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1화
80. 개발자의 전투력(1)
상현은 이제 다른 게임을 하려고 오락실을 둘러보는데. 세상이 그를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으…….’
빠밤.
빠바밤.
후원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태권도연맹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태권도 캐릭터를 고르고 왜놈에게 지다니……]할아버지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음성이 상현의 애국정신을 꾸짖는다.
-ㅋㅋ아 왜놈은 못참지~
-한국에 돌아올 땐 헤엄쳐서 오렴~
-ㅋㅋㅋㅋㅋㅋㅋ
빠바밤!
[두유노클럽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저희 클럽에서 나가주시죠. 아몬드사마.]무슨 귀족집 메이드 말투로 말하는 음성이 가입한 적도 없던 클럽에서 나가달라 한다.
-ㅋㅋㅋㅋㅋㅋ사마 ㅇㅈㄹ
-두유노 클럽인데 말투 왜저럼ㅋㅋ
-벌써 국적 일본으로 바뀐거냐?ㅋㅋㅋㅋㅋㅋ
-견사마 ㅋㅋㅋㅋ
상현은 이젠 일일이 대답하기도 귀찮은지 이렇게 얼버무려 버렸다.
“예. 후원 감사합니다. 지니까 후원 많이 들어오네요. 노린 겁니다~”
-?
-엌ㅋㅋㅋㅋㅋㅋ
-???
-암튼 노린겁니다~ ^^ 그런걸로 합시다~ ^^
-예~ 아무렴요~ 부장님 ㅎㅎ
-캬 노림수!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는데도, 후원은 계속해서 더 들어왔다.
[본토비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본토비는 뭐여 ㅋㅋㅋㅋㅋ
-본투비야 선넘지 마라 뒤지기 싫으면 ^^
-넌 빠져라 ㅋㅋ
-본투비 아님ㅋㅋㅋ 본토 ㅋㅋㅋ
이때 상현은 깨달았다.
“예. 감사합니다. 본투비 님.”
스트리머를 놀리는 식의 후원은 대답을 대충 해도, 심지어는 아예 안 해줘도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걸.
애초에 무응답조차도 이들에겐 리액션이 되는 것이다.
아몬드의 지금 표정 자체가 그들에겐 리액션인 셈이니까.
-표정ㅋㅋㅋ
-이거 슬슬 한 놈이 숙청당할 때 표정인데? ㅋㅋㅋ
-견과류쉑 ㅋㅋㅋㅋ 삐진 표정 뭔데 ㅋㅋ
결국 그들의 예상대로, 소위 ‘막타를 치는’ 후원이 등장하고 만다.
[캬캬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속이 뻥~! 턱이 뻥~! 속이 뻥~! 턱이 뻥~ 속이 뻥~! 턱이 뻥~!]속이…… 뻐어엉~ 턱이…… 뻐어엉~ 맥 빠지는 높은 여자 목소리가 놀리듯이 울려 퍼지는데.
턱이 뻥이란, 마지막 경기에서 전자파의 캐릭터한테 턱을 적중당해 무한 콤보를 맞고 죽은 걸 말하는 거다.
속이…… 뻐어엉~ 턱이…… 뻐어엉~
후원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상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ㅁㅊ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턱이 뻥ㅋㅋㅋㅋ
-아몬드 울컥……!
-표정이 ㄹㅇ 위험한데?ㅋㅋㅋㅋㅋ
-앗 숙여……!
그의 인내심의 막타를 친 후원으로 당첨되어 버린다.
“캬캬캬님. 감사합니다. 30분만 나갔다 오세요.”
결국 그는 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30분을 밴당했다.
-???
-으악 죄송합……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ㅁㅊㅋㅋㅋ
-숙여! 숙청이다!!
* * *
기나긴 후원 열차가 지나간 후.
뾰뵤뵹!
뾰옹!
상현은 전투기 게임에 안착해서 열심히 조이스틱을 돌리고 있었다.
-오오오
-좀 치네?
-캬
전투기 게임은 왼쪽 스틱을 움직이는 게 주된 게임이다. 상대 미사일을 피하는 게 바로 이 왼쪽의 스틱 움직임이니까.
오른손은 그저 무한으로 총 쏘는 버튼만 타격하면 된다. 정밀한 움직임이 거의 필요 없다.
덕분에 상현이 꽤 할 만했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예측이 필요없고, 반응 속도만 조금 좋아도 충분히 피할 만한 수준이었다.
“오. 깼다.”
그는 결국 클리어를 해내면서 작은 챌린지 보상이라도 가져오게 된다.
-오오오
-전투기 겜은 좀 하는데?
-이걸 1트에???
-쩐다 ㅋㅋ
-응애모드라서 사실 가능함 ㅋㅋ
이지 모드를 클리어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치킨 10마리를 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노멀 모드를 클리어하면 20마리를 얻을 수 있었는데.
노멀 모드도 할 만해 보였다.
“노멀도 해볼까요?”
하나 상현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잉.
지이이잉.
[주혁]주혁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어. 왜.”
-야. 지금 거의 차례 왔다. 여기로 와야 될 것 같은데?
뭐야. 상현은 잠시 멍하니 화면을 쳐다봤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계속 줄 서 있던 거야? 대기 번호 뽑지.”
주혁이 왜 안 오나 했는데 계속 줄을 서 있었을 줄이야.
-여기 그런 거 안 한대. 그냥 자기랑 붙을 거면 줄 서라고 하더라. 무슨 맛집 마케팅도 아니고…….
이런 악질이 있나.
“……허. 알았어. 일단 갈게.”
툭.
전화가 끊긴 후.
상현은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다음 챌린지 가겠습니다.”
-오오오오
-드디어 그 자식 패러가나
-지금 젯펌 쑥대밭인데…… 걱정된다ㅠ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번엔 이길 수 있는 거죠?ㅎㅎ]“아. 루비 님. 감사합니다. 당연히 이겨야…… 응?”
상현은 루비소드에게 답변하며 걸어가다가 멈칫했다.
“?!”
바로 뒤에 있던 루비소드와 맞닥뜨려 버린 거다.
그녀는 상현이 갑자기 돌아나갈 줄 모르고, 후원을 보내다가 미처 움직이지 못했던 것.
-엇 루비소드 아님?ㅋㅋㅋ
-아니 바로 뒤에서 후원을해? 그냥 말로하짘ㅋㅋㅋ
-루비 공주님! 사랑해요!
-역시 초호화 금수저 ㄷㄷ
“아. 여기 계셨네요?”
“아…… 네. 그…… 전 일단 뒤에서 갈게요!”
루비소드는 당황하더니 상현의 뒤쪽으로 후다닥 뛰어가 버렸다.
‘?’
그다지 부끄럼을 타는 성격은 아닌데. 왜 저러나 고민해 봤는데.
-죄송해요 ㅠㅠ 방송 방해해서 ㅠㅠ
채팅을 보니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헐 방해 안 되려고 하시는거구나 ㅠㅠ
-캬~ 참 시청자ㅠㅠㅠ
-기억할게! 루비소드!
-견과류 쉑이 루비님을 방해하는건데요? 무슨 소리에요???
아마 그녀는 아몬드의 방송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시청자로서만 관람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 바로 뒤에 있었어도 후원을 보낸 것이다.
“잠깐 시참 해프닝이 있었네요.”
-ㅋㅋㅋㅋ시참 ㅋㅋ
-시참(물리)
-아몬드 쉑 개부럽다……
“자, 그럼 정말 가 보겠습니다. 그 악명 높은 계약자를 만나러.”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 같은 포스를 뽐내며, 김이서가 있는 부스로 출발했다.
-??
-개발자인데요?
-릴에 절여졌누 ㅋㅋㅋㅋ
-계약자 ㅋㅋㅋㅋㅋ
-그 새끼 악마랑 계약한 거니까 계약자긴 함ㅋㅋㅋㅋㅋ
* * *
줄 서 있던 주혁이 뒤를 돌아보더니, 중얼거린다.
“오. 딱 맞춰 왔네.”
상현에 이어 본투비가 헉헉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제 세 번째 순번이 너야. 내가 보낸 영상은 대충 봤냐?”
“이제 봐야지.”
“……하. 참.”
주혁이 젯펌프드 관련 영상을 보냈었다.
-벼락치기 ㅋㅋ
-아니 한 판도 안해본 걸로 뭘 어쩌겠다는거임ㅋㅋㅋ
-청정수 아몬두 ㅠㅠ
상현은 대기줄에 주혁과 함께 서며, 영상을 시청했다.
“저거 아몬드 아냐?”
“아…… 매니저가 줄 서고 있었구나?”
“헐. 아몬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 듯했다. 여긴 다 젯펌프드 유저들이고, 상현은 젯펌프드 쪽은 아직 건드려본 적이 없는데도 생각보다 꽤 알아본다.
그만큼 상현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겠다.
‘인지도가 상당해졌군.’
주혁은 뿌듯하게 미소를 짓는 반면.
그러거나 말거나 상현은 영상을 보느라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익혀놔야 하니까.
‘그래픽 진짜 웃기게 생겼네.’
상현이 여태 본 가상현실 게임 그래픽 중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형태였다.
폴리곤이 굉장히 적고 모든 게 과장되어 있는 느낌.
‘기본적으로 베이스는 격투 게임이야.’
2D가 아니라 3D일 뿐. 격투 게임이 베이스라는 게 느껴진다.
다만 다른 점은 여기에 ‘젯’이라는 파츠 설정이 추가되면서 좀 더 빠르고, 단타를 치듯이 싸운다.
어떻게 보면 전투 스타일은 릴과 격투 게임의 중간쯤이다.
그때, 우렁찬 목소리로 누군가 외쳤다.
“다음!”
‘?’
쩌렁쩌렁한 소리에 상현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확인했는데.
‘아. 저 사람이구나.’
누군가 중계석에 앉아서 마이크에 대고 외치고 있는 거였다.
주변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를 들어보니, 저 사람이 김이서인 것 같았다.
‘뭐지. 왜 중계를 하고 있지.’
이상하네. 저 사람하고 싸우는 게 아니었던가.
상현은 주혁을 콕콕 찔러 묻는다.
“저 사람 왜 해설 중이야? 김이서 아닌가?”
“아. 그야 아직 저 사람 순번까지 가지도 않았거든.”
“엥? 순번?”
“어. 그래 왜 옛날 만화 보면 사천왕이 마왕 앞에서 먼저 싸우잖냐. 그런 거야.”
바로 김이서와 싸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니, 그럼 여태 챌린지가 진행되는 동안…….
“여태 사천왕을 못이겼다고?”
“야, 야 인마. 무슨 사천왕이야……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고. 밑에 일하는 다른 개발자들이지. 게다가 네 명이 아니라 그냥 두세 명이야.”
“여튼 그럼 이삼천왕을 못이겼다는 거 아냐.”
“그…… 그치. 그래. 이삼천왕이 아직 안 쓰러졌다.”
주혁은 별수 없이 사천왕의 존재를 인정해 버리며 끄덕인다.
-이삼천왕ㅋㅋㅋㅋㅋ
-쪽팔림은 왜 호두의 몫인가……ㅎㅎㅎㅎㅋㅋㅋ
-매니저 현타 작렬 ㅋㅋㅋ
“자, 첫 번째 타자는 역시 저희 팀의 헤드 개발자 허원무! 이길 수 있을까요?”
김이서가 중계를 시작하는데.
기분 탓인지 놀리는 것도 같았다.
“참고로 저희 개발진은 캐시 펌핑이 된 젯을 하나도 끼지 않았답니다? 반면 유저분들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젯들을 논란이 되는 방식으로 펌핑해서 끼고 오고 있죠!?”
우우우우.
길게 늘어선 줄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나가 죽어라! 김이서!”
“목 닦고 기다려!”
이렇게나 살벌할 줄이야. 게임 헤드 개발자라는 게 원래 목을 내놓고 하는 직업이라지만, 이건 좀 다른 의미로 목을 내놓아야 하는 판이다.
-워우
-여론이 많이 안좋네 ㅋㅋㅋ
-와 ㅋㅋㅋ 무슨 중세 처형장이누
“분위기가 후끈하네요.”
상현은 시청자들에게 대충 이렇게 요약한 후. 다시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음. 시끄러워서 그런가 영 집중이…….’
열심히 본다고 보는데 느낌이 확 오진 않는 상현.
그야, 말 그대로 영상일 뿐이니까.
상현은 그래도 나름대로 학창시절 보여줬던 최대 학습 주의력을 사용하여 집중해 봤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후.
“다음!”
앞앞의 도전자가 무참히 패하고.
“다아아음!”
앞 도전자도 패하면서, 상현의 차례가 온다.
안내원이 그를 보며 손짓한다.
“다음 도전자분~ 들어오세요!”
“네에.”
상현은 비장한 표정으로 캡슐 안으로 들어선다.
* * *
툭.
김이서는 잠시 마이크를 껐다.
그리고 지금 들어온 도전자의 정보를 확인하려 태블릿을 보는데.
“뭐야. 왜 안 나와.”
그의 태블릿이 말을 안 듣는 건지. 이번 지원자의 닉네임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조회 정보 없음]정보가 없단다.
대기 신청할 때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젯펌프드 내 유저 정보로 치환될 텐데.
“아…….”
정보가 안 보인다는 게 뭐 그리 큰 일인가 싶지만, 김이서에겐 그렇지 않았다.
“이럼 안 되는데.”
이 정보를 봐야 그 유저의 성향과 격투 데이터 습관 등을 파악한다.
그리고 밑의 개발진들에게 정보를 전송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게 개발자들의 높은 승률 비결인 것이다.
“누락된 거 아냐?”
김이서는 게임 내 정보 말고, 이번 지원자가 적은 프로필을 직접 보기로했다.
“유상현…… 생년월일…… 다 제대로 적혀 있는데?”
제대로 적혀 있다.
근데 왜 게임 내 정보는 없다고 나오는 걸까.
“설마 거짓말인가.”
이 정보 자체가 거짓이라면 그럴 수 있었다. 그는 직원에게 연락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아내라는 말을 전하려 했는데.
“저. 대표님.”
똑똑.
마음을 읽은 것 같은 속도로 직원이 문을 두들긴다.
“어. 들어와. 마침 잘 왔다. 저 사람 정보가 틀려. 제대로 받아내. 여기 제대로 안 뜨잖아. 이거 너네도 뜰 텐데 왜 제대로 확인도 안 해?”
“아.”
직원은 안경을 한 번 치켜 올리더니 끄덕인다.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챌린지가 조금 지체될 것 같은데요.”
“……왜?”
갑자기 웬 딴 얘기?
“저 챌린지 도전자분이 튜토리얼을 깨고 있어서요.”
“……뭐?!”
그렇다.
놈은 이 게임이 처음인 것이다.
“그래서 정보가 뜨지 않은 겁니다. 게임 내 정보는 없으니까요. 신원 정보는 제대로 기입한 게 맞습니다.”
“…….”
잠시 할 말을 잃은 김이서.
그의 시선이 도전자가 들어간 캡슐로 향했다.
‘첫 판?’
어이가 없었다.
날 이기겠다고 찾아온 놈이 오늘 첫 판이라니.
‘무슨 저런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