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1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9화
79. 추억의 오락실(2)
사랑은 생각했다.
‘나쁘지 않네.’
팝콘의 추천 때문에 한 번 들러본 건데.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마구잡이로 5명째 패주기 시작하니. 기분이 꽤 좋았다.
“와아아아아!”
“우오오오!”
“미쳤다!”
“와…… 짜다. 짜.”
격투기 게임 팬들의 환호성을 듣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으아! 게임 좃같이 하네!”
패배자들의 극찬을 듣는 것도 오히려 좋았다.
아니, 좋았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뭔가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
잠들었던 기억이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다.
과학자들이 그랬다지.
기억은 뇌의 어느 부분에 저장되는 거라고.
글쎄, 잘 모르겠다.
사랑은 목을 풀며 고개를 저었다.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습니다!] [수락]타악.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찌릿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억이 뇌에 저장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는 이 찌릿한 감각이, 담요 속 가려진 그녀의 다리도 함께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한다.
지난날의 수많은 장면들을 스치게 한다. 마치 예전의 기억을 찾아가듯이. 점점 두 손은 통제를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기억은 어쩌면 모든 세포가 간직한 각자의 추억일지도.
신체 일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것일지도.
어쩌면…… 열심히 그 구석구석을 뒤져서 찾아낸다면, 내 다리는 기억을 찾을지도.
‘그럴지도 모르지.’
콰앙!
“와아아아아!”
“콤보 연이어서 들어갑니다!? 콤보를 못 쓰는 게 아니었군요!?”
타다다닥.
조이스틱과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을 봐. 생각을 거쳐서 움직이는 게 아니야.
이들은 저마다의 판단력을 갖고 따로 살아 있는 거야.
물론 이건 다 망상이다.
언젠간 끝난다.
그리 길지 않았다.
망상이 끝날 즈음엔, 이미 결과가 나온 뒤였다.
“케이! 오오오오!”
“승리! 순식간인데요!?”
하아.
잠시 머금었던 숨을 뱉어내는 입가엔 옅은 미소가 머물렀다.
“이야아아아! 대단합니다! 또 퍼펙트 게임! 6연승! 그녀에게 주먹조차 닿을 수 없는 걸까요!?”
“다음 상대!? 다음 없나요!”
그녀에게 진 도전자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도망치듯 떠나버렸고.
다음 도전자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음?’
그러던 중 누군가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 * *
상현은 낡디낡은 디자인의 간판을 올려다봤다.
‘추억의 오락실이라…… 재밌으려나.’
말은 추억의 오락실이지만.
상현은 오락실에 별다른 추억이 없다.
친구 따라 몇 번 가 본 적은 있었지만, 스스로 좋아 가본 적은 없다.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 오락실 몇 판 가격도 두려워할 만큼 가난했다는 건 아니었다. 흔히들 하는 현질 모바일 게임에 견줘보면 이만큼 싼 취미도 없을 터다.
다만, 문제는 주머니가 아닌 마음이었다.
당시의 상현에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 오락실은 그저 속 편한 놈들이 시간을 보내는 한심한 장소였다.
사실 그 의견에는 지금도 동의하는 바이다만…….
-크
-감성 지리네 ㅋㅋ
-낭만 그 자체
-5인 게임이 없었던 청정하던 그 시절…… 그립읍니다……
-추억 돋는다 ㅠㅠ
시청자들은 달랐다.
저들은 오락실에 시간을 버렸다기보단 추억을 쌓아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멀구나.’
이럴 때면 상현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과 멀고 먼 거리감을 느낀다.
슈웅.
머릿속에 이런 이명이 들려오고.
순간적으로 모든 것들이 줌아웃 되어 혼자 남는다.
난 어떤 삶을 살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휘휘.
상현은 고개를 저어 잡념을 날린다.
‘안 해본 건 아니잖아.’
다시 안간힘을 다해 멀어진 세상으로 어떻게든 기어가 본다.
“한번 가 보겠습니다.”
-ㄱㄱㄱㄱ
-굳
-이 남자…… 캡슐 밖에선 어떨까?
-vns 수치 없으면 몸치 아님?ㅋㅋㅋ
-존잼각ㅋㅋㅋ
* * *
시청자들의 걱정대로, 상현은 캡슐 밖으로 나오면 평범한(?) 양궁 선수였다.
순간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고 침착한 건 변함 없겠으나.
버튼을 누를 때 쓸 오른손에 결함이 있으며, 민첩성 역시 vns 수치의 보정을 받지도 못할 터다.
그럼에도 그가 이 챌린지를 해보려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사실 이미 팝콘이 그를 설득할 때 했던 말에 정답이 있는데.
「가상현실 게임만 하면 체력 떨어지잖아요? 저기도 꽤 재밌는 챌린지가 있으니까 한번 해보시죠!」
이게 캡슐로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이 사실 피로해진 상현에게 있어선 다 장점이었다.
‘맞춤형 캡슐이 아니니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그는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오락실 안으로 들어섰는데.
“와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귀를 때렸다.
“이야아아아! 대단합니다! 또 퍼펙트 게임! 6연승! 그녀에게 주먹조차 닿을 수 없는 걸까요!?”
생각보다 열기가 후끈하다.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쪽은 역시나 오락실의 꽃인 격투 게임이었다.
“와아아아아!”
“개쩐다…….”
“왜 저리 잘하냐?”
누군가가 파죽지세로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는 건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다.
-??뭐냐?
-ㅋㅋㅋ무슨 ufc인줄
-와 뭐야 세트장 오진다 ㅋㅋㅋ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오락실의 인테리어였는데. 격투 경기 오락기가 배치된 곳은 6각형의 철창으로 감싸져서 정말 격투기를 진행하는 경기장처럼 연출되어 있었고, 나머지 게임들도 다 각기 컨셉에 맞는 공간에 들어가 있었다.
쾅. 쾅. 쾅.
철창을 두들기면서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격투 경기를 관람하러 온 것만 같았다.
심지어 위에 대형 스크린이 있어서 굳이 게임 하는 사람 뒤에 서서 구경할 것도 없이 편하게 관람할 수도 있었다.
-이게 고대의 인방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어깨 너머에서 구경해야 ㄹㅇ 낭만인데 세태와 타협했네 ㅉㅉ
-ㅋㅋㅋㅋ인방의 시초 ㅋㅋㅋ
채팅에서도 언급되듯, 사실 이 오락실 구경 문화가 어쩌면 게임 방송이라는 문화의 시초일 수도 있었다.
여럿이 모여서 구경하면서 잘하는 사람이 오면 도전도 해보고 응원도 해주고 하던 게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겨온 것이니 말이다.
“새로운 도전자! 있으십니까!? 도전 비용은 단돈 500원입니다!”
진행자의 말을 들으며 상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공개 처형 당하는 데 단돈 500원~ 이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다.
‘난 다른 거 해야지.’
상현은 오락실 격투 게임으로 6연승을 달리고 있는 정체 불명의 챔피언을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자신이 있는 종목도 아니고, 오락실에 들어올 때부터 염두에 둔 게임도 아니었다.
그냥 평화로운 전투기 게임이나 즐기다가 가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이놈들…….
-쫄? 쫄?
-도전해줘!
-누가 미션 좀 걸어보셈ㅋㅋㅋ
-이세계에선 보스몹도 한 방에 컷하던 내가 현실에선 쫄?!
-왜 슬금슬금 피하냐고 ㅋㅋㅋ
이 시청자들이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아마 여기서 패배하면 온갖 조롱이 뒤섞인 채팅으로 도배될 것이다.
그러니 더욱더 격투기 게임은 사양이다.
“더 없습니까?! 이렇게 되면 지금 여기 플레이어가 10연승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챌린지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격투 게임 연승 챌린지는 10연승 달성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데. 10연승을 달성한 자가 생겨나면 없어지는 모양이다.
“……으. 나가볼까.”
“누가 가서 목숨 연장이라도 해.”
챌린지가 계속되길 바라는 게이머들은 서로 등을 떠밀었으나.
일제강점기라고 아무나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듯이.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거기.”
웅성대는 목소리들 사이로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봐요. 아몬드 님.”
다시 들려온다.
정확히 아몬드를 부르고 있다.
“……?”
상현은 철창 안쪽을 바라봤고, 동시에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이 상현에게 꽂혔다.
“아몬드? 아몬드라고 한 거야?”
“아몬드 왔어?”
“엥? 진짜?”
철창 안의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몬드의 존재를 전부 눈치채 버렸다.
심지어 어디 있는지까지 알게 됐다.
그 여자의 기다란 검지가 자신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으니.
‘뭐야.’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들어 올린 상현은 놀라 버렸다.
‘최사랑…….’
익숙한 목소리다 싶었는데. 최사랑이었다.
여기 왜 있는 거지?
아니, 있을 만하구나. 지스타니까. 게다가 같은 팀이었던 팝콘도 여기 와 있으니…….
“아몬드 님. 저랑 하시죠?”
톡톡.
그녀는 건너편 오락기를 손가락으로 치며 말했다.
아몬드가 잠시 망설이자.
“싫어요? 질까 봐?”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역시 프로게이머인가.
-오오우 쉣
-도발 만랩ㅋㅋㅋㅋㅋㅋ
-캬 ㅋㅋㅋㅋ
-누나 나 죽어!(진짜임)
-여자분 포스 뭐냐 ㄷㄷ
-아몬드 팬인가?
상현은 잠시 입술을 짓이겼으나. 별수 있겠는가?
그는 스트리머다.
이런 판이 깔리면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게 그의 숙명.
그래도 한 번은 저항해 본다.
“저 이 게임은 잘 못 하는데요.”
피식.
사랑은 다 안다는 듯 웃으며 여전히 건너편 오락기를 툭툭 건드렸다.
“아. 알아요. 그냥 이렇게 10연승되면 재미없으니까. 7연승 만들어달라구요.”
“?”
뭐? 7연승을 만들어줘?
상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오오오오오~”
상현이 반응하기 시작한 걸 눈치챈 건지, 관중들이 환호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
-맨날 건방떨던 견과류가 참교육 당하니 벌써 흐뭇해지네요 ㅎㅎㅎ
-이세계에선 최강 포식자였던 내가 현실에선 오락실 찐따!?
-이게 낭만의 오락실이다 짜식아~
-???: 야! 너! 캡슐로 따라와!
‘캡슐로 따라오긴, 무슨.’
시청자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캡슐로 가도 별다른 방도가 없을 거다.
저 여자가 전자파니까.
“해줘~”
“아몬드 님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도전해! 도전해!”
시청자들뿐 아니라 사방에서도 도전해달라고 난리 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이번 도전이 끊기면 최사랑이 10연승을 달성하고 이 챌린지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리라.
결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전.”
상현은 그렇게 말한 후. 오락실 기기 앞에 앉았다.
* * *
“자. 카드를 위에 대주시면 돈은 알아서 차감될 거구요!”
굳이 현금을 동전으로 바꿔야 하는 불편함은 없게 카드만 오락기에 한 번 대주면 끝난다.
“혹시 이 게임 이전에도 경험이 있으신가요?”
상현은 물끄러미 유명 오락기를 바라봤다.
유명 격투 게임의 14번째 시리즈로 런칭된 ‘포권 14’였다.
“아…… 제가 본 건 포권 8 정도였는데.”
“예. 아주 옛날에 하셨군요? 사실 바뀐 건 별로 없습니다. 그냥 그래픽 좋아지고 타격감 좋아지고 맵 바뀌고 새로운 캐릭터 나온 거죠.”
-다 바뀌었는데?
-뭐가 그대로얔ㅋㅋ
-ㅅㅂㅋㅋㅋ
-신캐 나오면 낭만 없지~
다른 건 몰라도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대응하기가 어렵지 않나? 라는 상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진행자가 덧붙인다.
“하지만 오늘 이 오락기는 클래식 모드로 되어 있어서, 신캐 콤보를 몰라서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아…….”
추억팔이 게임들이 요즘 들어 많이 쓰는 기능이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기본 성능은 올려주면서도 옛날 플레이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요소를 잡는 식.
‘덕분에 이상한 콤보 맞고 죽을 일은 없겠구나.’
상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버튼을 눌렀다.
아무 버튼이나 누르자, 유명한 문구가 떠오른다.
“뉴~ 챌린저~~!”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척.
최사랑의 캐릭터가 포권을 취하더니. 캐릭터 선택 화면으로 넘어간다.
‘최사랑은 헤이타치니까…….’
헤이타치.
이 게임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극단적인 원형탈모를 이용한 헤어스타일이 유명한 할아버지이다.
이 게임을 전혀 몰라도 이 캐릭터는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
‘뭘 하지?’
포권 시리즈는 사실 릴처럼 캐릭터별 상성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없다.
심지어 갈린다고 해도 실력별로 갈리는 방식이 다 달라서 의미가 없으니.
상현이 그 상성을 다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는 그냥 본인이 옛적에 하던 캐릭터를 골랐다.
[파랑]한국인 설정의 캐릭터로 태권도를 쓰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