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4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5화
75. 닌자 모드(1)
판타지아의 배틀라지 신규 모드 부스.
[배틀라지의 신규 모드! 닌자 모드! 스타일리쉬한 닌자 액션과 함께 기존 배틀로얄의 틀을 뒤집는~]녹음된 성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며 커다란 전광판에서 쉴 새 없이 닌자들의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진짜 닌자가 되는거임?
-호카게가 되겠어!
-와우
대충 흘려봐도 닌자 모드가 어떤 모드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 닌자가 되어서 배틀로얄을 펼치는 것이다.
[오로지 냉병기와 인술로만 전투를 펼치는! 액션 활극!]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과 게임 엔진만 배틀라지일 뿐. 거의 다른 게임이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배경에 닌자들이 서 있었다.
일종의 코스프레 모델들이다.
온몸을 시커멓게 뒤덮은 실전형 닌자도 있는가 하면, 판타지적인 복장의 닌자들도 있었다.
“안녕하세……? 오, 오빠!”
그중에 핑크색 머리의 닌자 하나가 낯이 익었다. 미호였다.
“어? 여깄었네.”
평소 붙임성이 좋던 미호는 얼굴이 벌게져서 갑자기 벙어리가 됐다.
대신 다른 닌자들이 입을 열었다.
“아몬드다. 와…….”
“오. 챌린지 등록했다더니. 진짜 왔다.”
“대박…… 존잘러야.”
다른 코스플레이어들이 속닥이며 아몬드와 미호를 번갈아 쳐다본다.
“미호랑 친한가 보다.”
“근데 쟤 갑자기 왜 저럼.”
미호는 어디로 숨고 싶은지 눈을 데구르르 굴린다.
“저, 저는 잠깐 화장실 좀. 헤헤…… 오, 오빠 챌린지 다 싹쓸이하세요!”
후다닥.
정말 닌자처럼 사라져 버린 모습이다.
“왜 저러지?”
뒤에 서 있던 주혁이 긁적이며 대답한다.
“음…… 옷 때문인가?”
상현은 멍하니 다른 닌자들을 둘러봤다.
뭐, 코스프레라는 게 창피하다면 창피한 일인데.
다들 하고 있는 상황이고, 미호는 원래 모델이다.
“설마. 나랑 수영장 파티 화보도 찍었는데.”
“그건 디스월드였잖아.”
“아…… 그런가?”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오프라인상에서 희한한 옷을 입고 있는 건 처음 보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 왜 이렇게 휑하냐. 이제 막 시작했나 본데?”
주혁이 배틀라지 부스를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배틀라지라면 최고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데.
코스프레한 모델들 말고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챌린지 하러 오셨죠! 제일 먼저 도착하셨네요!?”
미호가 떠나자, 다른 닌자들이 달라붙었다.
“이쪽이에요! 여기 캡슐들 중에 하나 쓰시면 되는데…….”
그녀들은 베시시 웃으며 1번 캡슐을 가리켰다.
“저게 아마 제일 좋아요! 성능이야 같은데…….”
“부가 기능이 좀 달라요. 에어컨도 제일 잘되고.”
“어머. 너무 잘됐다. 제일 먼저 오셔서 다행이에요! 땀 많이 흘리시잖아요.”
상현이 땀을 많이 흘린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옆에서 하얀 수건까지 내민다.
“아…… 네. 감사합니다.”
상현은 1번 캡슐로 슬쩍 방향을 바꿔 걸었다.
“모셔다 드릴게요.”
“저거 들어가다 넘어져요.”
닌자들은 상현이 무슨 병약자라도 되는 양 따라와서 굳이 부축을 해주려 한다.
그 뒤에 있던 카메라맨 본투비는 부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 씨…… 개부럽다…….”
-엌ㅋㅋㅋㅋㅋ
-뒤에 목소리 누구임?
-미친ㅋㅋ 현타 목소맄ㅋㅋ
곧 캡슐로 들어가야 하는 터라, 상현의 고프로에서 본투비의 카메라로 방송 송출이 전환됐기 때문에 이 목소리는 그대로 방송에 흘러 들어가 버렸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애잔했던 탓일까?
빠바밤!
[루비소드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힘내세요.]루비소드가 응원의 후원을 보냈다.
-엌ㅋㅋㅋㅋㅋ
-이게 더 싫어ㅋㅋ
-ㅠㅠㅠ 두 번 죽이시는군요 루비 공주님.
-루비가 힘내라면 힘내면 되는거다 새끼들아 ㅉㅉ
수줍은 여포의 미션과 루비소드의 후원으로 오늘 방송의 후원 물이 한 번 터지자,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배라31소속감느끼는찐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드디어 배틀라지냐?! 솔직히 킹덤보다 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은 개추 ㅋㅋ]-ㄹㅇㅋㅋ
-킹덤은 ㅈ망겜인데 어딜 비비냐 배틀 라지 안해주는게 진짜 억까임 ㅡㅡ
-공감합니다
-아이디 ㅅㅂㅋㅋㅋㅋ
-속이 뻥~!
[과거에사는남자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나이프 하나로 무기고를 평정하던 게 기억나네용]-언제적이냐……
-닉값 오지네 ㅋㅋㅋ
배틀라지 관련한 후원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잰슨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찐이다 올려]-찐이다 올려 ㅇㅈㄹㅋㅋㅋㅋ
-그걸 왜 니가 말하냐 ㅅㅂㅋㅋㅋㅋㅋ
-배틀 라지 최대 아웃풋 ㄷㄷ
-잰슨좌 ㄷㄷ
-잰슨이 오늘 지스타 안갔냐? 근무 태만이네
[홀리쉣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앗…… 아몬드와 유일하게 호각을 겨뤘던 배틀 라지 전설의 플레이어 지앤스은?!]-ㅈ목 밴
-후원으로 닉언은 에바지 ㅋㅋ
-와! 잰슨 아시는구나?!
슬슬 채팅이 과열되자 주혁이 카메라 앞에 서며 끼어든다.
“자. 여러분. 닉네임 언급은 자제해 주세요.”
-ㄷㄷ
-호두다
-경호원인줄 ㅁㅊ
-왤케 큼??
-워우……
-난 사실 호두 팬이야!
“이제 게임 시작되면 다시 아몬드 쪽으로 화면 전환될 겁니다. 그때 후원하시는 게 아몬드도 볼 수 있어요.”
-넵
-ㅔ
-아까 목소리 그럼 호두임?
-호두님 혹시 여친 있어요?ㅋㅋ
사람들은 아까 본투비의 목소리가 주혁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아, 아뇨. 그건 저 아니구요. 아…… 마침 잘됐네.”
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본투비를 찍었다.
-???
-뭐여?
-누구지?
-어?!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못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본투비입니다. 개부럽다는…… 저, 전 송출되는지 모르고 한 말이라…… 죄송합니다.”
꾸벅.
그는 벌 받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개부럽좌 ㅋㅋ
-바로 머리 박는 거 보니 귀엽네
-ㅋㅋㅋㅋ아 얘가 한 말이구나
-근데 솔직히 형은 이해한다……
-헐 ㄹㅇ 본투비야?
카메라를 들고 있던 주혁이 왜 본투비가 왔는지 설명해 줬다.
“본투비님도 트리비에서 방송 진행하시니까. 관심 있으신 분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밌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오늘 이렇게 시간 내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별말씀을…… 와하하!”
본투비는 이후에 다시 카메라를 건내받았고, 열심히 지스타 전경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티 내진 않았지만, 주혁이 그의 방송을 홍보해준 이후 얼굴이 굉장히 밝아지고, 일도 훨씬 힘내서 하는 듯 보였다.
주혁은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본투비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열심히는 하네.’
그는 시빌엠파이어에서도 그랬듯이 시킨 거 하나만큼은 죽어라 열심히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잘한다…… 라고 평하기는 힘들어도, 회사에 하나쯤 있으면 좋은 사람이다.
‘음? 뭐라는 거야.’
주혁은 저도 모르게 회사를 차리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엔터를 차리기엔 아직 대중문화기획업의 요구 사항인 매니저 경력이 모자라는데 말이다.
‘이거에나 집중하자. 이제부터 내 파트가 중요하잖아.’
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부스 한편에 마련된 마케팅 관련 테이블을 찾기 시작했다.
꽤 어둑어둑한데도 찾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주혁 씨?”
그쪽에서 주혁을 찾아버렸으니까.
심지어 주혁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애초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주혁이 뒤돌아보자, 남자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명함을 내민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판타지아의 배틀라지 마케팅 부서의 부장 박중원이라고합니다.”
‘판타지아…… 부장?’
역시, 들어오면서 느꼈던 시선이 착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판타지아의 부장급이 발 벗고 돌아다니면서 그를 찾고 있었다니.
주혁은 이게 어떤 사건 때문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입릴의 화신 댓글 임팩트가 이 정도인가?’
오피셜 계정이 아몬드를 언급해 줬던 사건 때문이다.
[폴리스 Korea Official: 얼굴 실력 둘 다 존잘 @아몬드 님! 덕분에 소리 판매량 역대급! 꺄아! 다음에 꼭 다시 해요!]단순히 아몬드만 언급한 게 아니라 매출까지 역대급이라 넌지시 알려준 셈이니, 효과는 굉장했다.
그 댓글은 지금 주혁에겐 천군만마, 핵무기와 같았다.
“저…… 김주혁 씨 맞으시죠? 인상착의는 맞는데…….”
주혁이 잠시 대답이 없자, 부장이 다시 확인한다.
“크, 크흠.”
주혁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예. 제가 김주혁이 맞습니다만?”
부장은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함박 웃음을 짓는다.
“아이고! 맞구나! 반갑습니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박중원 부장입니다.”
“저를 어떻게 찾으신거죠?”
“아몬드 님이 챌린지에 응하셨다길래 역시 계실 것 같아서 찾고 다녔습니다. 혹시 잠깐 이야기 괜찮으실까요?”
당연히 괜찮았다. 오히려 그가 찾아다니고 있었던 거니까.
하지만 주혁은 콧대가 하늘로 치솟는다.
“음. 지금 촬영하는 중이라 조금 곤란한데요.”
주혁이 뒤에서 배경 인서트를 따고 있는 본투비를 가리킨다.
“아. 그…….”
부장은 당황한 눈치다.
‘뭐지. 우리랑 아예 할 생각이 없던 건가? 챌린지만 참여하고?’
아몬드가 큰 광고 위주로 받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박 부장이다.
그는 좀 더 어필을 해본다.
“혹시…… 잠깐만 직원분한테 맡기실 수 있다면 좋으실 겁니다. 이거 큰 건이거든요.”
큰 건이라.
주혁의 입가가 씰룩거린다.
“크흠!”
헛기침으로 뿜어져 나오는 미소를 억누른 채, 그는 되묻는다.
“이미 미팅 얘기된 곳이 있긴 한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려 그러시죠?”
“아. 그…… 아몬드 님이 배틀라지를 최근에 잘 안 하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부장은 큰 건이 뭔지 말하기 전에 빙 둘러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총 기반의 게임이라 아몬드 님에게 어울리지도 않구요.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나?
아몬드가 총 기반 게임을 꺼려하는 게 활이 약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건 또 새로운 관점이다.
‘그냥 안 하는 건데.’
흥미로운 관점이지만 틀렸다.
사실 그냥 안 하는 거다.
지나간 게임은 어지간하면 다시 안 건드리는 성격 때문이다.
어찌 됐든 그는 고개를 끄덕여 준다.
“아, 뭐. 아몬드가 총 게임을 하기엔 조금 껄끄럽긴 하죠.”
저쪽에서 알아서 튕길 이유를 만들어줬으니, 주혁이 그대로 활용하는 거다.
“아하하. 예,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 닌자 모드는 그런 단점이 없을 겁니다. 냉병기 위주 전투에 피지컬 요소가 확 극대화되거든요. 그리고 제안은…… 잠시…… 저쪽 괜찮으실까요? 여기서 얘기하기엔 너무 힘드네요.”
부장은 다시 한번 부탁하는 투로 부스 한구석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킨다.
파티션으로 가려져 있는 것을 보니 저쪽이 마케팅 테이블이다.
주혁은 잠시 시계를 본다.
“흠. 예. 뭐. 잠시는 될 것 같습니다.”
“예! 들어오시죠!”
부장은 신이 나서 휙 돌아 직원들에게 손짓했고.
피식.
주혁은 입꼬리에 힘을 꽉 주며 따라갔다.
* * *
한편, 총 60개의 캡슐이 모여 있는 판타지아의 경연장.
다른 스트리머들이 챌린지 내용을 보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스트리머들 챌린지 하나 본데요?”
“1등 치킨 100명? 와.”
“치킨…… 챌린지? 배틀라지 닌자 모드. 오…… 이거 괜찮네요.”
아몬드야 가장 먼저 챌린지 제의를 받아서 도착해, 이미 캡슐에 들어가 있었으나.
다른 이들은 이제야 알기 시작한 것이다.
[캡슐에 들어가 대기하세요.]그렇게 스트리머들이 하나둘 캡슐로 들어갔고. 그들은 모두 치킨 100마리를 시청자들에게 안겨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1번 캡슐에 누가 들어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채.
“아. 제가 치킨 한번 거하게 쏩니다. 형님들. 제 피지컬 믿죠? 보이갓 아닙니까?”
“배틀라지는 닌자 모드가 아니라 병자 모드도 내가 이긴다니까? 참내. 딱 기다려.”
“뭐야~ 뭐야~ 우리 구독자님들 치킨 주시려고 이런 걸 다 준비했네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