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2화
80. 개발자의 전투력(2)
캡슐 안에 들어와 게임을 실행해 본 아몬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뭐야.’
어차피 특별한 서버에 특별한 계정을 쓰는 게 아닌 이상, 처음 들어오는 계정은 의무적으로 튜토리얼을 진행하게끔 되어 있었던 것이다.
[튜토리얼] [Loading……]튜토리얼 의무화. 사실 이건 모든 캡슐 게임들의 특징이다.
사람의 체질이나 특이사항에 따라서 해당 게임의 뇌파 간섭 방식이 불쾌하거나 때에 따라선 에러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시험을 해야만 하는 거다.
‘아. 맞다. 튜토리얼을 할 수 있구나? 다행이다.’
아몬드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었다. 대충 영상만 보고 바로 챌린지에 임하는 것보단, 튜토리얼을 하는 게 더 낫다.
특히나 사람 말을 한 귀로 흘려보내는 특성이 있는 아몬드는 직접 체험하는 게 더 유리할 터다.
그러나,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몬드뿐이었다.
“아. 무슨 튜토리얼이야!! 장난하냐!?”
“헐 완전 초보?”
“아…… 이건 뭔 관종이냐.”
젯펌프드 유저들은 뿔이 잔뜩 나버렸다.
김이서와 챌린지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있다.
당연한 얘기다. 김이서가 그리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까.
“하…… 미친. 시간 헛날렸네. 김이서 한 번이라도 꺼내서 빨리 패턴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김이서를 한 번도 챌린지 무대로 불러오지 못한 것조차 답답해 죽겠는데.
“아니, 이거 실화에요? 쟤가 뭐 누구라고? 견과류? 여기서 튜토리얼을 하겠다구요? 그러고 나서 개발자들을 이기겠다고?!”
도전자가 튜토리얼 하는 시간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 처음 하는 게임에서 그 게임의 개발자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것도 그냥 개발자가 아니라, 악명 높은 김이서다.
“아하하하! 어떡하죠? 여러분~?”
김이서는 이때다 싶어 마이크를 잡고 또 도발하고 있다.
“이분이! 오늘 게임을 처음 하신대요! 튜토리얼부터 하셔야 해서 시간이 참 오래 걸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분도 엄연한 도전자인데, 제가 마땅히 상대해 드려야지요!? 맞죠?”
유저들은 소리라도 질러 항의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마음만은 그랬다.
“끄응…….”
실상은 다들 앓는 소리만 낼 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김이서의 말이 틀린 게 없기 때문이다.
“이거 이거 튜토리얼 필살기 시연하는 데 최고 기록이 제가 알기로 거의 7시간인데. 맞나요?”
옆의 비서가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스트리머들 중에선 풍선껌 님이 5시간 기록을 갖고 있고 그 외에도 장시간 소요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아.
수많은 유저들의 한숨이 지나간다.
“필살기 설마 한 시간 걸리려나?”
“에이. 아몬드래잖아. 20분 안에 하지 당연히.”
“20분도 피 같은데…….”
젯펌프드의 튜토리얼은 빠르게 끝나면 20분도 안 걸린다. 워낙 구성이 간단한 게임이니까.
유일하게 어려운 게 하나 있다면 필살기의 구현이다.
이게 안 되는 사람들은 정말 반나절도 걸린다.
물론 평균 소요시간이 반나절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게임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으니까.
“필살기 시연에서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약 31분입니다.”
30분.
튜토리얼에 걸리는 시간치고 좀 길지만 그렇다고 악랄하다고까지 할 순 없는 시간.
그러나 지금 이 피 같은 챌린지 시간에 30분이면 정말 긴 시간이다.
그 시간이면 이미 2~3명이 챌린지를 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여러분! 밥이라도 드시고 오세요? 예? 배고프실 텐데!”
* * *
하얗고 네모난 공간 안.
아몬드는 밖의 사정도 모른 채 꽤나 평온한 얼굴로 서 있었다.
[튜토리얼 모드]잠시 기다리자, 그를 가르쳐 줄 담당 NPC가 등장했다.
슝.
“안녕?”
“……?”
까맣게 태닝된 피부.
근육질의 우람한 몸.
핑크색 머리와 긴 속눈썹.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에어로빅 레깅스 패션.
이 모든 걸 한 몸에 소유한 남성이 자신을 소개한다.
“난 앙드레야 Boy~!”
시각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우선 범상치 않더라니.
“아마 너의 주엣!을 뻐엄쁘! 시켜줄 Girl~!”
(아마 너의 젯을 펌프시켜 줄 거다)
-아니 뭔 컨셉이야 ㅋㅋ
-어우 쉣
-나 순간 젯을 다른 걸로 들음ㄷㄷ
-뽀오오이~ 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아…… 예.”
아몬드는 최대한 간단히 대답한다. 튜토리얼을 빨리 끝내야 하니까.
“우선 제터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잘생긴 Boy~!”
“제터?”
“그래. 제터. 젯을 쓰는 존재라는 뜻이지. 더 정확히는 가상이지만 현실에 관여하는 존재지 boy~?! 알아듣니?”
“아…….”
“괜찮앙 못 알아들어도 이 앙드레가 있잖앙? 우리 제터들은 현실 차원으로 보내지는 전투형 가상 아바타란다 boy~! 그걸 전송이라 하지.”
딱!
앙드레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몸이 갑자기 로우폴리곤의 우스꽝스러운 그래픽으로 바뀌었다.
“제터 상태로 현실로 전송되면, 이렇게 생긴 것도 좀 달라져 버린단다. 현실이 우리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지.”
“오…….”
“좀 웃기지? 대신! 이 젯이라는 데이터 덩어리 파츠를 곧바로 우리 몸에 체화할 수 있는 거란다. Boy~!”
대충 이해하기로 가상 아바타를 현실로 보내서 싸우는데. 그 아바타가 제터인 것이다.
즉, 플레이어가 제터인 것이다.
“아, 우선 젯이 뭔지 알아야겠지?”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젯이란? 우리의 몸에 장착하는 전투 기술 파츠란다 Boy~!”
“아.”
“예를 들어 아무리 가상 아바타라지만. 우리 같은 연약한 girl~들이 갑자기 무에타이를 쓰면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잖느아? 그때 무에타이 젯을 쓰면 되는 거란다~”
-오……
-기억칩 같은건가?
-그래서 연약한 girl~이 대체 어디있는데??
-이런 설정이구나 ㅋㅋㅋ
-여기서 girl은 걸걸하다의 걸입니다~
띠링.
[젯(Jet)을 장착해 보세요]앙드레의 설명이 끝나자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근데 젯이 어디 있다고 장착하라는 거야?
치이이이.
바닥이 갈라지더니.
메탈 재질의 캡슐이 몇 개 튀어나온다.
“자알 골라봐 boy~!”
[처음 고를 수 있는 젯은 이렇게 5가지 중 하나입니다. 후에 상점을 통해 추가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이런 문구와 함께 젯 다섯 개가 눈앞에 도열하는데.
[무에타이 젯] [복싱 젯] [주짓수 젯] [유도 젯] [태권도 젯]익숙한 격투기 계열의 젯들이다.
‘좀 다른데.’
그런데, 아몬드가 영상에서 봤던 젯펌프드와는 뭔가 다른 느낌.
‘별의별 희한한 게 다 있었는데.’
그가 봤던 젯펌프드에선 격투기를 쓴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초능력자들의 대전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더 가까웠다.
그런데 처음 주어지는 건 이런 현실적인 격투기라니.
마블 영화에 빙의시켜 준다길래, 당연히 아이언맨이 되는 줄 알았는데 호크아이가 된 기분이다.
“나중엔 지구의 격투 기술뿐 아니라 별 희한한 것들이 다 있지만. 지금 Boy~의 실력으로는 여기까지야~”
찡긋.
앙드레가 한쪽 눈을 찡그린다.
아몬드는 그의 추파를 애써 무시하며 젯을 골랐다.
‘유도도 재밌어 보이는데…….’
처음엔 좀 다른 걸 해볼까 했으나.
「거리 재는 걸 잘하네요. 그거 위주로 해봐요.」
앞서 들었던 가르침(?)이 생각난다.
거리를 재면서 장거리로 타격한다면 역시 그거다.
‘역시 태권도지.’
아몬드는 태권도를 선택한다.
[태권도 젯]슈우우웅!
밝은 빛을 내며 흔들리던 상자가 펑! 소리와 함께 깨져 나간다.
“오우! 태권도? 좋아boy여~ 한번 시험해 봐.”
앙드레가 몸을 배배 꼬며 권유한다.
‘……신발이네?’
캡슐에서 나온 태권도 젯은 신발의 형태였다.
아무래도 그 무술에서 가장 많이 쓰는 쪽의 형태를 닮는 것일까?
신발은 발이 근처에 닿기만 해도 알아서 장착되어 버렸다.
차라락!
“태권도 주엣~을 골랐구나 boy~? 그렇다면 앞으로 너의 발차기가 특수해질 거야.”
[마음대로 발차기를 시도해보세요]마음대로?
아몬드는 마음대로 하란 게 뭔가 싶어 일단 정말 아무렇게나 발을 휘둘러봤다.
아주 너그럽게 봐주면 발차기였다고 해줄 만한 수준으로.
그런데─
“!?”
후웅!
훙!
휙!
귀신같이 완벽한 발차기가 날아간다.
‘오.’
심지어 공격하는 발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리치도 훨씬 길어진다.
-엌ㅋㅋㅋㅋ
-발 커지는거 뭐냨ㅋㅋ
-캬~ 이게 젯펌이지
“오호호홍! 잘 작동하는구나? 이렇게 개떡같이 차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주엣~의 힘이라구?”
[방금 시연된 발차기는 태권도젯의 기본 발차기 3콤보입니다]그렇구나. 격투 게임으로 따지면 작은 발 3연타 혹은 ‘작은 발 → 큰 발 → 작은 발’ 같은 콤보를 시연한 셈이다.
[태권도 젯에는 2가지 기술이 더 있습니다.] [우측 상단에 기술표를 참고하세요.]그냥 아무렇게나 휘두르면 기본 3콤보가 나가고. 그 외에는 특정한 자세나 타이밍을 통해 콤보와 기술을 만들어나간다.
‘2개뿐이구나.’
격투 게임과는 다르게 기술 커맨드가 엄청나게 많지 않았다.
최대한 간단한 동작으로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자아! 기본 콤보는 됐고. 이제 주엣~의 필살기를 알아볼 차례야 boy~”
이제 필살기를 익힐 차례였다.
“대부분 젯이 그렇듯이! 필살기는 아~ 주 심플하단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쓸 수 있어야 하니깐?”
척.
앙드레는 시범을 보이듯, 자세를 잡는다.
“태권도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 필살기란다. 단!”
그가 검지를 커다랗게 만들어 치켜세우며 강조한다.
“완~ 벽한 돌려차기! 완~ 벽한 돌려차기를 보여줘야 해 boy~”
앙드레는 시범 조교마냥 완벽한 돌려차기를 보여준다.
딱딱 끊기는 구분 동작으로 나아간 그의 발은 마지막에 상대의 숨통을 끊듯이 공기를 차낸다.
퍼엉!
‘저거구나.’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 번 봐서는 잘…….’
앙드레의 시범 한 번에 그대로 따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그는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그는 이걸 배운 적이 있었다.
어떤 선배가 가르쳐 준답시고 스파링을 해달라 해서 실컷 농락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다음엔 선배가 양궁 과녁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날라차기를 맞을 뻔했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어쨌거나 아몬드는 그때 몸으로 체득한 기억이 있고. 굳이 앙드레의 자세를 참고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였지.’
오른발을 뒤로 내뺐다가, 슬며시 들어 올림과 동시에 지지하고 있는 왼다리를 튼다. 그 회전이 허리, 어깨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오른발은 어느새 앞발이 되고. 무릎을 뻗는 순간…….
휘이익!
발등이 공기를 찢어낸다.
퍼엉!
VNS 수치 덕에 현실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한 자세로 구현됐다.
‘오.’
순간적으로 아몬드의 위로 태권도의 도복이 겹쳐졌다.
이게 필살기의 이펙트다. 즉, 필살기가 제대로 발동됐었단 증거였다.
“Booooooy!? 어디서 배워 온 거야!?”
앙드레가 기절초풍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친다.
“한 번에 필살기를 시동하다니! Amazing!”
-캬 역시 캡슐의 아몬드!?
-앙입도도 가나요??
-레이나, 루나…… 다음은 앙드레?
앙드레가 반한 것같은 모션을 취하자 시청자들이 즐거워한다. 아몬드는 전혀 아니었지만.
“크흠. 다음으로 가죠.”
“그럼 마지막으로 나한테 그 필살기를 걸어봐. boy~!”
“네.”
앙드레를 직접 때린다니.
아몬드는 정말 때려도 되냐는 듯 갸웃거렸으나.
‘기다리던 바다.’
사실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난 그냥 당해주는 게 아니라, 피할 거니까 쉽지 않──”
순식간에 내질러진 돌려차기.
──파앙!
태권도 도복이 입혀진 듯한 착시가 생겨나며, 발등이 앙드레의 턱을 강타한다.
말하고 있던 앙드레가 눈깔이 뒤집어진 채 몸을 부르르 떤다.
“그르르르륽……!?”
-??
-ㅁㅊㅋㅋㅋㅋ
-견과류검술! 말끊기!
-“견” 당해버렸누 ㅋㅋ
-또 버그냈냐?ㅋㅋㅋㅋ
“???”
아몬드는 뭔가 렉이 걸렸는가 했는데.
다행히 금세 해결됐다.
티잉!
이런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갑자기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으로 겨우 따라갈 정도의 속도로 앙드레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벅!
아몬드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퍼어억!
퍼벅!
퍼어엉!!!
마지막 발차기를 맞은 앙드레는 공중으로 붕 날아가 30바퀴쯤 회전하면서, 다시 땅에 요란하게 처박혔다.
-엌ㅋㅋㅋㅋㅋㅋㅋ
-로켓단식 날아가기 ㅋㅋㅋ
-개웃기네 이겈ㅋㅋ
땅에 머리가 처박힌 채로 앙드레가 말했다.
“워워~ boy~? 완전히 저세상으로 갔다 왔지 뭐야? 오호호호! 이제 가르칠 게 없다구! 얼른 실전으로 꺼져 버려!”
-어이 앙드레. 거기가 하데스가 사는곳이 맞다.
-저세상 맞짘ㅋㅋㅋㅋ지하세계에 처박혔는뎈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이로써 튜토리얼이 종료됐다.
평균 30분이 걸리는 튜토리얼이다.
좀 하는 놈들은 20분.
아주 이례적으로 각 격투기 젯에 실제로 종사하던 프로들은 10분 컷이다.
그런데…….
[00:07:12]아몬드가 튜토리얼을 끝낸 시간은 7분 12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