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5화
81. 재능(2)
젯펌프드의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는 커뮤니가든 안에 속한 젯펌프드 가든이다.
유저들은 이를 줄임말로 ‘드든’이라고 부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드든의 게시판엔 현재 김이서와 싸우는 챌린지에 대한 말로 도배되고 있었다.
[저 새끼 제발 한 대만 때리자] [이번에도 지면 이젠 진짜 괴수 변신 젯 같은 거 만들 거임. 내가 손모가지 건다] [제발 제터들아…… 힘을 모아!]젯펌프드의 신규 캐쉬템들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바로 유저들일 테니.
이들이 가장 김이서를 이기고 싶어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아니, 이들은 이기고 싶은 걸 넘어서 그냥 한 대 치고 싶은 것 같았다.
이 이슈글 1위 글을 보면 확실하게 그들의 바람을 알 수 있었다.
1위) 김이서 100% 이기는 방법 찾아냄
이 제목이 정말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면 이슈글 1위를 차지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나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고, 놀랍게도 그럼에도 1위를 차지할 만한 내용이었다.
==== ====
일단 캡슐 들어가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함. 도전자 호명해서 캡슐로 걸어갈 때. 여기서부터 변주를 주는 거임. 캡슐 말고 중계석 쪽으로 슥 들어가셈.
그리고 갑자기 존나 뛰어서 계단을 올라가셈. 갑자기 존나 뛰는게 중요함. 붙잡히면 안되거든.
도착하면 중계석 문을 연 다음, 가속력 그대로 몸을 날려서 이단 옆차기로 김이서를 가격하는 거임.
그놈은 앉아있을 테니 발에 딱 머리가 맞을거임. 김이서는 전혀 대비가 안되어있을 테니까 머리를 맞고 정신을 못차리겠지?
그때 머리채를 잡고 안면을 들어올린 뒤 주먹을 30방 정도 꽂아주셈.
그럼 니가 이김 ㅅㄱ
==== ====
-무슨 제육볶음 레시피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말하누 ㅋㅋㅋ
└ㄹㅇㅋㅋㅋㅋ
└매콤 이서 볶음 레시피 ㄷㄷ
└김이서를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 방법……
└김이서를 엽기떡볶이만큼 맵게 만드는 방법.
└김이서는 유저들이 강해지는 것이 두렵습니까?
-ㅁㅊ 이런 간단한 방법이……
-왜 우리는 가상현실을 고집했는가…… 목표는 사실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이 글에는 수도 없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김이서 입장에선 굉장히 살벌한 댓글들이었다.
-그래서 깜방살이는 몇 년 하는 건데?
└대충 집행 유예 정도?
└ㅈㄹ 이건 우영우도 집행 유예 못받을듯
└ㅅㅂㅋㅋㅋㅋ 이새끼들 뭔데 진지하게 고민하냐고 ㅋㅋ
└ㄹㅇ 하고 싶은가봄
-솔직히 집행 유예면 할만하다 생각하는 제터면 개추 ㅋㅋㅋ
└ㄹㅇㅋㅋ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ㅎ
└경험삼아 1년 살고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형을 몇 년 살고 나오면 할 만한 짓이다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마치 정말 이 계획을 실행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는 커뮤니티에 가끔 보이는 짓궂은 농담에 불과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현실에서 싸울 필요 없이 가상현실에서도 가능성이 생기고 있었으니까.
[어? 아몬드 뭐냐] [아몬드으 ㅅㅂ ㅋㅋ 튜토리얼ㅋㅋㅋ] [멘탈 공격 하나는 지리누 ㅋㅋ]튜토리얼로 챌린지를 시작하는 괴상한 도전자가 하나 나타나더니.
[설마 이기냐?] [아니 ㅅㅂ 이기겠는데?] [허원무 ㅅㅂㅋㅋㅋㅋ]허원무와의 첫 번째 대결에서 전혀 거리를 주지 않고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결국…….
[속보) 사천왕 중 최약체 컷 ㅋㅋㅋㅋㅋ]허원무를 이겨 버렸다.
퍼펙트 게임으로.
-퍼펙트 머임???ㄷㄷㄷ
-엌ㅋㅋㅋㅋㅋㅋ
-도랏네 ㅋㅋㅋ
-아니 오늘 처음하는 사람한테 진다고??
-퍼펙트는 ㅋㅋㅋ 허원무 쪽의 문제 아니냐?
└ㄹㅇ ㅋㅋㅋ 그저 레이저 클로 원툴 ㅋㅋㅋ
└유도 젯 저렇게 할꺼면 왜쓰냐곸ㅋㅋ
-죄송한데 “이삼천왕”입니다만?
└견과류단 기어왔누 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이삼천왕 어감이 도랏네
└ㅅㅂ이삼천왕 ㅋㅋㅋ 정말 ㅈ도 없는거같다……
└ㄹㅇ 두명이든 세명이든 걍 대충 똑같다는 마인드가 느껴져서 개웃김
안 그래도 개발진에 대한 원한이 두터운 곳인데, 난생처음 하는 뉴비한테 퍼펙트로 완패하는 그림이라니.
아몬드와 드든. 이 둘은 그야말로 불과 화약처럼 만나 터지기 시작했다.
2위) 아몬드으. 그는 신인가?
4위) ???:너 게임 개못하잖아~
8위) 김이서는 아몬드으가 강해지는게 두렵습니까?
이슈글에 아몬드가 언급된 글이 마구 등극됐고.
김이서를 이길 거라는 기대를 품는 걸 넘어 이미 이긴 것마냥 글을 써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 *
“허 상무님 대체 제정신인 건가…….”
지호태는 ‘복싱 젯’을 착용하며 중얼거렸다.
“게임 못하는 건 알았는데. 오늘 처음 한 뉴비한테 지는 건 뭐야. 퍼펙트로.”
커뮤니티의 열기와는 다르게, 막상 개발진들은 허원무의 패배를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생각하진 않는 듯했다.
워낙 평소에도 게임을 잘 못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퍼펙트 게임 사태도 그들은 대체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고.
그건 지호태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 그냥 귀찮고 퇴근 빨리하고 싶어서 져주는 거 아냐?
그는 심지어 허원무가 퇴근을 빨리하고 싶어 일부러 져주는 게 아닌가도 의심한다.
워낙 평소에 일 길게 하는 걸 싫어하는 그의 성격 탓이다.
“잘 하지도 않던 유도 젯을 고른 거부터가…….”
치이익.
복싱 젯의 글로브가 그의 양손에 딱 맞게 착용된다.
“에휴. 짬처리는 내가 해야지 뭐.”
허원무와 다르게 그는 실전에서도 이 복싱 젯을 자주 활용한다.
여기에 ‘헤비급’ 펌핑을 몇 번 하면 잘 넘어지지도 않고, 무지막지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아이언 글러브가 만들어지는데. 지호태가 자주 사용하는 세팅 중 하나다.
‘근데 펌핑도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나 이번엔 상대도 펌핑이 하나도 안 된 기본 젯을 들고 왔기에, 그 역시도 별수 없이 기본 젯을 착용했다.
허원무의 유도 젯에 이은 복싱 젯이다.
[전송]그리고, 전송이 시작됐다.
슝.
컴컴했던 시야가 다시 밝아지면서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옥상]초록색 우레탄 마감이 된 옥상의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자, 맵은 옥상! 옥상이 나왔네요!”
도심 한편에 작은 연립주택들의 옥상이 무대가 되는 맵이다.
총 네 개 건물의 옥상만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반대편 건물 옥상으로 점프할 때 떨어지면 그대로 번지당한다.
“아까 지하철은 번지당할 만한 곳이 거의 없었는데. 여긴 대놓고 번지시킬 수 있는 맵이죠?”
-언제 왔냐 해설자는 ㅋㅋㅋ
-김이서 이제 곧 출전할 거 같으니까 불러왔나봄ㅋㅋㅋㅋㅋㅋ
-이제야 제대로된 해설 붙었누 ㅋㅋ
곧 있을 출전을 대비하는 걸까? 김이서는 어디 가고, 아까만 해도 딱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해설자들이 나왔다.
“옥상! 번지 아주 잘 되는 맵이죠. 건물 옥상 4개를 쓸 수 있는데. 이 옥상들을 건너다니는 과정에서 떨어질 수가 있고. 또는 일부러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떨어뜨리라고 야구 배트, 골프채 같은 무기도 막 떨어지죠?”
젯펌프드의 특징 중 하나. 맵 곳곳에 무기가 떨어진다.
“아. 그렇죠. 허원무와의 대결에서는 사실 둘이서 한자리에서만 싸워서 무기는 별로 못 봤는데. 이번엔 다를 수도 있겠네요?”
“예. 아마 다를 거예요. 번지가 쉬운 맵에선 무기가 꽤 유용하거든요.”
이 무기들은 내구도가 형편없어 몇 번 쓰면 버려야 하지만, 때론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이 무기들 중 골프채나 야구 배트는 상대를 멀리 날릴 수가 있으니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어도 주의해야 한다.
“지금 일단 아몬드으와 지호태산. 서로 발견을 못 했습니다?”
-지호태산ㅋㅋㅋㅋ
-왜 지호지방시가 아닌건데 ㅂㄷㅂㄷ
-닉부터가 벌써 ㅈㄴ 고였넼ㅋㅋㅋ
옥상 맵은 지하철과 달라서 꽤 넓은 편이고, 태어나는 위치 역시 랜덤이다.
“애초에 12인 전투를 염두하고 만든 맵이라 꽤 넓어요. 지금 서로 다른 건물 옥상에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몬드와 지호태는 서로 다른 옥상으로 전송됐다.
“이야. 캐릭터 그래픽은 완전 게임스럽고 맵은 진짜 실사다 보니까, 뭔가 증강현실 같죠?”
“예. 데이터인 제터들이 현실 세계로 침공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젯펌프드의 컨셉이 신맵을 통해서 더 잘 살아나는 거죠!”
-홍보 멘트 무엇……
-옆에서 김이서가 스틱으로 찌르고 있으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mc들도 먹고 살아야지 얘들아 ㅋㅋ
지호태와 아몬드는 옥상을 마구 뛰어다니다가, 잠시 후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아아 지금 서로 발견했죠?”
“지호태는 일단 슬며시 떨어져 있던 야구 배트를 듭니다? 점프해서 건너오면 바로 야구 배트로 치겠다는 거예요!”
우우우우우우……!
지호태가 야구 배트를 들자 야유가 터져 나온다.
“아아아! 지금 현장에서 야유가 쏟아집니다! 초보를 상대로 야구 배트를 드는 건 금기 사항이거든요?”
“예. 악질 유저들이나 하는 짓이죠!”
-ㅋㅋㅋㅋㅋㄹㅇ
-아몬드 야구배트가 뭔지도 모를텐데 ㅠㅠ
-캬 이게 판교의 태산!?
-역시 태산보단 한바다가 낫지~
* * *
‘이거 한 20미터쯤 되나…….’
옥상 끝에선 아몬드가 건너편 건물의 옥상을 보며 턱을 매만진다.
12층 높이의 아찔한 바닥을 내려보며 그는 생각했다.
‘떨어지면 죽겠네.’
열차와 승강장 사이와는 달리, 여긴 떨어지면 죽는 게 너무 명확해 보인다.
그리고, 건너편 옥상 끄트머리.
지호태가 야구 배트를 든 채 서 있다.
‘뭐야. 저걸로 날 떨어뜨리겠다는 거 같은데.’
누가 봐도 여기서 건너가려고 점프하면 곧장 배트로 날리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여태 게임 해온 눈치가 있는데. 아몬드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냥 뛰어서 건너면 사망이네.’
제터의 신체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라 이 정도 너비를 건너뛰는 건 일도 아니지만.
상대가 야구 배트로 쳐버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음.’
어떻게 잘 속여서 넘어갈까. 아니면 아예 넘어가지 말까.
잠시 고민하던 중.
아몬드는 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야구공]야구공이다.
이런 걸 인테리어용으로 집어넣었을 리는 없어 보였다.
“혹시 이것도 무기예요?”
-ㅇㅇㅇ
-그거 잘 던지면 불꽃 날아감ㅋㅋㅋ
-그거도 무기임 ㅇㅇㅇ 일회용임
역시.
이것도 골프채, 야구방망이 같은 무기였다.
탁.
아몬드는 야구공을 집어 들고, 다시 옥상 끄트머리에 선다.
그러자 해설자들이 호들갑을 떤다.
[아아! 야구 배트에는 야구공으로!?] [좋은 판단입니다! 억지로 건너는 건 자살행위거든요!?] [근데 잘 맞힐 수 있을…….]의심했던 해설자들은 아몬드의 투구폼을 보자마자 말문이 막혔다.
[……?!]스윽.
아몬드의 왼무릎이 위로 치솟고, 자연스러운 투구폼이 완성되기 시작했는데.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프로들은 자세를 잡는 순간 바로 느껴진다고.
프로들만이 갖고 있는 자세에서 오는 그 압박감이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타악.
들어 올려졌던 그의 왼발이 땅을 짚으며, 오른손이 앞으로 쭉 뻗었고.
야구공이 그의 손을 떠나,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나 땐 말이야. 싸가지 없는 놈들 기강 잡고 싶을 땐 어떻게 했는지 알아?」
이전에 들었던 선배의 노하우(?)가 머리를 스쳐 간다.
파아아아앙──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야구공이 날아간다.
[자세 상당한데요! 이거 설마!? 야구공 필살기인 건가요!?] [첫 시도에요? 말도 안 되죠!]각 무기들도 완벽한 자세 구현이 되면 필살기가 발동한다.
젯의 필살기만큼 대단할 건 없지만, 그래도 발동하면 꽤나 좋은 편이다.
‘와봐라.’
지호태는 눈을 부라리며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발이 땅을 찍으며 배트가 휘둘러지는 순간.
「오른손잡이라면 왼쪽 턱. 거기로 던져 버려. 신체 구조상 절대 못 치거든?」
쉬이이익──
이미 야구공은 그의 왼턱으로 치고 들어가 버렸다.
“!?”
콰아아앙!
「바로 데드볼이야. 피해도 콧대가 날아가. 바로 예의범절 주입되는 거지.」
[아아아! 적중!!]턱이 바스러지듯 돌아간 직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르르륵!
갑자기 야구공에 불이 붙는 게 아닌가?
[이건?!] [어……!?]해설자들 모두 입을 떡 벌렸다.
필살기였다.
[이건 필살기죠!?] [단 한 번의 시도에!!! 야구공 필살기를 발동시켰습니다아!?]퍼엉~!
화염계 공격까지 덧씌워지면서 더 큰 충격이 가해졌다.
지호태의 몸은 활활 타버리면서 뒤로 쭉 날아갔고.
아몬드는 잠시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지호태가 날아가는 걸 지켜봤다.
‘오…… 이제 건너가면 되겠네.’
이미 일이 다 끝난 후.
그제야 선배가 마지막에 덧붙였던 말이 머리로 스쳐 지나가는 아몬드다.
「~라고 할 뻔! 이거 하면 큰일난다. 야. 너 왜 진짜로 해볼 것 같은 눈빛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