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50화
85. 각자의 역할(3)
풍선껌의 외침이 아이들에게 이상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건, 아몬드도 충분히 눈치챌 만큼 적나라했다.
그렇기에 아몬드는 외침의 원흉을 제거해 버린 거다.
“실례하겠습니다!”
쿵!
풍선껌의 머리가 모랫바닥에 처박히며,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만다.
[기절]“……어라?”
“뭐지?”
“어? 푸, 풍선껌?”
풍선껌을 구하려던 아이들은 귀신에 홀렸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어리둥절해했다.
마치 렉 걸린 듯 이리저리 한 구간만 반복해서 움직이는 학생도 있었다.
-또 ㅈ버그 터트렸네 아몬듴ㅋㅋㅋ
-버그 메이커 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이게 뭐냐곸ㅋㅋ
버그에 걸린 건 NPC들만이 아니었다.
기상천외한 아몬드의 해결 방식에 중계진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
잠시의 침묵 후, 좀 더 말이 많은 캐스터 쪽이 입을 뗀다.
“이, 이런 해결 방법이 있었네요!?”
당황한 건 중계진뿐이었고, 채팅창은 웃음바다였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속보) 월드컵 한정 스킨 ‘축구공 아이언볼’ 출시!
-사커킥 뭔뎈ㅋㅋㅋㅋ
-트롤은 저렇게 처리하는게 맞긴함ㅋㅋㅋ
중계진이야 이 게임회사에서 돈을 받고 중계하는 것이다 보니, 게임의 버그가 터진 듯한 모습이 당황스러웠으나, 시청자들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중계진은 얼른 말을 돌려본다.
“저, 저렇게 때려도 되는 거겠죠?”
“예…… 뭐 어차피 진짜로 때리는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겠죠?”
“역시 엄청난 자유도! 좀비 스쿠울!”
-억빠 ㄷㄷ
-포장지 찢어져요오오옷!
-국힙원탑급 랩퍼(Wrapper)ㅋㅋ
* * *
중계진이 애써 상황을 포장하는 사이, 타코는 이때다 싶어 아이들에게 외친다.
“야 본관으로! 본관으로 튀어! 다 좀비 되고 싶냐!?”
어?
반응이 이상했다.
풍선껌이 외쳤을 때랑은 너무 다른 반응.
아이들은 타코의 외침이 안 들린다는 듯 동분서주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사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지고 좀비들이 일어나는데 누가 학생 하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겠는가?
‘이거 캐릭터별 능력이 따로구나.’
타코는 이제야 확신했다.
방금 풍선껌의 외침에 홀린 듯이 뛰어가던 아이들.
풍선껌이 아이들을 통솔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거다.
실제로 얼리억세스에서도 통솔력이 높아지면 이런 일이 가능하기도 했었는데.
멀티 모드에선 템포를 빨리 가져가기 위해 처음부터 능력을 부여한 것 같다.
‘아몬드의 힘과 스피드가 말도 안 되던 것도…….’
아몬드가 아무리 컨트롤이 발군이라지만, 정해진 캐릭터의 스탯마저 무시할 순 없었는데.
그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빨랐다.
아까 달리기로 수십 명을 앞질러서 풍선껌의 뒤통수를 걷어찰 때, 분명 그건 일반적인 스탯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는 좀비와 정면으로 맞닥뜨려도 공포도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난 뭐지?’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타코의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인데.
아직까진 딱히 보이는 게 없었다.
자기 안에 잠재된 능력을 찾을 명상 시간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형! 도망쳐요!”
아몬드가 풍선껌을 들쳐업고 뛰어오며 외친다.
“아. 업고 왔구나! 이쪽이다!”
타코는 곧바로 본관으로 안내했다.
그러는 사이 풍선껌은 기절에서 깨어났는데.
“아니. 뭐야? 나 갑자기 왜 기절함?!”
아몬드가 뒤에서 찼기 때문에 그는 기절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에 아몬드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놨다.
“아. 그…… 축구하던 애들이 공을 잘못 찼나 봐요.”
“?”
-ㅁㅊㅋㅋㅋ
-이거시 코리안 뻥축구입니다 ㅎ
-소림 축구 ㅋㅋㅋㅋ
“추, 축구?”
“형님! 본관으로! 본관으로 뛰자고 하세요!”
타코는 그딴 걸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듯 풍선껌을 독촉했다.
“뭐?”
“형님이 말해야 됩니다! 그게 능력이라구요! 애들이 지금 오합지졸처럼 흩어졌다구요! 다시 모아서 본관 점거해야 합니다!”
“능력……?”
“형님. 그렇게 얼타시면 또 축구공에 맞습니다!?”
“???”
-엌ㅋㅋㅋㅋ
-풍선껌 표정ㅋㅋㅋ
-???: 뭔 소리야 샊…… 컥?!
-예절주입형 축구공ㅋㅋ
“얼른! 3반 전부 본관으로 이동하라 해줘요!”
풍선껌은 잠시 고민했지만, 맞는 말 같아 입을 크게 벌렸다.
“3바아아아아안!! 본관으로오오오오오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전부 본관 쪽으로 머리를 돌린 것이다.
* * *
“아, 3팀. 역시 가장 먼저 위험에 빠진 팀답게, 가장 먼저 능력을 알아냅니다!”
“그렇네요. 좀비 스쿨에선 늘 위기가 기회예요. 위기에서 살아남으면 스탯이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상자가 생긴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섭니다!”
3팀은 위기를 잘 극복해 내고 있긴하지만, 이미 위기를 맞았다는 것 자체도 무시할 순 없었다.
“지금 살아남은 인원이…… 30명! 단 30명이거든요?”
“예.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비교가 안 되니까, 다른 팀들이랑 비교해 보겠습니다.”
생존자 표가 전광판에 표시되기 시작했다.
“팀은 곧 반이구요. 반의 총 인원은 43명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1팀 생존자: 40명] [2팀 생존자: 36명] [3팀 생존자: 30명] [4팀 생존자: 35명] [5팀 생존자: 33명]-헉 40명 ㄷㄷ
-풍선껌의 활약으로 3팀 꼴지!
-오 1팀 쩌네
-역시 챌린지 사냥꾼?
-풍선껌 대활약ㅋㅋㅋ
표를 놓고 보니 역시나 가장 돋보이는 건 1팀이었다.
“1팀은 무려 40명을 지키고 있네요?”
“괜히 챌린지 사냥꾼이 아니죠?”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1팀은 현재까지 40명이 살아남아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했다.
반면 3팀은 30명으로 무려 10명이나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아직 모릅니다. 이제 시작이거든요?”
“맞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13명 털리고 시작하는게 문제인 거 아님?ㅋㅋㅋ
-아모른직다
-3팀 ㅃㅇ
-풍선껌 어휴 ㅠㅠ
-아몬드가 사커킥 안찼으면 지금 쯤 다섯은 더 죽었을 듯
“게다가 모든 팀이 공평하게 좀비 사태를 맞이한 게 아닙니다. 서로 위치도 달랐고, 당연히 상황도 달랐죠?”
“맞습니다. 3팀이 위치가 안 좋았어요.”
“그렇지만 지금 제일 먼저 본관으로 입성하는 듯 보입니다! 능력을 제일 빨리 깨달았거든요!”
* * *
풍선껌의 통솔력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달려나가는 3팀, 아니, 3반.
“본관! 본관으로오오!”
쾅!
본관의 정문이 열린 후.
아이들이 우르르 밀려들어 갔다.
통솔력을 쓰는 건 좋았는데.
문제는 소란스러워지는 바람에 모든 좀비들의 관심이 이쪽에 쏠려 버렸다.
“크아아아아……!”
좀비들이 느릿하게 양팔을 휘저으며 따라온다.
이런 좀비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나, 나도! 나도!”
“제발……! 들여보내줘!”
아이들 바로 뒤엔 느린 좀비만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저 좀비들 뭐야!? 어떻게 따라왔냐!?”
풍선껌이 뒤를 돌아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얼리억세스 시절엔 인간이 최대 속도로 달리면 좀비들은 절대로 따라올 수 없었다.
그들은 지칠 줄 모르지만, 뛸 줄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한 방향에서만 좀비들이 몰려오는 경우 사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인간들은 그냥 뛰기만 해도 거리를 벌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정식 출시 멀티 버전은 다르다.
“뛰는 좀비다! 문을 미리 막아!”
타코가 지금 고래고래 외치듯이, 뛰는 좀비가 있었던 것.
그런데 아이들이 그를 뜯어말린다.
“너 이 비겁한 자식!”
“나중에 대머리나 되어버려!”
타코는 당황했다.
“뭐, 뭐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타코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었다.
그가 하는 말은 무작정 듣지 않았다.
-발끈 ㅋㅋㅋ
-대머맄ㅋㅋ
-예지몽 꾼 애들 개많누 ㅋㅋ
-타코 니뮤ㅠㅠㅠ
왜 반에 그런 애들 있잖은가?
말은 많이 하는데 발언권이 약한 아이들.
타코가 딱 그런 포지션인 듯했다.
“이러다 다 죽어!”
타코는 답답하다는 듯 외쳐보지만. 아이들은 들은 채도 안 했다.
점차 밖의 아이들이 본관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더 구해! 한 명이라도!”
“문 닫지 마!”
어린아이들이라 순수한 걸까?
넘치는 의협심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데려오려 하는데.
‘잠깐. 얘네가 전부 우리 반 아이들은 아니잖아.’
타코는 그들이 전부 3반이 아님을 깨닫는다.
특히나 뒤에 있는 쪽은 전부 3반이 아니며, 오히려 뒤늦게 3반 쪽을 따라 들어온 다른 반 아이들이다.
“사, 살려줘!”
입구가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한다.
점점 들어오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슬슬 따라온 좀비들이 물기 시작한다.
콰득!
“끄아아아아아!”
인파 사이에 껴 있던 아이 하나가 물렸다.
타코는 냉정하게 관찰해 본다.
‘저놈도 3반이 아니야.’
게임 목적은 같은 반 친구를 최대한 많이 살리는 것이었다.
그의 시야 한편에 표시되고 있는 생존자 수도 줄어들지 않았다.
‘3반만 챙기는 거였어.’
모든 학생들을 살릴 필요가 없었다.
“미, 미친 얘 물렸어! 김성현! 김성현 물렸다!”
“야, 야 이 씨발 새끼야! 그걸 말하면…… 죽어 개자식아!”
좀비에게 물린 학생이 물귀신 작전으로 자신을 고발한 학생을 붙잡고 늘어진다.
“!”
“!?”
털썩.
충격 먹은 학생 하나가 주저앉는다.
그는 아까부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소녀다.
“무, 무슨 짓이야…… 친구한테?”
울먹이는 목소리가 현재 흘러나오는 모든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자신이 구하려던 누군가가 역으로 자신을 물귀신처럼 데려가려고 한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의협심에 불탄다고 해도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어질 터다.
타코는 이때다 싶었다.
“형님! 결단 내리시죠!”
“…….”
마음이 약한 풍선껌도 결국 결정을 내린다.
“……3반.”
그가 손을 밑으로 내리찍으며 외쳤다.
“샷다 내려!!!”
아몬드가 기다렸다는 듯 방화 셔터를 밑으로 거세게 잡아당긴다.
촤르르르르륵!
이젠 3반 아이들도 합세해 있는 힘껏 셔터를 내렸다.
“끄아아아아아!”
“다른 반 애들은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이 새끼들 우리 배신할 거야! 방금 김성현 봤잖아!”
반장의 외침이다.
아몬드 옆에서 열심히 셔터를 내리며 침을 튀기고 있었다.
“내려어어어! 내려!”
이 녀석 살아 있었구나.
아몬드는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얼리억세스부터 있었던 캐릭터라 친근감이 있다.
아몬드가 친근감을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지금 그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었다.
“안경훈! 야 씨발 안경훈! 너 우리 집에도 왔었잖아. 우리 엄마도 알잖아!? 어?”
셔터 뒤에서 발악하듯 소리지르는 남학생 하나.
반장은 고개를 푹 떨구고 읊조린다.
“……안부 전해드려라.”
“뭐……? 뭐 이 새끼야! 좀비가 무슨 안부를 전──”
──쿵!
결국 셔터는 내려갔다.
“하아.”
셔터에 달라붙어 있던 아이들이 뒤로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는다.
창살 사이로 다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벌어진 대참사.
“끄아아아아아아악!”
“미, 미친 이 개새끼들! 3반 개새끼들 너네 다 물어 죽일…….”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솟아오르던 비명도 잠시.
“…….”
밖은 금세 고요해졌다.
[3팀 생존자: 30명]30명 전원 생존.
첫 번째 실수 이후, 그들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 * *
[초보자 Tip: 진짜 적은 좀비가 아닐 겁니다.]-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완결-