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0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0화
76. 1 vs 42(3)
갑자기 시야로 튀어 오른 시뻘건 핏물.
“뭐, 뭐야!?”
42번 플레이어, 감튀는 까무러치듯이 놀라 뒷걸음쳤다.
처음엔 자신이 당한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는 체력바를 보고야 상황을 파악한다.
무언가가 날 베었다.
‘제길.’
[챠크라 방출]쾅!
그는 챠크라를 최대로 운용해서 뒤로 튕겨 나가듯 날아갔다.
“하아…….”
순식간에 ‘무언가’로부터 거리가 20미터 이상 벌어졌는데.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른다.
‘대체 뭐야.’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이 도망쳐온 자리를 한참 응시하고서야, 그 자리에 서 있던 게 사람임을 알게 된다.
“오.”
후두둑.
그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여유롭게 걸어온다.
“반으로 가를 줄 알았는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감튀는 열이 오른다.
아몬드야 정말로 반으로 가를 줄 알았기에 한 말이지만. 그 모습이 감튀에겐 도발로 비친 것이다.
‘저 자식이…….’
그러나 그는 굳이 도발-이 아니지만-에 말려들진 않았다.
“그거…… 인술이냐? 어떻게 익혔지?”
그는 말을 걸며 수리검을 꺼낸다.
주의를 분산시켜서 순식간에 끝장낼 계획이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지.”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인술서만 있으면 쓸 수 있는 거니까.
-ㅋㅋㅋㅋㅋㅋ
-교과서 ㅋㅋㅋㅋ
-엌ㅋㅋㅋ
-나뭇잎마을의 수재 견카게다운 대답이네요!
‘지금은 건방 떨어라. 곧 죽을 테니.’
감튀는 평정을 유지하며, 곁눈질로 주변을 관찰했다.
닌자 간의 속도전에선 주변 장애물에 대한 파악이 먼저였다.
‘없다. 평야 전투군.’
NPC도 다 달아나서 없고. 적과 자신 사이엔 장애물이 없다. 평야 전투다.
거리도 재어본다.
약 20미터 정도. 그리 멀지 않다.
‘거리를 좁힐 챠크라는 있다.’
다시 좁힐 만큼의 챠크라는 존재한다.
‘체력 확인.’
[체력 62%]체력은 상당히 날아갔다.
‘괜찮아.’
그러나, 이도 별로 불리한 점은 아니다.
아까 보지 않았던가? 즉사 판정만 받아내면 이 게임에 체력은 큰 의미가 없었다.
‘받아내야지.’
이제 그의 눈은 완전하게 아몬드에게 고정된다.
키잉…….
챠크라가 발끝에 모여든다.
아몬드 역시 그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다.
‘어차피 한 합에 끝나겠네.’
‘한 합이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몬드는 한 합 싸움이라면 환도 대신 더 작은 칼을 꺼내고 싶었던 걸까?
뒤쪽으로 손을 보내 꼬물거린다.
‘무기를 바꾸려고?’
감튀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어림도 없지!!!”
콰앙──!
쏜살처럼 날아오는 감튀의 신형. 아직 철철 쏟아지고 있는 피가 뒤쪽으로 횡을 그리며 그어진다.
‘?!’
쾅!
아몬드의 신형은 우측으로 튀어 나가면서, 감튀의 검격은 빗나간다.
“어딜!”
이에 맞춰, 감튀의 신형이 빙글 돌면서, 그의 왼손이 수리검을 내던진다.
원심력을 받은 수리검이 아몬드의 경로로 정확히 흩뿌려진다.
아몬드의 눈에 이명이 맺힌다.
후우…….
후우…….
시야의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제대로 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몬드의 검뿐.
그의 검이 느린 잔상을 남기며 세 번 휘저어진다.
‘3개.’
붉은 불꽃이 튀어 오르며, 세 번.
카가강──!
세 번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로를 따라 쏘아진 수리검을 전부 튕겨낸 것이다.
‘내 턴이다.’
휘릭!
그 역시 빙글 돌며 원심력을 실어 감튀에게 수리검을 내던진다.
튕겨내고 다시 던지는 이 모든 동작이, 1~2초 안팎.
휘이이잉──
수리검이 공기를 찢어내며 날아온다.
──카앙!
감튀는 하나는 쳐내고 두 개는 스쳐 지나가듯 흘려보낸다.
아몬드의 공격이 다 빗나간 셈이다.
‘정확도가…… 별로군.’
정확히는 나머지 두 개는 쳐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빗나가 버렸다. 어깨 위로 한참 넘어서.
그런데─
‘어?’
그는 아몬드의 손이 빠르게 교차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저거…….’
닌자가 인을 맺는 동작. 인술이다.
퍼엉──
대체 무슨 인술? 생각과 동시에 놈의 신형은 하얀 연기로 사라졌다.
뎅그랑!
놈이 있던 자리엔 웬 수리검 하나가 떨어져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수리검……?’
아까 놈이 날린 수리검이다.
어깨 위로 스쳐 간 그 수리검이다.
“바…… 바꿔치기!?”
뒤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깨 위로 스쳐 간 수리검과 아몬드의 자리가 바뀐 것이다.
바꿔치기술을 이렇게 활용할 줄이야.
“또 속냐?”
촤아아악──!
감튀의 목 뒤로 빨간 줄이 그어지고. 감튀의 시야가 빙글빙글 아래위로 뒤집어지더니.
쿵.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보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여기 케첩 두 개 주셨는데요!?
-감튀야~ 또 속냐!?ㅋㅋㅋㅋㅋ
-와 이걸 지네
-???: 치케챱!
-또 속냐 ㅋㅋㅋㅋㅋ
[1 → 42] [즉사] [48/60]* * *
“이럴수가! 감튀님! 한 번 살아나나 싶었는데! 결국 케첩 범벅이 되어버렸네요!”
-케첩엔딩ㅋㅋㅋ
-처음 반갈죽 당했음 마요네즈 엔딩인데 ㄲㅂ
-단칼에 ㄷㄷ
“그래도 케첩에 파묻혀 죽었으니까. 감튀로선 명예로운 죽음이죠?”
“예. 감할라로 갔기를 빕니다.”
-ㅁㅊㅋㅋㅋㅋ
-감할라 ㅋㅋㅋㅋㅋ
-감할라는 어느 회사 튀김기여? ㅋㅋㅋㅋ
-ㅅㅂㅋㅋㅋ감할라 ㅇㅈㄹㅋㅋ
“방금 전투에서 인상적인 게 역시 저희가 강조했던 인술입니다. 그렇죠?”
“예. 감튀는 본인이 처음에 바꿔치기술로 당했다는 걸 인지 못 한 것 같아요. 그게 패배 요인 같습니다.”
“아…… 그랬군요.”
“예, 또…… 감튀가 괜히 주의를 흐리겠다고 말을 건 게 오히려 바꿔치기술 시전할 시간만 준 셈이 됐습니다.”
“시간이요?”
“예. 바꿔치기술은 물건에 시전하는 시간이 꽤 필요한데. 1번은 대화하는 사이 이미 그걸 하고 있었거든요!”
-아 이미 하고 있었구나
-캬
-와 난 몰랐네ㄷㄷ
-역시 즉시 시전은 아닌갑네
“근데…… 바꿔치기술 활용이 엄청 특이하지 않습니까? 원래 바꿔치기술은 방어적인 기술인데.”
바꿔치기술.
아마 가장 유명한 인술 중 하나이다.
전투하던 중 갑자기 통나무 따위와 자신을 바꿔 버리면서 적의 공격을 흘리는 것이다.
자칫하다간 검격이 통나무에 박혀서 검을 못 쓰게 만들 수도 있는 유용한 인술이다.
“예. 맞네요! 보통 공격을 피하는 용으로 쓰는 건데요.”
“이걸 이렇게 공격적으로 활용해 버리니까 닌자 게임에 익숙했던 감튀에겐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습니다.”
“1번…… 대체 누굴까요? 상당한 지능형 플레이어인 걸까요?”
1번이 엄청난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능형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하는 중계진.
하나 그런 해석과는 다르게…….
“예……?”
아몬드는 어리둥절하다.
“아. 이렇게 쓰는 게 아닌가요?”
그는 현재 42번의 시체를 뒤적거리며 시청자들과 대화 중인데.
시청자들이 바꿔치기술의 본래 용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ㅇㅇ 회피용
-ㅔ
-공격 피하는 용이지 원래
-아니긴함ㅋ
“전 설명 읽고 당연히 점멸검처럼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까 회피용으로 미리 써두는 게 좋긴 하겠네요. 시전 시간이 길어서.”
아몬드는 점멸검 플레이에 익숙하니, 그런 쪽으로 인술을 해석한 셈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사실 상관없다.
어차피 놈을 죽였으니 목표는 이룬 셈이니까.
“근데…….”
그러던 중 아몬드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정이나 전략에 대해 훈수 받는 게 하도 익숙해져서 미쳐 생각을 못 했는데.
“여러분이 이런 걸 어떻게 아시죠? 이거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게임인데.”
시청자들은 대체 뭘 안다고 훈수하는 걸까? 이거 오늘 처음 나온 게임인데 말이다.
-앗……
-엌ㅋㅋㅋㅋ
-그, 그러게 ㅎㅎ
-그…… 그 인싸들은 모르는 그런게 있어 임마!
-어허! 굳이 묻진 마시게……
-여기 나뭇잎 마을 출신이 몇 명 있음
-ㅋㅋㅋㅋ폰닌자
크흠.
수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변명이 채팅창을 채우는 것을 본 아몬드.
“챙길 건 다 챙겼습니다.”
척.
그는 이만 시체 파밍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누가 절 노릴 수도 있으니까. 이만 가 보죠.”
이제 이 저잣거리를 떠나야 했다.
[포위망이 좁혀집니다.]이곳도 결국 포위망 안으로 적용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척.
닌자 달리기를 위해 두 팔을 위로 치켜드는 아몬드.
-ㅁㅊㅋㅋㅋㅋ
-이륙자세 뭐임ㅋㅋ
-앜ㅋㅋㅋ
-왜 부끄러움은 내 몫……
그는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으로 비행기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어찌 됐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42번의 탈락. 충격적인데요?”
“예. 그렇습니다. 아마 군중 심리로 42번에 거신 분들도 꽤 많을 텐데요. 실망이 클 것 같습니다. 물론 전 1번에 베팅했지만요.”
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가 들려온다.
“자, 그러고 보니 이쯤 돼서 1번 선수의 정체가 슬슬 밝혀지고 있죠?”
“예. 저희 공식 채널 채팅창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아마 현장에 계신 분들도 몇몇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웅성웅성.
현장에선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서로 쳐다보며 웅성거린다.
“그러고 보니 해설자도 1번 걸었지?”
“아. 이거 사기 베팅이여!”
“대체 누군데??”
중계진이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바로 아몬드! 요즘 핫한 실력파 스트리머죠!”
“그렇습니다. 실력계 중에선 규모가 상당한 편이구요. 다른 실력파들과는 다르게 한 게임을 오래 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 그렇죠. 그래서 들리는 말로는 아몬드인 걸 알던 사람들도 다른 쪽에 베팅했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엄청난 실수죠. 지금 기세를 보면 말이죠.”
우우우우……!
너만 돈 버냐!
이건 주가 사기다!
등등 외침과 함께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아아. 여러분! 진정하시구요! 어차피 이거 진짜 돈도 아니거든요?”
잠시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진 와중.
한 사람의 외침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아몬드 화이팅!”
모두가 야유하는 와중에 외친 목소리가 너무 또렷이 들린 덕에, 카메라가 그쪽으로 돌아갔는데…….
“저분이 외치신 건가요?”
“이야. 대단한 팬이 아몬드를 응원하러 왔네요?”
오…….
중계진뿐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감탄했다.
“아마 아몬드에게 야유하는 건 줄 알고 외쳐주신 모양입니다. 정말 미모처럼 마음씨도 곱네요.”
-오오……
-존예다
-존나 부럽다 하……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아몬드는 당장 스트리머 은퇴할 것! 아몬드는 당장 스트리머 은퇴할 것! 아몬드는 당장 스트리머 은퇴할 것!
-헐…… 개부럽누ㅂㄷㅂㄷ
“저분은 아몬드인 걸 알고 오신 거 갖죠?”
“예. 응원 피켓까지 가져오셨습니다. 아! 카메라를 향해서! 보여주시네요!”
그녀는 카메라가 자신에게 비춰지자 활짝 웃으며 피켓을 흔들어 보였다.
“잘 웃기까지! 이야 감사합니다~ 피켓도 너무 재밌네요.”
“예. 근데 피켓에 써 있는 것 중에 ‘풍스나 나가 죽어’ 이건 뭐죠?”
“그러게요? 미모와 어울리지 않는 문구네요? 풍스나 나가 죽어……?”
그때, 중계진의 인이어로 정보가 들어온다.
“아. 풍스나…… 풍선껌 님만 저격하는 악질 저격러라는데요?”
“배틀라지할 때요?”
“네. 아…… 그리고 아몬드 님도 몇 번이나 저격했답니다. 근데 매번 졌다고…….”
“갑자기 풍스나는 왜 언급하는…… 앗. 혹시 여기에 와 있는 걸까요? 저 팬분이 굳이 그걸 쓰신 거보면?”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카메라에 비친 팬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풍스나가 여기 있단다.
“맞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아셨죠?”
“기획진이 잠시 일반인 시드 확인 한번 해본답니다. 저 팬분이 알 정도면 풍스나 본인이 뭔가 표시를 남겨놓은 거니까요!”
지스타가 스트리머들만을 위한 무대는 아니기 때문에 챌린지 역시 일반인들도 현장 지원으로 참여 가능했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게 일반인 시드를 항상 남겨놓는다.
만약 풍스나가 여기 있다면 일반 시드 지원서 중에 하나에 그의 닉네임이 써 있을 것이다.
“아 있다고 합니다! 역시! 관종!”
“그래요?”
“챌린지 등록할 때 닉네임과 각오 같은 걸 적는데요! 굉장히 충격적인 멘트가 적혀 있습니다!?”
카메라가 비춰준 종이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닉네임: 풍스나] [임하는 각오: 아몬드를 죽인다. 처음부터 그것뿐이었다.]* * *
[현재 남은 인원] [4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