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3화
18. 뜻밖의 관중(3)
또다시 믿기지 않는 플레이로 상대를 처치한 아몬드.
[아몬드 → 풍선껌] [처치하였습니다!] [2/100]저격 총이 대미지가 강한 대신 연사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을 파고든 전술이었다.
화살의 연사 속도와 저격 총의 연사 속도가 비슷하니까, 총알을 일일이 상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아몬드는 그게 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상대 공격을 무효화시킨다고 생각했다.
“피할 각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해봤는데, 진짜 되네요.”
이 전술이 효율적인 건 물론 아몬드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애초에 총알을 화살로 맞힌다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에도 민망하고 버거운 일을 해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
-미친 거 아냐?!
-진짜 이 일이 일어나 버렸습니다…….
-오우, 맨…….
-아니, 이걸 왜 굳이 저렇게ㅋㅋㅋ
-그냥 뛰어서 피하십시오, 휴먼…….
대개의 인간들은 뛰어서 피해 버릴 것이다. 저격을 맞추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상대해 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몬드는 생각이 달랐다.
“뛰어서 피하면 제 목숨이 상대한테 달린 거잖아요. 그건 좀 별로죠.”
도망간다면, 상대가 맞히냐 못 맞히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근데 맞선다면?
자신이 총알을 맞히냐 못 맞히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ㄷㄷㄷ
-쌉간지.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엄마 : 넌 아몬드가 될 수 없단다…….
-헐, 머에요 ㅠㅠ 이 섹시한 명언은
-이건 미쳤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미쳤고, 그걸 또 해낸 것도 미쳤음ㅠㅠㅠㅠ
촌철살인 같은 그의 말에, 다들 감탄하기 바빴다.
단순 말뿐이 아니라 늘 결과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판은 수류탄을 다시 돌려보낸 것부터 시작해서 방금 전의 총알 상쇄까지.
믿기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인생 첫판이 솔쿼드였던 그 극한 상황보다도 개인전이 더 재밌을 줄이야.
[한화 팬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진짜 실망시키는 법이 없네여. 제가 응원하는 팀과는 다르게…….]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방금 일어난 일 해명해!!] [주도면밀한 책략가 님이 무려 ‘3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엄청난 플레이 뒤에는 역시나 엄청난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그간 잘 볼 수 없었던 액수의 후원이 마구 쏟아졌다.
아직 우승도 하지 않았는데도.
-우승도 안 했는데 이미 우승 분위기 ㅋㅋㅋㅋ
-한화 리그 1승 시 상태
-아몬드 우승!!
-예술 점수로 우승시켜줘!!
-우와. 후원 ㄷㄷ
-이게 얼마야 대체.
아몬드도 헛숨이 들이켜지는 가격이었다.
루비소드 님이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낯선 후원자가 30만 원까지 주고 갈 줄이야.
아직 우승도 안 했는데도.
두근두근.
아몬드는 떨리는 가슴을 능숙하게 진정시켰다.
‘그래. 아직 우승은 아니잖아.’
후원 인사도 넘겼다.
후원 인사를 하는 것보다도, 지금은 우승을 해야 했다.
천천히 마지막 남은 사냥감을 노리며 다가갔다.
[2/100]개인전 우승까지 단 1명.
후…….
조용한 숨이 적막을 타고 흘러나왔다.
‘침착하자.’
어디 있는지도 현재 모른다. 그 요란한 싸움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아몬드만큼이나 침착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더 침착했다.
이 조용하고 침착한 게임은 몇 분간을 더 이어졌다.
그사이 채팅창에서는 방금 죽은 게 그 유명한 풍선껌이라는 사실에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아니, 방금 죽은 사람 찐임?
-풍선껌??
-헐ㅋㅋㅋ
-ㄹㅇ이네 ㅋㅋㅋ
-와, 방송 탔다 형!
-껌하!
아몬드는 그곳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현재 그의 승부욕과 투지는 활활 타고 있었다.
그 모든 화력은 전부 집중력으로 이어졌다.
우승을 노릴 때의 그는, 맹수였다.
가장 손쉬운 사냥감일지라도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맹수.
과녁 정중앙에 9개의 화살이 박혀도, 10번째 쏠 때는 결국 처음 쏠 때와 마음이 다른 게 없어야 했다.
화살과 바람은 앞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비록 여기가 스톤즈일지라도 최선을 다한다.
스윽.
아몬드는 조용히 바닥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자신을 둘러싼 온 감각을 끌어올린다.
사막의 모래알 하나하나가 자신의 피부이고, 듬성듬성 뿌리 내린 녹색의 털이 곤두섰다.
사아아악?
그것들이 누군가 이 근처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피부의 주인에게.
‘……!’
아몬드는 조용히 활을 든 채로 몸을 일으켰다.
‘저쪽인가?’
애매한 45도 각도의 우측을 바라보던 그가, 망설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야. 뭘 듣긴 한 거임?
-ㄷㄷ
-무슨 전문 사냥꾼 같누
정말 아무 고민도 없이 착실하게 나아가는 아몬드를 본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시청자들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몬드에겐 아니었다.
척.
어느 순간에 멈춰 선 아몬드는 슬그머니 옆으로 돌며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그러고는 바로.
기리릭.
어딘가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게 아닌가?
-뭐여. 어디로 쏘는 거야??
-???
-어딨음?
파앙!
곧게 나아간 화살은 어딘가에 박히며 텅 소리를 내었다.
화살 끝에 맞은 건 빼꼼 튀어나왔던 방탄모였다.
“으악!”
마지막 남았던 플레이어가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헐, 진짜 있었네.
-숨어서 뭐 하던 거누 ㅋㅋㅋ
-저게 스톤즈 평균이지 씹ㅋㅋㅋ
단 한 명의 상대가 남아 있는데도 숨어 있던 플레이어.
그는 아마 자신의 위치가 블루존 이동에 있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시간을 끌며 버티려고 했던 것 같았다.
‘침착했던 게 아니라…… 위치가 유리해서였나?’
상대는 그저 최대한 꽁꽁 숨어 있던 것이다.
숨는 것에 모든 걸 걸었는데, 어이없게도 위치를 너무 손쉽게 들켜 버렸다.
“에잇!”
계획이 틀어지자, 아예 몸을 빼내서 총을 겨누는 상대.
아몬드의 눈에 들어오는 건 어설프게 자신을 노리는 총구가 아니었다.
‘전설?’
희미한 금빛으로 빛나는 상대의 방탄모다.
전설 등급이었다.
아몬드가 알기로, 저건 헤드샷으로 죽일 수 없다. 오히려 그게 더 비효율적이 되어버린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괜히 전설이 아닌 셈이다.
-파밍 운 보소.
-와, 전설 뚝배기 간만이네
-키야. 개못하는데 살아 있는 이유가 있네 ㅋㅋㅋ
-ㄷ ㄷ ㄷ 금강불괴 ㅋㅋ
투두두두두두!!!
상대는 총을 쏘기 시작했다.
조준해서 쏜다기보단 거의 난사에 가까웠다. 빗발치는 화약의 선이 허공을 수놓았다.
아몬드도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팅디딩! 팅……!
아무 데서나 튕겨 나온 도탄이 아몬드의 어깨를 스쳐 가긴 했으나.
치명상은 없다.
아몬드는 침착하게 몸을 놀려 활시위를 당겼다.
팡!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
푹!
그것이 어깨를 박살 냈다.
“끄악!”
개머리판을 견착해야 하는 어깨였다.
화살은 총과 다르게, 부상을 입힐 시 더 효율이 좋았다. 화살이 깊숙이 박히면 근육의 움직임을 상당량 제한하기 때문이다.
“으윽…….”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움켜쥐는 상대. 그는 결국 총을 제대로 쏠 수 없게 됐다.
그사이에 아몬드는 다시 화살을 시위에 메기고 있었다.
‘음?’
펑.
그런데 상대가 연막을 터뜨렸다.
-ㄹㅇ 가지가지 하넼ㅋㅋㅋ
-왘ㅋㅋㅋㅋ
-풀 파밍이여?
-뭔 풀 파밍 메타냨ㅋㅋ
거기에 수많은 조명탄과 수류탄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겁도 많고, 실력도 떨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시간 끌고 치료하려고?’
아몬드는 수많은 폭탄들이 날아오는 와중에도 그걸 생각해 냈고, 상대에게 시간을 주면 결국 불리해진다고 판단했다.
타악.
그래서 그는 오히려 앞으로 내달렸다.
연막을 깔면 어차피 상대도 내가 안 보인다. 그렇다면 거리를 좁혀서 치료를 하는 사이 죽여야 한다.
콰과과광!!!
아몬드의 어깨 너머에서 요란한 굉음과 시커먼 연기들이 피어올랐다.
대폭발이었다. 다행히 눈먼 폭탄이라 아무 데서나 터져서 피해는 없었지만.
파지직!
조명탄마저 터져가며 시야의 절반을 좀먹었다.
어찌 됐든 아몬드는 기어코 연막 안으로 진입했다.
스으윽.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감싼다.
콜록콜록.
뿌연 시야 속에서 상대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스윽.
활의 장점이라면,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리릭.
장전 소리도, 견착 소리도 전혀 요란한 게 없다.
아몬드는 그래서 이 게임에서의 활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정갈하고, 우아한 느낌.
열심히 붕대를 감고 있던 상대는 검은 인영을 보고서야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
철컥.
그가 총을 집어 드는 순간.
이미 늦었다.
피잉-
화살이 먼저 날아가 또 다른 어깨를 파고들어 살갗을 찢어냈다.
“윽!”
결국 총을 완전히 놓쳐 버린 상대는 다시 수류탄 따위를 찾으려 했는데.
푹!
더듬거리며 움직이던 손에 화살이 거세게 박혀 버렸다. 십자가에 박히듯이 고정되어 버린 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컥?! 대, 대체 어떻게…….”
연막이 아직 가시지도 않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정확힌 에임은.
“와. 진짜 귀찮게 죽여야 하네요. 전설 뚝배기 때문에.”
상대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송인가?’
푸욱──
그의 의식은 거기까지였다.
가슴팍에 두 개의 화살이 순식간에 박히고 그는 사망했다.
아몬드의 화면엔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1등]스포츠맨으로서, 이 단어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척!
아몬드는 본능적으로 팔을 치켜들었다.
‘해냈다.’
우승이다!
* * *
첫 개인전 우승.
물론 이전에 했던 솔쿼드가 우승으로서는 더 값진 일이었다만.
시청자 반응은 이번이 더 좋았다.
단순히 보는 재미가 더 뛰어났다.
우선 킬 수부터 남달랐다.
[총 31킬]그가 이번 게임에 죽인 숫자가 서른하나다.
100명이 참여하는 서바이벌에서 31명을 죽였다면, 이건 단순한 1등이 아니었다.
-와 ㅋㅋㅋㅋㅋ 킬 수 미쳤네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31킬 ㅋㅋㅋ 아무리 스톤즈라지만.
-내일 또 밴되겠네 ㅅㄱ
-ㅋㅋㅋㅋㅋㅋ 신고 먹을 듯
-엄마 아몬드 사줘! 엄마 아몬드 사줘! 엄마 아몬드 사줘! 엄마 아몬드 사줘!
잔뜩 흥분한 시청자들이 마구 도배를 하며 채팅창 스크롤을 올려댔다.
아몬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까 미처 대답하지 못한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까 후원에 대답도 제대로 못해드렸네요. 루비소드 님, 한화 팬 님, 그리고…… 주도면밀 님. 엄청난 금액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한 번에 30만 원을 준 주도면밀한 책략가라는 닉네임이 꽤나 머리에 각인되었다.
지금껏 미션금이나 서지아 말고는 이런 돈을 후원해 준 사람은 없었는데…….
그때.
빠바바밤!
엄청난 후원이 들어올 때나 울리는 팡파레 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굴의 투사 님이 무려! ‘1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친구 화끈하구만?]“아…….”
상현은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어졌다.
‘백오십……?’
도토리묵이 아닌 개인 방송에서 이런 후원이 터진 건 처음이다.
서지아를 포함해서도.
-아니, 왜 그거부터 생각해 ㅋㅋㅋ
-ㅋㅋㅋㅋ 그냥 다른 걸 해
-ㅋㅋㅋㅋㅋ150 오진다
-쩌는데?
-와 ㅋㅋㅋㅋㅋ 내 한 달 알바 월급이다!
-ㄷㄷㄷ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