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2화
74. 시작되는 축제(1)
논란을 정면 돌파해 버린 아몬드.
이 이후로 릴프로는 소리의 카운터가 뭐냐는 토론-이라고 하기엔 조금 격한 싸움-만 이어졌을 뿐.
더 이상 소리의 성능이 어쩌고 하는 글을 싹 다 들어갔다.
정확히는 그런 글을 쓸 여유도 없었다.
아몬드가 릴프로를 방문하는 바람에 팬들이 도배를 해버리면서 마비가 될 지경이었다.
[아몬드님! 날 가져요!] [견견 ^^7] [형님. 여긴 저희가 접수했습니다.]이런 글이 단순히 어그로뿐이 아니라, 빅으로 가기도 했다.
빅) 난 커서 소리가 될거야
==== ====
오직, 유상현만이 날 다룰 수 있잖아?
==== ====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지랄났네 ㅋㅋㅋㅋㅋ
-견스터 콜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이게?
-여길 직접 방문해버릴 줄이야 ㅅㅂ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솔직히 웃기누 빅드림
└ㄹㅇㅋㅋㅋ
└2222
인기 커뮤니티인 릴프로에서 스트리머에 관한 글이 빅게시판을 간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득보단 실이 많다. 괜한 원한을 사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여러분. 이제 공격을 멈춰주세요.”
-멈춰~!ㅋㅋㅋㅋㅋ
-그런걸로 멈출거면 왜 시작했어 아사장!? 어!?
-이미 늦었어…… 우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아몬드는 그들을 말려봤으나.
한 번 날뛰기 시작한 견과류단은 그 수장마저도 말릴 수가 없었고.
릴프로 폭격은 2부가 시작할 때나 되어서야 멈췄다.
그러니까, 방종 때 멈췄다는 거다.
“이제 2부 시작하겠습니다~”
2부 시작…….
말이 시작이지 사실 종료이니까.
-ㅠㅠㅠ
-종료를 시작 ㅋㅋ ㅜㅜ
-방종이잖아 임마!
-방종을~~~ 시작~~~ 하겠습니다~~~~~
2부는 시빌 엠파이어 국가 대항전 스크림이다.
방송은 역시나 불가였으니, 스트리밍은 이만 여기서 종료된다.
“트바!”
-ㅃㅇ ㅠㅠ
-아바 ㅠㅠㅠ
-잘가세영
-화이팅!
.
.
.
릴프로 상황을 지켜보던 주혁은 괜히 이마를 훔쳤다.
“휴. 이제 좀 정상화됐네.”
릴프로 폭격이 계속 이어졌으면 오히려 아몬드가 욕먹었을 것이다.
“커뮤에 직접 들어가는 건 위험하구나.”
다음부턴 자신이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주혁은 의자에 등을 기댄다.
신체 일부인 것처럼 늘 따라다니는 무테안경을 벗는 주혁.
긴장됐던 근육이 풀어지며, 또 잡생각이 몰려온다.
“후우.”
그나마 일에 치중하고 있을 땐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니 계속 신경 쓰인다.
유상현.
난 이 사람에 대해서 잘 알면서도 잘 모른다.
회사에서 친해진 계기?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남들은 다 안 그렇다는데 난 그냥 그 사람이 편한 경우.
유상현이 그런 경우였다.
아마 유아독존적인 성격과 엉뚱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늘 틀에 박힌 인간들만 봐왔던 주혁으로선 오히려 그런 쪽이 신선한 것이다.
엉뚱하고 가끔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앞뒤가 같은 사람. 뭔가 중심이 똑바른 사람 같았다.
그렇기에 만약 인간 사이 정으로 자신을 고용하고 있다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티가 날 거라고.
‘그런데…… 난 어쩌면 잘 모르는지도 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다 상현이 친구 관계 때문에 자신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게 맞는 것 아닐까?
내가 이 좁은 1인칭의 시야로 보고 있는 것보단, 그쪽이 더 객관적인 게 아닐까.
어쩌면 유상현은 정에 약한 인간이 아닐까.
난 생각보다 유상현을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찰싹.
주혁은 괜히 멀쩡한 자신의 뺨을 때리더니 다시 허리를 곧추세운다.
“지스타. 지스타나 생각하자.”
어찌 됐든 매니저로서 일하고 있는 동안엔 최선을 다해 최고 효율을 내줘야 한다.
고용주가 어떤 생각이든, 난 페이를 받고 있고 계약이 되어 있으니까.
주혁은 그렇게 잠시 생각을 미뤄두고 지스타 일정 및 참가 회사들을 살폈다.
지스타는 일종의 게임 박람회 성격을 가진 페스티벌이다.
영화로 따지면 영화제 같은 거다.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해서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기회를 잡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지스타도 스트리머, 게임사 및 각종 관련자들에게 비슷한 기회의 장이다.
그리고…….
‘나한테도.’
주혁에게도 큰 기회의 장이다.
매니저가 정말로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지스타이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자기 게임을 홍보해서 투자자 눈에 들 수 있고.
스트리머들은 게임사의 광고를 따낼 수 있다.
이 광고를 따내는 것.
이 과정에 스트리머의 매니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포츠 업계로 치면 FA가 된 선수의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다.
‘그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지만.’
물론 정말 스포츠 업계와 비교한다면 이쪽이 초라해진다만.
그래도 스트리머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 중엔 최대어라고 할 수 있다.
‘증명하면 되는 거야.’
매니저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마침 오고 있다.
이건 어쩌면 계시다.
스스로 증명해 내라는.
주혁은 그렇게 믿어버렸다.
아니, 그렇게 믿는 게 유리하다고, 믿었다.
* * *
어둑한 밤.
지아는 오늘 진행됐던 생방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아몬드가 대놓고 올튜브각을 잡아줘서 편집하기 꽤 수월할 것 같았다.
[주혁: 이거 좀 웃기더라. 첨부하면 좋을 듯.]심지어 주혁에게 메시지가 하나 왔다.
커뮤니티 글 몇 개를 캡처해서 보내준 것이다.
주혁은 가끔 지아의 편집에 도움될 만한 글들을 이렇게 보내주곤 한다.
이렇게 해주면 지아 입장에서는 꽤나 편리하다.
직접 커뮤니티를 들어가서 원치 않는 글들도 일일이 살펴볼 필요가 없을뿐더러, 주혁이 선별해 준 반응 덕에 영상의 컨셉이 더 좋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건…….’
이번에도 역시 주혁이 보낸 글은 꽤 재미있었다.
영상 전체 컨셉을 이거에 맞춰도 좋을 정도로.
‘참교육에 이런 컨셉까지 넣으면 좋겠네.’
안 그래도 좋은 컨텐츠인데, 좋은 컨셉까지 잡히면 조회 수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 결과는 다음 날 알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입릴의 화신 촬영 일정으로 인해 잠시 공백이 있었던 아몬드의 채널에 영상이 하나 업로드된다.
입릴의 화신 영상은 아니었다. 그 영상은 제작진이 운영하는 채널에 업로드될 테니까.
[이상한 원딜러 아몬드]이런 제목의 영상이었다.
썸네일엔 ‘악플러 손수 참교육’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영상은 시작과 동시에 커뮤니티의 글들을 보여준다.
[주작이지] [소리 ㅈ구림] [소리가 구데기인 이유] [아몬드 입릴의 화신이 주작 아니라고 하는 ㅄ들 봐라].
.
.
하나같이 아몬드의 팬들이라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
그 위로 이런 자막이 씌워진다.
[오늘도 수많은 억까를 당하고 있는 우리의 견과류……]이윽고 아몬드의 얼굴이 나오고 방송 화면이 잡힌다.
[그는 지금 희생양을 고르고 있다.]아몬드의 눈이 슬쩍 돌아가며 채팅으로 향하는 걸 클로즈업해 주는 편집이 들어갔다.
잠시 후…….
[백설공주와일곱호미들 님?]두둥.
효과음과 함께 수많은 악플러 중에 하나가 확대되며 나온다.
-아니 주작 아니라고 그래서?
-광고 방송에서 주작 안한다고 그래서?
-니가 신캐로 팝콘을 이긴다고?ㅋㅋㅋ
-솔직히 신캐로 오면 나도 이길듯
그 위로 자막이 올라온다.
[하나같이 거를 타선이 없는 매혹적인 채팅들…….]중간 과정이 건너뛰어진 채, 아몬드가 말한다.
[제가 오해를 해소시켜 드리겠습니다. 아이디 한번 불러주세요.]이로써 아몬드와 악플러의 대결이 시작되고.
결과는 생방을 봤던 모두가 아는 대로였다.
두 번의 치키챠로 상대는 3분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진다.
이후 영상 마지막엔 180도 바뀌어버린 릴프로의 현황을 보여주는데.
[과연 젠이 모든 콤보를 소리가 로프 이동하는 동안 전부 적중시킬 시 원콤이 가능합니까? 계산해 봅시다.]이 글의 전문을 보여주면서 영상은 마무리된다.
반응은 꽤 좋았다.
올튜브 구독자들이 신나서 댓글을 달아대기 시작했는데. 댓글 개수가 심상치 않았다.
-3분도 못버틴 거 실화냐?ㅋㅋㅋㅋㅋ
-자기 컵라면이 이겼다는 채팅친 놈 누구야!
└ㄹㅇㅋㅋㅋㅋ 개웃김
└3분 컷 당하면 스낵면 아니면 아무도 못이기지~
└ㅁㅊㅋㅋㅋㅋㅋ
상대가 3분 만에 일대일을 패배했다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마지막 글에 대한 패러디를 하며 댓글 놀이를 하는 구독자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쟤 스트리머네. 하꼬라서 몰랐는데 아이디 검색해 보면 스트리머임. 별의 신녀 장인이고.
└헐 소름
└ㅁㅊ 일부러 어그로 끌었네
└권모술수 백설공주……
└ㄷㄷㄷㄷ
백설공주가 스트리머라는 게 밝혀진다. 올튜브는 생방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많은 시청자가 몰려오니 어지간한 건 다 밝혀지곤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더 분노하며. 조회 수는 계속해서 치솟는다.
-지도 스트리머면서 악플 달았누
-열등감……
-어이. 권모술수 백설공주. 넌 나 “봄날의 뱃살 풍선껌”부터 넘어라
└갑자기 껌형은 왜 ㅋㅋㅋ
└뭐여 ㅁㅊ ㅋㅋㅋㅋ
└ㅁㅊ 복날인줄 ㅋㅋㅋㅋ
└복날의 뱃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와. 이번 영상이 반응 좋네.”
점심 무렵.
상현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혼잣말한 것은 아닌데.
딱히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
상현은 말을 건 것이 무안해져 주혁을 돌아본다.
그는 주방 찬장을 뒤지고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냥 주방 찬장 문 하나를 열어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안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라도 찾아?”
물어도 여전히 대답이 없다.
“야!”
“아…… 어!?”
그제야 돌아보는 주혁.
“뭐 찾냐고.”
“아…… 나 지금 지스타 생각하다가.”
툭. 툭.
“찾던 건 라면. 간단하게 먹자.”
웬일로 밥이 아닌 라면이다.
잠시 후.
시뻘건 국물의 라면이 식탁에 올라온다.
“지스타 생각할 게 많은가 보네.”
맞은편에 앉은 상현이 넌지시 묻는다.
주혁은 끄덕이며 후르릅 라면을 한 젓가락 먹는다.
“어. 많지.”
라면을 먹느라 그런 건진 몰라도, 그답지 않은 단답형이다.
보통 주혁은 관심사 얘기가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데.
‘정말 지스타 생각하던 거 맞나.’
상현은 의문스럽다.
그리고 걱정된다.
혹시나, 그때 접근해서 이야기하던 매니지먼트 직원들을 주혁이 본 것인지. 어디까지 들은 것인지.
그가 평소와 다르다면, 짚이는 건 그것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아는 잘 지내나.”
“지아? 지아 당연히 잘 지내지. 오늘 올라온 영상 봤잖아?”
후르릅.
주혁은 또 라면을 먹는 데 열중한다.
‘지아는 잘 지낸다는 건가? 그럼 진짜 나 때문이잖아?’
역시 내 탓인가? 라고 생각하던 도중. 라면을 먹던 주혁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아. 하아.”
그는 갑자기 잊고 있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 체크카드는 뭐였지. 설마 본인이 다 쓴 걸까?’
툭.
그는 입맛이 없어졌는지, 라면 그릇을 들고 싱크대에 넣어버렸다.
“난 다 먹었다.”
그를 지켜보던 상현은 더욱 알 수가 없어졌다.
‘뭐야. 대체.’
뭔가 더 큰 잘못을 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 며칠이 그냥 그렇게 흘렀다.
상현은 게임을 하고, 주혁은 채팅을 관리하고 광고 스케줄을 잡고, 지아는 영상을 올린다.
분명 원래 하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데.
주혁과 서먹서먹해진 것 같은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채로…….
“안녕하세요! 지스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아아!”
지스타가 시작되는 날이 왔다.
“VIP는 이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