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06화
71. 처형식(2)
릴에서의 공격속도라는 스탯은 일반적인 키보드 마우스 게임에서의 설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몸으로 하는 가상 현실 게임이라서다.
가상 현실 세계에서 정해진 공속대로만 때릴 수 있다고 해보라.
얼마나 어색하겠는가?
그래서 릴은 플레이어가 현실 세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공격 속도를 ‘기본 공속’이라고 설정해 준다.
즉, 내가 칼을 1초에 3번 휘둘러 적을 정확히 벨 수 있다면 이게 기본 공속이 되는 거다.
여기서 공격속도 관련 버프나 아이템을 착용하면, 그때부터 게임적인 보정이 들어가면서 무기를 휘두르는 혹은 쏘는 내 몸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다.
이는 아몬드가 킹덤에서 ‘고속 연사’를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인데.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던 팝콘이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공속이 순수 피지컬이라고!?”
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
그에 사실 지켜보던 바나나가 더 놀랐다.
피지컬하면 어디서 뒤지지 않았던 팝콘이 이렇게 놀란다니.
‘그 정도였구나.’
바나나는 아몬드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본 적이 없다. 해설 관점에서 머리 위에서 내려보는 것과 바로 앞에서 당하는 건 천지 차이.
팝콘이 이렇게 느낄 정도라면 그의 피지컬은 이미 최고 수준에 가깝게 도달한 상태라는 것이다.
‘프로도 아니고, 연습량도 적은데. 이런 게 진짜 천재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팝콘이 대답을 재촉한다.
“야. 왜 대답을 안 하냐. 뭐 걸리는 거라도?”
“아, 응. 순수 피지컬이지. 그럼 뭐겠어?”
“하아.”
팝콘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바나나의 말에, 팝콘은 그제야 제대로 아몬드의 실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걸 몰랐을 때도 보통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 공격속도가 본인의 순수 피지컬이었다니.
‘전자파가 괜히 보고 있던 게 아니네…….’
그제야 전자파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그리고 본인이 앞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리란 것도…… 이해가 갔다.
“아씨…… 커뮤니티 글 얼마나 올라갔어?”
그는 소리의 공속 제약에 대해 모르는 채로 그 화신의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공언해 버렸다.
이젠 전프로라지만, 한때 챔피언이었던 그의 발언은 굉장히 영향력이 크다.
“그거 이미…….”
바나나는 목을 슬라이스하는 시늉을 해 보이며 웃었다.
이미 끝났다는 거다.
“하아.”
“그런데 국내 커뮤에선 별로 어그로 안 끌린 듯.”
“왜?”
“애호박……? 이라는 애가 지금 트롤로 공개 처형당해서 다 그 얘기 중임.”
“트롤 공개 처형?”
* * *
때는 약 30여 분 전.
두 번째 검증이 진행되는 차에 주혁은 제작진의 이런 대화를 들어버렸다.
“이거 참교육시키면 방송 좀 흥하려나?”
그들은 조회 수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긴, 요즘…… 이런 거 소개해 주는 영상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거라도 필요할까요?”
“응. 참교육 뭐 이런 거 쇼츠로 만들면 잘 팔리지 않냐.”
“그쵸. 아무래도. 저희 포맷이 좀 올드해져서. 쇼츠로 어그로 끌 거라도 있음 좋겠네요.”
그들이 조회 수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방법으로 모색하던 것이 바로 트롤러에 대한 참교육.
혼자서 하는 생존전을 제외한, 릴 유저 대부분이 트롤러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한가득이다.
이런 트롤러를 현실 참교육 해준다면 조회 수가 폭발할 건 불 보듯 뻔했다.
영화 소개 올튜버들이 어떤 영화를 갖다 놔도 ‘전직 어쩌고를 건드린 자의 최후’로 참교육 장면을 넣어 썸네일을 만들듯.
지금 이 피디들도 쇼츠만큼은 그런 어그로를 넣어서라도 방송을 흥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거라면…….’
그런 거라면 주혁은 자신이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떤 제안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검증마저 끝난 후.
“와. 진짜네. 주혁 씨 말대로야.”
피디들은 신이 나서 찾은 자료들을 토대로 빠르게 편집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황급히 쪽대본을 적었다.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줄기를 잡는 것이다.
그 후, 진행자들의 인이어로 전달한다.
“아…… 잠시만요. 여러분? 지금 제작진이 뭔가를 전달해 주고 있는데요.”
진행자는 프로그램을 종료하려다가 잠시 멈칫하며 인이어에 집중한다.
잠시 후.
“아……! 그 아까 서포터! 아이언볼 기억하시죠?”
진행자는 전달받은 대본대로 프로그램을 다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분 아이디가 밝혀졌답니다! 심지어 그걸 저희가 공개할 예정이에요!”
-???
-ㄹㅇ?
-ㅁㅊ
-범죄자 신상 공개 ㅋㅋㅋ
-엌ㅋㅋㅋㄹㅇ?
제작진이 직접 트롤러의 아이디를 공개한다?
이건 흔치 않은 일이다.
어차피 진짜 신상도 아니고, 게임 아이디일 뿐이라 전혀 문제는 없었지만.
입릴의 화신처럼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프로그램에서 유저의 아이디를 공개해 버린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논란이 오히려 가속될 수도 있었다. 왜냐면, 릴을 하는 모두는 언젠가 한 번은 누군가에게 트롤이었으니.
-근데 그게 이렇게 할 정도였나?
-그 아이언볼 솔직히 내가 만난 트롤에 비하면 애교였는데.
-아몬드 특혜아님?
-내가 만난 트롤 새끼나 제대로 처벌하지 ㅅㅂ 지들 방송 방해했다고 바로 마녀사냥 해버리네 ㅋㅋㅋ
지금만 해도 이런 채팅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다.
이게 커뮤니티로 옮겨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런 일을 꺼리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하니 닉네임을 올려놓은 제작진.
[애호박]전체 화면에 아까 그 트롤러의 닉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일단 반응은 반반이다.
좋아하는 사람 반.
-캬 이게 나라지
-범죄자 인권따위 개나 줘~
-신상 공개 ㅋㅋㅋㅋㅋㅋ
꺼려하는 사람 반.
-이건 좀……
-자극적이게 하려고 선 넘네
-쟤가 뭘 잘못했는데??
이쯤 되면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떡하니 올렸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오. 특별 조치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킹귤이 물었다.
그는 분명 강력 처벌, 규탄을 외치고 있었으나. 지금은 조금 당황한 모양새다.
‘아니. 이러다 말아먹는 거 아냐?’
그가 처벌을 외치던 건 일종의 예능 행동이다. 그냥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대신 욕해줬던 것이지.
‘진짜 매달면 어떡해?’
진짜로 이렇게 마녀사냥 하듯 화형시켜 버릴 거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만약 죄목이 애매하다면 오히려 제작진 쪽이 피해를 볼 텐데.
괜찮은 걸까?
진행자가 설명을 해줬다.
“자. 갑자기 유저를 이렇게 매달아버려서,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ㄹㅇㅋㅋㅋ
-매달아버려서 ㅋㅋㅋ
-진짜 매달렸네;
“그런데 그럴 만해서 그런 거……라고 제작진이 이야기합니다?”
“예? 설마 아까 그 트롤 행위 때문인가요?”
킹귤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아몬드가 받은 트롤은 사실 이 정도까지 할 거리는 못 된다.
이대로 그냥 진행했다간 아몬드만 피 보게 된다. 그리고 아몬드와 어지간히도 많이 엮여 있는 자신도 피해가 만만찮을 것이다.
“예? 에이~”
진행자는 능청스럽게 손사래를 친다.
아몬드 때문이 아니다?
“그 정도로는 이렇게 안 하죠!”
“!”
뭔가 더 있구나.
“폴리스 게임 법규에 이런 게 있습니다. 상습 트롤러에 관해서는 공개적으로 닉네임을 공개해서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권장된다……라고요.”
“상습…… 트롤러요?”
킹귤은 의아했다.
“예! 저희는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자기 승급전도 던져 버릴 정도로 미친 사람이 과연 다른 게임에서는 안 그랬을까!?”
이는 사실 주혁이 피디에게 했던 말이다.
「애호박은 자기의 마스터 승급전인데도 트롤을 하려 했어요.」
애호박을 참교육할 수 없었던 이유는 죄질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트롤 미수범에 그쳐 버렸기 때문이다.
미수를 강하게 처벌하는 게 그리 대단한 참교육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참교육 영상 만드는 방법?
생각해 보면 간단했다.
그 녀석이 정말 쓰레기라는 증거를 찾으면 된다.
「비록 아몬드랑 함께한 판은 미수에 그쳤지만. 과연 다른 판에서도 그랬을까요?」
그리고, 주혁의 생각에 놈이 정말 쓰레기라는 사실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호박은 계속 이런 행동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대전 기록을 살펴보면 나올 겁니다.」
사람의 행동 패턴은 잘 바뀌지 않는다.
특히나 그게 익명성이 보장되는 넷상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지금…….
“자. 애호박의 대전 기록 한번 볼까요?”
진행자가 애호박의 대전 기록을 스크린에 띄우고 있었다.
제작진의 손을 거쳐서 적절하게 보기 쉽게 편집된 화면이었는데.
핑.
스크린에 대전 기록이 뜨자, 한숨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화려하네
-저렇게 해도 마스터를 갔다고? ㅂㄷㅂㄷ
-재능충인가;
-ㅁㅊ 개트롤
대전 기록에선 그의 KDA(킬 데스 어시스트) 수치와 구매한 아이템, 그리고 적에게 가한 딜량 등의 수치를 다 볼 수 있었는데.
게임을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트롤 판들이 꽤 있었다.
-아이템 봐라 ㅋㅋㅋㅅㅂ
-0킬 32데스 ㅋㅋㅋㅋ
-100데스도 있네 왤케 열심히 사냐 ㄹㅇ ㅋㅋㅋ
-와…… ㅁㅊ놈이네
시청자의 절대다수가 릴을 즐기는 유저들인 만큼 공분을 사기엔 충분했다.
“이렇게나 신이 나서 트롤을 해댔군요?”
킹귤도 분위기를 읽고 말을 얹었다.
“예. 본격적이네요. 이 정도 놈일 줄은 몰랐는데요. 이러면 왜 공개해도 괜찮다고 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렇죠!”
“아니, 그걸 넘어서 이런 놈이 왜 아직도 전장을 활보할 수 있는지가 더 의문인데요!?”
-ㄹㅇㅋㅋㅋ
-당장 쳐넣어야지 ㅅㅂ
-내 말잌ㅋㅋㅋ
“아니면 이거 혹시 그냥 잘 안 풀린 판이었을까요? 트롤이 아니라요.”
“이거 플레이 영상 기록도 있거든요? 한번 보시죠. 그럼 확실하게 트롤링이 보일 겁니다.”
자료 화면이 나오자, 진행자와 킹귤은 할 말을 잃었다.
쌍욕은 물론이고, 게임 내내 옆의 원딜러를 괴롭게 하는 판도 있었다.
킹귤이 게임사 직원들 쪽을 쳐다봤다.
아까만 해도 당황하던 그는 이제 완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자. 이제 폴리스 판결 뭡니까? 예?”
폴리스 측은 처음에 굉장히 가벼운 처벌을 이야기했었다.
트롤의 증거랄 게 딱히 없다는 이유로.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랐다.
“음. 그게 매뉴얼에 따라서는 당연히 처벌이…….”
킹귤은 그들을 마구 몰아붙였다.
“뭡니까! 그 처벌이!”
“아…….”
그들은 당황하여 저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대표로 나온 사람이 말을 꺼냈다.
“크흠. 상습범죄이고…… 단순히 트롤만 한 게 아니라 대화 로그를 보면 이제…… 상스러운 말도 많이 해서…….”
잠시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형량을 대략적으로 말해준다.
“6개월 정지가 되겠습니다.”
-와 6개월 ㅋㅋㅋ
-걍 접으란 거네 ㅅㅂ
-프로 준비하던 놈이면 ㅃㅇ네 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
부계정도 생성 안 되는 게임에서 6개월?
심지어 릴은 패치가 자주 이뤄지고, 실력이 쉽게 도태되는 경쟁 치열한 대전 게임이다.
거기서 6개월을 쉬라는 건, 마스터 같은 상위 티어 유저에겐 그냥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쿵!
그러니 킹귤이 책상을 후려치며 일어나 외친 거다.
“이름! 애호박! 죄목! 트롤! 판결…….”
그의 판결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사──형!!!”
-ㅅㅂ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
-캬 이 맛이지
-어우 시원해 이게 킹귤이지
-오늘 레전드네 ㅋㅋㅋㅋ 정의구현까지
-쓸데없이 ㅈㄴ 멋있네 ㅋㅋㅋ
-일본 예능st ㅋㅋㅋㅋ
채팅창이 이번 결정에 대한 찬양으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 아주 시원하네요! 저까지!”
진행자 역시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좋아라 했고, 피디는 그렇게 원하던 참교육 쇼츠 각이 제대로 나왔으니 기뻐할 틈도 없었다.
그는 곧장 스태프들 몇과 편집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덜 신나 보이는 건 조금 당황한 듯한 폴리스 직원들.
‘뭐가 이렇게까지 되지.’
아몬드 역시 분위기에 따라 실실 웃고는 있었으나.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애호박이란 유저…… 분명 이런 판결을 받아도 싼 악질이다.
단, 그가 처형당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부드럽달까?
사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인데. 이런 일에 쓸데없이 진심인 듯한 이 느낌. 그러면서도 마법 같은 이 솜씨는 왠지 많이 익숙한 느낌이었다.
‘설마.’
그는 뭔가 미심쩍어 카메라 너머를 쳐다본다. 제작진들이 있는 쪽.
그곳에 있던 주혁이 눈이 마주치더니. 씩 웃으며 건성으로 경례를 날린다.
‘설마가 아니라 역시.’
뭔가 익숙한 향기가 난다 했더니. 주혁이가 꾸민 짓이었다.
‘참내.’
푸하핫!
하얀 이가 드러나며 웃어 보이는 아몬드.
그가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이 웃긴 것이다.
언제나 진심인 녀석이다.
어쨌거나 킹귤의 사형선고 장면은 쇼츠로 편집되어서 올튜브에 업로드됐다.
[전직 양궁 선수를 건드린 트롤러의 최후]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거 입릴의 화신 영상임??
└영상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ㅋㅋㅋㅋㅋ 이 고소한 향은 견……읍읍!
└아 ㄹㅇ 그거네
-ㅁㅊㅋㅋㅋㅋㅋ
-문신 건달 양아치가 전직 양궁 선수를 건드린 결과: “사형”
└개무섭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애호박 이 새끼 이제 어쩌냨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