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4화
81. 재능(1)
게임 시작 후.
[전송]아몬드의 시야에도 이런 글자가 떠올랐고.
슝.
전송되는 듯한 효과음이 들렸으나.
‘시작된 건가?’
시야는 시커먼 어둠이다.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와중에 홀로 또렷이 들려오는 스피커 소리.
“이번 역은 홍대입구. 홍대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이건…….
‘지하철?’
지하철이다.
팟.
갑자기 눈을 뜬 듯이 세상이 보였다.
“……?”
여기는 서울의 2호선 지하철 안이었고. 다음 역은 홍대입구역이었다.
-오우
-지하철이네???
-호오? 여기가 소설을 읽으면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한국의 지하철입니까?
-어? 신맵임???
-ㄷㄷㄷ지하철이었구나
[데이터 수집 중…….] [지하철 2호선]순간 진짜라고 착각할 수준이었다.
배경 그래픽만은 실사에 가까웠다.
그렇다.
배경 그래픽은 그랬다.
[데이터포밍된 영역 내 ‘제터’ 탐색 중…….]‘저게 뭐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누군지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제터 1명 발견]우스꽝스러운 로우폴리곤으로 구현된 캐릭터.
현실적인 배경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악한 게임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삐빅.
[허원무상무]그의 머리 위에 닉네임이 생겨났다.
그 닉네임은 이내 빨갛게 물들더니.
둘에게 똑같은 임무가 주어졌다.
-ㄱㄱㄱㄱㄱ
-제터인지 버터인지 죽이러 드가자~!
-딱 봐도 얼빵해 보이누 ㅋㅋㅋ 넌 바로 컷이다
-이거 신맵인가??
-캬
이 문구가 뜨는 순간, 허원무 쪽에서 먼저 달려들었다.
‘음.’
아몬드는 와중에 침착하게 그의 전신을 훑었다.
‘어딜 어떻게 때릴…… 어?’
갑자기 아몬드의 눈에 이채가 스친다.
지금 달려드는 허원무가 왠지 아까 오락실에서의 아몬드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방금은 상단을 발로 차면 좋았죠」
그리고, 최사랑이 했던 말이 머릿속으로 메아리친다.
설마하는 마음보단, 몸이 먼저 움직여 버렸다.
퍼엉!
발차기를 내지르자, 커다래진 아몬드의 발이 곧게 상대의 턱을 향해 뻗었다.
‘오?’
상대는 꽤나 당황한 듯, 부르르 떨었다. 전혀 자신이 먼저 맞을 거라고 생각을 못한 모양이다.
“뭔데!? 잡히기만 해…….”
상대는 이렇게 이를 바득 갈며 꽤나 날카로운 각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장갑 형태의 젯하며, 다시 달려드는 폼을 보니.
‘이거 유도구나.’
유도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하계 올림픽 종목이니, 선배들이 하는 걸 많이 봤던 탓이다.
「잡기는 못 막아요. 피하는 거죠.」
다른 게임이지만, 잡기는 막지 못하는 기술이라는 건 모든 격투 게임 공통이다.
「뒷스텝 밟으면서 동시에 공격이면 좋았겠네요~」
최사랑의 조언대로, 아몬드는 뒷스텝을 밟으면서 발을 길게 뻗었다.
퍼엉!
“커헉!”
또 안면에 명중.
상대의 그래픽이 뭉개지면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되어버린다.
「달려오면서 막는 건 안 되거든요. 그때가 카운터 기회죠.」
이게 그런 말이었구나.
여태 되는대로 발로 차보던 아몬드는 이제 제대로 자세를 잡는다.
그 후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며 어디든 갈 준비를 한다.
탁…… 탁…….
태권도 겨루기에서 쓰는 스텝이다.
상대는 이제 들어오지 않는다.
「상대가 방어하고 싶어 하면 잡거나……」
잡는 건 안 된다.
태권도 젯엔 잡기 기술이 없으니.
「페이크를 치고 때리는 게 좋죠.」
타악…… 탁…….
스텝을 밟던 아몬드의 왼발이 움찔한다.
“!”
상대 역시 잠시 움찔했다.
아주 잠깐, 그는 실제로 발이 올라온다고 생각해 팔을 그 방향으로 옮기려 했는데.
그 틈을 놓칠 아몬드가 아니었다.
“컥!”
퍼엉!
또다시 턱에 명중해 버린다.
그 이후로 아몬드의 스텝은 점점 가벼워졌고.
퍼엉!
퍼벅!
내지르는 발 공격마다 전부 히트됐다.
제대로 된 콤보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매우 초보적인 타격과 회피만 사용하는 중이었으나.
그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허원무의 입장에선 마치 자신 쪽에만 작동하는 벽을 두고 있는 듯했다.
퍼엉!
“컥!”
결국 허원무의 체력이 절반이 날아갔을 때.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진짜 잘 못하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ㅁㅊㅋㅋㅋㅋㅋ
-죄송하지만, 견과류의 진짜 재능은 ‘도발’입니다만?
-ㄹㅇ왜 못하냐고~~
-재미없다고~~
-아아가 재미없다고~ 좀 잘하라고~ ㅋㅋㅋㅋㅋ
-순수한 아기가 느껴집니다
허원무의 표정에 이어 채팅창에서도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멘트였다.
하물며 유저들은 어떻겠는가?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이제 인류는 견과류로 진화한다아!”
그들은 종교 집회마냥 양팔을 벌리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까지 했다.
허원무를 아직 쓰러뜨리기도 전에 이런 반응인데, 만약 진짜 김이서를 이기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무서워질 정도.
“야 인마! 똑바로 안 하냐!? 유도가 먼저 들어가는 놈이 어딨어!”
심지어 김이서조차 허원무에게 타박하는 듯한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답답한 것이다.
물론 이미 게임이 시작된 뒤기 때문에 이 중계가 들릴 일은 없었다.
다만, 굳이 그걸 듣지 않아도 허원무는 김이서가 뭐라 하고 있을지 뻔히 느껴졌기에…….
“후우…….”
다시 양손을 다잡으며 제대로 된 유도 자세를 잡았다.
“시작이 반이랬지. 이제 시작이다.”
체력이 절반 날아간 상황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을 자랑하며, 그는 역전의 한 수를 노린다.
-뭔 근작이여 뒤지기나하세요
-ㅁㅊㅋㅋㅋㅋㅋ
-시작이 반인 거지, 시작이 반을 가져가는 건 아닌데요?
물론 이미 앞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꼴 때문에 아무도 그의 역전 가능성은 믿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오직 한 사람만이 그의 태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안 들어오네.’
그건 적인 아몬드다.
아무래도 이 게임의 초보라는 치명적인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그의 입장에선 방심할 순 없는 것이다.
특히나 상대가 뭔가 칼을 간 듯한 느낌이 날 때는 더더욱.
‘아마 유도 특유의 반격기를 노리나.’
자세를 보니 상대가 유도라는 건 점점 더 확실해져가고.
이제 상대는 아몬드를 얕보지 않기에, 유도에 맞게 반격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함부로 발을 뻗었다간 잡혀서 내동댕이 쳐질 것이다.
그 이후로는 어떤 콤보가 들어올지 아몬드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기왕이면 안 맞고 끝내는 게 좋았다.
‘거리 재기만 잘하면 유도는 날 이길 수 없어.’
아몬드의 생각은 이랬다.
최대한의 스피드로 최장의 거리에서 때리면 유도 반격기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잡을 건덕지가 있어야 잡을 것 아닌가?
타닥!
한층 더 날래진 스텝을 타고 아몬드의 발차기가 날아든다.
퍼엉!
“!?”
허원무의 손은 허공만 저었다. 뭔가를 잡으려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격투 게임에선 공격에 실패하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펑!
아몬드의 왼발이 잽처럼 폐부를 가격하고, 곧바로 이어서 나래차기로 오른발등이 심장을 타격한다.
퍼억!
“푸학!”
헛숨을 뱉는 허원무의 입에서 침이 튀어나온다.
심장을 타격했던 오른발이 이젠 회전축이 되고.
휘릭.
아몬드의 몸이 돈다.
반 바퀴의 회전력을 실은 발꿈치가 상대의 광대에 적중한다.
콰앙!
허원무가 타격된 방향으로 쭈욱 날아가며 쓰러진다.
첫 3콤보가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승리!]그리고, 바로 승리 판정이 떠버렸는데.
“?”
의아한 표정이 되는 아몬드.
체력 많이 남아 있었는데?
허원무는 체력이 그래도 절반은 남아 있었다.
왜 갑자기 죽은 걸까?
“시체도 없네. 나간 건가요?”
-빡종?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나갔겠냐곸ㅋㅋㅋ
-나간 건 맞지 ㅋㅋㅋ
젯펌프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게 유저가 나가버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아몬드의 입장에선 뒤돌려 차느라 허원무가 어디로 어떻게 날아간지 몰랐으니 말이다.
[젯펌초고수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허원무상무님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으로 빠지셨습니다~]-???
-아 ㄹㅇ??ㅋㅋㅋㅋㅋ
-도랏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넓으니 주의……
누군가 후원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몬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허원무는 아몬드에게 마지막 뒤돌려차기를 세게 가격당하고, 좌로 몸이 날아가 버렸는데.
현재 열차는 비상정지된 상태라 문이 열려있었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으로 빠져 죽은 것이다.
“아니. 저기 빠지면 죽어요? 밑에서 싸우면 되는 거 아닌가…….”
-ㄹㅇ무슨 해리포터도 아니고 ㅋㅋㅋㅋ 왜 사라짐?
-허리포터ㄷㄷ
-9와 4분의 3 승강장(물리)
-허리포터 ㅋㅋㅋㅋ씹ㅋㅋㅋㅋㅋ
-번지당한거임ㅋㅋ
이는 젯펌프드에서 소위 ‘번지’라고 하는 시스템인데.
처음엔 떨어져 죽는 걸 일컫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시티’라는 맵에선 건물 옥상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죽는다.
흔히 낙사한다고 한다.
다만 낙사와는 다른 게, 꼭 떨어져서 죽을 법한 곳이 아니어도, 게임에서 정해놓은 공간에 빠져 버리면 죽는다.
예를 들어 어떤 맵에선 변기 안으로 빠져도 번지당한 판정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으로 빠져도 죽는 거다.
[젯펌초고수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설정상 ‘데이터포밍’된 영역 밖으로 나가면 죽음. 근데 그 기준이 지 ㅈ대로임]-지 ㅈ대로 만든 개발자 잘못이네요~
-개발잔데 왜 저기로 떨어진건데 그럼ㅋㅋㅋㅋㅋ
-아 개웃기넼ㅋㅋㅋ
* * *
바깥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아니. 저기 빠져서 죽었다고?”
“신맵 진짜 존내 웃기네.”
“더 웃긴 건 지가 개발잔데 저기에 빠졌다는 거지.”
푸하하하.
누가 보면 스탠드업 코미디 현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웃음소리가 가득해진 젯펌프드 부스.
그만큼 허원무의 죽음은 우스꽝스러웠는데.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그냥 넘어가 버린 요소도 있었다.
“잠깐. 근데 아몬드 지금 체력 100% 아니냐?”
바로, 허원무는 아몬드를 단 한 대도 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퍼, 퍼펙트?!”
“퍼펙트 게임이잖아?”
“한 대도 안 맞았는데?”
퍼펙트 게임이 나버린 것이다.
“아니…… 미쳤는데?”
물론 평소 자신이 쓰던 구성의 젯이 아닌 기본 젯을 들고 와서 익숙지 않은 것도 있겠으나.
개발자랍시고 왔는데 오늘 처음 하는 유저의 털끝도 못 건드렸다는 건 다소 충격적이다.
아몬드가 퍼펙트로 허원무를 끝냈다는 이 사실은 점차 많은 유저들이 알게 됐고.
“와아아아아아아! 퍼펙트!!”
“씨바 아몬드는 신이야!”
“아몬드! 아몬드!”
“견! 견! 견! 견!”
허원무를 이겼던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만큼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처음한 거 맞아!? 미쳤는데!?”
아몬드가 명백하게 오늘 처음 젯펌프드를 해본 유저라는 점 때문이다.
아몬드는 아무런 노하우도, 경험도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지금 허원무를 이긴 건, 오로지 재능이라는 말로밖엔 설명할 수 없었다.
극단적으로 낮은 그의 경험치가 역설적으로 그의 재능을 돋보이게 만든 거다.
어떤 인간의 재능이 가시적으로 표출될 때.
관중은 열광한다.
스포츠 시장을 봐도 똑같았다.
오늘 처음 출전한 어린 축구 선수가 세 골을 기록하면서 데뷔하면 누구라도 열광할 것이다.
사람은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하면 대체 나중엔 어떻게 된다는 거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때문이다.
‘김이서를 진짜 이긴다…….’
‘이건 된다.’
‘김이서 쉑 얼굴 퉁퉁 붓는 거 봐야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선 아몬드가 김이서를 쥐어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와아아아아아아아!”
“다음! 나와!”
유저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올라버렸고. 이젠 유저들뿐 아니라 지스타의 다른 행인들까지 모여서 관중이 됐다.
그런 와중에, 두 번째 개발자가 등장한다.
“자아. 김칫국 원샷하지 마시고.”
쿵. 쿵.
김이서가 중계석에서 유저들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이제부터 진짜죠! 다음 상대는~!”
손을 쭉 뻗으며 가리킨 곳엔 덩치 좋은 사내 하나가 몸을 풀고 있었다.
“판교의 태산! 지! 호오오! 태애애애애애애앳!”
-판교의 태산 ㅇㅈㄹ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태산이랰ㅋㅋㅋ
-화산은 없냐? ㅋㅋㅋ
우우우우우우……!
엄청난 야유 속에서 인터뷰어가 다가가 지호태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이번 도전자가 심상치 않은데. 각오 한 말씀 있으실까요?”
그는 잠시 목을 긁더니.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다. 각오해.”
……라는 말을 남기고 캡슐로 들어가 버렸다.
-ㅁㅊㅋㅋㅋㅋ
-우리 사천왕 중 최약체다 ㅋㅋㅋㅋ 이왜진 ㅋㅋ
-엌ㅋㅋㅋㅋㅋㅋ
-맞긴하지~
-캬 역시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