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0화
17. 하꼬 탈출(3)
상현이 국가 대표로 길러지던 시절.
사고 때문에 그리 길게 있진 못했지만, 선수촌에서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당시에 최연소로 국내 대회 신기록을 세운 촉망받는 신예였다.
심지어 출중한 용모 덕에 스타성까지 보장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앞으로 전 국민이 주목하는 올림픽에서만 잘한다면, 단박에 스타로 도약할 것은 누가 보더라도 뻔했다.
그 덕분일까?
아니면 당시 상현의 성격이 꽤나 서글서글했기 때문일까?
늘 그를 불러주는 선배들이 많았다.
“어이, 쌍현. 오늘도 점심에 축구 한 판 할까?”
선후배 간에 군기 같은 것은 10년 전의 협회 대란으로 많이 사라졌다지만, 여전히 선배들은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상현은 선배들이 꽤나 귀여워해 주었다.
물론, 체육계답게 그 ‘귀여워해 주는’ 방식이란 게 꽤 과격했다.
‘축구 국대가 나한테 점심에 축구를 하자고 하다니……. 광기다, 광기.’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점심시간에 축구 하자고 부른다거나, 농구 선수가 농구를 하자고 부른다.
“상현 씨. 오늘 점심에 농구 어때? 저번에 보니까 슈팅 가드에 재능이 굉장하던데? 양궁 선수라 그런가.”
상현은 ‘그야 님들이 봐주면서 하니까요.’라는 말이 곧바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어딨겠냐 싶어서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좋죠.”
그 선배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늘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다 탈탈 털리고는 했었다.
“어이, 쌍현! 이거 하고 지치나? 아까 슈팅 졸라 아까웠다 아이가? 수비 가야 되니 퍼뜩 인나라!”
“이야. 3점 슛 또 들어갔네? 스크린이 없을 때 넣는 걸 좀 해봐.”
상현은 땀에 푹 절은 채로 고개를 저었으나.
“허억…… 허억……. 이, 이게 되는 겁니까?”
선배들은 그의 성장이 재밌는 건지, 고통이 재밌는 건지 계속 그를 부추겼다.
“아, 해보라니까?”
“인나라!!!”
이런 구기 종목 선배들과 놀다 보면 늘 녹초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코치가 점심에 운동하지 말라고까지 했었을까.
그러나 그들의 가혹한 ‘귀여워해 주는’ 행동이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타다다닥.
‘허억허억…… 수비가 넷……?’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드리블을 하던 상현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을 때였다.
그야 앞에 수비가 넷이나 떡 버티고 있으니, 뚫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심지어 저 네 명이 전부 국대 수비수다.
“야! 쌍현! 패쓰할 곳 없다!! 그냥 제끼라!”
“예!? 대, 대체 어떻게요!?”
“걍 상체만 틀어서 인마! 적을 속이라고! 훼이크 모르나? 훼이크!”
‘……는 훼이크였다. 할 때 그 훼이크?’
양궁만 해댄 상현에겐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야 심판 말고는 속일 대상이 없는 스포츠니까.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선배들에게 숱하게 당했던 그 동작이 다름 아닌 훼이크들의 일환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시도도 안 해보고 패스로 튈 생각이가!? 일단 제끼고 때려 넣뿌리라!”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상현을 향해 다시 한번 뒤에서 외치는 선배.
상현은 그간 당했던 동작을 떠올렸다.
선배들뿐만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 라 리가 등의 최전방 공격수들이 보여주던 그 페인트 동작.
“!”
휘익──
그의 상체가 교묘한 각도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공을 차는 하체는 그대로였지만.
“?!”
수비 두 명이 알아서 발을 헛디뎌 버린다.
상현이 생전 보여주지 않던 플레이를 선보였기 때문도 컸지만…….
‘오메, 씨벌……?’
그 동작을 지시했던 선배조차 놀랄 정도로 상현은 그 잠깐의 5초간은 마치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빙의한 듯이 완벽하게 페인트를 구사했다.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었다만.
“씹……!”
“뭐여?”
남은 둘도 같은 방식으로 틈을 내주고 말았다.
우연은 아닌 듯했다.
상대 팀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다.
상현의 입가엔 환희의 미소가 번졌다.
“됐……?”
드디어 슈팅 기회가 와서 발을 들어 올린 순간.
골키퍼가 온몸을 날리며 수비수 뒤에서 등장했다. 미처 예상 못한 골키퍼의 난입에 상현은 허무하게 공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아…….”
허무해하는 그에게 선배는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얌마. 니 거의 다 했다. 해보니까 되제?”
“아깝네요.”
“이 정도면 진짜 미친놈이다, 이 새끼야. 우리가 국대 아이가?”
“하하…….”
아. 맞다 그랬지.
상현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농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 방금 아군이 스크린해 줄 기회가 없었지? 그 땐 네가 직접 제쳐야 한다.”
“전 드리블은 잘…….”
“당연히 우리보다 드리블이 불안정하지. 하지만 잠깐은 누구나 가능해. 한번 봐봐.”
농구 국대 선배가 3점 라인에서 슈팅 자세를 잡았다. 당장에라도 공은 공중을 날아가 바스켓에 촥 소리를 내며 들어가 버릴 듯했다.
그만큼 날카로운 슈팅 자세였다.
그러나.
퉁……!
이내 땅을 치고 튀어 오르는 볼.
“?”
당장에라도 쏘아질 것 같던 슈팅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드리블로 전환해 옆쪽으로 이동해 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페인트 동작으로 속이면, 블로킹을 하려다가도 틈을 내주거든.”
선배는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가리켰다.
“진짜로 네가 드리블로 제칠 필요는 없어. 걔네 머릿속에서만 제치는 거야.”
“와…….”
“근데 상대도 프로잖아. 속이려면 진짜 진심으로 연기를 해야 해. 젖히는 허리의 각도, 시선 처리 등등. 다 속이는 거야.”
‘와…… 근데 나한테 이걸 왜 알려주는 건데요.’
농구 유망주였다면 정말 유용한 강의가 아닐 수 없지만.
양궁 선수에겐 하등 쓸모도 없는 조언이었다.
나중에 박 부장에게 재떨이를 던져줄 기회가 있다면 써먹을 생각이었다.
* * *
‘그런데 이런 데서 써먹게 될 줄이야.’
상현, 아니, 아몬드는 그때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4명의 플레이어. 4개의 총구.
아몬드가 가진 것이라고는 화살과 활뿐이다.
게다가 여긴 블루존 바깥이다. 시간이 끌리면 다 죽는 상황이다.
이 네 명의 수비수를 돌파하고, 다 처치하기까지 해야 했다.
-쒯! 이걸 어케 나가냐
-와, 저 트롤 새끼들ㅋㅋㅋ
-다 뒤지자는 건가?!
-에바다, 이건.
기리릭.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기며 적을 조준했다.
날이 선 눈빛과 곧게 세운 허리, 힘 있게 당겨지는 풀 드로우는 당장에라도 적을 향해 화살을 릴리즈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 날 쏜다!’
‘얼른 처리해야 해!’
‘지금……!’
딸깍─
아몬드를 겨루고 있던 총구들의 방아쇠가 움직였다.
그 순간, 이미 아몬드는 활을 내리고 몸을 넙죽 엎드리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둥!!!
동시에 불을 내뿜는 4개의 총구.
그러나 아몬드는 이미 모래 바닥에 납작 엎드린 뒤였고, 그들의 총알은 허공을 날았다.
단순히 허공을 난 것은 아니다.
푸부북!
“컥!”
“미친!”
엇나간 탄알들이 서로를 난도질했다.
넷이서 둘러싸고 한 사람을 향해 사격한 업보였다.
-ㅋㅋㅋㅋㅋ미친 얘네 뭐 하냐!?
-엌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웃다가 침대에서 떨어짐ㅋㅋㅋ
시청자들의 눈엔 그게 어지간히 바보처럼 보였다.
확실히 스톤즈 레이팅은 바보들이다. 그러나 그 바보 짓거리를 아몬드가 아주 간단한 페인트 동작으로 유도해 낸 탓도 컸다.
-와. 훼이크 지렸다, 이건.
-알못들아. 이건 아몬드가 다 만든 거다.
-대체 이런 센스는 어디서 나오는 거임? 겨우 두 번째 판인데.
이런 센스 플레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선수들이 주로 갖고 있는 재능이었다.
전설적인 한 축구 선수는 이런 플레이에 너무 통달해서 관중들의 눈에는 그냥 슥 지나가는데 수비수가 다 넘어지곤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몇몇 시청자의 눈엔 방금 그 선수의 드리블이 겹쳐 보였다.
-재능??
-장난 없네 ㄹㅇ
-거의 메시급 훼이크였다.
-무쳤다.
특정 구기 종목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몬드가 선수촌 생활할 시절에 배웠던 플레이니까.
‘이게 먹히네. 역시.’
그에게 이런 플레이를 알려줬던 선배들은 이미 국가 대표 혹은 유럽 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즉, 의도치 않게 최고에게 배운 셈이다.
그러니 이런 스톤즈 유저들은 귀신에 홀린 듯 속을 수밖에.
그들은 귀신을 탓하는 대신 서로를 욕했다.
어차피 그들은 팀이 아니다.
“씨, 씨발 우리끼리 쏘면 어떡해!”
“닥쳐, 인마!”
적들 중 둘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 둘은 억울한 듯 고함을 질렀으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너 이 트롤 새…….”
푸욱!
자세를 확보한 아몬드가 이미 화살을 미간에 꽂아 넣었으니까.
털썩.
몸을 부르르 떨면서 쓰러지는 한 명.
‘다음…….’
아몬드가 입에 물고 있던 화살을 노킹하고, 곧바로 쏘아버렸다.
휘이익──
눈 깜짝할 새에 날아간 화살이 다른 하나의 인중을 꿰뚫어버렸다.
“컥!!”
적은 마치 거대한 쇠공에 맞은 듯 벌러덩 누우며 쓰러졌다.
[아몬드 → 후치후치] [처치하였습니다!] [아몬드 → akd01] [더블 킬!] [74/100]탁, 탁.
몸에 묻은 모래 먼지를 가볍게 털어낸 아몬드.
“후우. 트롤 놈들…….”
그는 이렇게 한번 중얼거린 후, 곧바로 블루존 안쪽으로 뛰어갔다.
-ㄷㄷㄷ
-개간지다……. 거의 서부 영화인줄.
-뭔 놈의 화살 쏘는 게 총알 장전보다 빠르누!ㅋㅋㅋㅋ
-하아. 입에 화살 무는 거 개발린다 ㅠㅠ
-아, 아. 여기는 심층부. 아몬드 덕질에 출구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다 망했어요!
파지지직…….
자기장이 보호하는 공간 안으로 다시 들어간 아몬드.
그는 헐떡이며 자신의 체력을 확인했다.
아무리 침착한 아몬드라지만,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하아. 결국 구급상자 먹어야 되는데……. 이러면 파밍하고 온 의미가 없지 않나요?”
-ㅋㅋㅋㅋㅋ아 트롤들이 넷이나 있을 줄 알았냐고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똑같네 ㅋㅋㅋ
-ㄹㅇㅋㅋ
-이게 스톤즈다
블루존 밖에서 입은 대미지가 이미 구급상자로도 다 치료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블루존의 대미지를 무릅쓰고 파밍을 한 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는 소리다.
구급상자를 사용한 아몬드는 컴파운드 보우를 메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쉽지 않네요. 이번 게임…….”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다르게 그 뒤로 게임은 무척이나 쉬웠다.
* * *
“……와.”
어두컴컴해진 방에서, 불을 키는 것도 잊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김주혁.
멍하니 벌린 입에선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을 정도로 넋이 나간 모습이다.
시퍼런 모니터 빛까지 안면을 밝혀주니 멍청한 귀신의 모습이 따로 없다.
‘…….’
주혁이 그런 꼴사나운 얼굴이 된 것은 놀랐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가 놀란 이유는 아몬드의 플레이 때문은 아니었다.
아몬드는 아직 단순히 이동 중일 뿐 이렇다 할 적을 마주치진 않고 있었다.
김주혁의 눈은 애초에 아몬드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화면 속 채팅창, 그 우측 하단을 뚫어져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현재 시청자 : 5,205]전업 스트리머의 벽 중 하나인 5천 선을 돌파한 모습.
이때부턴 오로지 방송 수입만으로 전업 스트리머와 편집자 등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꽤 풍족하게.
‘야…… 이제 우리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주혁은 눈시울을 훔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머릿속엔 아버지의 그림자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