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46화
84. 조별 과제(2)
부글부글 끓는 산성액을 머금고 있는 좀비와 아몬드 사이의 유일한 장애물이라곤 책상뿐인데.
그르르르르.
거품마저 터지는 산성액을 보고 있자니, 책상 정도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버릴 것 같았다.
그러니까, 사실상 아몬드는 저걸 막을 수단이 전혀 없는 거다.
그뿐인가?
[패닉] [신체 움직임이 90% 이상 둔화됩니다]이 빌어먹을 몸뚱이는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패닉이나 일으키고 있었다.
이전 좀비스쿨 얼리억세스 시절에도 유리 멘탈의 육신에 들어가 있어서 어지간히 고생했던 아몬드인데.
이번에도 비슷한 컨셉인 걸까?
그땐 따돌림당하던 아이여서 그랬던 거 아닌가?
“캬아아아아아악!”
결국 좀비는 산성액을 뿜어냈다.
-시~ 원하다
-시작하자마자 실패임?ㅋㅋㅋㅋ
-아 패닉 ㅠㅠ
-???: 팬이에요!
치이이이익……!
온몸의 살이 순식간에 거품처럼 사라지고, 흰 뼈가 드러나며 시야가 빠르게 낮아진다.
몸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시야가 검게 암전하더니.
그때—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리~♪♩
또 학교 종이 울린다.
‘응?’
* * *
“하암. 다음 뭐냐. 국어냐?”
“아. 또 자는 시간이네.”
“국어 맞아? 수학 아니지? 수학 나 아직 책 못 빌렸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눈을 뜬 아몬드.
‘교실이다……. 정상적인.’
이번엔 평소 알던 교실의 풍경이었다. 공포 영화 세트장 같은 게 아니라.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그런 교실이었다.
“아~ 졸려~~~”
“집에 언제 가냐~”
“집 가면 뭐 있냐?”
“집 가는 척하네. 이 새끼. 피시방 갈 거면서.”
햇살이 드리우는 오전의 교실이다. 평화로우며 따사로운.
아직까진 말이다.
-???
-엇?
-회귀ㄷㄷ
-유상현 엘리트 만들기!?
-아 프롤로그네 ㅋㅋ
채팅창에서 말하는대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온 걸까?
그렇다면 아까 본 건 미래인가?
“야. 언제까지 처자냐. 일어나라. 매점가자.”
누군가 아몬드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오지훈]명찰에 쓰인 이름을 확인해 보니 오지훈이다.
지훈이 눈이 마주치자, 다시 묻는다.
“매점 안 가? 근데 너 명찰 어딨냐? 이거 학주한테 걸리면 골치 아파 임마~”
말이 조금 껄렁하긴하지만, 지훈은 정말 친구인 듯 했다. 괴롭히는 느낌은 아니다.
띠링.
[명찰을 찾으시오.]이전보다 뭔가 게임이 친절하다.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져본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금새 발견할 수 있었다만, 명찰은 이름 없이 텅 빈 채였다.
띠링.
[이름을 정하시오.]여기서 이름을 정하는 모양이다.
[아몬드]“뭐야. 아몬드. 명찰을 왜 주머니에 넣고 다녀? 하여튼 매점이나 가자.”
“아, 그래.”
아몬드는 일단 학교의 지리도 외워둘 겸, 다른 형들도 찾을 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이런 메시지가 뜬다.
[같은 꿈을 꾼 다른 동료들을 찾으시오.]-근데 메시지 말투 왜이럼ㅋㅋ
-시오 체 ㅋㅋㅋ
-문제지 말투아님? 스쿨이라?ㅋㅋ
-오. 이거 타코랑 껌형인가 봄.
동료를 찾는 것부터가 일인 모양이다.
아몬드는 일단 지훈을 따라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에서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터벅. 터벅.
지훈을 따라 매점으로 향하던 중. 계단을 내려가게 됐는데.
낯익은 공간이었다.
‘이 계단 예전에 매점 누나랑 몰래 빵 옮기던 곳이구나.’
스케일만 조금 커진 느낌이고, 학교의 구조는 이전 버전과 거의 유사한 듯했다.
그런데—
“뭐야.”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으레 학교 계단에 하나씩 있는 커다란 거울을 마주쳤기 때문인데.
-어?
-오 뭐야? 아몬드 얼굴 구현됐네
-예전이랑 컨셉 다르데
-근데 아몬드 맞음? 좀 다른데?
오똑한 콧대와 둥글지만 끝맺음이 날선 눈매. 적당한 무게감의 턱선. 그리고 양궁으로 다져진 질량감 있는 어깨 라인까지…….
‘내 얼굴 맞는데.’
분명 아몬드였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맞긴 한데…….’
렌더링의 차이? 아니다.
이 정도 기술력이면 분명 그대로 구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금 다를까? 굳이 일부러 다르게 할 이유가 있을까?
-아. 어려졌네!
-헐 고딩 몬드 극——락
-와 커엽다 ㅋㅋ
-미쳤다 얼굴 어려지는 거야? 미쳤다 미쳤다
-저 아, 아모으임 저 침이 주주세은에여? 채이여!
그렇다.
아몬드는 고등학생 시절의 얼굴로 구현된 것이다.
이게 좀비스쿨이 얼리억세스 모드와 다른 점 중 하나였다.
좀비스쿨의 그래픽 엔진은 이제 사용자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 그 시절의 얼굴을 최대한 구현해 낸다.
“뭐 해. 인마. 니 못생긴 얼굴 봐서 뭐 한다고. 계속 보냐”
옆에서 지훈이 빨리 가자며 재촉한다.
-??못생겨?
-ㅈ고딩 특) 친구한테 잘생겼다고 죽어도 말 안함ㅋㅋㅋ
-누가 못생겼다는 거야 이 고구마처럼 생긴 게
못생겼다는 말에 시청자들이 격분했으나, 막상 아몬드는 다른 생각 때문에 대충 끄덕이고 만다.
“아. 그래. 그래.”
그는 지금 동료들의 얼굴까지 변했다는 사실을 유추해 내서, 혼란스러운 중이었다.
‘고등학생 때 얼굴이 나오는 거면…… 나야 큰 차이 없다지만……’
원래라면, 이 좀비스쿨에서 타코야끼를 찾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 대머리일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등학생 시절의 타코야끼라면 어떤가? 과연 그때도 머리가 벗겨져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이미 매점이 있는 지하까지 와버렸다.
“아! 한 입만!”
“미친 새끼야! 너 소시지 빵 먹어!”
“누나! 저 레모네이드도 주셔야죠!”
점심시간도 아닌데 애들이 바글바글 시끄럽다.
“와…… 우리 저걸 뚫어야 하는데. 어떡하냐?”
-ㅋㅋㅋ좀비가 따로 없누
-이래서 좀비게임이군요??
-알고 계셨나요? 정식 런칭에선 매점 좀비라는 특수 좀비가 등장합니다
-추억이다 캬
지훈이 걱정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여어! 몬드! 여기 우리 줄 선 대로 껴라!”
풍성한 머리칼의 소년이 인사를 건넨다. 그냥 NPC인가 싶었는데. 말투 목소리 그리고 이목구비가 말해준다.
그가 타코야끼였다.
-ㄷㄷㄷ 환골탈태
-아니 풍성충 타코라니 ㅋㅋㅋㅋ
-헐 적응 안돼 ㅠ
“어. 타코 형?”
“어. 그래 여기로 와!”
지훈은 신나서 ‘가자. 가자.’며 아몬드를 떠밀었고 그들은 타코야끼가 선 줄 쪽으로 끼어들게 됐다.
“역시 같은 반에 있었구나. 몬드는 얼굴이 알아보기가 쉽네. 껌 형은 어딨지?”
이런 말을 하는 순간.
“나 여기. 역시 너희도 있었구나?”
수많은 아이들의 틈에서 누군가 말하며 튀어나온다.
뽕.
정말 이런 소리를 내며 나온 것같이 보일 정도로 부드럽고 말캉하게 아이들 틈에서 튀어나왔다.
하얀 피부에 멀끔하게 생긴 학생이다.
“헐.”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여전히 통통하긴 하지만, 실제 풍선껌에 비하면 살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풍선껌 인싸 시절 ㄷㄷ
-형……?
-와 이거 어케 구현하는 거임??? ㅈㄹ 신기하네.
동료를 다 찾아내자 알림이 울린다.
띠링.
[참 잘했어요!] [같은 꿈을 꾼 동료 – 완료]뒤이어 새로운 퀘스트가 뜬다.
띠링.
[동료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오]-ㅋㅋㅋㅋ참잘했어요 ㅋㅋ
-학교 컨셉 지대로네 ㅋㅋ
-꿈 얘기해야 하는 거 아냐?
꿈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근데 무작정 얘기할 순 없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반 친구’들이 듣는다면, 신뢰도를 잃을 것입니다] [신뢰도가 낮으면 NPC들은 당신의 말을 믿지 않고, 명령을 듣지도 않습니다.]이번 게임은 혼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이끌어서 최대한 많이 살려야 하기 때문에 신뢰도를 잃으면 크게 곤란해진다.
즉, 이들부터 교실로 보내야 했다.
‘간단하네.’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더니 지훈을 툭 치고는 말했다.
“야. 지훈아. 교실로 가라.”
-……?
-학창시절의 버릇이 여기서……
-ㅁㅊㅋㅋㅋㅋ 그런다고 가냐?
“뭐? 뭐래. 미친놈아. 빵 사러 여태 기다렸는데!”
“그냥 가라.”
-엌ㅋㅋㅋㅋㅋㅋ그냥가랔ㅋㅋ
-팩트) 현실 학교였으면 군말 없이 갔다.
-그냥 가라 ㅇㅈㄹㅋㅋ
끈덕지게 가라고 하는 아몬드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훈은 답답하다는 듯 더 소리칠 뿐이었다.
“아! 빵 먹고 갈 거라고! 갈 거면 너나 가 인마아아악!!”
거의 주화입마가 걸리려 하는 지훈을 구제한 건 의외로 풍선껌이었다.
“자, 자! 진정해! 이럴까 봐 여러 개 샀으니까!”
풍선껌은 아몬드 옆에 붙은 지훈은 물론 타코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빵을 나눠줬다.
시뻘게졌던 얼굴이 금세 가라앉는 지훈.
“어…… 어엇!? 진짜 그냥 주는 거냐? 이게 의리의 3반이지!”
호감도가 상승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쑥쑥.
“와 고마워.”
“잘 먹을게.”
소기의 목적인 빵을 받자, 친구들은 전부 교실로 먼저 돌아갔다.
이렇게나 단순한 놈들이다.
“자.”
짝!
타코야끼가 박수를 한 번 치며 이목을 모은다.
“갔으니까. 얼른 말해봅시다. 일단 둘 다…….”
끄덕이는 두 개의 얼굴을 확인하며 타코야끼가 먼저 말을 꺼낸다.
“뛰는 좀비들을 봤나?”
뛰는 좀비?
그런게 있었나. 아몬드는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그런 건 본적이 없었다.
그럴 만한 환경도 아니었다.
교실에서 시체처럼 누워 있던 좀비가 깨어나서 산성침을 뱉는 게 전부였으니.
설마 저도 모르게 ‘스킵’ 버튼 같은 걸 누른 걸까?
워낙 게임에 진행에 있어 특이하게 진행해 본 경험이 많은 아몬드는 그런 고민까진 했으나.
“어? 뛰…… 뛰었던가? 음…….”
풍선껌 역시 기억이 애매한 모양이다.
“음? 못 봤습니까? 몇몇 좀비들은 뛰어다니던데. 왜 그…… 무슨 건물 중앙 현관 같은 데서 막 철창으로 막으려다가 실패해서 도망가는데…….”
“무슨 소리야? 타코야. 운동장이었잖아.”
“……예?”
이에 아몬드도 끼어들어 말한다.
“어, 전 교실이었는데.”
-다 다르네 꿈이??
-뭐야 다른 꿈이잖아?
-꿈도 못 꾼 정체 ㄴㅇㄱ
뭐지…….
타코야끼는 어색한 머리칼을 쓰담으며 갸웃거린다.
“아.”
짝.
그는 뭔가 깨달은듯 손뼉을 친다.
“이거 우리 셋이 다 다른 힌트를 받은거야.”
“!”
“그렇지. 우리 꿈이 다른게 당연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라고 할 이유가 없지.”
“아. 그러니까. 서로 꿈을 비교해 가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대비한다는 개념인가?”
“그렇죠!”
-오오……
-게임 짬밥 ㄷㄷ해
-사스가 예언가 문어
타코야끼의 가설은 그럴듯했다.
아몬드가 꾼 꿈이라고는 산성 침을 뱉는 좀비에게 패닉에 걸려 죽는 것뿐이다. 그게 주는 정보의 양이 좀비 대란에서 학생들을 구할 때 쓰일 만큼 대단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셋의 꿈이 제각각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각 꿈마다 주는 정보를 합치면 뭔가 방향이 잡힐 수도 있었다.
“껌 형은 운동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앙현관을 막고 있었고. 아몬드는?”
“저는 교실이었어요. 근데 이미 거의 다 죽고. 저만 기절한 건지 자고 있던 건지, 일어났는데 뭘 뱉는 좀비를 만나서 죽었죠.”
“뭘 뱉는다고?”
“그…… 염산 같은 걸 뱉는 거죠.”
“아…….”
우웁.
풍선껌은 비위가 약한지 헛구역질을 한다.
하지만 와중에도 빵은 계속 씹고 있었다.
“일단 이 꿈들을 취합하려면…… 시간 순서를 좀 알아야 합니다. 일이 벌어지는 순서 말이죠.”
“오. 그렇지. 이대로는 다 따로 노니까.”
“몬드는 장면에서 학생들이 이미 다 죽어 있었다고 했고. 형님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좀비였습니까?”
“아니. 아니야. 학생들이 더 많았지. 막 좀비들이 학교로 들어오고 있었어.”
“아.”
타코야끼는 대강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시간 순서로는 형님 꿈, 그다음 제 꿈, 그다음이 몬드의 꿈. 이렇게 되겠습니다.”
“오…….”
풍선껌은 감탄하는 척하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근데…… 왜 그렇게 되는 거냐?”
풍선껌의 질문에 아몬드도 조용히 귀를 쫑긋 세웠다.
그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왜함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이게 껌이지~
-옆에서 눈치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몬드 ㅋㅋ
-몬드야~ 눈알 굴리는 거 다 보인다~
이 팀플,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