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화
2. 게임을 해보자(2)
활을 고르자 조롱하는 시청자들.
-1회 차 활 챌린지 ㅋㅋㅋㅋ
-이래서 뉴비들이 재밌음
-하악…… 캡사이신 향이 여기까지 나네.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활 써야 하는데, 반응까지 좋네.’
어차피 상현은 곧 죽어도 활만 쓸 건데, 이런 반응이라면 더더욱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활을 선택하셨습니다.]메시지가 떠오르고, 다시 게임이 재개됐다.
‘근데 활이 저기 달려 있어서 어쩌지?’
문제는 활이 달린 위치였다. 고참 용병의 등에 매달린 걸 잡으라는데, 저 사람의 소유물 아닌가?
그런 상현의 의문은 금세 해결됐다.
“……른 집어!”
게임 진행상, 멈췄던 고참 용병의 고함이 내질러지는 순간……!
푸욱!
고참 용병의 머리통이 창에 꿰뚫렸다.
“으억……!”
푸슛!
시뻘건 피가 정면으로 분사되며 상현의 시야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워…….’
상현은 순간 벙해서 움직이질 못했다.
-ㅋㅋㅋㅋㅋ 뉴비 님 커여워.
-갑자기 죽을 줄 몰랐나 봐.
-너가 죽였어 너가!
-활 고르면 전개가 이럼.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마구 놀려댔다. 겨우 다섯 명인데 화력은 거의 50명 수준의 채팅이다.
‘활을 고르면 이렇게 진행이 되는 모양이네.’
상현이 상황을 파악하는 중에, 고참을 죽였던 산적이 쓰러진다.
촤악!
“신참! 정신 차려!”
[용병대 중대장 로만]그는 로만이라 불리는 이 용병 중대의 중대장이었다.
목소리엔 날이 단단히 서 있으며, 눈매는 이리와 같았다.
-로만…….
-아, PTSD 오네.
-저 막말러 쉑…… ㅋㅋㅋㅋ
-뉴비 건드리지 마라!
채팅 반응을 보니 로만은 그리 좋은 선임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살고 봐야지.’
상현은 얼른 죽은 고참 용병의 등에서 활을 꺼내 들었다.
척.
[활 획득]로만은 그를 슬쩍 돌아본다.
“활? 믿음직스럽진 못하지만…… 일단 맞혀 와라.”
그렇게 툭 내뱉고는 앞으로 검을 들고 나아가는 로만.
그중 산적들이 상현과 로만을 발견한다.
“뭐야. 한 놈 더 있는데?”
상현은 그사이에 이미 화살의 노킹(Knocking)을 끝낸 상태였다.
피융!
고민의 시간도 없이 날아가 버린 화살이 그의 몸통에 꽂혀 버렸다.
촤악!
그 후엔 로만이 검으로 마저 베어 넘겼다.
-오. 맞혔네 ㅋㅋㅋ
-초심자의 행운.
사람들은 그가 화살을 맞혔다는 것만으로 꽤나 높이 평가했다.
와중에 상현은 활의 감각을 이전에 했던 게임이나 양궁과 비교하며 대충 감을 터득 중이었다.
‘올림픽이랑 느낌은 비슷하네. 양궁하고는 많이 다르고.’
단 한 발의 슈팅이었으나, 그에겐 충분했다. 대충 이 활이 현대적 양궁과 국궁 사이 어느 지점이라는 걸 알아챈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올림픽 게임보다야 활 쏘는 게 훨씬 쉬웠다.
“대충 감이 잡히네요.”
상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제 주변을 살폈다.
‘몇 놈이나 있지?’
바로 앞에 산적이 있지만, 상현은 주변부터 살폈다.
산적은 한 스무 명. 용병대 쪽 인원은 셋 정도.
‘3 대 20?’
아군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활약해야 하는 전개인 모양이다.
‘화살은…….’
상현은 화살 개수도 체크했다.
단 20발이다.
‘한 번의 기회뿐인가?’
다른 곳에서 화살을 추가로 얻지 않으면 한 발당 한 놈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발당 하나씩 죽여야 하는군요.”
피융!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화살이 쏘아졌다. 마치 실수로 쏜 것처럼 자연스럽게 거의 보지도 않고 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명중.
“컥!”
푹!
이마의 정중앙에 화살이 꽂히며 산적이 쓰러진다.
그 후엔 미동도 없었다. 죽은 것이다.
-오. 헤드샷!
-뭐야 방금. 그냥 안 보고 쏘지 않음? ㅋㅋㅋㅋ
-운빨 좃망겜. 킹덤 에이지.
시청자들은 그가 노리고 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헤드샷에 순수하게 신기해하며 즐거워할 뿐.
“화살 원래 한 방이에요?”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상현도 알고 있었다.
-이거 게임이 좀 현실적이라 급소 맞으면 누구든 한 방.
-실제 장기 위치도 다 구현됨.
-헤드샷 판정이 있긴 해서 머리 맞추면 그래도 걍 한 방 처리해 줌.
단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저런 질문을 한 것이다.
헤드샷 판정이 있는지, 혹은 어떤 다른 급소도 있는지.
“아. 설명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헤드샷 판정 있군요. 다른 급소도 구현되어 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도 진행됐다. 꽤 방송 수완이 있는 셈이다.
“그럼 다시 쏩니다. 한 발에 하나씩.”
그는 덤덤하게 멘트를 친 후,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예?!
-뉴비의 자신감이란…… 귀엽다니까!
-두둥…….
조롱 섞인 글이 올라왔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로 보여준다. 그게 스포츠맨의 정신이다.
피융!
다시 시작된 슈팅.
푸욱!
산적 하나의 머리가 꼬챙이가 되어버렸다.
-워?!
-헤드샷!? 또?
-??
아까보다 훨씬 더 파워풀하고 완벽한 슈팅이었다.
이제 이 게임의 감각이 파악되고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이 게임 어렵다더니, 초반부라 그런가 생각보다 더 쉽네.’
처음엔 걱정도 했다.
양궁의 과녁은 멈춰 있고, 이곳은 마구 뛰어다니니까.
하나 그런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상현은 움직이는 과녁을 어떻게 쏴야 하는지 순식간에 체득해 버렸다.
“두 발 더 갑니다.”
피융! 피융!
그 이후로 거침없이 화살을 추가 슈팅했다.
-???
-쒯!
-또 헤드샷?
-무야 대체.
-핵이냐?
털썩.
거대한 덩치의 산적들이, 상현이 쏘는 작은 화살 하나에 픽픽 쓰러져 나간다.
“제기랄!”
“커헉!”
“으윽!”
나머지 동료들이 분노에 차서 상현을 찾았으나.
상현은 어그로가 끌릴 때쯤이면 다시 마차 뒤로 숨고, 자리를 옮겼다.
“어, 어디야!”
“제길! 형님!”
“이럴 수가!”
산적들은 당황했다.
한 방 만에 쓰러져 버리니, 위치를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피융!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면, 한 놈씩 쓰러져 나간다.
“커헉!”
“또……!?”
이건 흡사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다. 산적들의 입장에선 갑자기 사냥을 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본래는 본인들이 침략자인데도.
“찾아! 우측에 있다!”
누군가가 화살이 꽂힌 방향을 확인하고 외쳤다. 방패를 들고 있는 산적이었다.
‘방패……. 막힐 것 같은데.’
상현 입장에서 저 산적이 가장 곤란했다. 방패로 꽤 적절하게 머리를 가리고 있어서, 틈을 포착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용병 동료들이 힘을 내주었다.
“흐아아아!”
쾅!
죽은 척 하고 있던 용병 하나가 일어나며 산적에게 도끼를 내다 꽂았다. 일격은 방패에 막혔지만. 상현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멘트도 한번 쳐줄 여유까지 있었다.
“측면 비었네요.”
피융!
날아간 화살은 이제 당연하다는 듯 머리통을 꿰뚫으며 힘을 과시했다.
“억!”
털썩.
두목처럼 보이던 산적이 쓰러지자, 다른 산적들은 패닉에 빠졌다.
“두, 두목!”
“이런!”
“제기랄!”
“씨벌, 어디냐!”
그런데 당황한 건 산적들만이 아니었다.
-아니, X발?!
-뭐야?
-두목을 죽여 버렸어???
-엥?
뭐야. 두목은 죽이면 안 되는 거였나.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했다.
“두목 죽이면 안 돼요?”
그의 질문엔 말 많은 루비소드가 대답해 주었다.
-그게 아니라 원랜 두목 안 죽는데, 저렇게 쉽게…….
“헤드샷이면 무조건 다 한 방이라면서요.”
-그러니까 헤드샷을 잘 안 맞거든요?!
“맞았는데?”
-아니…… 원래는 아니라니까!?
상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산적과 두목의 차이점이라고는 방패뿐이었으니까.
-걔는 방패도 있고 일단 반속도 빨라서 화살 최대출력이 아니면 다 피한다구요. 그래서 다음 스토리에도 나와야 하는데.
-미친 ㅋㅋㅋㅋ 컷신 하나 없어짐ㅋㅋㅋ 뭐야?
-버근가 ㄹㅇ
다른 시청자들도 그 말을 거들었다.
“최대출력이요? 풀 드로…… 아니, 끝까지 당겨서 쏘는 거 말하시는 거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그러면 활이 에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
상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거였어?’
그는 계속 죽어라 최대 드로우 즉, 풀 드로우(Full Draw)로 당겨서 쐈던 것이다.
-표정 보아하니 계속 최대출력으로 쏘신 거임?
-그게 가능한가. 전부 헤드샷이던데.
상현은 더 질문할 게 많았지만, 질문만 하다가 게임 진행을 안 할 순 없었다. 이 사람들은 놀러 온 거지, 가르쳐 주러 온 게 아니다.
“일단 진행 더 할게요.”
상현은 다시 게임을 재개했다.
기리릭…….
피융!
또다시 시작된 무자비한 슈팅.
푹!
그가 공표했던 대로 한 발에 하나씩 쓰러져 나가고 있었다.
‘머리만 맞히면 한 방이야? 튜토라 그런가 너무 쉽네.’
피융! 피융!
그는 이후로 총 다섯 발의 화살을 전부 이마 정중앙에 박아 넣었다.
마지막 화살은 로만이 혈투를 벌이던 산적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로만이 놀란 눈으로 돌아본다.
“……자네가 쏜 건가?”
게임은 다음 컷신으로 넘어갔다.
* * *
“흐아아아! 죽어라! 산적 놈들!’
상현의 활약 덕에 살아남은 용병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산적들을 휩쓸었다.
아무래도 용병 쪽이 산적보다야 장비도 좋고 실력도 우위였다.
“개자식들! 죽어!”
“크아아!”
촤악!
날 선 도끼와 기다란 창이 산적들을 헤집었고, 결국 용병단의 승리로 끝났다.
“하아…… 하아…… 신참.”
그리고 고참 용병 중 하나가 다가왔다. 피범벅이 되어 있지만 눈빛만큼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로만이다.
중대장 로만.
본래 그는 많은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짓밟는 역할이었다.
동시에 이 게임이 절대 게이머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걸 미리 공표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신참 죽이지 마라! 간만에 뉴비다!
-로만 쉑 뭐라고 말할까 ㅋㅋㅋ
턱.
로만이 상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너…… 정체가 뭐냐. 너처럼 활을 쏘는 놈은 처음이다.”
상현은 양궁 선수 시절 늘 듣던 말이라, 별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채팅창이 감흥을 내비쳤다.
-???
-저 대사는 또 뭐야?
-와우ㅋㅋㅋㅋㅋ
-나한텐 그런 실력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여기서 미리 죽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는데ㅋㅋㅋㅋ 깔끔하게 죽여준다고
-로만좌의 칭찬 ㅅㅂ ㅋㅋㅋ 버그 아님?
-로만 쉑……. 저렇게 말할 줄 아는 거였누?
본래 악명이 높은 독설가인 로만. 그러나 상현에게만큼은 로만은 10년 전 은사나 다름없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이름이 뭔가. 꼭 알고 싶군. 용병대장님에게 보고드리겠다.”
띠링.
[이름을 정하세요.]상현은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스트리머 이름도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음…….’
그는 별생각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정했다.
[아몬드]로만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오. 아몬드. 기억하고 있겠네.”
아몬드라는 이름을 기억한 건 로만뿐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한 커뮤니티 사이트엔 아몬드에 대한 언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나 이상한 방송 봄. 아몬드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