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8화
17. 하꼬 탈출(1)
성공할수록 겸손하고 차분해야 한다.
하루 종일 이렇게 생각했던 상현이지만, 그도 숫자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캡슐 안에서 움찔거리며 오두방정을 떨다가 결국 머리를 뚜껑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치이이익──
갑작스러운 충격에 캡슐 뚜껑이 열려 버렸다. 당연히 방송도 일시적으로 전부 중지됐다.
“……어? 뭐야. 왜 나왔냐?”
이제 막 노트북을 켜려고 하던 주혁이 깜짝 놀라서 묻는다.
“아…… 아, 아냐. 움직이다가 뭐가 잘못됐네.”
“……움직여?”
캡슐 안에서는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달리 가상현실 기기인가? 가상현실에서 움직이면 그만이다.
“크흠. 여튼 다시 들어간다.”
상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왔다.
‘잘못 본 건 아니겠지?’
누군가 본다면 별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숫자가…….’
띠링…….
다시 스트리밍에 접속했고, 다행히 서버는 유지되고 있었다.
-워우 뭐야 방금?
-갑자기 끊겼음.
-다시 된다.
-ㅇㅎㅇㅎ
-아하!
-와, 오늘 사람 개많넼ㅋㅋㅋ
상현의 눈은 천천히 상위 채팅부터 읽어 내려가다가, 가장 밑의 현재 시청자 수로 향했다.
[현재 시청자 : 2,319]잘못 본 게 아니었다.
잘못 보기는커녕, 오히려 아까보다 200명 정도 더 늘어 있었다.
‘2천……!’
게임 시작도 전에 2천 돌파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배틀 라지로 전환하고, 평균 시청자가 거의 7~800명 가까이 빠졌었는데.
‘시작도 전에 2천이라니.’
아직 인트로 음악이 다 끝나지도 않았다.
[주혁 : ㅋㅋㅋㅋㅋ 이것 때문에 튀어나왔던 거냐? 가오는 다 잡더니?]주혁이 놀리는 듯이 물어본다.
그도 시청자 수를 본 것 같다.
주혁은 어울리지 않는 덕담을 답변으로 건네고는, 다시 자기의 일에 집중하는 듯했다.
꿀꺽.
상현, 아니,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키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곧 있으면 그의 캠 화면이 떠오를 것이다.
‘잘하자.’
이건 기회다.
올튜브 시청자 수가 라이브 시청자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현재 이 현상은 그만큼 아몬드라는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어필이 됐다는 소리다.
[현재 시청자 : 2,910]3천에 육박한 시청자가 모여들었다.
‘후…….’
늘 꿈꾸던, 수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활을 든 소년의 모습.
어렸을 적 매일같이 꿈꾸던 그 모습이 현재의 화면과 오버랩되었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상황이다.
‘시작이다.’
두둥?
마지막 드럼 소리와 함께 인트로 영상이 끝났다.
팅.
화면 한구석에 아몬드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제대로 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화면 속 아몬드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적어도 시청자들의 눈엔 그랬다.
지금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의 안에 얼마나 큰 폭풍이 요동치고 있는지.
설렘, 흥분, 긴장, 야망…….
갖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빨려들어 한데로 모였고, 그것은 식도를 타고 활활 타올라…….
씨익.
예쁜 호를 그리며 웃는다.
“트하!”
-꺄아아아!
-ㅎㅇㅎㅇ
-ㅇㅎㅇㅎ
-아하아하!
-대존잘ㄷㄷ
-와, 오늘 시청자 수 뭐예요, 형? ㅋㅋㅋㅋ
-뭔 일 있었나?
-어케 된 건지 썰 좀 ㅋㅋㅋ
-배틀 라지 쪽에서 사과했나요?!
아몬드의 인사에 맞춰 후루룩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채팅.
이슈가 궁금한 사람들, 오늘 아몬드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들, 원래부터 늘 그를 봐왔던 시청자들……
다양한 형태의 채팅들이 보인다.
과거에는 천편일률적인 채팅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계층이 모여들었다는 게 체감이 될 정도였다.
이게 올튜브와 트리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트리비는 연령대와 취미 따위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올튜브는 그렇지 않다. 거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다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올튜브 유입이 확실해.’
이로써 더 확실해졌다.
지금 추가로 들어오고 있는 시청자들은 전부 올튜브를 보고 온 사람들이다.
‘일단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테니까…….’
아몬드는 우선 어제 방송을 쉰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이슈에 별 관심 없고 그의 방송만 그저 꾸준히 와서 보는 시청자들도 많은데. 그 시청자층을 소외시킬 순 없었다.
“커뮤니티에는 사건에 대해서 올렸는데. 어제 일이 좀 있었습니다. 배틀 라지에서 절 정지 먹였거든요.”
띠링.
주혁이 때마침 자료화면을 화면에 띄워주었다.
매니저가 개입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을 깔아놓은 덕이다.
-와 채신기술……!
-오ㅋㅋㅋ
-입사 피티여?
-무슨 일임?
-뭐여 저 전문적인 피티는ㅋㅋㅋㅋ
아몬드는 자연스럽게 화면을 받아 말을 이어갔다.
주혁과 함께 피티에 들어간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보시다시피, 제가 패작러로 신고를 많이 먹었다는 게 정지 사유입니다.”
* * *
대강의 설명이 다 끝나자, 이제 사건을 모르던 사람들도 전부 전말을 알게 됐다.
-와, 그래서 휴방이었구낰ㅋㅋㅋ
-헐…… 게임 전환 첫날부터 어떻게 그런 일이……ㅋㅋㅋ
-헐 너무하네
-사과는 받음?
[형 힘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형 그래도 시청자가 늘었잖아! ㅋㅋㅋ 좋게 생각하자!]“감사합니다. 힘내 님.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제가 파트너 스트리머로 있는 펑크 쪽에서 연락을 취해주셔서 금방 해결이 됐습니다.”
아몬드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한 것인데 채팅창에서 반응이 상당했다.
-??!??!
-헐. 그럼 스몰롱이 말한 게 진짜네
-와……ㅋㅋㅋ
-개소름.
왜들 저러지? 어디서 뭘 들은 건가?
아몬드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바로 게임을 시작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사, 삼천칠백……?’
[현재 시청자 : 3,709]현재 거의 4천에 육박해 가는 시청자가 모여들었는데, 여기서 이슈 썰이나 풀고 있을 수는 없다.
얼른 게임 플레이를 보여줘서 그들을 묶어두는 게 좋았다.
‘배틀 라지를 조금은 아는 사람들이 왔겠지?’
아무리 이슈라 해도, 배틀 라지를 평소에 하는 사람들이 온 것일 터다.
배틀 라지를 안 하는 사람들에겐 그 이슈는 이슈도 아닐 테니까.
“자. 이제 설명은 충분히 했고. 게임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할 게임은──”
[킹덤무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짜잔! 똥겜 킹덤입니다!]갑자기 끼어든 활기찬 목소리의 후원 음성.
-타이밍 무쳤냐ㅋㅋㅋㅋ
-킹덤!
-도네 타이밍ㅋㅋㅋㅋ
-ㅋㅋㅋㅋㅋ킹덤무새들ㅅㅂㅋㅋㅋ
-아 킹덤 무새들 방 빼!
-눈치 챙겨~~
[배틀 라지를 시작합니다.]예전의 게임을 그리워하는 무리가 약간은 있었지만. 아몬드는 피식 웃어넘기며 배틀 라지를 실행했다.
“배틀 라지입니다!”
* * *
두둥?
두두둥──
배틀 라지 특유의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아몬드의 아바타가 해안가에 착륙했다.
서바이벌에 투입되기 전의 대기방이었다.
-형 이번엔 개인전 잘 골랐지?
-ㅋㅋㅋㅋ 또 솔쿼드 하면 레전드.
-난 솔쿼드 보고 싶음ㅋㅋㅋ
시청자들은 일단 이게 개인전인지부터 확인해 주었다.
-개인전 맞네 ㅋㅋㅋ
-오. 이번엔 제대로 했네.
-와, 이러면 진짜 쓸어담겠는데?
아몬드는 다행히 개인전을 제대로 고른 상태였고, 시청자들은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
솔쿼드에서도 그 정도로 휩쓸고 다녔는데. 개인전에선 얼마나 강력할지.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거의 20킬 예상해 본다.
-에이. 배라는 아무도 몰라 ㄹㅇㅋㅋㅋ
-아무리 고수라도 재수 없으면 5초 만에 아웃될 수도 있음ㅋㅋㅋ
-내가 봤을 때 이 형 활 못 잡으면 ㄹㅇ 탑 99 예상
-활 ㅈㄴ 흔하니까 난 탑 10 예상
아몬드가 보여줬던 실력은 단판이었다.
당연히 아직 의심하는 부류도 있었다. 배틀 라지는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 절대 알 수 없는 게임이니까.
실력이 인증될 만큼 인증된 랭킹 1위조차, 하위 랭크에서 매번 우승을 장담하기 힘든 게 이 게임이다.
아몬드는 아직 증명할 게 많다.
[믿는다 님이 미션 ‘첫판 우승 시 30만 원’을 걸었습니다.] [난 우승 예상한다. 우승 미션 건다.]-키야
-오 첫판 우승.
-헐 스케일 무쳤누…….
그런 와중에 30만 원 미션을 걸어주는 고마운 시청자가 등장했다.
[미션 수락]아몬드는 곧바로 미션을 수락했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믿는다 님. 감사합니다. 무려 30만 원이나…… 제가 꼭 타 먹어보겠습니다.”
-감사한 거 맞누? ㅋㅋㅋㅋ
-인사가 좀 이상한데?
-ㅋㅋㅋㅋㅋ
-우승하면 재밌으니까 킹정이지.
첫 개인전.
우승 미션.
4천의 시청자.
‘좋아. 판은 다 깔렸다.’
제대로 한번 터질 요소는 다 갖춰진 셈이다.
이제 게임만 제대로 해주면 된다.
모든 건 아몬드의 손끝에 달린 상황이다.
혹자는 그런 걸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으나.
‘내가 원하던 거야.’
아몬드는 그런 걸 즐기는 타입이었다.
그런 부담이 더해질수록, 그는 강해진다.
더 집중하고, 더 신중하고, 더 날카롭다.
[모든 인원이 모였습니다.] [게임이 시작됩니다.]이윽고, 대기실 화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어느새 헬기에서 낙하 준비를 하고 있다.
투두두두두두두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프로펠러 소음이 울려 퍼지고.
뒤쪽에선 더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뛰어! X발 새끼들아! 뛰어어어!!!”
“악!”
“뛰라고! X바아아알!”
군대 특유의 그분위기가 진하게 베어 있는 샤우팅.
아몬드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밑을 내려봤다.
이젠 그도 첫 판이 아니었다.
‘일단은 너무 경쟁이 빡센 곳은 피해야 돼.’
뒤에서 고함을 지른다고 해서 냅다 뛰어내리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그가 구상한 계획대로 움직일 것이다.
“야! 거기! 뭘 멀뚱히 서 있어! X발! 뛰라고!!!”
당장 한 대라도 칠 것처럼 귀에 대고 침을 튀겨대는 교관.
아몬드는 그래도 침착하게 밑을 노려볼 뿐이었다.
‘지금이다.’
뛰어……! 뛰라고!
슬슬 교관의 목이 다 쉬어서 핏대가 터지려는 중.
타악──
아몬드가 힘차게 발을 구르며 뛰어내렸다.
휘이이이이이잉!
온몸을 거세게 밀어내는 공기의 저항을 뚫고, 아몬드의 신형이 낙하했다.
* * *
쿵.
제대로 맞닿은 두 발.
이번엔 낙하하면서 꼴사납게 구르는 일도 없었다.
-오오…….
-이제 뉴비 탈출했누 ㅋㅋㅋ
-까비. 굴렀으면 꿀잼인데.
-와, 그거 한판 했다고 실력이 늘었네. 심지어 이틀 전인데 ㅋㅋㅋ
첫판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아몬드의 모습.
그건 시청자들뿐 아니라, 아몬드 자신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감각이 달라. 훨씬 편해.’
마우스로 하는 게임에 비교해 보면, 마우스와 내 몸이 일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지금 아몬드가 딱 그 상태였다.
배틀 라지의 아바타의 몸에 완벽히 적응한 것이다.
타다닥.
그는 얼른 집 쪽으로 달려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무기를 확보하는 게 초반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뿐인가.’
자리를 잘 골랐다. 이 집엔 일단 아몬드뿐이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샅샅이 집을 스캔한다.
그러던 중.
“오.”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물건이 보인다.
[컴파운드 보우]그에겐 인연이 깊은 무기다.
-와우. 또?
-ㅋㅋㅋㅋㅋ 활 챌린지 갑니까!?
-아니, 아몬드라면 당연히 집어야지.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조금은 사용을 망설였을 무기이지만.
아몬드는 전혀 반대였다.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기를 집어 들었고.
그 순간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동작이 굳었다.
“……!”
누군가 오는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밖이다.’
이제 발소리만으로 방향과 거리를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한 명 처리하면서 갑니다.”
자신 있게 말을 미리 뱉은 아몬드는 거세게 달려서 곧바로 문을 어깨로 밀치고, 활시위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멍해져 버린 상대.
“어……?”
그의 튀어나올 듯한 동공에 활을 당기는 아몬드가 비췄다.
순식간에 드로우와 릴리즈가 이어졌고.
화살은 눈알을 잡아먹을 듯 날아와?
푸욱!
미간 중앙에 박혔다.
[아몬드 → 톰쓰] [처치하였습니다!] [99/100]-와!
-뭐야 쏘는 게 보이지도 않았어
-헐 ㅅㅂ 얼마나 강해진 거야 아몬드…….
-더 강해졌다 ㄷㄷ
-배틀 라지가 사람 잘못 건드렸네! ㅋㅋ
-당연한 거긴 한데 첫판보다 더 잘하는데!?
-와, 미리 말하고 죽이는 거 씹간지……ㅠㅠㅠ
오늘의 아몬드는 고민하는 시간도, 잠시라도 멍 때리는 구간도 없었다.
마치 뭘 할지 미리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게임을 진행했다.
믿기지 않지만, 확실했다.
그는 더 강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