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0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2화
77. 다시 만난 적(2)
중계진은 아직 풍스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아몬드를 죽인다. 처음부터 그것뿐이었다…….”
해설자가 문구가 참 인상적이라는 듯 다시 읽어 내려간다.
“이야. 이거 보통 저격수가 아닌데요?”
“처음부터라면 뭐 대체 언제부터요? 태어나자마자요?”
“부모님의 원수라도 되는 모양이군요.”
“앗…… 그 말은 없다는 건가요?”
“!?”
-아니 ㅋㅋㅋㅋ
-저격충이 있겠냐고~ 그런게~
-캐스터 웃참 중 ㅋㅋㅋㅋ
-풍스나 the Motherless……
-아니 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극딜 ㅋㅋㅋㅋㅋ
잠시의 정적 후.
중계진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자, 부모의 원수든 뭐든 간에! 대체 얼마나 치욕을 당했으면, 이러고 오프라인 챌린지까지 쫓아 나옵니까!?”
“맞습니다~! 이거 사실상 현피 신청이죠? 바로 옆 캡슐에서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요!”
풍스나라는 저격러의 존재가 사실 게임사 입장에선 조금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이 챌린지 중계에는 이보다 흥미로운 소재는 없었다.
원래 이런 매치형 게임에선 서로 갈등이 있어야만 더 재밌는 법이다.
종합 격투기에서도 일부러 상대 선수에게 모욕을 주거나 원한 관계를 그려나가지 않던가?
심지어는 거짓으로 둘의 갈등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풍스나와 아몬드의 관계는 굳이 거짓을 섞을 필요도 없는 진짜 갈등.
중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키야! 현피 신청?!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재밌어지는데요?”
현피란, 현실 PK(Player Kill)의 줄임 말로 게임에서의 갈등이 악화되면 현실에서 찾아가서 싸우는 행위를 말한다.
“아. 현피! 옛날에 온라인 게임이란 게 처음 나왔을 땐 정말 성행했죠?”
-낭만 가득하던 시절……ㅋㅋㅋ
-90년대 ㅋㅋㅋ
-“그 세대”
-강한 사람만 살아남던 시대 ㅋㅋ
“예. 간만에 보니 반갑네요. 물론 현실에서 싸우는 건 아니지만요.”
“아! 그리고! 지금 풍스나! 몇 번 캡슐에 들어갔는지 확인됐답니다! 18번 캡슐입니다!”
“18번 선수가 풍스나군요?”
그 말과 함께 스크린에 풍스나의 화면이 나온다.
“오.”
“어!?”
해설진들의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18번 풍스나가 킬을 냈기 때문이다.
“와! 풍스나! 킬! 깔끔합니다!”
“카메라가 온다는 걸 안 것처럼 죽이네요!?
-캬
-악마의 재능 ㅋㅋ
-역시 암살 수류탄의 남자 ㄷㄷ
-인간 자체가 비겁한 닌자라서 이거 잘할듯
“킬 장면만 봐도 꽤나 실력자라는 게 보여지는데요.”
프로 출신인 해설자가 인정할 정도로, 풍스나는 여전한 배틀라지 실력을 유지 중이었다.
“예. 지금 들어오는 정보에 의하면 애초에 엄청난 실력자라고 합니다?”
“아. 그런가요?”
“예. 그…… 작업을 안 했다면, 본 실력은 랭킹 300위 안에는 들어간다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패작?ㅋㅋㅋㅋ
-300위? ㄷㄷ
-차마 패작 얘기는 못하누 ㅋㅋ
게임사의 공식 석상이라 굳이 아픈 손가락 이야기는 하지 않는 모습이나.
대충 시청자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여튼 이 풍스나도 상당히 잘하니까. 아몬드와 만나기 전에 죽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시죠!?”
“예. 아마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그럴 것입니다.”
“그럼 결국 게임 특성상 둘 다 계속 살아 있다면,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만나겠군요!”
이에 관중들이 꽤 들떴는지.
오오오오…….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42번에 베팅 실패한 일은 잊은 채, 이제 1번과 18번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
18번을 만나기 전, 1번이 난관에 처했다.
“지금 다시 카메라가 1번으로 갑니다. 1번이 조금 특이한 상황에 노출된 모양인데요?”
상황을 본 중계진의 표정은 패작에 대해서 설명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난처해져 버렸다.
“아…….”
패작보다 더 악질적인 배틀로얄 장르의 비매너 행위.
“티밍인가요?”
티밍(Teaming).
팀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팀 만드는 게 뭐가 나쁘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들의 전투와 생존 능력으로 싸워야 하는 배틀로얄에서, 서로 아는 사람끼리 팀을 맺어 정치 싸움으로 변질시키는 행위이므로, 통상적으로 질타받을 만한 행위다.
물론 그럼에도 이 티밍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시스템을 갖춘 배틀로얄 게임은 아직 없었고.
티밍을 적발해 내는 어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고, 이게 왜 잘못된 건지 정확히 명시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지금 게임사가 주최하는 챌린지에서 그 티밍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어도, 무어라 딱히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그리하여 중계진은 땀을 뻘뻘 흘릴 뿐. 상황 설명을 최대한 자제해 버린다.
“아…… 이, 이건 좋지 못한 상황이군요?”
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어쨌든 티밍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없으니까.
-패작러 저격러에 티밍에 ㅋㅋㅋ 종합 선물세트냐?
-판타지아식 개판운영ㅋㅋㅋ
-캬 이게 판타지아지 ㅅㅂㅋㅋㅋ
-이야 이게 판타지아식 깐따삐아 운영?! 가즈아 달나라로!
-진짜 게임은 잘만들고 ㅉㅉ
* * *
[대나무 숲]아몬드와 네 명의 닌자가 대치한 곳.
이곳은 대나무 숲이다.
저잣거리에서 도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넓은 숲인데.
옛적엔 도성 근처엔 늘 넓은 대나무숲이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군이 언제든 무기가 부족하면 대나무를 잘라서 무기로 쓰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넷은 굳이 대나무를 잘라서 무기로 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여어. 장비가 빵빵해 보이네? 대충 절반 두고 가라.”
동 서 남 북.
짠 듯이 각 방향에서 등장한 네 명의 닌자들. 서로 구분도 안 되게 딱 맞춘 복장과 무기 그리고, 완벽히 막힌 퇴로.
이건 분명 포위된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분명 지금 같은 팀이다.
‘어이가 없군.’
티밍이라니.
아몬드는 하필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게 억울할 정도였는데.
일단 벌어진 상황이니 별수 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두고 가라. 우리가 직접 내려가서 싹 다 벗겨 먹기 전에.”
리더로 보이는 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일단 나머지 3명은 경계심을 흩트리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몬드만 열심히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아몬드도 방심을 틈타 빠져나갈 궁리하는 걸 멈춰야 했다.
딱히 손 쓸 도리가 없는 것이다.
“…….”
아몬드는 잠시 침묵했으나.
채팅창에선 이미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니 ㅅㅂ 아무리 치킨이 좋아도 그렇지
-게임사가 주최한 챌린지에서 티밍ㅅㅂㅋㅋㅋ
-장난하나 ㅋㅋㅋㅋㅋ 나가뒤져
티밍은 배틀라지 같은 배틀로얄 장르에서 악질적인 플레이 방식 중 하나였다.
패작이야 혼자 지고 그만이고, 저격당하는 건 스트리머들이나 겪는 일이지만.
티밍은 일반인들도 겪을 수 있으며, 게이머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이를 치킨 가격 탓을 하는 채팅까지 나올 정도다.
-치킨 먹겠다고 저 ㅈㄹ을?
-치킨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치킨 곧 4만원으로 오른다는데. 그땐 살인도 나겠누 ㅉㅉ
-비비쿤 탓임
이들은 정말 이게 치킨 탓이라고 생각한다기보단, 스폰서를 공격해서 게임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황건당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치킨값이 올라 삶이 궁핍하니 농민들이 노란 튀김옷을 두르고 봉기하였는데. 이를 황건 올리브라 하였다.]-엌ㅋㅋㅋㅋㅋㅋㅋ
-황건ㅋㅋ올리븤ㅋㅋㅋㅋ
-황건 올리브 치킨ㅁㅊㅋㅋㅋㅋㅋㅋ
스폰서를 공격할 정도로 잔뜩 뿔이 난 시청자들이다.
여기서 아몬드는 조금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뭔가 이상한데.’
티밍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뻔히 알 텐데. 자기가 먹을 치킨도 아닌 100마리 받자고 굳이 이렇게까지 할까?
심지어 저 중 셋은 그걸 받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몬드는 자신을 협박한 닌자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이렇게 나오면 결국 1등 해도 인정 못 받을 텐데.”
닌자는 -복면 때문에 보이진 않지만 높은 확률로- 조소를 띠며 되려 이렇게 말한다.
“티밍하지 마세요……라는 규정이라도 있나? 원래 배틀로얄에선 이게 자연스러운 거야. 영화 안 봤어?”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이 없다.
-자연으로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미친넘
-영화에선 다 이러긴 하짘ㅋㅋㅋ
-아몬드님 4 대 1 못이김? 쫄?
-수포좌 함박웃음중ㅋㅋ
티밍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다.
영화에선 몰라도, 지금 이 챌린지에선 그 어떤 야비한 전략보다도 부자연스럽다.
티밍은 보통 아는 놈들끼리 동시에 큐를 돌려 계획하에 이뤄지는데. 여기 모인 이들 전부 다 현장 지원이었고. 챌린지 내용도 오늘 막 공개된 거다.
계획이 불가하다.
계획도 못 한 와중에, 둘도 아닌 넷이 티밍을 한다?
너무 이상하다.
아몬드는 떠보듯이 묻는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나랑 같은 편 하지? 지금 두 명 썰고 오는 길인데.”
[넛츠펑크주민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님. 새로 들어오는 놈 호칭은 ‘잣’으로 하죠? 잣같으니까요.]-엌ㅋㅋ
-프로 맞말러
-팀 넛츠ㄷㄷ
-믹스넛츠 새로운 팀원 “the jot” 소개합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나무 위의 닌자는 외쳤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장비나 내놓고 꺼져!”
아까부터 리더처럼 말하고 있는 닌자만 성을 낸다.
그래서 아몬드는 나머지 셋을 가리키며 말한다.
“다른 애들은 말이 없는 걸 보니 너보단 나한테 합류하고 싶은 거 아냐?”
그는 순간 벙찐 표정이 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까부터 왜 쟤만 말함?ㄹㅇㅋㅋ
-설마 ㅋㅋ
-ㄹㅇ?ㅋㅋㅋ
리더는 잠시 고민하더니, 팀원들에게 삐진 듯이 말한다.
“너, 너희들…… 그래. 어디 합류해 봐라.”
잠시 후.
팀원 셋이 엉기적엉기적 내려와 아몬드에게 다가간다.
-???
-이게 진짜 된다구요?
-ㅁㅊㅋㅋㅋ
-의리없는새키들ㅋㅋㅋ
좌, 우, 후방을 담당하던 녀석들이다.
피식.
아몬드는 그들을 흘겨보더니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전히 전방을 막고 있던 리더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지, 진짜 간다고!?”
처절한 듯 소리치긴 했으나.
“이런 의리도 없는 새끼들아! 너희가 그러고 1등 할 것 같냐!?”
고래고래 억지로 쥐어짜 내 소리치는 목소리였다.
‘역시.’
아몬드는 감각을 끌어올리며 집중한다.
스릉!
아몬드에게 투항한다며 다가온 셋이 조용히 칼날을 꺼내 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초에 배신한 게 아닌 거다.
‘전부 똑같이 움직일 테니…….’
스릉!
아몬드 역시 순식간에 발도하였다.
오른발을 축으로 반 바퀴 회전.
그의 시선이 스치는 곳 세 곳에 검의 궤적이 정확히 그어졌다.
──카가강!!!
세 개의 칼이 불꽃을 튀어내며 튕겨 나갔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세 방향의 칼을 다 막은 것이다.
-ㄷㄷㄷ
-미친
-허
-?? 뭐야 배신한거 아니었어?!
기습이 허무하게 막힌다.
“!?”
나무 위에서 사태를 관전하던 리더는 입을 떡 벌렸다.
“어…… 어떻게…… 막은…….”
“어떻게 막긴. 어차피 다 네가 조종하는 거니까. 똑같이 움직이겠지.”
촤라락!
아몬드의 신형이 휘릭 돌자, 동시에 세 방향으로 수리검이 날아간다.
퍼버벅!
정확하게 세 닌자에게 박히는 수리검.
그 세 닌자는 마치 렉 걸린 듯 버벅이더니…….
퍼버벙!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
-헐?
-……?
채팅창에서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분신술이었던 거다.
-와 미쳤다 분신술이었구나ㄷㄷ
-캬
-호두 머선129!!!
-아니 견과류 어케 알았누 ㅅ바??
허연 연기가 풀풀 날리는 틈에서, 아몬드의 안광이 악귀마냥 뻘겋게 흘러나온다.
그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분신술 인술서. 내놔. 그럼 살려줄게.”
살려준다는 말은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 살 발라 준다고!
-분신술 이제 넌 내꺼야~!
-ㅁㅊ 황금 고블린이었네
-살려준다는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뻥이잖아
-???: 진짜라니까? 죽는 거 아니야~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야~
-황금고블린 등장에 수포좌 샷건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