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2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42화
82. 메카 레그(3)
젯펌프드의 세계엔 수많은 젯과 펌프가 존재한다.
심지어 이들의 조합까지 따져본다면 일일이 셀 수가 없는 수준일 터다.
그런 와중에 새로 나온 젯의 정확한 카운터 관계인 젯을 찾아낸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이 젯을 만들 때부터 카운터를 정해놨던 게 아니라면.
만약 그가 이 게임의 최초부터 설계한 자가 아니라면.
그런 이 세계의 신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이, 이거 카운터네요!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메카 젯에 카운터가 있었어요!] [이럴 수가…… 이거 처음부터 설계된 겁니까!?] [그럴 수 있죠! 김이서스는 이 게임의 설계자니까요!]그렇다.
반대로 말하면 이 게임을 설계한 신 같은 존재라면, 카운터를 바로 찾아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거다.
심지어 메카 시리즈에 어떤 펌핑을 추가해서 변주를 하든 간에, 그는 카운터를 다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핵심적 요소인 ‘엔진’ 펌핑에 치명적인 펌핑이 따로 정해져 있었으니까.
[냉기 펌핑! 그것도 고도 압축 펌핑을 받은 냉기 펌핑이 카운터 같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성에’ 옵션까지 강화됐어요! 이거 다 사실 엄청 하찮은 옵션인데!]엔진을 먹통으로 만드는 설계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김이서도 인정한다.
유저들 입장에서도 찾기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냉기도 아니고, 압축 냉기. 그리고 후속 타로 ‘성에’라는 옵션까지 붙어 강화된 펌핑이니까.
성에 옵션은 냉기가 최대한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게 해주고, 압축은 모인 냉기가 서로 중첩될 수 있게 해준다.
이로 인해 그 고도의 열을 뿜는 엔진마저 꺼뜨리는 ‘절대 영도’의 영역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설계자답습니다!?] [이런 트릭을 만들 줄이야. 진짜…… 대단하긴 하네요.]물론, 이런 카운터를 설계해서 만들어내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경이로운 상상력과 치밀한 계획의 합작이다.
그러나, 그 모든 치밀한 계획과 구상을 엎어버리는 건 어떠한 능력인가?
[어어어!? 아, 아몬드 반격합니다!] [엔진 꺼진 거 아니었나요!]키이이이이잉!
얼어붙었던 아몬드의 엔진이 울부짖는다.
냉기가 비어 있는 공간에서 주어진 찰나의 기회.
같은 공간 안에서 최대한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선택한 발차기는 ‘회축’이다.
[회추우우우욱!!] [순식간에 80%대 추진력을 얻습니다!]퍼어어엉──!
“컥!”
침이 튀며 옆으로 돌아가는 김이서의 얼굴.
비록 80%의 추진력이나, 카운터로 맞는 바람에 충격은 100%급이었다.
[속이 뻐어어어엉!!!]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진다.
김이서의 체력이 30%대로 떨어졌다.
[속은 뻥 뚫립니다! 하지만! 이제 곧 냉기가 다시 차오를 겁니다!? 이대로 더 싸울 순 없어요!]해설자의 지적대로 아몬드의 공격이 더 이어질 순 없었다.
후우웅!
김이서스의 검이 곧장 휘둘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압축이 최대로 이루어진 그의 냉기는 삽시간에 공간을 장악했다.
여기선 제대로 싸울 수 없다. 오히려 체력만 더 내줄 것이다.
‘일단 벗어난다.’
치이이익…… 칙!
힘없이 픽픽 새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메카 엔진을 최대한 가동시키며 일단 이동하는 아몬드.
[다시 냉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는 공간에 오래 있을 수 없죠! 이동합니다!] [판단은 좋습니다! 다만! 어떻게 싸울 예정이죠!?]메카 레그는 엄청난 엔진 추진력을 기반으로 근접 파괴전을 치르는 젯이다.
그러니 김이서 근처에도 갈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선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아몬드는 어떤 방법이든 찾아내야 했다.
[김이서스의 냉기가 안 사라집니다! 계속 공간을 장악 중이에요!!]고밀도, 성에 옵션이 달린 냉기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쌓인 채로 옥상을 다 장악해 나갔다.
김이서는 그저 여유롭게 칼만 휘두르면서 돌아다닐 뿐이었다.
-와 씹사기네
-저게 게임머니라고??
-ㅁㅊㅋㅋ 밸런스 잘맞쥬?
-???: 밸런스가 안 맞는 게 아니라 니들이 멍청한 거다.
-이거 메카시리즈 한정 최악이네 ㄹㅇ
[이게 사실 일반적인 젯이면 저 냉기가 그렇게까지 거슬리진 않는데요! 메카라서 문제거든요?!] [예! 사실 메카뿐 아니라 모든 엔진 관련 젯이라면 다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아아아…… 안타깝습니다!]도망만 다녀야 하는 아몬드를 보며 해설이 통곡한다.
[이제 겨우 김이서를 불러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못 한다뇨!?] [이대로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끔찍한데요?]아아아…….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퍼져 나갔다.
냉기로 점점 가득 차고 있는 옥상을 보면, 도저히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얀 냉기가 옥상을 좀먹을 때마다 절망이 더해져 갔다.
저 냉기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게 아니라니까?!”
거기에 더해 김이서스의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왜 맨날 해보지도 않고! 어?!”
순식간에 체력이 절반까지 거덜 날 땐 아무런 말도 없더니. 상황이 괜찮아지니 입을 여는 거다.
-개가튼넘……
-아오 ㅋㅋㅋ
-제발 한대만……
-탈모나 걸려라 버러지쉑
-이기면 할 말 없긴하지ㅜㅜ
유저들은 그 꼴이 정말 보기 싫었으나, 할 말이 없었다.
여기까지 파죽지세로 뚫고 온 아몬드도 이 정도 고전이라면, 김이서의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운터는 찾아봤냐? 내가 맨날 물어보면! 찾아봤다며? 이게 뭘 찾은 거야? 어? 이건 뭔데 그럼~!?”
마치 직장 상사의 꾸짖음을 듣는 듯한 콤보가 이어지며 유저들은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ㅋㅋㅋㅋㅋㅋ극딜
-이게 회사 짬인가?
-혹시 저 새끼 젯이 ‘초고속 메카 마우스’인가요?
-ㅁㅊㅋㅋㅋㅋ
-하…… 제발 ㅠㅠ 아몬드으 ㅠㅠㅠ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의 시선은 화면 속 아몬드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그가 아니면 김이서를 처치할 인재는 없어 보였다.
여태 김이서를 꺼내오는 것조차 다 실패하지 않았던가?
절망적이지만, 그나마 그가 희망이다.
절망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다.
[아…… 정말 가차 없습니다. 저렇게 살아야 돈을 많이 버나 봅니다.]해설자들도 참담한 목소리로 중계를 이어간다.
[그, 그래도! 아몬드! 일단 냉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에 성공!]도망만 치던 아몬드는 아예 건너편 건물의 옥상으로 넘어가 버렸다.
[예! 완전 다른 건물 옥상으로 가버렸죠!?] [이대로 시간을 끌 생각인 걸까요?] [아! 그러면 아몬드 승인가요? 일단 아몬드가 체력이 더 많거든요!]젯펌프드엔 시간 제한이 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체력이 더 높은 사람이 이긴다. 모든 격투 게임의 기본 룰이다.
그런데…….
[아……!? 이, 이 챌린저 신맵들은 시간 제한이 없어요!!!] [헉…….]챌린지는 시간 제한이 없었다.
다분히 의도적인 설계였다.
처음부터 이 냉기 전법을 쓰기 위해 만들어진 세팅인 것이다.
-역시 주작 ㅡㅡ
-하…… 버러지쉑
-이거 뭔데 무효 아냐???
채팅창에서 험악한 말들이 오갔다만. 김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챌린지는 챌린지지. 일반 게임처럼 했음 애초에 튜토리얼부터 진행한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는 연신 칼을 휘둘러대면서 반박한다.
-??
-궤변론자
-그거랑 뭔 상관
-맞말이긴함ㅋ
김이서가 기고만장하여 덧붙여 외칠 때였다.
“그래~ 안 그래~ 내가──”
하얀 냉기 구름 사이로 뭔가가 뚫고 들어왔다.
──쾅!
말하던 김이서 아바타의 입이 쩍 벌어진 채로 일그러졌다.
거의 얼굴이 함몰될 정도의 충격.
대체 뭐지?
[어어어어!?] [데에에에에에드 보오오올!]데드볼?
관중들은 의아했으나, 그 말에 금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서, 설마!”
“이거 야구공이야!?”
“미쳤다!”
아몬드가 멀리서 야구공을 날린 것이다.
[노, 놀랍습니다! 건너편 건물에서 여기까지 공을 던져 맞히다뇨!?] [야구 선수 출신인가요!?] [아뇨! ‘ㅇ’ 받침을 다 붙여야 하는데요!?]-양궁ㅋㅋㅋ 야구 ㅋㅋㅋ
-ㄹㅇ
-미쳤네 ㄹㅇ 정확도
화르르륵!
필살기까지 발동됐는지, 야구공에 불이 붙으며 김이서까지 같이 불탔다.
[김이서스] [체력 25%]체력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 김이서스.
‘어디야…….’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서, 설마…….’
저 멀리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인다.
다른 건물의 옥상이었다.
저 거리에서 여길 맞혔다고?
어이가 없는 정확도다.
김이서가 말이 없어지자 해설자가 한마디한다.
[아아 역시 한 대 맞으니까 조용~ 해졌죠!?]-아…… 이게 ‘교육’이란 거다.
-캬 역시 전자두뇌. 처맞으면 고쳐지누 ㅋㅋㅋㅋ
-이거 근데 잘하면 아몬드가 이기는 거 아니냐???
[아몬드으!? 다른 옥상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야구공을 찾습니다!] [파훼법을 알아냈다 이거죠!] [아! 발견합니다아!]아몬드는 다른 건물 옥상에서 야구공을 또 하나 발견했다.
‘원거리 면역을 들고 올 생각은 못했군.’
예상대로였다.
김이서는 이쪽의 젯을 보고 카운터 젯을 고르기 때문에, 원거리 면역은 굳이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메카 젯만 무력화시키면 아몬드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연한 계산이다.
제터 간의 대결에서 젯이 무력화된다는 건 매우 치명적인 일이니.
그러나, 상대가 더 치명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면?
척.
아몬드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으며 냉기 가득한 건너편 옥상을 노려봤다.
김이서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야구공을 막을 생각이다.
‘음.’
아몬드는 그렇게 두지 않을 생각이다.
콰과광!
그는 메카 엔진을 가동시켜, 날아오른다.
[어? 던지려다 말고 날아다닙니다!]냉기가 퍼지지 않은 곳을 넓게 넓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점점 가속이 붙기 시작하고, 김이서는 뿌연 냉기 사이에선 그가 어딨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어? 어디…….’
그런데, 보통 이렇게 되면 던지는 사람이 더 힘들게 마련이다.
[어! 상대가 못 막게 하려는 심산인데…… 이, 이렇게 어지럽게 날아다니면 본인은 어떻게 던지나요!?] [그, 그렇죠?? 맞히는 사람이 더 어렵거든요!]다음 순간.
콰광!
엔진 역분사와 함께 순간적으로 멈춰 선 아몬드는 찰나의 시간에 완벽한 자세를 잡았다.
“!”
앉아 있던 해설자 둘이 순간 엉덩이를 의자에서 뗄 정도.
그 정도의 퍼포먼스였다.
야구공이 완벽한 투구폼을 타고 대포처럼 쏘아진다.
퍼어어어엉──!
정확히 날아간 건 물론, 필살기마저 발동된다.
화르르륵!
야구공에 불이 붙은 채로 김이서를 향해 날아갔고.
“어어어……?”
김이서는 순간 야구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정타를 내어준다. 그것도 관자놀이에.
콰아앙──
화려한 불꽃이 일어나며 날아가는 김이서스의 신형.
[김이서스] [체력 9%]실낱같은 체력이나마 남아 있어 살았다.
[아아아아! 안 죽었어요!!]해설자들이 빼애액 비명을 지른다.
[이, 이게 안 죽네!] [그런데 방금 뭡니까!? 날아다니면서 그냥 바로 야구공 필살기 시동! 진짜 미친 퍼포…먼스!] [이제 야구공 하나 더 찾아야 하나요? 근데 있을…… 어!?]콰과과과광!
야구공을 더 찾아서 죽일 수도 있었겠지만.
[보, 본인이 직접 날아갑니다아아아아!]아몬드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야구공이 더 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이 기회는 딱 한 번뿐이었다.
‘길이 열렸어.’
불붙은 야구공이 냉기층을 관통하면서 잠시 길이 열린 것이다.
‘아까 봤었지.’
아까도 목격한 바 있던 현상인데. 그땐 미처 달려들 생각을 못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갈라질 걸 알고 있었다.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갈랐던 것처럼.
길이 생길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로 날았고.
아몬드는 그 길을 타고 순식간에 김이서의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ㄷㄷㄷ
-미쳤다
-와
파앗!
마하의 속도로 등장한 아몬드으의 신형이 드리우는 그림자.
김이서에겐 사신이나 다름없이 보였다.
“이…… 이 미친…….”
척.
아몬드의 발이 위로 솟아 올라 태양을 가린다.
[찍기이이이이이이이!!!]해설자가 성대를 찢어내며 외친 말처럼 그의 마무리는 찍기 공격이었다.
[엔진 추진력 100%]최대의 추진력, 최고의 속도, 완벽한 정확도.
이 3박자를 타고 하얗게 타오르는 빛을 내는 메카 레그.
“찍기……”
그것이 김이서의 정수리를 찍어내렸다.
“챠!!!”
콰아아아앙──!!
그 순간, 모든 관중들이 펄쩍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