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9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09화
73. 최초의 시참(1)
상대가 고른 화신은 ‘별의 신녀 – 젠’이었다. 사실 요즘 메타(*게임 전체의 큰 흐름을 일컫는 말)에서 자주 쓰이는 화신은 아니었다.
-젠이 카운터라고?
-저거 관짝 들어가지 않음?
-고인 아녀?
고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는 화신이다.
‘저게 뭐지.’
비교적 릴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몬드로서는 ‘젠’이라는 화신이 대체 어떤 녀석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타코 형한테도 못 들어본 건데.’
난트전이 릴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계기였는데. 그때도 못 들어본 화신이다. 대회에서 쓸 만한 픽이 아니니까.
-근데 아몬드 저 화신 본 적이나 있냐?ㅋㅋ
-쟤 심지어 저거 장인이네 이거 혹시 모르겠다
-헐 아몬드 저거 뭔지 모르는 눈인데 ㅠㅠ
-설마 져?
시청자들도 아몬드의 좁디좁은 릴 식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번에 눈치챘다. 그가 이 화신의 스킬을 모른다는 것을.
‘음…….’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해 봤다.
잘 알 수 없는 상대와는 어떻게 싸울지.
* * *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 그는 채팅창을 보며 생각했다.
-저게 카운터임??
-뭐지?
-설마 로프 때문인가?
-어케 카운터침?
시청자들도 이 카운터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조소를 머금었다.
‘멍청한 놈들. 모든 스킬이 카운터지. 일단 유성우부터가.’
젠의 대표적인 마법 스킬.
유성우.
푸르고 거대한 유성을 떨어뜨리는 스킬인데, 시전 후 딜레이가 엄청난 편이다.
쉴 새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릴에선 이런 딜레이는 흔치 않았다.
‘딜레이가 무려 1.5초지만. 상대는 내가 시전했다는 사실조차 몰라.’
유성우를 특정 지역에 시전하면, 1.5초 후에 푸른 유성이 떨어진다.
너무 긴 딜레이가 있지만, 맞았을 때 리턴이 상당히 컸다. 적중 시 대미지가 어마어마한 건 물론이고, 중앙에 맞으면 2초간 기절 상태에 걸렸다.
레벨이 높아지면 기절은 4초까지 늘어난다.
그만큼 맞히기 힘든 스킬이라는 건데.
왜 이게 카운터일까?
그것도 VNS 세계 최고 레벨인 아몬드의 소리를 상대로?
‘플레이어는 중요치 않아. 소리라면 맞힐 수 있다. 로프 스킬 때문이지.’
그가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로프 이동의 존재다.
로프 이동은 한번 갈고리가 찍히면, 이동하는 루트가 뻔해진다.
적이 조금 빨리 반응하면, 이 로프 이동하는 내내 뭔가를 맞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저번에 만났던 마스터 티어 소총수가 아몬드의 로프 이동 중 소총 난사를 전부 히트시켜 위험했었다.
그런데 대미지도 훨씬 강력한데 cc기까지 있는 ‘유성우’를 맞힌다면?
로프 이동이 곧 소리의 마지막 스킬이 될 것이다.
‘심지어 유성우는 시전 동작이 없어서 로프 취소도 안 하겠지.’
유일한 변수는 아몬드가 로프 이동을 취소하는 건데.
사실 어지간한 젠 장인이 아니고서야, 젠이 유성우를 쓴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유성우는 맞히기 힘든 대신 적이 나의 시전 사실을 잘 알 수 없게 디자인된 스킬이니까.
‘유성우만 맞히면…….’
이 유성우만 맞힐 수 있다면 젠은 아주 강력한 화신이다.
이어지는 콤보가 상당하기 때문인데.
‘일단 꼬마별 3타.’
젠의 기본 공격인 꼬마별 3타를 칠 수 있다.
젠은 자신을 맴도는 ‘꼬마별’ 3개를 갖고 있는데. 이걸 필요할 때마다 던지면서 기본 공격을 가한다.
각 꼬마별의 충전 주기는 1초이며, 이 꼬마별 3개를 한 번에 다 던질 수도 있다.
만약 한 대상에게 3개를 전부 히트시키면, 꼬마별 3개가 한 번에 추가로 생긴다.
이 꼬마별을 또 다 맞히면?
또 꼬마별은 3개가 추가로 생긴다.
이 꼬마별을 얼마나 자주 다 히트시키냐에 따라 젠의 대미지가 아예 달라진다.
그런데 만약 적이 2초간 기절한 상태라면 어떤가?
꼬마별을 미친 듯이 쏴댈 수 있을 거다.
‘이건 내가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다.’
그는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
저 멀리, 상대편 포탑을 바라봤다.
아몬드가 보인다.
‘이제 나도 시청자가 늘어날 거야.’
녀석의 방송을 보면서 언제나 상상해왔다.
거품만 가득 낀 놈의 실력을 처참하게 누르고 내 실력을 인정받는 것.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가 방송에 유입되는 것.
이런 망상이 머리에 오가는 동안.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미니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단 로프 이동을 배우기 전까진 안전하게 미니언만 먹자.’
1레벨의 소리에겐 로프 이동이 없다. 기본적으로 원소 화살에 먼저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2레벨이 되어서야 아마 적은 로프 이동을 배우게 될 거다.
소리가 로프 이동이 있어야만 젠도 유리해진다.
그러니 1레벨엔 조심히 미니언만 먹는다.
‘소리도 로프 이동이 없으면 킬각이 안 나와. 그러니까 1레벨엔 별일이 없겠지.’
상대편인 소리 역시 로프 이동이 없다면 화살 4발 쏘는 게 끝이다.
그것만으로는 죽지 않는다.
계획은 완벽했다.
이제 미니언들이 들어온다.
미니언들은 저들끼리 치고받으며 점차 체력을 갉아먹었다.
체력이 다 닳아갈 때쯤.
파앙!
소리의 화살이 미니언의 머리를 꿰뚫는다.
‘좋아.’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은 아몬드가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주자 안심했다.
‘나도…….’
그는 아몬드보다는 한 템포 늦게, 그러니까 더 조심스럽게 미니언을 향해 다가가 꼬마별을 날렸다.
파앙!
미니언이 쓰러지며 골드와 경험치가 들어온다.
‘꼬마별을 너무 자주 날리면 안 돼. 적어도 2레벨로 업 되기 전엔 아껴야 된다.’
꼬마별은 젠의 주위를 오래 공전할수록 강해진다.
아몬드를 한 콤보에 잡을 준비를 하려면 2레벨 직전에 최대한 꼬마별을 던지는 걸 자제해야 한다.
다음은 없다. 일대일 대결에선 한 번 죽으면 그걸로 승부니까.
아마 2레벨 혹은 3레벨에 승부가 날 확률이 높다.
‘유성우도 그때까진 보여주지 않는 거다.’
마법 스킬인 유성우도 완벽한 킬각이 나올 때까지는 꽁꽁 숨겨두기로 했다.
나름의 계획을 착착 쌓아가면서 미니언도 기계적으로 먹고 있던 중.
‘어?’
뭔가 이상함을 느낀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
‘왜 내 미니언들이 계속 앞으로 가지?’
릴 라인전에선 미니언들이 양측에서 달려와 전선을 구축하는데.
이 전선이 어디에 형성되느냐가 꽤나 중요하다.
전선의 위치는 당연히 미니언의 숫자에 영향을 받는데.
이 전선이 자신 쪽으로 가깝게 형성된다면 상대 미니언이 더 많다는 말이다.
반대로, 이 전선이 상대 쪽으로 가깝게 형성된다면 우리 미니언이 더 많다는 것이다.
둘 중 어느 상황이 좋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늘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 미니언이 더 많은 상황, 그리고 적진으로 전선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점점 자신의 포탑에서 멀리 걸어 나가고 있다는 걸.
‘좀만 더 먹으면 2레벨인데…….’
그는 미니언을 계속 먹어서 2레벨이 될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게 확실하게 자신을 유리하게 만들어줄 거라 여기고 있었으니까.
‘근데 뭐야. 왜 막타도 안 치고 있어?’
그래서 그제야 깨달았다.
상대인 아몬드가 어느 순간부터 미니언에 화살을 쏘고 있지 않았다는 걸.
‘이래서 전선이 밀어졌구나. 언제부터 안 친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기리릭.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겼는데.
사거리 밖에서만 서 있던 그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은 이게 자신을 노리는 거라는 걸 깨닫고는 멈칫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판단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 봐야 0.1초도 안 되는 단위의 시간이었다.
일단 꼬마별을 날려서 그를 저지해야겠다고 판단이 완료된 순간.
파앙!
화살이 꽂혀 버렸다.
화살이 활시위에서 날아간 것도 아니고, 이미 자신의 이마에 꽂혔다.
‘이, 이게 무슨…….’
그는 얼른 꼬마별을 날려 대응하려 했다. 이 꼬마별 3개의 대미지를 한 번에 받으면 그래도 적이 조금은 멈칫할 테니까. 그러나─
몸이 안 움직였다.
[빙결]얼어붙어 있었다.
‘뭐야. 언제 네 발이나 쏜 건데!?’
맞은 건 분명 한 발인데.
네 번째 화살이 원소 화살일 텐데 말이다.
‘아.’
그제야 깨달았다.
아몬드는 화살 3개를 미니언에 소비한 후 원소 화살을 아껴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재장전 타이밍이잖아.’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은 당황스럽긴 했으나, 소리의 특성상 재장전 타이밍이 있어 일단 뒤로 빼서 다시 재정비하면 오히려 유리하다고 여겼다.
‘이건 내가 이기는 딜교(*대미지 딜링 교환의 줄임말)인데?’
지금 아군 미니언들이 아몬드를 죽어라 때리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어설프군.’
릴 경력이 짧은 아몬드는 라인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늘 보면서 느끼던 점이다.
역시 그 단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미니언의 머릿수가 라인전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의미 없는 딜교환을 하는 거다.
타다닥!
그런데, 아몬드가 갑자기 앞으로 더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망나니 용사] [체력 89%]미니언들의 맹공에 체력이 10% 넘게 날아갔음에도 싹 다 무시한 채 뛰어온다.
이속 버프 덕에 엄청나게 빨랐다.
“?”
젠은 이제야 빙결이 해제돼서 뒤로 뛰기 시작했는데.
이속 버프를 받은 아몬드가 이미 그를 앞질러서 퇴로에 서 있었다.
“이런…….”
젠은 꼬마별을 날리기 시작했다.
후웅!
첫 꼬마별은 아몬드가 옆으로 슥 비켜서며 빗나갔으나.
‘이건 못 피하지!’
그사이 꼬마별 하나를 더 던졌다. 하나를 피하는 동안 두 번째 것도 피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꼬마별 두 개를 쓰면 하나는 맞는다.
이게 젠의 딜교환 방식의 정석!
그러나…….
후웅!
“!?”
두 번째 꼬마별도 허공을 갈랐다.
‘이런 뭐, 뭐야?’
또 빗나가?
그래. 왜인지는 알았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소리의 이속 버프가 꽤 좋은 편이니까.
피지컬이 충분히 좋다면 두 번째 꼬마별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이론상으론 알겠다.
‘이게 뭐야. 나한테 어쩌라고!’
그런데 직접 당해보니까 너무나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분명 손끝에 감각으로 알 수 있었는데! 분명 맞아야만 하는 각이었는데!
상대는 맞지 않는다.
이 정도의 실력 차이라고? 믿기 힘들다. 인정할 수 없었다.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는다.
‘그, 그렇다면……!’
세 번째 꼬마별을 쥐는 젠. 이걸 맞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아.’
잠시 흥분했던 그는 자신을 가라앉힌다.
‘안 돼. 도망이다.’
포탑으로 냅다 달리면 한 턴은 살 수 있었다. 일단 소리는 네 발밖에 못 쏘니까 말이다.
타다다닥!
그는 자신의 포탑으로 죽어라 뛰었다.
그런데─
휘익!
퇴로에 서 있던 아몬드가 그에게 일부러 몸을 부딪치며 방해한다.
“이…… 비, 비켜!”
릴에선 진로 방해가 제한되어 있다. 처음 한 번 정도는 충돌하지만, 그다음부턴 그냥 통과해서 뛴다.
스윽.
덕분에 젠은 잠시만 멈칫하고 다시 뛸 수 있었다.
그때였다.
소리와 어깨를 스치는 그 순간.
덜그럭!
아몬드 화살통에 화살이 차올랐다.
기리릭.
순식간에 활시위에 화살이 매겨졌고. 상대는 바로 코앞이었다.
이건 피하려야 도저히 피할 수도 없다.
퍼버버벙!
연달아 쏘아진 네 발의 화살이 전부 뒤통수에 꽂혔다.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 [체력 32%]‘언제 내 체력이 이렇게…….’
[빙결]이번에도 역시나 마지막 원소 화살은 빙결이었다.
그리고, 아몬드는 여전히 자신의 바로 옆이었다.
그가 얼어 있는 젠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치키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캬 이거지
-갓키챠 나왔다! ㅠㅠㅠ
-ㅈㄴ 무서웤ㅋㅋ
-치키챠(넌 죽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