 넣었기 때문에 만약 처음 1초만 대미지를 계산한다면 그리 높을 수 없었다.
“270입니다.”
“?!”
계산이 빠른 사람은 이미 270이란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오…… 나쁘지 않은데?
-뭐야 높은데?
-흠
-?
-왜들 놀래.
채팅창에선 아직 이 270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 못 채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킹귤은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기에,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채 버렸다.
“아니, 지금…… 화살 3발을 1초 안에 맞혔다는 얘기잖아요?!”
대미지가 높게 나온 건, 이 화신의 성능 때문이 아니었다.
-??
-3발을?
-엥?
-헐ㅋㅋㅋ
1초에 3발을 쏴서 정확히 머리를 맞힌다.
이건 플레이어인 아몬드의 성능이다.
“맞죠? 450에서 180 빼면 270이잖아요. 일반 화살 대미지가 90이고. 3발이면 270…… 정확히 3발이 첫 1초 안에 들어갔네요.”
“아, 아니. 1초 안에 기본 공격 3번 이상 맞히는 거. 보통은 템도 좀 나오고 그래야 가능한 거 아닌가요?”
“그, 그렇죠.”
“근데 아몬드 님은 그냥 해버렸는데요? 이러면 핸디캡이 무슨 소용입니까?”
-ㄹㅇㅋㅋㅋ
-기본 공속이 초당 3회인 인간 ㅋㅋㅋ
-인간 자체가 빠름ㅋㅋㅋ
-오늘의 리빙 포인트. 공속 제한이 걸리면 더 빨리 쏴라.
-도랏맨ㅋㅋㅋ
-뭔 인간이 1초에 화살을 3발을 쏘냐고
“그렇네요. 소용이 없네요. 핸디캡이?!”
“자. 일단 다음 진행 좀 해보죠. 원소 화살 고르는 거 알려드릴게요. 아몬드 님. 화염 말고 다른 거 쏴보세요.”
킹귤은 아몬드에게 다른 원소 화살을 쏴볼 것을 제안했다.
“앞선 3발 화살을 적한테 다 맞히시면, 마지막 화살이 원소 화살로 되거든요? 그거 쏘기 전에 손목 조금씩 돌리는 걸로 원소를 정하실 수 있습니다.”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화살을 쐈다.
파바방!!
3개의 화살이 순식간에 먼저 날았다. 그리고…….
기리릭.
마지막 화살은 바람의 원소였다.
[바람]날아가는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퍼센트 대미지를 갖고 있는 암살 특화 화살.
콰아아앙──!
그것은 순식간에 허수아비의 머리 정중앙에 꽂혔다.
이번에도 역시 수치가 전달됐다.
그 수치가 스크린에 크게 떠올랐는데.
“……!”
“!?”
이때, 관계자 몇은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했다.
웅성웅성.
카메라 너머 현장이 시끄러워졌다.
특히 제작사 쪽에서 놀란 듯했다.
“아, 아니, 이거 DPS 그러니까, 초당 대미지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